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히스클리프

그런 거야!?

 

브래들리를 쫓던 마도구를 네로가 드디어 되돌렸다.

 

네로

그런거지... 시끄러워지지 않도록 입 다물고 있었지만.

 

미틸

그래도 마그마 속에 처박히면 보통은 죽는 게...

 

시노

즉, 이 놈은 이미 죽은 브래들리란 건가.

 

레녹스

...그런거야?

 

브래들리

멋대로 죽이지 말라고! 보면 알겠지만.

그런거에 뻔히 당할 브래들리 님이 아니라고.

마그마 속에 처박힐 뻔한 건 사실이지만 말이야.

공간의 문에 휩쓸렸다가 아슬아슬하게 재채기가 나와서, 어떻게 이 섬에 오게 된 거다.

 

피가로

그렇구나. 재앙의 상처 덕분에 살았네.

 

루틸

그런데 어째서 마법관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거죠?

 

브래들리

나도 갈 생각이었지만 괴물이 공격해왔다고.

갚아줬더니 이런 장소로 도망쳐서 쫓아오는 데 조금 고생했지.

뭐어, 처부숴줬지만 말이다. 이 몸에게 싸움을 걸다니 운이 다했지.

 

무르

괴물은 어땠어? 커다란 거미이지 않았어?

 

브래들리

엉? 어떻게 알았냐.

 

전원

!

 

브래들리

뭐야, 단발머리 형씨도 노리고 있었던 건가. 어쨌든 이미 늦었어.

마나석이 돼서 이미 내 뱃 속에 들어갔다고.

 

시노・미틸・히스클리프

.......

 

과연 이 섬에 전해지는 거대 거미의 전설은 사실이었던 것일까... 지금으로선 진상은 오리무중이다.

 

현자

어쨌든 브래들리가 무사해서 정말로 다행이에요.

 

브래들리

그래. 겨우 돌아갈 수 있겠어.

네로, 마법관에 돌아가면 프라이드 치킨 만들어줘.

 

네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현자 씨에게도 확실하게 사과해둬.

엄청나게 걱정 끼쳤으니까.

 

시노

그건 그렇고, 방금 전의 네로는 박력 있었지.

 

히스클리프

응. 네로가 그렇게 화내는 거 처음 봤어.

북쪽의 마법사가 상대인데도 겁내지 않는달까...

 

네로

엉?

 

네로의 눈이 좌우로 이리저리 방황한다.

 

네로

어- 뭐어, 그...

지금은 이 녀석도 마법관에서 너희들과 함께 내가 만든 밥을 먹고 있으니까.

일단 대충 동료... 같은 거잖아. 그러니까, 저.......

겁낼 거 없다고나 할까...

그렇지?

 

브래들리

엄청 두루뭉술하게 말하잖냐...

그래도 뭐, 그런 거지.

 

어이없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 브래들리는 왜인지 조금 기뻐 보였다.

뒤엉킨 실이 풀리는 것은 아직 한참 뒤의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히스클리프

시노.

혼자 모든 걸 결정하고 혼자서 뛰쳐나가진 마. 또 이번 같은 일이 생기면 화낼거야.

 

시노

...미안. 앞으로는 되도록 제대로 말할게.

 

히스클리프

'되도록'은 안 돼. 일을 벌리고 나서 보고하는 것도.

 

시노

그래. 주의할게.

 

히스클리프

...웬일로 고분고분하네.

 

시노는 네로가 있는 쪽을 보았다.

 

시노

저런 식으로 히스에게 혼나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지.

 


 

꿈을 먹는 고리의 소재와 모두에게 가져다줄 선물, 그리고 설마했던 브래들리.

무인도에서 다양한 놀람의 연속을 마주했던 우리들은, 두근두근 설레는 바캉스에 작별을 고하고 마법관으로 돌아갔다.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 이거 저희가 만든 거예요.

 

시노

꿈을 먹는 고리라고 하는 부적이다. 악몽을 우적우적 먹어치운다고 하니까 파우스트의 악몽도 잔뜩 먹어주겠지.

 

히스클리프

사실, 저희는 이걸 만들기 위해서 남쪽 나라의 섬에 다녀온 거예요.

 

파우스트

그렇군. 몰랐어. 전혀. 추호도.

 

시노

놀랐나?

 

파우스트

그래. 놀랐어. 정말로 놀랐다.

 

시노・히스클리프

해냈다!

 

무르

파우스트, 엄청 국어책 읽기야!

 

피가로

진지하고 서투른 점, 옛날이랑 변함없네.

