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서쪽 나라&남쪽 나라~
루틸
이게 어머니가 자주 마시던 칵테일인가요?
샤일록
네. 이곳을 방문하셨을 때 항상 드셨습니다.
루틸
아름다운 색이네요... 햇님이 바다에 잠겼을 때 같아요.
샤일록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군요. 그녀도 똑같은 말을 했어요.
루틸
정말이에요? 후후, 기뻐요.
...앗, 들떠서 한 번에 다 마셔버렸어요!
샤일록
그러고보니, 치렛타의 대주가 피도 물려받았었죠. 오늘은 마음껏 솜씨를 발휘하도록 하죠.
무르
현자 님! 여기야 여기!
뭐 마시고 있어?
현자
논알코올 칵테일이예요! 과즙의 신맛이 나서 맛있어요.
무르
어디어디? ...진짜다, 셔!
현자
(어, 엄청 자연스럽게 다 마셔버렸어...)
무르
나도 샤일록에게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샤일록
맛있게 드셨나요?
카운터 안쪽에서 나타난 샤일록이 칵테일을 무르에게 내민다.
샤일록
여기요. 현자 님께 만들어드린 걸 칵테일로 어레인지한 거예요.
제가 드리는 사소한 답례예요. 당신의 지혜에는 도움을 받았으니 말이죠.
무르
아싸-! 샤일록이 사주는 거!
샤일록
무르가 마셔버린 현자 님의 것도 새로 만들어드릴게요.
현자
감사합니다.
무르
음, 맛있어! 마법사들의 잡담을 바라보면서, 엎드려 마시는건 정말 최고야.
현자
그 소파가 무르가 좋아하는 거였군요. 그렇게 있으니 이 가게의 오너 같아요.
무르
샤일록은 여기 사는 길고양이라고 말했어. 그래서 손톱 갈거야.
냐앙-!
현자
아하하. 기분 좋은가봐요.
무르
그렇게 보인다면, 그럴지도!
마을이 불타지 않았기에 나는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라.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오늘은 특별한 날! 아마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그럴테지만.
자, 한 번 더 건배하자. 여기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것에!
바에서 즐겁게 술을 마시고 한밤중이 지났을 무렵, 바다를 보러 다같이 해변으로 왔다.
반짝반짝 빛나던 해질녘의 색은 그곳에 없지만, 조용한 파도소리를 내며 밤바다가 펼쳐진다.
피가로
어두우니까 발밑 조심해. 그건 그렇고, 미틸이 이렇게 밤늦게까지 깨 있다니 별일이네.
미틸
확실히 그럴지도 몰라요. 그래도 오늘 밤은 무척 즐거웠으니까 잠드는 게 왠지 아까워서...
루틸
그 기분 알아. 나도 이 멋진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걸.
클로에
봐, 루틸, 미틸! 저기, 바다가 무척 아름다워.
루틸
정말이다. 해질녘과는 또 다르네.
라스티카
샤일록이 말한대로야. 밤의 풍경도 조용해서 실로 아름다워.
샤일록
마음에 드셨나요?
이 시간에 바라보는 바다는 조용하고 신중해서... 마치 시 낭독 중에 길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해변에는 우리들 외에는 아무도 없다. 이젠 조사를 위해 긴장하면서 주위를 감시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순수하게 즐겨도 되는 시간이다. 젊은 마법사들은 신발을 벗고 물가로 달려나갔다.
클로에
차가워!
미틸
기분 좋아!
루틸
좀 더 깊은 곳까지 가볼까.
클로에
다른 사람들은 안 와?
레녹스
우리는 산책 좀 하고 올게.
피가로
술을 깨는 데 딱 좋은 바람이라서 말이지.
미틸
그럼 나중에 꼭 와주세요. 같이 놀아요!
피가로
하하, 미틸도 아까까지 눈이 살짝 졸린 것 같았는데 완전히 활기넘치네.
라스티카
.......
레녹스
라스티카, 눈을 감고 뭐하는 거야?
피가로
혹시 너도 과음한 사람? 그렇게 보이진 않지만.
라스티카
아뇨, 음악을 듣고 있었어요. 여기서밖에 느낄 수 없는 바다의 노랫소리를.
레녹스
노랫소리...?
피가로
아아, 파도소리 말인가. 귀를 기울여보면 확실히 음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네.
라스티카
네. 바다가 연주하는, 다른 곳엔 없는 선율이예요.
오늘밤에 어울리는 상냥하고 기분좋은, 그런데도 어딘지 외로운 듯한...
피가로・레녹스
.......
라스티카
저 노랫소리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요.
모두와 조금 떨어진 물가에 무르의 등이 보인다. 유달리 빛나는 달을 황홀하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르
하아... 사랑스러운 그대. 오늘밤도 다시 만났네.
바다를 내려다보는 모습도 무척이나 아름다워. 수면에 비치는 그대의 모습에 밤이 밝을 때까지 취해있고 싶어.
이대로 바다에 가라앉아도 분명 해저에서 그대가 보이겠지.
파도에 말을 걸거나, 조용한 바다를 만끽하거나... 제각각의 시간이 기분 좋게 흘러간다.
편안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는 특별한 하루. 그런 경계심을 푼 분위기가, 밤바다에는 있었다.
현자
좋다아, 리조트에서의 휴가라는 느낌...
(예정과는 조금 다른 휴식이었지만 다들 좋은 기분전환이 되면 좋겠네...)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모래사장을 걷고 있으니, 샤일록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만을 이쪽으로 향하고 미소짓는다.
안녕하세요, 라고 말한 기분이 들어서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샤일록
마침 잘 됐군요. 마나석 파편을 바다로 돌려보려던 참이었거든요.
그가 좋아하던 칵테일과 함께.
샤일록의 손에는 마나석 파편과 바다색의 아름다운 칵테일이 있었다.
현자
앗, 죄송해요... 소중한 시간이었네요.
샤일록
아뇨. 가능하면 현자 님도 배웅해주셨으면 했어요.
그가 원하던대로 풍경의 일부가 되는, 그 시간을.
천천히 샤일록은 손바닥을 펼쳤다. 똑하고 작은 파문을 만들며 마나석 파편이 파도 사이에 사라진다.
그리고 오른손의 잔을 상냥히 붓는다. 연푸른 칵테일은 별빛과 달빛에 비춰져 반짝반짝하게 바다를 녹여간다.
이윽고 파편과 칵테일은 섞여서 소리도 없이 가라앉아, 밤바다로 사라졌다.
샤일록
...파도소리만은 옛날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네.
현자 님. 조금만 더 여기에 계셔주시겠어요.
이 경치를 바라보는 동안만이라도.
현자
...네. 여기 있을게요.
샤일록은 작게 끄덕이고 바다를 바라본다. 나도 조용히 다가가서, 아직 아침이 오지 않은 경치를 바라보았다.
다음에 보는 바다는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다른 경치로 바뀌어있을까.
밤의 저편에서, 몇 번이나 파도가 다가온다.
'마법사의 약속 > 서쪽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벤트] 마법사의 약속 -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 9화 번역 (0) | 2021.08.03 |
---|---|
[이벤트] 마법사의 약속 -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 8화 번역 (0) | 2021.08.02 |
[이벤트] 마법사의 약속 -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 7화 번역 (0) | 2021.07.31 |
[이벤트] 마법사의 약속 -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 6화 번역 (0) | 2021.07.31 |
[이벤트] 마법사의 약속 -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 5화 번역 (0) | 2021.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