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서쪽 나라&남쪽 나라~

 

루틸

이게 어머니가 자주 마시던 칵테일인가요?

 

샤일록

네. 이곳을 방문하셨을 때 항상 드셨습니다.

 

루틸

아름다운 색이네요... 햇님이 바다에 잠겼을 때 같아요.

 

샤일록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군요. 그녀도 똑같은 말을 했어요.

 

 

루틸

정말이에요? 후후, 기뻐요.

...앗, 들떠서 한 번에 다 마셔버렸어요!

 

샤일록

그러고보니, 치렛타의 대주가 피도 물려받았었죠. 오늘은 마음껏 솜씨를 발휘하도록 하죠.

 

무르

현자 님! 여기야 여기!

뭐 마시고 있어?

 

현자

논알코올 칵테일이예요! 과즙의 신맛이 나서 맛있어요.

 

무르

어디어디? ...진짜다, 셔!

 

현자

(어, 엄청 자연스럽게 다 마셔버렸어...)

 

무르

나도 샤일록에게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샤일록

맛있게 드셨나요?

 

카운터 안쪽에서 나타난 샤일록이 칵테일을 무르에게 내민다.

 

샤일록

여기요. 현자 님께 만들어드린 걸 칵테일로 어레인지한 거예요.

제가 드리는 사소한 답례예요. 당신의 지혜에는 도움을 받았으니 말이죠.

 

무르

아싸-! 샤일록이 사주는 거!

 

샤일록

무르가 마셔버린 현자 님의 것도 새로 만들어드릴게요.

 

현자

감사합니다.

 

무르

음, 맛있어! 마법사들의 잡담을 바라보면서, 엎드려 마시는건 정말 최고야.

 

현자

그 소파가 무르가 좋아하는 거였군요. 그렇게 있으니 이 가게의 오너 같아요.

 

 

무르

샤일록은 여기 사는 길고양이라고 말했어. 그래서 손톱 갈거야.

냐앙-!

 

현자

아하하. 기분 좋은가봐요.

 

무르

그렇게 보인다면, 그럴지도!

마을이 불타지 않았기에 나는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라.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오늘은 특별한 날! 아마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그럴테지만.

자, 한 번 더 건배하자. 여기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것에!

 


 

바에서 즐겁게 술을 마시고 한밤중이 지났을 무렵, 바다를 보러 다같이 해변으로 왔다.

반짝반짝 빛나던 해질녘의 색은 그곳에 없지만, 조용한 파도소리를 내며 밤바다가 펼쳐진다.

 

피가로

어두우니까 발밑 조심해. 그건 그렇고, 미틸이 이렇게 밤늦게까지 깨 있다니 별일이네.

 

미틸

확실히 그럴지도 몰라요. 그래도 오늘 밤은 무척 즐거웠으니까 잠드는 게 왠지 아까워서...

 

루틸

그 기분 알아. 나도 이 멋진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걸.

 

클로에

봐, 루틸, 미틸! 저기, 바다가 무척 아름다워.

 

루틸

정말이다. 해질녘과는 또 다르네.

 

라스티카

샤일록이 말한대로야. 밤의 풍경도 조용해서 실로 아름다워.

 

샤일록

마음에 드셨나요?

이 시간에 바라보는 바다는 조용하고 신중해서... 마치 시 낭독 중에 길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해변에는 우리들 외에는 아무도 없다. 이젠 조사를 위해 긴장하면서 주위를 감시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순수하게 즐겨도 되는 시간이다. 젊은 마법사들은 신발을 벗고 물가로 달려나갔다.

 

클로에

차가워!

 

미틸

기분 좋아!

 

루틸

좀 더 깊은 곳까지 가볼까.

 

클로에

다른 사람들은 안 와?

 

레녹스

우리는 산책 좀 하고 올게.

 

피가로

술을 깨는 데 딱 좋은 바람이라서 말이지.

 

미틸

그럼 나중에 꼭 와주세요. 같이 놀아요!

 

피가로

하하, 미틸도 아까까지 눈이 살짝 졸린 것 같았는데 완전히 활기넘치네.

 

라스티카

.......

 

레녹스

라스티카, 눈을 감고 뭐하는 거야?

 

피가로

혹시 너도 과음한 사람? 그렇게 보이진 않지만.

 

라스티카

아뇨, 음악을 듣고 있었어요. 여기서밖에 느낄 수 없는 바다의 노랫소리를.

 

레녹스

노랫소리...?

 

피가로

아아, 파도소리 말인가. 귀를 기울여보면 확실히 음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네.

 

라스티카

네. 바다가 연주하는, 다른 곳엔 없는 선율이예요.

오늘밤에 어울리는 상냥하고 기분좋은, 그런데도 어딘지 외로운 듯한...

 

피가로・레녹스 

.......

 

라스티카

저 노랫소리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요.

 

모두와 조금 떨어진 물가에 무르의 등이 보인다. 유달리 빛나는 달을 황홀하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르

하아... 사랑스러운 그대. 오늘밤도 다시 만났네.

바다를 내려다보는 모습도 무척이나 아름다워. 수면에 비치는 그대의 모습에 밤이 밝을 때까지 취해있고 싶어.

이대로 바다에 가라앉아도 분명 해저에서 그대가 보이겠지.

 

파도에 말을 걸거나, 조용한 바다를 만끽하거나... 제각각의 시간이 기분 좋게 흘러간다.

편안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는 특별한 하루. 그런 경계심을 푼 분위기가, 밤바다에는 있었다.

 

현자

좋다아, 리조트에서의 휴가라는 느낌...

(예정과는 조금 다른 휴식이었지만 다들 좋은 기분전환이 되면 좋겠네...)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모래사장을 걷고 있으니, 샤일록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만을 이쪽으로 향하고 미소짓는다.

안녕하세요, 라고 말한 기분이 들어서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샤일록

마침 잘 됐군요. 마나석 파편을 바다로 돌려보려던 참이었거든요.

그가 좋아하던 칵테일과 함께.

 

샤일록의 손에는 마나석 파편과 바다색의 아름다운 칵테일이 있었다.

 

현자

앗, 죄송해요... 소중한 시간이었네요.

 

샤일록

아뇨. 가능하면 현자 님도 배웅해주셨으면 했어요.

그가 원하던대로 풍경의 일부가 되는, 그 시간을.

 

 

천천히 샤일록은 손바닥을 펼쳤다. 똑하고 작은 파문을 만들며 마나석 파편이 파도 사이에 사라진다.

그리고 오른손의 잔을 상냥히 붓는다. 연푸른 칵테일은 별빛과 달빛에 비춰져 반짝반짝하게 바다를 녹여간다.

이윽고 파편과 칵테일은 섞여서 소리도 없이 가라앉아, 밤바다로 사라졌다.

 

샤일록

...파도소리만은 옛날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네.

현자 님. 조금만 더 여기에 계셔주시겠어요.

이 경치를 바라보는 동안만이라도.

 

현자

...네. 여기 있을게요.

 

샤일록은 작게 끄덕이고 바다를 바라본다. 나도 조용히 다가가서, 아직 아침이 오지 않은 경치를 바라보았다.

다음에 보는 바다는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다른 경치로 바뀌어있을까.

밤의 저편에서, 몇 번이나 파도가 다가온다.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서쪽 나라&남쪽 나라~

 

무르가 충고했던대로 병기는 금방 되살아났다.

끓는 주전자처럼 총구가, 기체가, 급속히 빨갛게 물든다.

병기를 붙잡고있던 얼음은 그 열에 의해 한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순식간에 녹아갔다.

 

루틸

안 돼. 점점 얼음이...!

 

액체로 돌아간 바닷물이 폭포처럼 흘러 모래사장과 샤일록을 적셔간다.

기체에 생긴 금은 차례로 넓어지고 있었지만, 마나석은 병기에 삼켜진 그대로였다.

 

샤일록

...윽.

 

이윽고 얼음은 모두 녹아버렸다. 해방된 병기가 포효와도 같은 커다란 작동음을 낸다.

 

클로에

샤일록!

 

미틸

샤일록 씨, 도망치세요!

 

샤일록은 물러나려고 하지 않았다.

열을 품은 총구를 향한 그대로, 붙잡으려는 듯이 손을 뻗어 다시 한 번 강하게 주문을 외웠다. 

 

샤일록

《인비벨》 !

 

순간, 새하얀 빛이 팽창하여 폭죽처럼 터진다.

어렴풋이 날카로운 비명을 들은 것 같다.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샤일록의 목소리도 함께 들렸다.

그것은 해질녘의 잔물결처럼 매우 부드러운 소리였다.

 

샤일록

...그럼, 있어야할 장소로 돌아갈까요.

 

빛이 사라졌을 때, 우리들이 본 것은 땅 위에 추락해가는 병기의 모습이었다.

몇 개의 부품이 흩어진 채로, 힘이 다한 것처럼 침수한 채 모래사장으로 떨어져간다.

 

현자

샤일록...!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는 샤일록의 곁으로 우리들은 달려갔다.

 

클로에

괜찮아? 다치진 않았어?

 

무르

아팠어? 무서웠어?

어떤 기분이었는지 나한테 알려줘!

