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뿌리내린 진료소의 랩소디~남쪽 나라&동쪽 나라~
히스클리프
앗, 스케치북이네.
루틸
응. 우리가 어렸을 때 여기서 자주 그림을 그렸어.
미틸
둘이서 다양한 걸 그렸었죠. 산과 호수, 물고기, 나비 등등.
물론 피가로 선생님과 레노 씨의 그림도.
시노
헤에. 물고기 그림은 이건가?
루틸
아니! 그건 피가로 선생님을 그린 거야.
히스클리프
어? 그럼 이건?
틀림없이 피가로 선생님을 그린 거라고...
루틸
그건 꽃이 춤추는 그림!
시노・히스클리프
.......
미틸
형님은 본 것을 그대로 그리지 않아요. 마음에서 느껴지는대로 그리니까, 좀 개성적이게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어떻게 아는지 신기하지만 피가로 선생님과 레노 씨는 가끔씩 맞추셨어요.
시노
그런거군. 심오하네.
히스클리프
아하하.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 알게 될지도 모르겠네.
피가로
약도 발랐고 치유마법도 걸어뒀으니까 문제 없을거야. 통증은 이제 없지?
레녹스
네. 감사합니다.
피가로
그 산성은 강력해. 많이 뒤집어쓴 건 아니지만 아주 고통스러웠을거야.
레녹스
그래서 다행이었습니다. 미틸이 그걸 맞지 않아서.
피가로
맞아, 고마워.
........
오늘은 레노의 완고함이 도움됐어. 그 애들을 울리지 않을 수 있어서.
레녹스
저야말로. 그 애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평생 후회했겠죠.
이번엔 선생님의 심려를 헤아리지 못하고 주제넘은 행동을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피가로
아냐. 또 비슷한 일이 있을 때면 오늘처럼 포기하지 말고 의견을 말해줘.
앞으로도 계속 싸우자고. 되도록 상냥하게 말이야.
현자
...괜찮은 것 같네요.
파우스트
그래.
네로
그런 것 같네.
레녹스의 부상과 두 사람의 화해. 양쪽 다 마음에 걸렸던 우리는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네로도 파우스트도 안도의 숨을 내쉬고 과실주를 꿀꺽 마신다. 동쪽의 마법사들은 걱정이 많은 데다 상냥하다.
현자
오늘은 여러분이 도와주러 오셔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파우스트
뭐어, 우연히 시간을 낼 수 있었으니까.
네로
어떻게든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야. 막 나은 참이던 미틸도 괜찮았던 것 같고.
아... 그러고보니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선생 혼자만 두고 가버려서 미안했어.
파우스트
정말이지... 갑자기 혼자 남겨진 처지가 되어보라고.
현자
(확실히 미안한 일을 한 것 같네...)
피가로
누구의 처지가 되어보라고?
네로
우왓.
파우스트
멋대로 등 뒤에 서있지 마.
현자
피가로, 레녹스. 치료 고생했어요.
괜찮으면 여기 앉으실래요?
레녹스
감사합니다.
피가로
그럼 사양않고 현자 님의 옆에 앉아버릴까나.
그래서, 무슨 얘기했어?
현자
어, 어-으음, 동쪽의 마법사들이 와줘서 다행이라고...
레녹스
확실히 그 말대로입니다.
동쪽의 마법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이변은 막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피가로
딱딱하네-.
레녹스
그렇습니까...?
네로
딱딱해 딱딱해. 식전 연설 같은 것도 아니니까.
피가로
같은 현자의 마법사들이니까 '다들 고마워, 다음에도 잘 부탁해!' 정도면 괜찮지 않아?
파우스트
그것도 별로라고 생각한다만...
레녹스
감사합니다. 피가로 님과... 모두의 소중한 장소를 지키기 위해 힘을 빌려주셔서.
의외였습니다.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파우스트 님께서도, 피가로 선생님과 의견이 같을 거라 생각했어서.
현자
어? 그랬던 건가요?
파우스트
분명 나도 내 집이었다면 매개로 사용하는 방법을 골랐을 것 같군.
하지만 그때는 누구의 주장도 조금씩 이해가 됐어. 관계자가 아닌 자는 끼어들지 않았을 뿐이야.
네로
그래그래. 남쪽의 마법사들끼리 정해줘서 다행이었다고.
모두가 가벼운 어조로 평화롭게 이야기한다.
