파우스트
여기에 동쪽의 태고의 신전이...
네로
울창한 산기슭에 있는 마을이구만... 지도를 보면 틀림없는 것 같은데...
시노
이런 곳에 인간이 살고 있는 건가?
파우스트
수원이 많아. 발 밑의 흙도 축축하고 저기에도 작은 폭포가 있다.
물만 있다면 인간은 살 수 있을거다.
히스클리프
그래도... 깨끗한 물이 아닌 것 같아요.
...이상한 냄새가 나... 동물의 시체가 썩은 듯한...
현자
...!? 지금 건...
시노
비명처럼 들렸다. 사람인가, 동물의...
파우스트
아냐.
현자
파우스트...
파우스트
...주의해라. 여기엔 마법사를 죽이는 데 익숙한 인간이 살고 있다.
현자
마법사를 죽이는 데 익숙한...?
시노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우리가 인간 따위에게...
네로
쉿... 무슨 소리가...
히스클리프
.......
감각을 집중할 수가 없어... 기척을 읽기 힘들어...
현자
.......! 히스, 안색이 안 좋아요.
히스클리프
왠지 이상해요... 평소대로라면 사람인지 마법사의 기척인지 알 수 있었을텐데...
시노
단순히 동물이겠지. 보고 와주지.
파우스트
시노. 멋대로 움직이지 마.
시노
너무 겁이 많아. 그러니까 북쪽 놈들이 얕보는 거다.
그 놈들이 오기 전에 끝내주...
......!
시노의 눈앞에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파우스트가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고 순식간에 시노의 곁으로 다가간다. 시노의 팔을 당기며 감싸듯이 그의 앞에 섰다.
두 사람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시노와 비슷한 키의 소년이었다.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진흙 투성이에 비린내가 난다. 새까맣게 더러워진 얼굴에 푸른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소년
...아...
파우스트
...어린애인가...
시노
봐, 말했잖아. 별 일 아니라고.
너, 이 근처 마을의 아이인가.
소년
...그런데... 당신들은...?
시노
우리는 현자의 마법사다. 나는 동쪽의 마법사 시노.
저게 현자. 히스클리프에, 파우스트, 네로다.
소년
...현자의, 마법사...?
시노
그런 것도 모르는건가. 시골사람이구나.
뭐, 됐어. 마을까지 안내해줘.
파우스트
안내는 필요없어. 장소를 알려주면 된다.
시노
파우스트.
파우스트
나중에 설명하지. ---자네, 알려주게.
소년은 겁 먹은 듯이 어깨를 움츠리며 산의 표면 위쪽을 가리켰다.
소년
저쪽... 한동안 가면 연못이 있고...
더 올라가면 마을의 교회가 보여.
파우스트
알겠다. 고맙다.
소년은 끄덕이고 허둥지둥 몸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무언가에 시선을 사로잡힌 듯이 멈춰선다.
히스클리프였다. 히스클리프도 시선을 눈치채고 창백한 얼굴에 미소를 띠운다.
소년은 물을 뒤집어 쓴 듯이 놀라며 울창한 산중으로 사라져버렸다.
네로
하하... 천사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이었네.
...히스. 너 괜찮아?
히스클리프
괜찮아... 묘한 냄새랑 비명 같은 소리 때문에 기운이 없어서...
시노
빨리 마을로 가서 쉬자. 그러니까 저 녀석을 따라가면 좋았을텐데.
파우스트
마법사는 마음으로 마법을 사용한다. 마음이 혼란스럽게 되면 평소처럼 힘이 나오지 않아.
파우스트는 걱정되는 듯이 히스클리프의 얼굴을 보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파우스트
사람도 마법사도 동물도 마음이 혼란스러워지면 불쾌한 건 똑같아.
시체 냄새와 절명의 소리는 특히나.
시노
절명의 소리라니, 아까의?
파우스트
저건 피리 소리다. 죽음의 피리라고 불리며, 일부러 절명의 외침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
마법사의 정신을 소모시키는 도구다. 인간들과 싸웠을 때 사용된 적이 있어.
히스, 눈을 감아라.
파우스트의 말에 히스클리프는 새파랗게 질린 눈꺼풀을 닫았다. 그의 이마를 만지며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운다.
파우스트
《사틸크나트 물크리드》
히스클리프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기분 탓인지 안색도 좋아진 느낌이 든다.
히스클리프
냄새와 소리가 약해졌어...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선생님.
파우스트
감각을 약화시킨 것 뿐이다. 위험에 둔해지지 않도록 조심해라.
현자, 너도다.
파우스트의 손바닥이 눈앞에 다가오고, 나는 눈을 감았다.
그의 손 주위에서 은근하게 풍기는 향유 향기에 정신을 뺏긴 사이, 갑자기 불쾌한 소리와 냄새의 감각이 옅어져간다.
현자
아... 편해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다른 분들은 괜찮나요?
네로
지금은 그럭저럭. 나도 신경이 예민한 체질이니까 힘들기는 하지만...
파우스트
나도다... 동쪽의 마법사는 감각이 섬세하니까 말이지.
시노는 괜찮나?
시노
괜찮아.
파우스트 일행은 감탄한 듯이 시노를 바라보았다. 실제로 시노에게 약해진 기색은 없다.
산으로 발을 내딛으면서, 시노는 코를 킁킁거리며 날카로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시노
시체 냄새나 절규는 내가 태어난 곳이다. 블랑솃에 오기 전까지 내가 떠돌던 장소.
히스클리프
시노...
시노
나에게 있어선 단순히 옛 친구일 뿐이다. 가자.
산길을 올라가던 도중에도 생물이 부패한 것 같은 냄새는 강해지고 무서운 절규도 늘어갔다.
파우스트가 마법으로 줄여주지 않았더라면 나도 상태가 좋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현자
(냄새와 소리는 이렇게나 마음에 영향을 주는구나... 거기다 이 어슴푸레한 경치... 버려지고 잊혀진 무덤 같아...)
(어두컴컴하고 외로운데다 음산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고목조차 무언가를 원망하는 것처럼 보여...)
'마법사의 약속 > 동쪽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벤트] 마법사의 약속 - 기적과 축제의 프렐류드 6화 번역 (0) | 2021.06.30 |
---|---|
[이벤트] 마법사의 약속 - 기적과 축제의 프렐류드 5화 번역 (0) | 2021.06.30 |
[이벤트] 마법사의 약속 - 기적과 축제의 프렐류드 4화 번역 (0) | 2021.06.29 |
[이벤트] 마법사의 약속 - 기적과 축제의 프렐류드 2화 번역 (0) | 2021.06.28 |
[이벤트] 마법사의 약속 - 기적과 축제의 프렐류드 1화 번역 (0) | 2021.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