 

레녹스

혹시 파우스트 님은 처음부터 알고 계셨을까요?

 

피가로

뭐, 아이들의 생각은 어른들에겐 보이는 법이니까.

저 애들을 위해서 모르는 척 하는 것 같지만 말이야.

 

미틸

그래도 잘됐어요. 파우스트 씨, 무척이나 기뻐 보여요.

 

루틸

저건 분명 척하는 게 아닐 거예요.

 

파우스트

시노, 히스. 나를 위해 일부러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미안하군.

 

시노

흐흥. 파우스트, 고마워서 울어도 된다고.

 

파우스트

아니, 울지는 않는다만...

 

시노

뭐야.

 

파우스트

그래도 소중하게 간직하지. 고마워, 두 사람 다.

 

히스클리프

네!

 

시노

그래.

 


 

브래들리가 모습을 감추기 전, 네로와 나는 셋이서 술을 마시자고 계획했었다.

지연되어버린 그 계획을 이번에야말로 실행하자는 얘기가 나와서, 나는 식당으로 향했다.

 

현자

...어라?

 

식당에 네로의 모습은 있었지만 정작 브래들리는 없었다.

 

현자

어떻게 된 걸까요...?

 

네로

아~ 아마...

 

현자

!?

방금 그 소리는...?

 

네로

미스라 놈에게 빚 갚으러 간 게 아닐까.

 

천장이 날아갈 것 같은 흉포한 소리가 두 번, 세 번 들려온다.

 

현자

브, 브래들리, 오늘 올 수 있을까요...?

 

네로

그 녀석이 먼저 얘기하기도 했고, 기어서라도 오겠지.

 

테이블에 팔꿈치를 괴는 네로의 얼굴은 기분 탓인지 개운해 보였다.

 

현자

네로, 오늘은 왠지 얼굴이 좋아 보여요.

 

네로

나도 꿈을 먹는 고리를 시노와 히스에게 받았거든. 그 효과일지도 모르겠네.

자... 식기 전에 프라이드 치킨을 먹어버릴까.

 

브래들리

어이! 날 냅두고 시작하지 말라고!

 

파티의 주역은 치열한 전투였음을 나타내듯 상처투성이로 나타났다. 무인도에서 만났을 때보다 약간 너덜너덜하다.

 

현자

브래들리, 괜찮아요?

 

브래들리

엉. 큰 거 두 방을 먹어버렸지만 나도 한 방 얼굴에 찍어줬어.

오늘은 이걸로 봐주도록 해주지.

자, 그럼 마셔볼까!

 

네로

끈질긴 놈이구만, 당신도.

 

브래들리

하, 이 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우는 꼬맹이도 그치게 만드는 브래들리 님이라고.

 

씨익 뻔뻔스럽게 웃는 브래들리에게 네로는 한 마디, 웃으면서 받아쳤다.

 

네로

알아.

 

마치, 아주 친한 친구끼리의 신호처럼.

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네로

이거 전부 거미줄인가...?

 

모든 장소에 거미줄 같은 것이 둘러쳐져 있다.

단순한 거미줄이라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크다.

어젯밤 무르에게서 들은 거대 거미의 얘기가 머릿속에 되살아난다.

 

미틸・히스클리프

.......

 

현자

(그런데 전부 너덜너덜하네...)

 

천장은 간신히 남아 있지만 벽과 바닥에는 구멍이 뚫려 있고, 계단은 부서진 데다 깨진 석상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무너졌다기 보다 무언가가 날뛴 듯한 생생함이 있었다.

 

피가로

이 부서진 흔적을 보니 최근에 일어난 일이네.

 

신전 안은 쥐죽은 듯 조용하다. 그저 우리의 발소리만이 섬뜩하게 울리고 있었다.

 

네로

뭔가가 있는 건 확실해. ...현자 씨, 우리에게서 떨어지지 마.

 

얼마 지나지 않아 광장 같이 탁 트인 장소로 나왔다. 굵은 기둥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었고,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출입문이 무수하게 입을 쩍 벌리고 있다.

아무래도 이곳이 신전의 중심부인 듯하다.

 

히스클리프

시노! 있으면 대답해!

 

하지만 부름에 대답하는 목소리는 없다.

 

미틸

없는걸까...

 

낙담하려던 그 순간, 신전을 떠받치고 있던 커다란 기둥 하나가 눈앞에서 기우뚱하고 흔들렸다.

 

현자・미틸

...!

 

루틸・히스클리프

현자 님!

 

레녹스

미틸!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블프 스노스》 !

 

루틸

《올토닉 세토마오제》 !