 

녹은 얼음을 가까이서 뒤집어썼기 때문이겠지. 샤일록은 흠뻑 젖어서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샤일록

여러분, 협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를 끼쳐드렸군요.

 

라스티카

소중한 친구와는 만났어?

 

샤일록은 미소 지으며 손바닥을 펼쳐보였다.

그곳에는 바다의 색과 비슷한, 돌의 파편이 빛나고 있었다.

 

샤일록

...꽤나 작아져버렸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모래사장에 떨어져있는 병기의 말로를 바라본다.

녹은 얼음은 주변 일대를 적셨다. 왠지, 누군가가 울고난 후처럼 보였다.

분명 샤일록은 돌아갈 방법을 잃어버려 울고있던 친구를 맞이하러 가준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마을에 남아있던 마법사들과 협력해 불을 끄러 다니거나, 건물을 고치면서 마을 수복작업을 진행했다.

원흉인 개발자는 마법과학병단으로 넘겼다. 원인불명 화재의 원인은 병기의 폭주라는 보고를 한 것으로 겨우 오해가 풀렸다는 듯하다.

마을로 발령되었던 마법사에의 진입금지 명령도 철회되어, 쫓겨났던 인간들도 조금씩 마을로 돌아왔다.

 

주민

저기, 연속 화재사건은 마법사의 짓이 아니었다는 듯해.

 

주민

그래? 틀림없이 그놈들일 거라고...

 

서쪽의 마법사들은 서서히 활기를 회복해가는 마을을 감개무량하단 듯이 바라보았다.

 

라스티카

잘됐네, 마을에 미소가 돌아와서.

 

클로에

응. 물론, 습격당한 마법사들은 아직 응어리가 남아있는 것 같지만...

 

샤일록

네. 그렇지만 그들 또한 인간들의 음모를 의심했어요.

 

무르

그런 법이야! 인간도 마법사도 똑같아.

불안할 때야말로 어울리는 적을 원하는 법이지.

 

샤일록

그것이 이 마을이 살아가는 방식이겠죠. 서로가 매일 타협해가는 수밖에 없어요.

대화재가 되기 전에 작은 불을 끄고 다니도록 말이죠.

 


 

소동이 일단락되고 며칠 후. 드디어 샤일록의 가게가 열리게 되었다.

우리들은 물론, 개점을 기대하던 마을의 마법사들도 모여서 가게 안은 성황이었다.

 

피가로

다들, 잔은 준비 됐어?

 

현자

네!

 

클로에・무르

오케이-!

 

샤일록

그럼 사건 해결을 축하하며 건배.

 

남쪽의 마법사들

건배!

 

서쪽의 마법사들

건배!

 

드높은 목소리와 유리잔을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린다.

바 여기저기에서 단골같은 손님들이 재회를 기뻐하거나, 사건에 협력했던 마법사들이 서로 수고했다고 하거나, 모두들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오늘은 특별히 마법사들이 갖고 온 램프의 불빛을 켜서, 어른스러운 바를 평소보다 좀 더 화려하게 비추었다.

 

피가로

하아~ 일을 끝낸 후의 이 한 잔은 각별하단 말이야.

 

레녹스

오늘은 축하하는 자리니까, 평소보다 많이 마셔도 괜찮습니다. 미틸과 루틸의 허락을 받았어요.

 

피가로

진짜? 이야, 일한 보람이 있었어.

병으로 마셔야지.

 

레녹스

마음껏 마셔도 된다는 건 아니니까요.

 

피가로

뭐 어때, 축배이고 오늘 정도는 레노도 행실 나쁘게 마시자구. 만취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레녹스

도발에 응해드리죠.

 

마녀

어라, 귀여운 손님. 어디에서 왔니?

친분의 표시로 한 잔 사줄까?

 

미틸

네? 그게...

 

 

라스티카

안녕하세요, 멋진 아가씨. 그는 술보다는 음악을 더 좋아하니 제가 한 곡 연주해드려도 될까요.

 

마녀

어머, 좋아요.

꼭 들려줘요!

 

클로에

우리들이 좋아하는 샤일록이, 아주 좋아하는 마을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기쁘다, 기뻐!

미틸도 함께 춤 추면서 축하하자!

 

 

미틸

가, 감사합니다. 저, 이런 장소에 익숙하지 않아서...

 

클로에

괜찮아, 나도 그랬어서 잘 알아. 어른의 은신처 같아서 긴장되지.

...그래도 말이야, 그만큼 즐거운 기분이지 않아?

 

미틸

네...!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신나는 듯한, 두근두근하는 듯한.

 

클로에

그런 기분, 정말 최고지!

 

 

라스티카

클로에, 미틸. 너희들도 이리 오렴.

 

마녀

같이 춤 추자!

 

클로에・미틸

네에-!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서쪽 나라&남쪽 나라~

 

마을로 돌아온 우리들을 맞이한 것은 눈을 의심할 광경이었다.

 

현자

...!

 

달처럼 새하얗고 무거워보이는 구체가 무차별하게 밤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개발자가 말한 것처럼 병기의 표면에는 몇 개인가의 총구가 내밀어져, 마을의 사방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그 모습은 흡사 비행하는 화염방사기 같았다.

 

클로에

여기저기서 불이...!

 

루틸

맙소사... 너무한걸.

 

남자

이, 이런 위력은 처음 봤어. 지금까지는 이렇게까지 심각하진 않았어...!

 

무르

만월이니까 말이야! 달에 홀린 상태에서는 더욱 애태우게 되는, 특별한 밤이니까.

 

레녹스

그렇단 말은, 병기의 폭주 원인은 예상대로 <거대한 재앙>인가.

 

샤일록

...개발자가 말한 것처럼, 병기에 넣은 마나석도 영향을 주고 있는 걸까요.

 

미틸

마나석?

 

샤일록

네. 아마도 사용된 건 경치의 일부가 되고싶어서 바다에 가라앉은 마법사의 마나석일 거예요.

병기를 폭주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죠.

어쨌든 그는 돌로 전락해버렸지만, 이 마을의 아름다운 경치를 사랑해서 몸도 마음도 바쳤으니까요.

 

샤일록이 중얼거린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가 지금의 이 마을을 본다면 대체 무슨 말을 할까.

격렬한 작동음을 비명처럼 연주하며, 병기가 마을 상공을 날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며 피가로는 중얼거렸다.

 

피가로

믿고있던 마을이 변한 것도, 사랑하던 풍경을 빼앗긴 것도 슬퍼서 견딜 수 없어. 그렇다면 차라리 내 손으로 없애버리자.

...그렇게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네.

 

루틸

그럴까요... 남쪽의 마법사인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요...

슬픈 생각을 했기 때문에 무언가를 부순다고 하는 건, 서쪽의 마법사 분들 답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해요.

 

샤일록

루틸...

 

루틸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어도 서쪽의 마법사 분들은 항상, 그것 조차도 즐기셨어요.

그런 서쪽의 마법사 분들이 저는 정말 좋아요.

저라면 사랑하는 풍경이 있어도, 풍경의 일부가 될 정도로 깊게 사랑할지는 모르겠어요.

그런 독특함으로, 시인과도 같은 사랑을 가진 사람이...

사랑했던 풍경을 잃었다는 절망으로, 사랑했던 마을을 부순다는 건 생각할 수 없어요.

 

샤일록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풍경의 일부가 되고싶다고 바랐고 결국 해저에 가라앉은 마법사 튜발.

그 한결같은 마음을 생각하니 왠지 다들 차분해졌다.

사랑했던 풍경에게서 떨어져버려, 바라지도 않던 병기의 일부가 되어,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르

흥미로운 시점이네. 사후의 현상일 뿐인 마나석을 고인의 혼으로서 애도하다니.

사람도 마법사도 죽으면 그걸로 끝이야. <거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폭주하는 건 단순히 폭주일 뿐이야!

 

라스티카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서쪽의 마법사들은 깜짝 놀랐을 때 일부러 크게 당황할 때도 있으니까.

'어이, 큰일났다고. 누가 어떻게 좀 해줘'라면서, 날아다니고 있을지도 몰라.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듣고보니 무섭게 보이던 것도 곤란해하는 친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샤일록이 미소짓는다.

 

샤일록

그럼 도와주지 않을 수 없겠군요. 그는 멋진 마법사이자, 제 친구였어요.

 

클로에

...응! 어려운 건 잘 모르겠지만 빨리 멈춰주자.

비록 옛날과는 달라져버렸지만 사랑했던 것을 자신의 손으로 부수다니, 그건 너무하잖아.

나라도 괴로울거야. 도와주자, 샤일록.

단순히 돌이라고 해도 샤일록의 친구였던 사람이라면 나도 분명 엄청 좋아했을거야!

 

샤일록

클로에...

 

끄덕이는 클로에의 어깨에, 라스티카가 손을 살짝 얹었다.

 

라스티카

우리들이 구해주자. 그 사람 자신이, 그의 사랑을 후회하게 만들어선 안 돼.

 

샤일록

...그렇네요.

세계정복을 했던 때의 오즈조차 이 마을에는 손을 대지 않았어요.

그의 전쟁의 불길에서도 지켜왔던 마을을, 스스로 불을 질러 쫓아내는 도구로 전락하고, 가장 상처받은 건 분명 그 사람일테죠.