볼과 옷에 진흙을 묻히고 땀에 젖은 머리카락도 그대로였지만, 긴장이 풀린 모습에 출발 전의 날카롭던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조금 상상했다. 사람들의 생활에 뒤섞여 개척하는 데 힘을 빌려준, 이 풍경을 키워온 피가로의 모습을.
현자
(...지키고 싶은 건 분명 똑같았던 거야)
지금까지 피가로는 그런 식으로 남쪽 나라를 쭉 지켜와준 것이겠지.
모두를 위해서 조금씩 무언가를 잘라버리며.
그것이 때로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일지라도.
미틸
피가로 선생님! 레노 씨!
피가로・레녹스
응?
미틸
지금 형님의 어릴 적 스케치북을 봤는데요,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이 그림이래요.
뭘 그린 건지 아시겠어요? 현자 님도, 모두도 생각해보고 말씀해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미틸은 스케치북을 우리들에게 보이도록 내걸었다. 중앙에 선명하고 신선한 그림이 그려져있다.
현자
...이, 이건...
네로
...뭐야? 휘어진 야채...?
파우스트
마법생물이 아닌가?
피가로・레녹스
.......
...낮잠자는 개?
루틸
정답입니다!
시노・히스클리프
진짜로 맞췄어...!?
현자
두 분 다 잘 아셨네요!?
네로
어떻게 안 거야?
레녹스
옛날에 이 근처에서 발견한 개와 함께 미틸과 루틸이 자주 놀았던 것 같아서...
피가로
맞아맞아. 그 다음에 대충 때려맞췄다고나 할까?
시노
그럼 이것도 알겠어?
히스클리프
이 그림도?
그대로 테이블에 스케치북을 펼쳐 다함께 그림 맞추기가 시작되었다.
그러고 미틸의 스케치북과 추억의 작품도 놓여지면서, 옛날 이야기 꽃이 핀다.
피가로
현자 님. 잔이 비었어.
나랑 똑같이 주스로 할래?
현자
네, 감사해요. ...어라? 피가로, 술이 아니네요.
피가로
응. 오늘 밤은 취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놀라거나 웃거나 수많은 목소리가 들리는 와중, 피가로는 계속 기쁜 것 같았다.
진료소를 지킬 수 있어서 안심한 것은 분명 미틸 일행뿐만이 아니다.
그에게 있어서도 이 장소는 날개를 쉴 수 있는 커다란 나뭇가지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현자
(이 장소가 없어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웃음소리는 끊어지는 일 없이, 즐거운 밤이 계속된다.
시노의 요청에 응한 네로가 식후 디저트를 오븐에서 꺼내어, 파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무렵.
네로
자, 레몬파이가 구워졌다고. ...어라.
루틸・미틸
...쿨...
시노・히스클리프
쿨쿨...
레몬파이의 완성을 기다리던 네 사람은 어느샌가 잠들어 있었다.
테이블에 엎드리고 평화롭게 숨소리를 낸다.
피가로
결국 잠들어버렸나.
레녹스
오늘 하루종일 고생한 피로가 몰려온 것이겠죠.
파우스트
한나절 내내 구멍을 팠으니까. 무리도 아니지.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네 명의 자는 얼굴은 막 태어난 것처럼 평온하다.
네로
하지만 이 녀석들 꽤 사이가 좋네. 다같이 똑같은 모습으로 자고 있어.
현자
아하하. 일어나면 어떤 얼굴일까요.
파우스트
왜 깨워주지 않았냐고 분개하는 사람은 있겠지.
피가로
애들은 잠들면 순해진단 말이지. 더 놀고 싶었는데.
네로
심지어 오늘은 갓 구운 레몬파이를 먹을 기회를 놓쳤구만.
레녹스
미틸은 아쉬워하겠고 시노는 억울해하겠네.
숨소리가 넷, 각각 다른 음악처럼 들려온다. 그것이 끊기지 않도록 어른들은 조심스레 소리죽여 웃음을 흘린다.
현자
또 하나, 새로운 추억이 생겼네요.
네로
확실히 오늘 일은 잊을 수 없겠네.
파우스트
이 아이들이 잠기운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녹초가 돼서 지켜낸거야.
레녹스
네. 여긴 더이상 우리 남쪽의 마법사들뿐만이 아닌, 모두에게 소중한 장소입니다.
피가로
...응. 그렇네.
밤의 시간이 느긋하게 내일로 흘러간다. 언젠가 오늘의 일을 웃으며 돌아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는 나도 보물을 하나씩 보여주듯이 얘기하고 싶다.
소중한 보물이, 소중한 누군가의, 새로운 추억이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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