 

루틸이 주변에 마법으로 벽을 두르고, 히스클리프는 내가 맞지 않도록 기둥의 움직임을 재빠르게 바꿨다.

레녹스는 순간적으로 팔을 뻗어 미틸을 끌어당겼다.

기둥은 그대로 땅을 울리며 쓰러졌다. 모래먼지가 자욱하게 떠올라 시야가 차단된다.

 

루틸

콜록... 현자 님, 괜찮으세요?

 

현자

콜록 콜록... 고마워요.

 

무르

.......

 

우리가 기침하는 가운데, 무르는 가만히 고양이처럼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았다.

 

무르

기척이 있어.

 

미틸

네?

 

무르

역시, 근처에 뭔가가 있어.

 

무언가라니...? 라고 물어보려던 찰나.

모래먼지 저편에서 갑자기 그림자가 뛰어들었다.

 

히스클리프

...! 현자 님, 뒤로!

 

시노

...히스?

 

히스클리프

...!?

 

루틸・미틸・네로・레녹스

어?

 

그림자의 정체는 시노였다. 머리에 거미줄이 붙은 채로 우리 일행을 조금 의외라는 듯이 바라본다.

 

현자

시노...!

 

피가로

역시 여기로 왔었구나.

 

시노

그래. 어젯밤 너희를 지켜주겠다고 말했으니까.

괴물이 있든 어떻든 사전조사하러 왔어.

괴물이든 짐승이든, 먼저 쓰러뜨려 두면 너희는 안전하게 신전에 들어올 수 있잖아?

 

네로

그럼 말이라도 하도 가라고. 네가 갑자기 없어지니까 다들 걱정해서...

 

시노

상황만 보고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신전 안쪽에 거미줄이 잔뜩 있는 걸 발견해서. 내친김에 모으고 있었더니 시간을 꽤 잡아먹었어.

 

그리고 시노는 쓰러진 기둥을 내려다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시노

큰 소리가 나서 서둘러 보러 왔지만, 설마 갑자기 기둥이 쓰러질 줄은.

히스, 다친 데는 없어?

 

히스클리프

.......바.

바보야! 내가 할 말이야!

아무 일 없었으니 다행이지만...

 

시노

그렇게 화내지 마. 자 이걸 보라고.

소재를 산더미만큼 모아왔어. 이거면 꿈을 먹는 고리를 만들 수 있겠지.

 

시노는 포대를 들고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폈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에 어깨의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히스클리프

하아...

 

네로

정말이지, 너는...

 

미틸

그래도 다행이에요. 시노 씨가 무사해서.

 

루틸

응, 그러게. 좀 무서운 신전이기도 하고, 만일의 사태가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고...

 

무르

거대 거미에게 잡아먹혀 버렸을지도!

 

시노

이 신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이왕이면 거대 거미의 머리도 선물로 가져가려고 생각했는데.

 

레녹스

그렇단 건, 거대 거미는 역시 단순히 전설상의 얘기일 뿐이었다는 건가.

 

현자

...그래도, 그럼 아까 무르가 느꼈던 기척은...?

 

갑자기 네로의 예리한 목소리가 울렸다.

 

네로

...윽! 엎드려!

《아도노디스 옴니스》 !

 

현자

!?

 

우물쭈물하며 지면에 엎드린 내 머리 위로 네로의 마법도구가 거칠게 날았다.

완화되었던 공기가 순식간에 긴박해졌다.

 

현자

(여, 역시 괴물이...!?)

 

하지만 신음소리도, 격렬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백지와 같은 침묵이 흐른다.

조심조심 고개를 들자... 눈에 들어온 것은 뜻밖의 광경이었다.

 

브래들리・네로

.......

 

브래들리의 총구가 네로의 머리에, 네로의 커틀러리가 브래들리의 목에.

각각 정면으로 들이대고 있다.

 

네로

...엥?

 

서로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은 망설이면서 동시에 마법도구를 내렸다.

 

루틸

브래들리 씨, 어째서 여기에...?

 

브래들리

그건 내가 할 말이라고. 결국 너희도 여기로 흘러들어와 무인도 생활을 하게 된 건가.

 

시노・레녹스

너희들'도'?

 

무르

혹시 브래드, 쭉 여기에 있었어?

 

브래들리

쭉? 그렇게 말할 정도로 시간이 지나진 않았잖아.

것보다 뭣 좀 먹을 걸 줘봐. 여기 오고나서 제대로 된 음식을 안 먹어서 배가 고프다고.

 

네로

...너, 까불지 말라고!!