 

현자

무르, 어떻게하면 병기를 멈출 수 있나요?

 

무르

가장 빠른 방법은 오즈처럼 힘으로 산산조각 분해하는 거!

 

남자

그런! 저건 내...

 

무르

너를 산산조각나게 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남자

새, 생각합니다!

 

샤일록

확실히, 부숴버리면 멈출 수 있겠습니다만...

고집을 부리자면, 병기 안의 마나석을 꺼내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무르

헤에, 네가 그렇게까지 그에게 열정적이라니 몰랐어.

 

샤일록

무르.

 

무르

불가능하진 않아! 병기의 움직임을 멈추면 돼.

불에 강한 거라면 물이지. 다행히 여긴 바다가 가까워.

마음껏 바닷물을 사용하자!

 


 

클로에

루틸, 그쪽을 부탁해!

 

루틸

응! 가운데에 두고 바다로 가자!

 

적에게서 도망치는 본능은 마법과학병기에도 대비되어 있다고 한다.

마법사들이 가까이 가면, 잡힐 때마다 도망치듯이 날아간다.

그 움직임을 이용해서 클로에와 루틸 두 사람은 병기의 뒤를 쫓아, 순서대로 해변 방향으로 몰아넣는다.

 

루틸

이대로 날아가면 금방이야...!

 

클로에

좋아, 바다가 보여! 루틸!

 

루틸

알았어!

 

클로에

《스이스피시보 보이팅고크》 !

 

루틸

《올토닉 세토마오제》 !

 

두 사람이 주문을 외우자 조명탄처럼 병기 주변만이 환해진다.

 

무르

신호야! 바닷물을 가득 떠올려!

《에아뉴 랑브루》 !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뷔엣세》

 

레녹스

《포세타오 메유바》

 

미틸

《올토닉 세아르시스필체》 !

 

네 명의 마법사에 의해 바닷물이 거인의 양손으로 뜨는 것처럼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솟아오른다.

곧바로 병기를 향해 던져졌다.

바닷물을 뒤집어쓴 병기는 화염을 잃어, 순간 물에 빠진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피가로

간다, 미틸.

 

미틸

네, 네!

 

피가로

《폿시데오》

 

미틸

《올토닉 세아르시스필체》 !

 

직후, 피가로와 미틸이 주문을 외운다. 병기는 자신을 삼킨 바닷물과 함께 눈 깜짝할 새 얼어붙기 시작했다.

 

미틸

해냈다!

 

클로에

멈췄어!

 

무르

오래는 못 가. 금방 체내에서 열을 발산해서 녹기 시작할거야!

샤일록, 기회는 단 한 번이라구! 즐기고 와!

 

샤일록

그러도록 하죠.

 

얼어붙은 병기 방향으로 샤일록은 빗자루로 뛰어들었다.

총구 같은 것과 마주보는 위치에서, 얼음의 표면에 손을 갖다대었다.

 

샤일록

《인비벨》

 

주문을 외우자 그의 손바닥이 빛났다. 호응하듯 병기 내부도 빛나기 시작한다.

병기 안의 마나석을 끌어내기 위해, 샤일록은 한번 더 주문을 외웠다.

 

샤일록

《인비벨》

 

강하게 빛나며 기체에 크게 금이 생겼다.

하지만 그 직후, 병기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냈다.

 

레녹스

...! 위험해!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서쪽 나라&남쪽 나라~

 

남겨진 발자국을 더듬어가자, 파도가 흘려보낸 것인지 도중부터 발자국은 끊어져있었다. 분담해서 해변을 찾기로 했다.

그 후로 머지않아, 무르가 큰소리로 우리들을 불렀다.

 

무르

발견했어! 이거봐, 여기!

 

남자

히익...

 

바위 표면에 한 남자가 숨어있었다. 나이는 40대 정도일까. 여윈 뺨과 흠칫흠칫 떠는 눈이 신경질적인 인상을 준다.

 

무르

아저씨, 인간이지? 왜 이런 데 있어?

 

무르가 얼굴을 들여다보자 남자는 크게 뒷걸음질 쳤다.

 

남자

수... 숨어있었어. 마법사에게 발견되면 마을에서 쫓겨날거라 생각해서...!

 

남자는 새파래진 채, 벌벌 떨고있다. 마법사들을 무서워한다고 해도 어딘지 과한 반응으로 보였다.

자연스럽게 마법사들의 증언이 머리에 떠오른다. 『해안가 근처에서 본, 거동이 수상한 인물』

 

남자

부탁해, 제발... 제발, 죽이지 말아줘...

 

샤일록

자, 어떡할까요?

 

두려움을 부추기는 것처럼 샤일록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웠다.

 

샤일록

당신이 말재주 좋은 착한 아이라면, 생각해보지 않을 것도 없습니다만.

 

피가로

말재주가 좋지 않아도 괜찮다구. 머릿속을 꺼내서 알아보는 것도 가능하니까.

 

남자

힉...!

 

남자는 더욱더 공포로 안색을 잃었다. 기겁한 것인지,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이를 딱딱 울린다.

 

남자

아, 알겠어, 말할게. 뭐든 말할게...!

나는, 단순한 개발자야. 마법과학병기의...

 

서쪽의 마법사들

!?

 

피가로・레녹스

개발자?

 

루틸・미틸

마법과학병기라면...

 

이마를 식은땀으로 적시면서 남자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자

군의 연구소에서 일하고있던 나는 군용 병기를 다루면서, 독자적으로 마법과학병기를 개발하고 있었어.

이번에 개발한 건 불을 뿜는 마법과학병기였어. 그걸 가지고, 나는 이 마을로 온거야.

 

클로에

불을 뿜는, 마법과학병기...

 

피가로

독자적으로 개발했단 건, 군의 관여는 없었나보네.

 

레녹스

군의 지시가 아니라면 어째서 이런 위험한 물건을 이 마을로 갖고 온 거지?

 

남자

상품이야. 귀족들이 사는거지.

적을 실추시키는 데도, 몸을 지키는 데도, 쉽게 힘이 필요해져.

 

보통 허가받지 않은 무기의 거래도 뒤에서는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남자는 전했다.

불을 내뿜는 마법과학병기도, 아까 말했듯이 귀족층에게 팔기 위해 가지고 왔다는 듯하다.

 

남자

...하지만 달이 밝은 밤의 일이야. 병기의 위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해달라고 해서, 손님 앞에서 병기에 마나석을 넣었어.

그랬더니 병기가 갑자기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격렬한 불꽃을 내뿜으면서 날아가버렸어...!

 

클로에

...어어, 즉, 마을이 이렇게 된 건 당신의 무기 때문이란 거야?

 

--하늘을 나는 무언가가 마을에 불을 내뿜고 있다.

마을에서 일어났던 원인불명 화재의 증언과 남자의 이야기 속 내용은 거의 일치한다.

하지만, 남자는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남자

아냐! 난 비행기능 같은 건 단 적이 없는 데다, 화력도 그 정도로 강하게 나올리가 없어!

 

현자

...하지만 그 원인 모를 화재는 병기의 소행이라고, 당신은 알고 있었던거죠?

 

남자

...윽.

 

레녹스

누구의 잘못도 아닌 걸 알고 있었으면서 그들이 의심받고 있을 때도, 인간들이 마을에서 쫓겨날 때도, 줄곧 가만히 있었던 건가?

 

남자

아, 알까보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루틸

그런... 죄 없는 마법사들이 비난받고, 많은 인간들이 집에서 쫓겨나고, 다들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무서운 것인지, 우리들의 비난의 목소리에서 도망치듯 남자는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남자

아냐. 난 나쁘지 않아, 난 나쁘지 않다고...

 

레녹스

...구제불능이군.

 

라스티카

안타까운 사람이야.

 

남자

젠장... 이럴거면 그런 마나석을 쓰는 게 아니었어.

전부 그 마나석 때문이야. 분명 그건 저주받은 돌이었던 거라고!

 

무르

저주받은 돌?

 

남자

우연히 이 해변에서 주운 돌이야.

이 바다와 닮은 신기한 색깔이었어. 병기에 넣으면 좋은 연료가 될거라 생각했는데...

 

샤일록이 작게 숨을 삼킨 소리가 났다.

 

샤일록

설마, 그건...

 

미틸

저기, 그 병기는 아직 마을에 있는거죠?

내버려두면 또다시 어딘가에서 화재가 일어나는 건...

 

클로에

그래 맞아. 이 이상 피해가 커지기 전에 멈춰야해...!

무기는 지금 어디에 있어?

 

남자

몰라.

 

피가로

몰라?

 

남자

힉.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니라고.

뇌를 뽑지 말아줘...!

내가 아는 건, 반드시 달밤에 원인불명의 화재가 일어난다는 것 정도야. 달이 아름답게 보이는 날에만 그게 날뛰기 시작해.

 

달밤. 그 말에, 전원이 눈을 깜빡였다.

 

현자

...설마 <거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샤일록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달에 이끌려 발현한다면 <거대한 재앙>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레녹스

요인이 뭐든, 병기가 폭주하고 있는 건 틀림없어. 빨리 찾아내자.

그 병기의 특징을 알고싶어. 어떤 형태를 하고 있지?