 

브래들리

우왓?

 

네로

망할 덜렁이가 바보같은 짓을 해서 얼마나 걱정했는데!

어디서 뒈지진 않았는지, 마음 놓고 밤에 잠도 못 잤는데! 살아있으면 빨랑빨랑 돌아오라고, 이 멍청아!

 

브래들리

어, 어이...! 그만하라고, 위험하잖아!

 

한 번 되돌렸던 커틀러리가 브래들리를 쫓아다닌다.

네로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마법사들도 기에 눌려 멍하니 입을 열었다.

 

미틸

저기, 저희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잘...

 

시노

어떻게 된 거지? 브래들리는 혼자서 임무를 하러 갔던 게 아니었나?

 

무르

그건 비밀을 감추기 위해 지어낸거야!

사실은 말이야, 브래들리는 미스라의 실수로 마수와 함께 마그마 속으로 처박혔대!

 

루틸・미틸

엑!?

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네로

쉿.

 

한쪽 눈을 감은 네로는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암묵적인 이해라는 것일까. 애들의 계획은 이미 어른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둘이서 후우 바람을 불며 느긋하게 허브티를 홀짝였다. 몸이 조금씩 따뜻해진다.

 

현자

마음이 진정되는 향이네요... 왠지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졌어요.

 

네로

역시 선생의 보증대로구만.

 

현자

이 차와 꿈을 먹는 고리가 있으면 더욱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네로

하하, 분명 악몽을 먹어주는 부적이었던가.

그런 괴식가라면 내 것도 입에 맞을지도 모르겠네.

 

현자

네로도 악몽을 꾸는건가요?

 

네로

...그래. 뭐어, 요 근래의 일이지만 말이야.

 

툭, 네로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현자

(최근인가...)

 

차의 향기를 들이마시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다시 떠올린다.

 

현자

(나도 그닥 잠을 못 잤네... 브래들리는 지금쯤 괜찮을지 계속 생각나버려서...)

(...아...)

 

거기서 겨우 깨달았다.

브래들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네로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괜찮다고, 밝게 웃으면서.

하지만 모닥불을 바라보는 지금의 네로는 긴 밤과 어울리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현자

(...사실은 네로도 계속 걱정했구나...)

...동료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얘길 들었으니 무리도 아니죠.

 

네로

...동료?

 

큰 생각없이 고른 말이었지만 네로는 조금 놀란 모습으로 되물었다.

 

현자

어, 그게... 두 사람은 북쪽의 마법사와 동쪽의 마법사니까 별로 관련 없었다고 해도...

브래들리는 맛있는 밥을 좋아하고, 네로는 맛있는 밥을 만드는 걸 잘하잖아요.

지금은 현자의 마법사로서 함께 마법관에서 살고, 함께 네로의 밥을 먹기도 하니까.

그래서 동료나 친구라고 불러도 이상할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좀 이상했나요?

 

네로

...아니,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걸로 하자.

 

네로는 복잡한듯이 웃었다. 그 시선에는 씁쓸함과 그리움 같은 것이 있었다.

네로와 브래들리도 또한 많은 것이 얽히고 설켜서, 단순하다고는 할 수 없는 관계로 보인다.

복잡하게 뒤얽혀버린 실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분명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현자

(과거의 일을 나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쌓아올릴 새로운 관계도 이름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것이 될지도 모르지만.

 

현자

빨리 브래들리가 돌아오면 좋겠네요.

 

네로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목에 뭔가가 걸린듯이 침묵했다. 앞머리에 가려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천천히 일어선 네로는 침묵을 감추려는 듯이 웃었다.

 

네로

...미안. 졸리기 시작했어.

당신도 슬슬 돌아가는 게 좋겠네. 불은 꺼둘게.

내일 또 봐, 현자 씨.

 


 

다음 날 아침,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이 뜨였다. 텐트 밖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현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었나요?

 

히스클리프

현자 님! 시노가 없어졌어요...!

 

현자

엑!?

 

네로

일단 모든 텐트를 찾아봤는데 자기 자리를 착각한 건 아닌 것 같아.

 

레녹스

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왔습니다만, 시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루틸

식재료는 아직 남아 있고 아침밥을 조달하러 갔다고 생각되진 않아서...

 

현자

그럴수가. 대체 어디로...

 

미틸

시노 씨, 설마 혼자서 신전에 간 건...

 

전원

!

 

어젯밤 시노의 모습을 떠올리고 가슴이 철렁인다.

 

현자

설마, 거대 거미를 퇴치하러...?

 

네로

그 녀석이라면 그럴 법하네. 일단 보러 가볼까.

무르, 길 안내를 부탁할게. 피가로, 만일을 위해 동행해줘.

 

무르

좋아!

 

피가로

으음, 젊은이의 행동력을 얕보고 있었어.

 

히스클리프

네로, 나도!

 

네로

아니, 히스는 여기서 기다려줘. 우선 우리들이 상태를 보고 올테니까.

그냥 산책 나간 것뿐이고 아무 일 없을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긴 걸지도 모르잖아!

 

얌전한 그에게는 드물게 감정적인 목소리였다.

 

히스클리프

못 견디겠어. 시노가 나를 위해서 몇 번씩이고 다쳐서 피투성이가 되는 게.

난 미숙하고 마법사로서도 미덥지 않아. 그건 나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시노를 구하고 싶어. 쭉 함께하고 싶은 소중한 친구를, 내 손으로 지키고 싶어.

 

쥐어짜낸 듯한 목소리는, 마지막에 한숨처럼 작게 사그라들었다.

 

히스클리프

내가 바라는 건, 그것 뿐이야...

 

현자

히스...

 

그런 히스클리프의 머리를 네로가 헝클어지도록 쓰다듬는다.

 

네로

...정말이지, 무대뽀에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친구를 두면 큰일이란 말이야.

 

마치 누군가를 겹쳐보는 듯한 말에 히스클리프는 눈을 깜빡였다.

 

히스클리프

으, 응...

 

네로

좋아, 그럼 같이 갈까! 가서 시노에게 잔뜩 화를 내주자고.

 

미틸

저어, 저도 가고 싶어요...!

어제 히스클리프 씨와 함께 열심히 하자고 얘기했어요. 그러니까...

 

히스클리프

미틸...

 

루틸

그럼 다같이 가는 건 어떨까요? 애초에 모두 함께 신전으로 갈 예정이기도 했구요.

 

레녹스

그게 더 안전할지도 모르겠어. 현자 님, 괜찮으십니까?

 

현자

물론이죠. 다같이 가보죠!

 

무르

히스클리프대, 출발!

 

루틸・네로・레녹스

히스클리프대...?

 

히스클리프

시, 신경쓰지 마...!

 


 

무르를 따라 숲 깊숙히 헤치고 들어갔다. 나아갈수록 울창한 나무들이 우거지고 바닥도 좋지 않았다.

짐승들이 다니는 길조차 끊겼을 때쯤, 갑자기 신전이 나타났다.

 

미틸

우왓...

 

거대한 석조건물이다.

언제쯤 세워진 것일까, 이끼가 낀 모습은 고대의 유적과도 비슷하게 장엄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현자

이 숲에 이런 게...

 

히스클리프

...시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피가로

그래도 묘한 기척은 느껴져.

 

레녹스

안으로 들어가보자.

 


 

신전 내부는 밖보다 더 황량했다. 초목이 내부를 뒤덮고 있었으며 벽을 덮듯이 담쟁이덩굴이 휘감겨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무르

머나먼 옛날, 이 섬 사람들은 어떤 거대한 거미를 신으로 섬기고 있었어.

하지만 그 거대한 거미는 탐욕스러워서, 아무리 공물을 바쳐도 만족하지 않았어.

마지막에는 이 섬의 주민들 모두를 먹어버렸대!

 

미틸・히스클리프

...읏.

 

꿀꺽 크게 숨을 삼킨다. 상상도 못한 처참한 일화에 미틸도 히스클리프도 안색이 새파래졌다.

 

시노

그런 거미, 정말로 존재하는 건가? 어차피 그냥 낡아빠진 전설일 뿐이잖아.

 

무르

어떠려나! 그래도, 거대한 거미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장소는 발견했다구.

숲 안쪽에 오래된 신전이 있었어. 무언가가 숨어있는 것 같은 기척도 느꼈어.

 

히스클리프

그 기척이라면, 설마...

 

무르

거미일지도 모르고, 이 일대에 사는 짐승이 근거지로 삼고있을 뿐일지도 몰라. 어느 쪽일까?

 

현자

.......

 

밤의 어둠까지 더해져, 아까 발을 들였던 숲이 무서운 괴물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사람을 잡아먹은 거대한 거미가 저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진다.

 

시노

걱정 마, 현자.

 

시노는 식사하던 손을 멈췄다.

불안과 두려움 한 점 없는 붉은 눈동자가 곧게 나를 바라본다.

 

시노

내가 지켜주지.

 

시노는 침착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시노

미틸도, 루틸도 레녹스도.