 

남자

크, 크기는 저 바위 정도고 둥그런 형태다. 사방을 불태울 수 있도록 총구가 몇 개나 내밀어져 있어.

 

피가로

저 바위 정도라고 하면 레노가 아슬아슬하게 들 수 있을 정도? 비교적 큰 편이네.

의외로 빨리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루틸

네. 다른 마법사 분들에게도 부탁해서, 다같이 마을을 찾아보면 분명...

 

무르

찾으러 갈 필요는 없는 거 아냐?

그야, 오늘은 사랑스러운 달이 이렇게나 커다랗게 빛나고 있다구!

 

무르가 가리킨 지붕의 위에는 떡하니 둥근 달의 모습이 있었다. 어느샌가 마을은 밤의 어두운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현자

달밤...!

 

클로에

위험해, 빨리 마을로 돌아가자!

 

피가로

그래야겠네. 너도 같이 가도록 할까.

 

남자

으악!

 

개발자 남자를 연행하는 모양으로 마법사들은 곧장 빗자루에 올라 마을 중심부로 향한다.

 

샤일록

...어쩌면.

 

가는 도중, 샤일록은 앞을 응시한 채로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중얼거렸다.

 

샤일록

그 인간이 마법과학병기에 넣었다는 마나석은, 그의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서쪽 나라&남쪽 나라~

 

클로에

무르?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는 눈앞의 미지만을 좇고 있다.

 

라스티카

무르는 지금, 무르의 세계에 있는 것 같네.

 

샤일록

이쪽 세계로 돌아오는 걸 기다려볼까요.

 

불탄 흔적을 바라보거나 만져보거나 하던 무르는 이윽고 깡총하고 일어났다.

 

무르

틀림없어. 마나석을 소모해서 불을 만들어낸 흔적이 있어.

이건 마법과학병기의 소행이야!

 

현자

엣...!?

 

클로에

마법과학병기라니... 그거 진짜야?

 

무르

진짜!

 

라스티카

무르가 그렇게 말한다면 틀림없겠네.

 

무르야말로 마법과학병기의 아버지다. 그 이상으로 자세히 아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

 

현자

화재의 원인이 마법과학병기라고 한다면, 범인은...

 

다들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마법사라면 마법과학병기를 사용할 수 없다.

 

샤일록

...그들이 말했던 인간들이 마법사를 쫓아내려고 한다는 가정도, 완전히 빗나갔다고 할 순 없겠군요.

 

클로에

그런...

 

클로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나도 따라서 침울해진다.

원인불명 화재의 정체는 인간인가, 마법사인가. 어느 쪽이 범인이라 해도 똑같이 비극적이고, 이 마을은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 후, 몇 개인가의 그을린 자국을 확인해봤지만 모두 똑같이 마법과학병기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빗자루에 올라 차례로 현장을 돌아다닌다. 그렇게 이동하는 사이, 다시 한 번 하늘 위에서 거리가 늘어서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세련된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조금 멋들어진 건축물이 줄지어 선 모습은, 토지 그 자체를 꾸민 것처럼 보인다.

 

현자

(...그래도 높은 건물이 많아서 그런지 바다가 잘 안 보이네...)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샤일록이 돌아본다.

 

샤일록

옛날에 이 마을의 풍경을 사랑하던 마법사는 아주 많았어요.

하지만, 시간은 흘러가는 법이죠. 이 마을도, 시류에 몸을 맡겨 굉장한 속도로 변해왔습니다.

그것을 한탄하고 마을을 떠난 자들이 있으면, 머무르면서 변해가는 마을을 즐기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현자

샤일록은...?

 

그의 머리카락을 바람이 친근하게 어루만지고 간다.

 

샤일록

일전에 독특한 손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린 적이 있었죠.

바다가 보이는 이 마을 풍경의 일부가 되고싶다면서 연모하던 그는, 둘 다 해당되기도 했고, 또 어느 쪽을 선택하지도 못했습니다.

저도, 똑같네요.

 

그렇게 말하며, 샤일록은 살짝 웃었다.

 

샤일록

그 분... 튜발은 바에 얼굴을 비출 때마다, 이 마을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경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열정적으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때때로 생각하곤 해요. 갓 태어난 아이같은 눈을 하던 그가 지금의 이 마을을 본다면, 대체 어떤 말을 할까 하고.

완전히 변해버리고 말았다며 깊이 슬퍼할까요. 아니면 아름답다고 말하면서 여전히 그 사랑을 불태워갈까요.

 

지금 샤일록의 마음은 미소 짓는 모습과 똑같은 것인지, 분노를 품고있던 때처럼 다른 감정을 품고있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루틸

앗, 여러분!

 

미틸

현자 님!

 

목소리가 난 방향을 보니, 남쪽의 마법사들이 맞은편에서 날아온다.

 

피가로

마침 잘 됐어. 탐문이 끝나서 돌아가는 도중이었거든.

 

현자

여러분 고생하셨어요. 뭔가 수확은 있었나요?

 

레녹스

네. 마을에 있던 마법사들에게서 신경쓰이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많은 마법사들이 마을을 서성거리는, 수상한 인물을 몇 번인가 목격했다고 합니다.

 

클로에

수상한 인물...?

 

루틸

여기에 사는 마법사들은 대체로 아는 사이인데, 그 사람에 대해서는 누구도 본 적이 없다는 듯했어요.

숨듯이 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거나 살금살금거리는 거동이 수상했다면서, 목격한 분들이 말씀하셨어요.

 

무르

흐응. 어두운 장소를 좋아하는 걸까?

 

피가로

혹시 마을에 남아있는 인간일지도 모르겠네. 쫓겨나기 싫어서 마법사 행세를 했다던가.

 

클로에

있을법해...

마을 내에서 큰 소동이 있기도 했고, 한 명쯤 인간이 남아있어도 아마 눈치 못 챘을거야.

 

미틸

마법사 분들이 말하기에, 해안가 근처에서 자주 보인다는 듯해요.

 

현자

해안가 근처...

(설마 샤일록이 칵테일을 흘려보냈던 근처는 아니겠지...)

 

샤일록 쪽을 보자,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샤일록

...가볼까요, 현자 님.

 


 

샤일록의 안내로 증언의 장소라 추정되는 해안가 근처에 도착했다.

시각은 벌써 해질녘. 눈앞의 경치에 무심코 감탄이 튀어나온다.

 

클로에・미틸

와아...!

 

루틸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일까...

 

피가로

이거 훌륭하네.

 

지기 시작하는 태양이 수면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샤일록

.......

 

마법사들이 감탄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샤일록은 가만히 바다를 바라본다.

풍경을 그리워한다기 보다, 수상한 듯한 시선이었다.

 

샤일록

...바닷속에 잠들어 있었을 터인 튜발의 돌은 결국 없어지고 말았군요.

 

현자

네...?

 

샤일록

그 돌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현자

그런... 어째서?

 

샤일록

해변의 개척을 진행하던 인간들이 발견하고 차례로 버린 거겠죠.

그래도 좀 전까지는 간신히 남아있었을텐데, 지금은 그 마저도...

 

천천히 기다란 속눈썹이 덮인다.

 

샤일록

경치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그 사람의 소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그 누구도 저 돌에 손대지 않았는데...

 

한숨과도 같이 새어나온 그 목소리에는 여러 색이 섞여있었다.

슬픔, 분함, 안타까움, 분노.

어떤 말이든 해당되는 것 같기도, 어떤 말로도 부족했다.

 

레녹스

다들, 잠시 이걸 봐줘.

 

무언가를 발견한 듯이 레녹스가 손짓한다. 가보니 모래사장에 새로운 발자국 같은 것이 있었다.

 

라스티카

방금까지 누군가가 이곳에 있었던 것 같군요.

 

피가로

꽤나 어지러운 발자국이네. 당황해서 도망쳤다는 느낌이려나.

 

클로에

어째서 도망친걸까. 우리들이 와서?

 

무르

이상하네! 이 마을에는 마법사밖에 없으니까 마법사들끼리 만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해.

 

미틸

확실히... 마법사라면 도망칠 필요는 없죠.

 

샤일록

마법사라면, 말이죠.

 

말하면서 샤일록은 시선을 떨어뜨렸다. 매우 당황한 것 같았던 발자국은 모래사장에 구멍을 내고 이어져있다.

 

레녹스

...쫓아가보자.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서쪽 나라&남쪽 나라~

 

무르

응. 이 마을에 오고나서 계속 화나있어.

 

나는 다시 한 번 샤일록을 보았다. 그 옆모습에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온화한 미소가 띠어져 있다.

 

라스티카

그는 정이 깊은 사람이야. 분명 마음에 상처를 입었겠지.

오랫동안 사랑해온 것이, 눈앞에서 상처입고 있으니까.

 

클로에

.......

 

불을 지르는 자의 존재도, 인간과 마법사의 대립도, 고향에 애착을 가진 샤일록에게 있어선 견디기 어려운 현실이다.

겉으로는 평소와 같아 보이더라도 내면까지 같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나는 그가 남몰래 품고있는 조용하고도 격렬한 불꽃을 생각했다.

 

클로에

...이 마을을 구하자, 반드시. 이 이상 샤일록을 괴롭게 만들고 싶지 않아.