물론, 히스도 말이지.

 

모두의 얼굴을 하나씩 하나씩 바라보면서 힘차게 끄덕인다.

 

히스클리프

시노...

 

피가로

믿음직하네, 시노.

모처럼 모험할 기회야. 모두들 어엿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있으니까. 세계 제일의 명의와 천재학자야.

안심해도 좋아.

 

무르

안심! 안심!

 

시노

맡겨둬. 거미든 괴물이든 대낫의 먹이로 삼아주지.

그 멧돼지처럼 저녁 식사 메뉴로 만들어도 좋겠군.

 

미틸

그, 그건 좀...

 

루틸

거미는 먹을 수 있을까...? 무슨 맛이 날까.

 

어느새인가 평화로운 분위기로 돌아와 있다. 네로가 웃으면서 다시 한 번 스테이크를 내 접시에 올려주었다.

 

네로

뭐어,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서쪽의 마법사들 특유의 살짝 과장한 그런 거겠지.

여행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고향의 무서운 이야기 같은 걸 들려준 건 아닐까?

 

현자

아아, 수학여행의 숙소에서 흔히들 하는 괴담 같은...

 

네로

뭐야 그거.

 

현자

아뇨, 제가 있던 세계에서도 비슷한 관습이 있었구나 싶어서.

 

웃음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하자, 모닥불 너머에서 남쪽의 마법사들이 사이 좋게 과일을 먹고 있다.

 

루틸

현자 님, 같이 드시지 않겠어요?

 

말을 걸어준 루틸의 손에는 반으로 쪼개진, 맛있어 보이는 나무열매가 있었다.

 

미틸

레노 씨가 나이프를 쓰지 않고 손으로 쪼개준 거예요!

 

현자

엑, 이 나무열매를 손으로? 어떻게 말인가요?

 

 

레녹스

이렇게 입니다.

 

레녹스는 나무열매 하나를 손에 쥐고 가볍게 손목을 비틀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무열매를 쪼갰다.

 

현자

우와! 정말로 딱 반으로...!

 

루틸

어때요, 놀랍죠?

 

미틸

분명 놀랄거라 생각해서 현자 님에게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현자

놀랐어요. 이렇게나 깨끗하게 쪼개지다니...!

대단하네요, 레녹스. 역시 힘이 세서 그런가요?

 

레녹스

아뇨, 약간의 요령이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누구라도 할 수 있어요.

 

루틸

와아, 궁금해요. 어떻게 하는 건가요?

 

피가로

레노, 그대로 내 것도 부탁할게.

 

미틸

정말, 레노 씨에게 너무 맡기신다구요. 선생님도 같이 배워요!

 

남쪽의 마법사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분위기는 머나먼 외딴 섬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행복한 가족에 섞여들듯이 휴우하고 마음이 편해진다.

 

현자

(정말로 위험한 장소라면 피가로가 눈치채줄테고...)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피가로가 이쪽을 보며 미소 지었다.

 

피가로

아무튼 내일은 그 신전에 가보도록 할까.

꿈을 먹는 고리의 소재를 입수하는 게 원래의 목적이었으니 말이야.

 

현자

그렇네요. 가보도록 해요.

 

미틸

저기, 히스클리프 씨. 시노 씨에게서 들었는데요...

두 분이 꿈을 먹는 고리를 만들러 온 건 파우스트 씨에게 드리기 위한 거죠?

 

히스클리프

응. 선생님, 때때로 잠을 못 주무시는 것 같아서 꿈을 먹는 고리를 선물하자고 생각했거든.

 

미틸

...저, 예전에 파우스트 씨께 무척 신세를 졌어요.

그래서 저도 파우스트 씨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면...

 

히스클리프

그랬구나.

그럼 미틸도 함께 선생님을 위해서 거미줄을 모으러 가자. 섬의 전설은 조금 무섭지만, 나도 열심히 할게.

 

미틸

네...! 열심해 해봐요!

 

무르

내일은 모두 함께 탐험이다-!

 


 

밤도 깊어졌고, 내일에 대비해서 쉬기 위해 마법사들은 각각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나도 누워서 눈을 감았지만 영 잠이 오지 않았다.

 

현자

(...잠이 안 와...)

 

몇 번인가 뒤척인 뒤, 단념하고 텐트에서 빠져나왔다.

파도 소리에 이끌리듯이 해변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모닥불을 바라보는 선객이 있었다.

 

네로

...뭐야, 현자 씨인가.

 

네로는 내가 온 것을 깨닫고 난처한 듯이 웃었다.

무슨 일 있어? 라고는 묻지 않았다.

그도 나처럼 잠이 달아나버린 것이겠지.

 

현자

눈이 말똥말똥해져서... 너무 조용한 탓일지도 모르겠네요.

 

네로

그럴지도 모르겠네. 조금쯤은 소음이 있는 게 딱 좋기도 하니까.

 

네로는 모닥불에서 끓인 따뜻한 물로 차를 타 주었다.

 

네로

여기. 잠이 잘 오게 되는 허브티야.

 

현자

감사합니다.

 

컵을 받아들자 부드럽고 마음이 편해지는 향기가 뺨에 닿는다.

 

현자

...향이 좋네요.

 

네로

파우스트에게서 받은거야. 시노와 히스가 무리하지 않도록 잘 돌봐달라면서.

 

현자

엑. 파우스트가...?

 

꿈을 먹는 고리를 만들러 온 것을 비밀로 하고 싶다고 했던 시노와 히스클리프의 의향도 있어서 그에게는 숨기고 있었다.

 

현자

설마 파우스트는 이미 알고...

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히스클리프

와, 달아...!

 

현자

그쵸. 엄청 달아요!

뒷맛도 상큼해서 후식으로 딱일 것 같아요.

 

히스클리프

주스로 만들어도 맛있다고 도감에 쓰여있는 걸 본 적이 있어서 선물로 주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어요.

 

현자

좋네요! 다들 기뻐할거라 생각해요.

히스는 박식하네요.

 

히스클리프

우연히 책에서 읽은 부분일 뿐인걸요. 무르라면 더 다양한 식물을 잘 알겠지만, 전 그 정도의 지식은 없어서...

 

현자

그렇지 않아요. 저 혼자서는 이 과일도 발견하지 못했을 거예요.

히스가 함께여서 다행이에요.

 

히스클리프

감사합니다. 현자 님께 도움이 된다면 기뻐요.

 

히스클리프는 조금 부끄러워한 뒤 시선을 내리고 침묵했다. 그 후 쑥스러운 듯 입을 연다.

 

히스클리프

...방금은 죄송했습니다. 저희 때문에 신경 쓰시게 만들어서...

 

현자

아뇨, 그런...

 

아까 둘의 싸움을 떠올리고 나도 말을 망설였다. 그의 단정한 옆모습에 그림자가 진다.

 

히스클리프

시노는 항상 저렇게, 사소한 일이라도 궂은 일이나 위험한 일로부터 저를 떨어뜨리려고 해요.

제가 다치지 않도록 하는 행동인 걸 알고 있지만, 솔직히 그런 취급 받는 게 가장 상처 받아요. 마치 선을 긋는 것 같아서...

 

현자

히스...

시노는 히스를 지키고 싶어하죠. 히스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라고는 생각하지만...

 

히스클리프

저도 지지 않을 정도로 시노가 소중하지만 말이에요.

 

히스클리프는 쓴웃음을 지었다.

시노도 히스클리프도 서로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없는데도, 소중하게 대하는 방법이 맞지 않는다.

둘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나는 새삼스레 통감했다.

 

히스클리프

안 되겠죠. 이렇게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멈춰버리면.

스스로의 약점을 직면하고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야겠죠.

저도 네로나 파우스트 선생님처럼, 더욱 강해지고 싶어요.

 


 

그 후에 우리는 과일을 양손 가득 안고 갈 정도로 잔뜩 모았다.

히스클리프가 마법으로 따준 덕분에 과일은 어느 것 하나 상처 없이, 파는 것처럼 반질반질하게 맛있어 보였다.

 

현자

가득 땄네요!

 

히스클리프

내일치도 충분할 정도로 모았으니까요. 시노에게 보여주고 놀라게 해줄거예요.

 

현자

아하하. 시노, 분명히 놀랄거예요.

 

그때, 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나무들을 밀어헤치며 불쑥 나타난 것은 거대한 멧돼지였다.

 

현자

꺄악--!?

 

히스클리프

와앗-!

 

현자

.......

어라?

 

시노

뭐야, 너희인가.

 

잘 보니 거대한 멧돼지...가 아니라, 그것을 등에 짊어진 시노였다.

그 뒤에서 멧돼지의 그림자에 가려져있던 네로도 나타난다.

 

시노

거물을 잡았다고. 오늘은 이놈을 스테이크로 만들어주겠대.

그렇지, 네로?

 

네로

그래.

 

히스클리프・현자

.......

 

현자

반대로 놀라게 되었네요...

 

히스클리프

네...

 

현자

(좀 아쉽다...)