 

라스티카

나도 같은 마음이야, 클로에. 슬픈 음색은 샤일록에게 어울리지 않아.

친애하는 벗을 위해 온 힘을 다하자.

 

현자

네...! 반드시 해결해요!

 

무르

오-!

 


 

그 후 곧바로 우리들은 빗자루에 올라 하늘에서 마을 중심부로 들어왔다.

빗자루에서 내리고 상황을 살펴보려고 한 직후, 마을 여기저기에서 마법사들이 모여든다.

우리들은 눈 깜짝할 새에 포위되어버렸다.

 

마법사

움직이지 마!

마법과학병단 놈들, 결국 강행돌파해 왔구나.

 

마녀

병기로 아무리 위협해도 소용없어. 누가 나갈까보냐!

 

마법사들은 우리들을 마법과학병단이라 믿고있는 듯, 살벌하게 적의를 내뿜고있다.

일촉즉발의 분위기에, 긴장이 흐른다.

 

루틸・미틸・클로에

...윽.

 

그때, 한 마법사가 샤일록을 보았다.

 

마법사

응? 당신, 어디선가...

...그래, 베넷 바의 점주다!

 

마법사

정말이다, 샤일록이잖아!

 

샤일록

거친 환영이군요, 여러분. 잘 지내시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샤일록이 상냥히 웃으며 대답하자, 포위하고 있던 마법사들의 얼굴에서 험악함이 사라졌다.

대신 와아하는 웃음이 모여든다.

 

마법사

샤일록, 오랜만이잖아.

당신의 술을 마시고 싶어서 다들 목 빠지게 기다렸다고.

 

완전히 바뀐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후우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클로에

하아... 깜짝 놀랐어.

 

피가로

이런이런. 갑자기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건가 생각했다고.

 

마녀

어머, 무르도 있잖아!

 

무르

있다구-! 오늘은 현자 님도 있어!

샤일록의 옆에!

 

마법사

헤에, 현자 님이라고?

 

마녀

아, 네가 현자 님? 얼굴을 보여주렴.

 

현자

아, 안녕하세요.

 

샤일록

너무 우르르 겁주지 말아주세요. 저희들의 소중한 분이니까요.

 

마법사

그건 그렇고, 용케 여기까지 왔구나. 마법과학병단 놈들이 감시하고 있었을텐데.

알고있어? 좀 전부터 이 마을은 지독한 꼴이 됐어.

 

라스티카

네, 그런 것 같네요. 밖에서 얘기 들었습니다.

 

클로에

실은 우리들, 마을을 이렇게 만든 원인을 조사하러 온거야.

 

마법사

조사?

 

무르

불장난을 좋아하는 마법사가 있다고 들었어. 그래서 마법사가 출입금지 됐다고.

다들, 불장난 좋아해? 아주 화려하게 타들어가는 거 보고싶어?

그럼 소원은 이루어질지도!

이대로 인간과 마법사가 전쟁하게 되면, 원하는대로 마을마다 불바다가 될거야. 분명 엄청나게 커다란 폭죽처럼 보일거라구!

 

그 순간, 마법사들의 얼굴이 싸악 굳는다.

 

현자

그,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이 마을에서 일어났던 화재의 진상을 밝혀내고 싶어요.

저흰 아직 인간측의 얘기밖에 듣지 않았거든요. 여러분에게서도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없으신가요?

 

마법사들은 얼굴을 마주 본 뒤, 쌓여있던 불만을 털어놓듯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녀

그 화재라면 우리가 한 짓이 아냐. 그런 걸 즐길 정도로 유치하지 않다구.

 

마법사

그렇고말고. 여길 마음에 들어서 살만한 마법사가 그런 미의식 낮은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우리들 탓이라고 단정짓고 있지만, 불을 붙인 건 인간의 짓인거 아냐?

 

레녹스

인간이?

 

마법사

그래. 인간들을 내쫓고나서 우리들끼리 계속 마을을 순찰했지만 화재는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어.

 

마녀

애초에 최근 마을의 치안 향상이라면서 경비나 단속이 심해지는 중이었는데, 원인 모를 화재가 계속된다니 기묘하지 않아?

 

마법사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했던 거겠지. 사건을 만들어서 마법사들의 소행이라 보여주면 우리들을 쉽게 내쫓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루틸・미틸

.......

 

일련의 소동으로 마법사들에게는 인간들에 대한 불신감이 강해져 있었다.

일방적으로 의심받고 추방당할 뻔한 것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었다.

 

현자

대화로 해결하자는 건, 어려울 것 같네요...

 

라스티카

대화가 안 된다면 함께 노래해보는 건 어떨까.

 

무르

춤춰보는 것도 좋을지도?

 

클로에

으음... 모두가 무르와 라스티카라면 원만하게 해결되겠지만...

 

피가로

꽤나 복잡해진 후니까 말이지. 흑백을 명확하게 가리지 않는 이상, 서로에게 응어리가 사라지지 않을거라 생각해.

 

미틸

그럼 역시, 마을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레녹스

화재의 원인을 밝혀내서 사건 그 자체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샤일록

그런거죠. 우선 정보를 모아보죠.

저희는 화재 현장을 보러 갈테니 그동안 탐문하는 쪽을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여기에 모여있는 분들 말고도 마을에 남아있는 마법사들은 있을테니까요.

 

루틸

알겠습니다, 맡겨주세요.

 

피가로

나중에 보자고.

 

현자

네. 잘 부탁드려요.

 

라스티카

그럼, 저희도 가볼까요.

 


 

마법사들에게서 들은 원인불명의 화재 현장은 꽤 많았다.

처음에 향한 곳은 보고받은 장소 중 하나인, 대대로 이어져오던 보석점이다.

 

라스티카

이 건물인 것 같네요.

 

클로에

불은 금방 꺼졌다고 들었지만...

 

현자

(...끔찍하네...)

 

건물의 일부가 검게 눌러붙어 있었다. 다른 피해는 없었던 것 같지만, 만약 불이 번졌다고 생각하면 오싹했다.

 

샤일록

......

 

그을린 흔적을 확인한 샤일록은 어깨를 떨어뜨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샤일록

단서로써의 신선도가 완전히 떨어져있네요.

묘한 기색이 있는 건 어렴풋이 느껴집니다만...

 

현자

마법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정도인가요...?

 

라스티카

유감이지만 시간이 이미 많이 흐른 것 같아요. 이 상태에서 명확하게 무언가를 아는 건 어려울지도 모르겠어요.

 

현자

그런가요...

 

샤일록

하지만, 꽤 강한 화력으로 불타고 있었던 것은 그을린 흔적에서 알 수 있습니다.

단지 불을 지른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검게 눌러붙진 않죠.

 

클로에

특별한 방법으로 불을 질렀다는 거야?

 

샤일록

그렇게 되네요. 수단은 모르겠지만 평범한 인간은 쉽게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클로에

그렇단 말은... 역시 마법사인 걸까...

 

라스티카

그럴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

 

현자

맞다. 무르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무르 쪽을 돌아보고 의견을 구했다. 그는 줄곧 건물 앞에 앉아서 불탄 흔적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다.

 

무르

.......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서쪽 나라&남쪽 나라~

 

???

네녀석, 마법사구나!

지금 당장 여기서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쏜다!

 

무르

있지. 그거 마법과학 무기지?

쐈을 때의 위력은 어느 정도야? 머리쯤은 날라가버리나?

 

???

이, 이 녀석... 겁먹기는 커녕, 스스로 머리를 총구로...!

 

???

역시 마법사다! 완전히 미쳤어.

 

라스티카

안녕하세요.

 

???

안...? 안녕하세요?

 

급히 고함이 들려온 쪽으로 향한다.

많은 수의 인간들이 총 같은 것을 겨누고 무르를 둘러싸고 있다.

 

병사

누구냐, 네놈들!

 

라스티카

야아, 뻥 뚫리는 커다란 목소리군요. 장대한 악곡이 어울릴 듯한 그 성량...

혹시, 제 신부...

 

현자

라, 라스티카!

 

클로에

와악-! 이런 때에 새장 꺼내지 말라구!

 

병사

뭐야 이놈들은!

 

병사

어이, 미친 게 늘었다고!

 

샤일록

너무 칭찬받으면 쑥스럽답니다.

 

일이 커지는 것을 피하는 것처럼, 달콤한 목소리가 울렸다.

밤의 연회와도 같은 음색과 비밀스러운 미소는 살벌한 분위기에는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병사들의 시선은 완전히 샤일록의 것이 되었다.

 

샤일록

미쳐있는 분들을 포함해서, 저희는 현자의 마법사입니다.

보이는대로... 당신들은 마법과학병단인 것 같군요.

괜찮으시다면 사정을 들려주실 수 없으신가요?

 

병사

뭐라고...?

 

병사들은 샤일록의 존재감에 압도되면서도, 당황함과 경계심을 드러냈다.

 

현자

소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방금 말씀드린대로, 그들은 현자의 마법사입니다.

현자인 제가 보증합니다.

 

병사

...현자라고? 그럼 정말로, 현자의 마법사인건가?

<거대한 재앙>의 이변을 잠재우고 다닌다는 소문의...

 

현자의 마법사들에 의한 활약은 그들의 귀에도 들어갔던 모양이다.

마지못해하는 태도이긴 했지만, 무기를 내린 병사들은 우리에게 사정을 얘기해주었다.

 


 

라스티카

...원인 모를 화재?

 

클로에

신주의 환락가에서?

 

병사

그래. 그것도 한 번 두 번이 아니라, 몇 번이나.

 

그들의 말에 의하면, 신주의 환락가에서 최근 원인불명의 화재가 잇따라 발생한다는 듯하다.

그것도 하늘을 나는 무언가가 마을에 불을 던진다는 불가사의한 목격담이 여러 개나 밀려들어왔다고 한다.

 

현자

하늘을 나는 수상한 무언가...

 

샤일록

맨 먼저 마법사가 의심받겠군요.

 

병사

그 말대로다. 마법사의 소행이 틀림없다고, 주민들 사이에서 금방 소란이 났다고 하더군.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인 영주가 원인불명 화재의 대책으로, 마법사들이 마을로 침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를 냈다.

 

클로에

그런...!

 

병사

하지만 그걸 마법사들에게 통지하자...

 

불합리한 명령이라며 그들은 맹렬하게 반발했다.

마법사들은 역으로 마법을 사용해 인간들을 마을에서 쫓아내고, 점거해버렸다고 한다.

 

무르

그렇겠지! 잠자코 있을리가 없어!

 

샤일록

그래서 영주는 상부에 애원한 거군요. 군대를 움직인걸 보면, 왕족인가요.

 

병사

그래. 서쪽 나라의 왕족에게서 요청을 받아 바넷 장군이 이끄는, 우리들 마법과학병단은 이 마을을 되찾기 위해 파견되었다.

보다시피 포위해서 무력으로 제압하고 있지만, 마법사들이 마을을 내줄 기미는 없어보인다. 서로를 엿보고, 노려보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병사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험상궂다. 진전이 없는 것에 조바심과 초조함이 보인다.

 

샤일록

...그렇군요. 사정은 이해했습니다.

 

마을을 둘러싼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군대가 나선다면 최악의 경우, 무력으로 진압할 것이다.

이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인간과 마법사의 전쟁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위험한 분위기에 무심코 입도 무거워진다.

 

샤일록

제안이 하나 있습니다만...

어떤가요. 여긴 저희들이 협력하게 해주지 않으시겠어요?

 

병사

...마법사가 협력이라고?

무슨 꿍꿍이지?

 

샤일록

얘기를 듣기로는, 확실히 원인불명의 화재는 마법사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시기를 고려하면 <거대한 재앙>의 영향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조사하는 것이 도리이지 않을까해서.

거기다 삐져서 마을을 점거하고 있는 마법사들도, 같은 마법사의 이야기라면 귀를 기울여줄지도 모른다고요?

 

병사

그건...

 

현자

저도 부탁드려요! 조사에 협력하게 해주세요!

마을을 되찾는다해도,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로는 언제 또다시 같은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모두가 불안해할 거예요.

진상을 명확하게 밝혀서 평화로운 마을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저희에게 사건을 조사하게 해주지 않으시겠어요...?

 

그렇게 호소하자, 병사들은 괴로운 얼굴로 침묵한 뒤, 무거운 입을 열었다.

 

병사

...확실히, 마을에서 쫓겨난 바람에 원인모를 화재의 조사도 지지부진하다.

그 외에 다른 대책도 없는 이상, 여기서 손을 놓고있는 것보단 낫겠군. ...좋아, 조사를 허가한다.

 

샤일록

유연한 대응, 감사드립니다.

 

라스티카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다니, 어쩜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일까. 혹시 그들은, 내...

 

현자

그, 그들...?

 

무르

새장이 신부로 가득 찼어!

 

클로에

라, 라스티카! 정말, 조용하다고 생각해서 방심했어...!

 


 

마을에 들어갈 수 있는 허가를 받은 우리는 우선 하늘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쪽의 마법사들의 곁으로 돌아갔다.

 

레녹스

마법사들이 마을을 점거...?

 

루틸

설마 그런 일이...

 

클로에

사실은 마을로의 출입은 금지된 것 같았지만, 마법과학병단에게 허가를 받아서 우리들이 조사하게 되었어.

 

현자

그래서 조사를 위해 지금부터 마을로 들어가려고 하는데요...

 

피가로

그런 거라면 우리도 도울게. 그치, 다들.

 

레녹스

네.

 

루틸・미틸

물론이죠.

 

라스티카

고마워, 모두들.

 

샤일록

여러분에게는 죄송합니다. 휴가를 보낼 생각으로 권유했던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말려들게 해버려서.

 

루틸

아뇨, 신경쓰지 마세요. 샤일록 씨의 고향이 위험할 때에 내버려둘 순 없어요.

 

레녹스

저 마을의, 당신의 바를 편안하게 느끼는 마법사도 많을거야. 나도 저 장소는 남아있으면 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사양 말고 말해줘.

 

미틸

맞아요! 저희는 같은 현자의 마법사 동료니까, 곤란할 때야말로 서로 도와야죠.

거기다... 인간과 마법사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건, 저희도 슬퍼요.

 

피가로

그러니까 힘이 되어줄게.

 

남쪽의 마법사들의 걱정하는 목소리가 샤일록을 에워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말 하나 하나에 끄덕였다.

 

무르

샤일록, 엄청 화나있네!

 

현자

...화났다구요?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서쪽 나라&남쪽 나라~

 

며칠 후. 서쪽의 마법사들과 남쪽의 마법사들이 모여 서쪽의 탑에 도착했다.

 

클로에

여기서부턴 리조트 기분이어도 괜찮지? 모두의 외출복, 완벽하게 준비해뒀어!

 

클로에가 뛰어오르듯 주문을 외우자, 전원의 옷이 변한다.

 

미틸

우왓...!

 

루틸

멋있어-!

 

무르

샤일록이 옷이 되면 이런 느낌!

 

라스티카

어떤 느낌이야?

 

무르

나들이 옷에다, 좀 깨끗하고 달고 매워!

 

샤일록

오늘은 그 평가를 달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군요. 아주 멋진 의상이니까요.

 

현자

정말, 여러분 모두 무척이나 멋져요!

 

피가로

현자 님도 말이지.

 

레녹스

잘 어울리시네요.

 

현자

감사합니다, 두 사람도 멋져요. 격조 높고 우아한 휴가란 느낌이 드네요.

 

피가로

확실히 이거라면 고상하고 유복한 그 마을의 분위기에도 어울릴 것 같아. 어때, 대귀족 같아 보여?

 

현자

피가로는 원래 관록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루틸

클로에, 멋진 의상 고마워. 도시적이고 어른스러워서 엄청 멋을 낸 기분이야!

 

미틸

다음에 남쪽의 마을로 돌아가면, 구름 거리의 모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요!

 

클로에

에헤헤, 고마워...! 그렇게 칭찬해주면 얼굴이 빨개진다구.

너희가 꾸미고 싶다고 의욕을 냈어서, 나도 지지않을 정도로 의욕을 냈어. 좋아해줘서 다행이야-!

 

무르

있지, 출발하자! 얼른 가자구!

빨리 출발하지 않으면 오늘이 줄어버려!

 

현자

아하하. 무르는 못 참겠나봐요.

 

클로에

아침부터 계속 뛰어다녔으니까 말이야. 라스티카도 깨우러 갔더니 잠든 채로 노래하고 있었다구.

 

라스티카

오늘이 기다려졌어서, 발 빠르게 먼저 꿈에서 즐기고 있었어.

 

샤일록

후후. 이렇게까지 원해주시다니, 점주로서 자랑스러워지네요.

저쪽에 있는 동안 오랜만에 가게를 열 생각이에요.

휴업이 너무 길어지면 손님들에게 잊혀지게 되니까요.

 

루틸

그건 손님들도 기뻐하겠네요. 가게를 돕는 건 맡겨주세요!

 

미틸

저도 도울게요!

 

클로에

샤일록, 나도!

 

샤일록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무르

나도 도울래!

 

샤일록

당신은 사양할게요.

 


 

화목한 분위기 그대로, 우리들은 빗자루에 올라 신주의 환락가를 향해 출발했다.

눈이 즐거운 화려한 서쪽 나라의 상공에서 관광하는 기분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마을이 가까워짐에 따라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현자

(어라...?)

 

쇠퇴한 장소가 아닌데도 길에 다니는 사람의 그림자가 극단적으로 적다. 때때로 발견해도 제복으로 몸을 감싼 군인같은 사람들만이 돌아다니고 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하늘 위에서도 그 이상함이 느껴졌다.

 

클로에

...기분탓일까. 좀 이상한 느낌이지 않아?

 

미틸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마법사들의 얼굴에도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샤일록

.......

 

그대로 계속 날아가자, 이윽고 마을의 중심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루틸

...어?

 

눈에 들어온 광경에 모두가 숨을 삼켰다.

마을 주변을 무장한 인간들이 둘러싸고 있다. 게다가 무시무시한 무기같은 무언가를, 위협하듯이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레녹스

이건...

 

피가로

무슨 일이지? 당장이라도 전쟁이 시작될 듯한 느낌인데.

 

루틸・미틸・클로에

전쟁...?

 

위험한 단어에 젊은 마법사들의 안색이 바뀐다.

샤일록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샤일록

...그런 것 같네요. 잠시 안 본 새에 이 마을은 또 변모해버린 것 같군요.

 

그때, 클로에의 초조한 목소리에 우리들은 그를 돌아보았다.

 

클로에

있지!

무르가 혼자서 날아가버렸어! 뭔가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면서!

 

루틸・미틸

에엣!?

 

클로에가 가리킨 것은 바로 지금, 우리들이 내려다보던 장소.

무기를 겨누고 포위하는, 인간들의 한가운데였다.

 

피가로

긴장의 끈이 팽팽할수록, 서쪽의 마법사들은 흥분했던가?

 

샤일록

부정은 하지 않겠지만, 그는 특별합니다. 격노한 사자의 입에도 웃으면서 머리를 들이밀겠죠.

 

라스티카

무르는 행동파니까 말이지. 지금쯤 많은 인간들에게 둘러싸여 말을 걸고있을지도 몰라.

 

클로에

어느쪽이냐고 한다면 무기에 둘러싸인 쪽 아냐!?

 

샤일록

어쩔 수 없겠네요. 길 잃은 고양이를 데리러 가볼까요.

 

미틸

그럼, 저희들도...!

 

샤일록

아뇨, 남쪽의 마법사 분들은 여기서 대기해주세요.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이상, 대인원으로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겠죠. 우선은 저희들이 상태를 보고 오겠습니다.

 

라스티카

우리들이 무르와 엇갈려도, 너희가 기다리고 있어준다면 안심이야.

 

피가로

알겠어. 여긴 이 땅에 능통한 마법사들에게 맡기자.

 

레녹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말해줘.

 

샤일록

그럼, 현자 님은 다른 분의 빗자루에...

 

현자

저기, 이대로 저도 따라가도 될까요?

 

샤일록

현자 님... 당신의 마음은 무척이나 기쁘지만, 솔직히 저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상황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남쪽의 마법사들과 이곳에서...

 

현자

그래도 인간들이 많이 있는 것 같고, 수상히 여기면 현자의 입장이 어떻게든 도움이 될지도 몰라서...

 

샤일록

...후후, 믿음직스러운 분.

알겠습니다. 당신이 와주신다면 그만큼 든든한 일은 없으니까요.

 

클로에

고마워, 현자 님.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현자 님은 반드시 우리들이 지킬테니까!

 

현자

네. 믿고 있어요!

 

샤일록

그럼, 가볼까요.

 

루틸

여러분,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서쪽 나라&남쪽 나라~

 

현자

경치의 포로...?

 

샤일록

신주의 환락가는 대륙에서 바다를 향해 뻗은 반도와 같은 토지라, 바다가 무척이나 가깝습니다.

그 분은 언덕 위에서 보이는 바다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매일 그것을 바라보며 살고 계셨어요. 비가 내리는 날에도 폭풍이 치는 날에도, 빠짐없이.

 

클로에

매일? 그 경치가 어지간히도 좋았나보네.

 

샤일록

네. 그건 사랑과도 같은 것이었겠죠.

그러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자기 스스로 그 경치의 일부가 되고싶다고 말해서...

 

무르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마법을 모색하는 사이에 결국 돌이 되어버렸구나! 그 마법사에 대한 거라면 나도 알고있어.

 

미틸

엣, 그런...

 

루틸

돌이 되어버렸다니...

 

살아온 세월의 차일까. 미틸과 루틸이 충격을 받은 한편, 어른들의 반응은 냉정했다.

 

피가로

그거 또 별난 사람이네.

 

레녹스

서쪽의 마법사다운 이야기네요.

 

라스티카

베넷 바는 많은 마법사들이 모이니까 늘 새로운 만남이나 놀라움이 있구나.

 

클로에

맞아맞아, 여러가지 재밌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아주 옛날부터 바에 다닌다며 자랑했던 손님도 있었다구.

 

샤일록

옛날에는 그 바에서밖에 마실 수 없는 와인도 있었으니까요. 그것을 목적으로 와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대마녀 치렛타도, 그 중 한 분이셨어요.

 

루틸・미틸

엑!?

 

미틸

그거, 정말이에요?

 

샤일록

네, 벌써 꽤나 옛날의 이야기가 되었지만요.

 

루틸

어머니가, 샤일록 씨의 가게에...

 

생각지 못한 곳에서 어머니의 이름을 들은 두 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틸은 물론이고, 평소 형답게 행동하던 루틸도 아이와도 같은 얼굴이 된다.

 

샤일록

...두 분 모두, 혹시 괜찮으시다면 또 베넷 바에 오시지 않으시겠어요?

 

루틸・미틸

그래도 괜찮나요?

 

샤일록

네. 바를 칭찬해주신 답례로. 특별한 칵테일을 준비해 두겠습니다.

 

피가로

좋네. 신주의 환락가라고 하면 리조트의 땅으로 유명한 곳이잖아.

이참에 초대에 응해서, 다같이 휴양하러 가볼까. 어때? 현자 님.

 

현자

그렇네요. 지금은 긴급한 의뢰도 없고, 괜찮을거라 생각해요.

 

루틸・미틸

아싸-!

 

미틸

샤일록 씨, 감사합니다!

 

루틸

레노 씨도 갈거죠?

 

레녹스

내가 껴도 괜찮은건가?

 

라스티카

우리도 함께해도 괜찮을까?

 

무르

좋아!

 

레녹스

무르가 대답하는구나.

 

클로에

아하하. 처음부터 자기는 갈 생각이었던 거겠지.

 

무르

당연! 그 가게에는 내 전용 소파가 있으니까.

 

샤일록

길고양이가 있어도 상관없다면, 모쪼록 여러분 모두 와주세요. 환영하겠습니다.

 

루틸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미틸

저도예요. 신주의 환락가는 분명 도시같은 분위기의 마을이었죠.

 

루틸

맞아 맞아. 그러니까 멋진 마을에서 튀지 않도록, 멋지게 꾸미고 가지 않으면 안 되겠네.

 

미틸

뭘 입으면 될까요? 멋진 느낌?

아니면 고상한 편이 좋으려나. 망설여져요...!

 

클로에

못 정하겠으면 차라리 만들어볼까? 외출이 기대되는 멋진 의상!

 

즐거운 계획에 모두의 목소리가 들뜨기 시작한다. 그에 이끌린 것처럼 쳄발로 음색이 울렸다.

 

라스티카

이런 밤에는 악기도 노래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른 것 같네요.

 

무르

춤추자, 클로에!

 

클로에

우왓!

 

라스티카의 음악에 맞춰 무르와 클로에가 춤추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엉망진창인 스탭에 이끌려, 남쪽의 마법사들도 노래하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춤추고, 웃고, 마시고, 노래하고, 마법사들의 밤은 떠들썩하게 깊어갔다.

 


 

파티가 끝난 후. 나는 샤일록과 나란히 마법관 복도를 걷고있다.

 

현자

죄송해요, 샤일록. 방까지 바래다 주시고.

 

샤일록

신경쓰지 마시길. 조금이라도 현자 님을 독점하고 싶다는, 제 고집이니까요.

 

현자

(이, 이게 인기있는 어른의 반격...)

오늘은 즐거웠어요. 논알코올인데도 술을 마신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거기다 다같이 베넷 바에 간다는 멋진 계획도 들을 수 있었고... 재밌게 다녀오세요.

 

그렇게 말하자, 샤일록은 어리둥절해했다.

 

샤일록

현자 님은 함께 가시지 않는 건가요? 다들, 함께 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자

그래도 모처럼의 휴식이고, 미틸과 루틸 어머니의 추억의 장소를 친한 동료들과 즐겁게 다녀오는 편이 좋지 않을...

 

샤일록

그렇기 때문에 현자 님도 함께 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모두도.

 

간지러워지는 말을 들고서, 나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가능했다.

 

현자

감사해요.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함께 가고 싶어요.

실은,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샤일록

물론, 기꺼이.

 

현자

신주의 환락가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마을이었죠. 리조트의 땅이라고 불리는 것도 납득이 된다고, 전에 갔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샤일록

그렇네요. 눈이 멀 정도로, 눈부신 마을이라는 평을 받고 있어요.

...그저 욕심을 말하자면, 현자 님에게는 옛날의 아름다웠던 그 마을의 풍경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요.

 

자조적으로 샤일록은 웃었다.

이전에 마을을 방문했던 때, 괴로운듯이 푸념하던 그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현자

(...아)

 

마법과학의 발전에 따라 아름다웠던 바다나 대기가 조금씩 오염되어, 마을의 풍경은 변해버렸다.

당시, 샤일록은 그렇게 이야기했다.

신주의 환락가는 그에게 있어서 애착과 원망이 있는, 복잡한 곳인 것이겠지.

 

현자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말문이 막혀 있자, 구조선을 보내듯 샤일록이 입을 열었다.

 

샤일록

...현자 님, 아까 말씀드린 손님의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현자

네?

 

샤일록

바다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어해서 돌이 된 마법사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튜발이라며 이름을 댔습니다.

서로 이름으로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요.

 

샤일록은 입가에 미소를 얹었다.

 

샤일록

인상 깊은 분이었어서 돌이 되고 바에 오지 못하게 된 뒤에도, 그를 때때로 떠올렸습니다.

그때마다 해변으로 가서 튜발이 좋아했던 칵테일을 바다로 흘려보내곤 했습니다.

그 분이 바라던대로 사랑하는 풍경의 일부가 된 것을 믿고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의 한결같은 마음을, 축복하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말투는 그립게 노래하는 것 같았다. 해변에 멈춰서 칵테일을 바다로 흘려보내는 그의 모습이, 눈꺼풀 뒤로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샤일록

흐리게도, 일그러뜨리지도 않고, 갓 태어난 그대로 애타게 그리는 마음을 끊임없이 불태우고 돌이 되는...

그 삶의 방식은 무구하고 우직하며 선명합니다. 그런 식으로 한눈팔지 않고 달려나가는 것은, 어떤 기분이 드는 걸까요.

 

풍경의 일부가 되고싶어한 마법사와 바람이 이루어졌다고 믿고싶은 샤일록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 기묘하고도 사랑스러운, 좋아하는 보물을 공유하는 것처럼.

 

현자

신비하지만 멋지네요. 그 사람도, 샤일록도...

 

샤일록은 우아하게 눈꼬리를 접었다.

 

샤일록

웃지 않고 들어주시는 현자 님도, 신비롭고 멋진 분이에요.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서쪽 나라&남쪽 나라~

 

피가로

헤에. 이거 좋네.

 

샤일록

입에 맞으신다니 다행이군요. 향이 독특해서 취향이 갈리거든요.

 

피가로

그럼, 그만큼 내가 사랑해줘야겠네. 한 잔 더 주문할까.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알겠어 알겠어, 적당히 할 테니까 말이야.

 

무르

여기야!

 

샤일록

어라, 무르.

 

미틸

앗, 피가로 선생님. 또 몰래 마시고 있어!

 

피가로

미틸?

 

레녹스

루틸과 현자 님도.

 

루틸

여러분, 안녕하세요.

 

현자

죄송해요, 갑자기 끼어들어서.

 

밤도 깊어졌을 무렵, 무르에게 이끌려 오게 된 곳은 샤일록의 바.

줄줄이 입구에 나타난 우리를, 피가로와 레녹스는 의외라는 듯이, 점주인 샤일록은 미소로 맞이했다.

 

샤일록

오늘 밤은 떠들썩하군요.

 

피가로

뭐야, 다들 모여서. 설마, 내 음주를 혼내려고 온 건 아니지?

걱정하지 않아도 그렇게 많이 마시진 않았어. 그치, 레노.

 

레녹스

그렇네요. 아직.

 

루틸・미틸・현자

아직...?

 

무르

피가로, 잔소리 듣는거야? 모두가 피가로를 찾던 건 잔소리하기 위해서?

 

샤일록

그것 참 열렬하군요.

 

레녹스

인기가 많네요.

 

피가로

기쁜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루틸

아하하, 잔소리 같은 게 아니예요.

낮 수업 때 모르는 부분이 생겨서 질문하러 가려고 했더니, 방에 피가로 선생님이 안 계셔서.

 

현자

우연히 거기에 제가 지나가고 있었거든요.

피가로를 보지 못했냐고 물었는데, 갑자기 무르가 천장에서 나타나서...

 

무르

피가로라면 알아! 하고, 셋을 데리고 왔어!

 

쥐를 문 고양이처럼, 무르는 자랑스러운 듯이 가슴을 폈다.

 

현자

레녹스와 마시고 있었군요.

 

레녹스

네. 가끔은 한 잔 어떠냐고 권유하셔서.

 

피가로

레녹스가 함께라면 과음해도 혼나지 않을테고 말이야.

 

미틸

정말! 피가로 선생님은 항상 "조금만"이라고 말하면서 과음하니까요.

 

무르

아하하. 역시 잔소리였네!

 

차분한 바의 분위기에 활기찬 목소리가 넘친다.

흐뭇한 듯한 샤일록의 시선을 눈치채고, 미틸은 아차하는 얼굴을 했다.

 

미틸

앗...! 떠들어서 죄송해요.

 

샤일록

아뇨, 신경쓰지 마시길.

 

샤일록은 미소를 띠운 채 글라스에 아름다운 색의 음료를 따랐다.

 

샤일록

그것보다, 당신도 한 잔 어떠신가요? 논알코올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틸

괜찮나요? 이대로 저희가 있어도...

 

샤일록

멋지고 귀여운 손님은 대환영입니다. 오늘 정도는 밤늦게까지 즐겨보시는 건 어떠신지?

 

피가로

그래 그래. 그러니까 선생님도 오늘 정도는 용서해주지 않을래?

 

미틸

정말, 어쩔 수 없네요. 오늘만이에요.

 

샤일록

후후. 여러분도 편하게 앉으시길.

지금 마실 것을 준비할테니까요.

 

현자

그럼 호의를 받아들여서... 저도 논알코올로 부탁드려요.

루틸은 어떡할래요?

 

루틸

모처럼이니까 오늘은 마실래요!

 

무르

샤일록, 나도 마실래! 내가 좋아할만한 거 만들어줘!

 

샤일록

알겠습니다.

 

그때, 한 마리의 하얀 새가 날갯짓을 하고 카운터에 멈췄다. 그것을 쫓아가듯이 다른 한 마리가 따라온다.

 

미틸

와, 예쁜 새...! 어디에서 들어온걸까요.

 

물론, 문이란다.

 

현자

말했...!?

 

이거 실례, 지금은 새의 모습이었네요.

 

미안, 놀라게했어?

 

그 순간, 새는 사라지고 라스티카와 클로에가 나타났다.

 

루틸

엑. 라스티카 씨와 클로에!?

 

레녹스

두 사람이 새로 변했던건가.

 

라스티카

클로에와 변신마법으로 놀고있었어. 함께 새가 되어 하늘을 산책하고 있었더니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와서 말이지.

 

클로에

라스티카가 갑자기 훅 바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가버려서, 서둘러서 따라왔어.

 

라스티카

다들 모여서, 무척이나 즐거워보였어. 우리도 끼어도 될까?

 

무르

물론! 초대장은 필요없다구!

 

클로에

아싸!

 

서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서쪽의 마법사들과 남쪽의 마법사들이 바에 모여서 즐거운 파티가 시작되었다.

 

미틸

에헤헤...

 

루틸

기뻐보이네, 미틸.

 

미틸

네. 왠지 어른이 된 기분이에요.

지금 자신이 특별한 장소에 있구나 해서.

샤일록 씨의 바는 술을 즐기는 어른들이 모이는 곳이니까요.

 

루틸

무척이나 멋진 공간이지. 몇 번이나 왔지만, 나도 아직 성장중인 것 같아서 좀 두근두근거려.

 

클로에

그 마음 알아-! 세련되고 도회적이란 말이지.

신주의 환락가에 있는 베넷 바도 인테리어나 소품, 자잘한 부분까지 엄선했다는 게 느껴지니까 말이야.

가게 전체가 샤일록! 이라는 느낌이라 멋져.

 

현자

멋지죠, 베넷 바. 어른의 분위기랄까...

 

스윽하고 글라스가 빈 루틸의 앞에 새로운 칵테일이 내밀어진다.

 

샤일록

소문의 주인공으로 삼아주시다니 영광이군요.

그 바는 몇 백 년 동안 운영하고 있는 저에게 있어서도 추억이 깊은 장소니까요.

 

미틸

몇 백 년?

 

루틸

무척이나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가게였군요.

 

샤일록

네. 많은 손님들께 사랑받은 덕분에요.

 

미틸

손님은 역시 마법사뿐인가요?

 

샤일록

기본적으로는 그렇네요. 마법사들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한 장소로써 애용하고 계십니다.

 

루틸

혹시 마법관에 있는 마법사 분들이 손님이기도 했나요?

 

무르

저요 저요! 나, 손님!

 

샤일록

무르는 제쳐두고, 단골까지는 아니더라도 방문해준 분은 계십니다.

 

샤일록의 시선이 피가로와 레녹스 쪽으로 향한다. 피가로는 모르는 척하는 얼굴로 글라스에 입을 대고, 레녹스만이 끄덕였다.

 

루틸・미틸

레노 씨가?

 

레녹스

여행을 하고 있던 때에 한 번 들른 적이 있어.

 

샤일록

물건을 찾고 계셨었죠.

 

레녹스

아아. 그때는 샤일록이 친절히 대해줬지.

 

피가로

그래? 레노도 여간내기가 아니네.

 

샤일록

그는 좋은 손님이었어요. 다른 분과 트러블을 일으킨 적도 없고, 조용히 술을 즐겨주셨죠.

다양한 손님들께서 계시니 때론 맞지 않아서 손님끼리 다투는 일도 있습니다.

 

현자

그 중에는 독특한 사고방식의 손님도 있었겠네요.

 

샤일록

네. 개성적인 분이 많아서요.

한 곳에서 오랫동안 운영하면 가지각색의 생활 방식이나 애착과 만나게 되거든요.

식물밖에 얘기하지 않는 분이나 올 때마다 모습이나 이름을 바꾸는 분...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기다란 주황색 머리칼과 같은 색의 눈동자를 가진 아름답고도 순수한 마법사군요. 그는 경치의 포로가 되어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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