 


 

그날 밤, 모두가 모아온 식재료를 네로가 손질하고 조리해주었다.

메뉴는 호쾌하게 멧돼지 스테이크와 생선 통구이.

손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베어문다. 차례로 모두에게 웃음이 번진다.

 

미틸

맛있어-!

 

현자

엄청나게 맛있네요!

 

루틸

이렇게나 두꺼운 고기인데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시노

고마워하라고. 내가 사냥한 멧돼지다.

사냥감이 없었으면 레녹스의 양이 저녁밥이 됐을지도 모르니까.

 

레녹스

그래. 고마워, 시노.

 

현자

(슬쩍 양을 숨겼어...)

 

피가로

식감을 살린 와일드한 맛이 좋네.

 

네로

신선한 식재료는 심플하게 먹는 게 가장 맛있으니까 말이지.

 

히스클리프

루틸 일행이 잡아온 생선도 무척 맛있어.

 

루틸

다행이다! 물이 깨끗해서인지 물고기가 엄청 많았어.

그래도 한 마리, 무척 거대한 물고기를 놓쳐버려서.

 

레녹스

아아, 그건가. 미틸의 키 정도 됐었지.

 

미틸

에엑...!?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서로 웃으면서 먹는 저녁은 각별했다.

지붕도 없는, 불빛조차 모닥불에 의지하는 불편함도, 오늘밤은 특별한 향신료다. 맛있는 요리가 더욱 맛있고 즐거워진다.

 

히스클리프

과일도 많이 따왔으니까 식후에 다같이 나눠먹자.

 

피가로

아주 좋네, 디저트까지 있다니.

 

미틸・무르

아싸-!

 

미틸

...어?

 

현자

무르!? 어느새...!

 

레녹스

어서와. 저녁 식사에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무르

다녀왔어-!

있지, 소재가 있을만한 장소, 찾았어.

 

루틸

와아, 정말인가요?

 

미틸

당장 내일 채집하러 가죠!

 

시노

그러고보니 무르, 슬슬 가르쳐줘. 꿈을 먹는 고리를 만드는 소재라니, 결국 어떤 식물이지?

 

무르는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르

식물?

 

히스클리프

어라? 아니야?

틀림없이 식물의 섬유를 가공해서 사용하는 걸까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르

땡-. 틀렸어!

 

네로

식물이 아니라면 뭘로 만드는데?

 

무르

거미줄이야.

꿈을 먹는 고리는 이 섬에서밖에 살지 않는 특별한 거미줄을 가공해서 만드는 거야.

 

벌레를 싫어하는 히스클리프는 그 말에 무서워했다.

 

히스클리프

거, 거미...

아니, 파우스트 선생님을 위해서 힘내야지...!

 

그의 갈등을 제쳐두고, 무르는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무르

옛날에는 이 섬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다들 없어졌어!

왜라고 생각해?

 

현자

네? 왜라니...

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무르

...푸하-!

이거봐 이거봐, 엄청난 걸 발견했어! 클로에 얼굴보다 커!

 

히스클리프

그, 그거 정말 조개 맞아...? 캬악대고 있는데?

 

네로

지금 입 같은 거 벌린거 아니냐?

 

무르

아하하, 물렸다-!

 


 

시노・레녹스

.......

 

루틸

.......

 

무르가 수수께끼의 조개를 잡았을 무렵, 조금 떨어진 해안에는 루틸과 레녹스, 시노, 이 셋이 모여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작은 나뭇가지를 손에 든 루틸을 레녹스와 시노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루틸

...앗.

 

레녹스

붙었어?

 

루틸

아뇨, 나무가 부러져 버렸어요.

 

시노

무슨 일이지.

 

현자

저기,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시노

모닥불 준비다. 야영할 때 우리들은 마법으로 불을 피우지만, 인간은 나무판자와 나뭇가지를 비벼서 불씨를 만들잖아.

 

레녹스

그걸 루틸이 해보고 싶다고 해서 도전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현자

앗, 그렇군요...! 엄청 무인도 같네요.

 

 

루틸

그렇죠? 저, 서바이벌스럽게 불을 피우는 걸 옛날부터 동경해서...!

좋아! 다시 한 번 도전해볼게요.

 

의욕 가득한 루틸은 소매를 걷고 다시 나뭇가지를 쥔다.

 

루틸

.......

 

시노・레녹스・현자

.......

 

루틸

...후우. 역시 어렵네요.

《올토닉 세토마오제》

 

시노・레녹스

앗.

 

현자

(결국 마법으로 불을 피웠어...)

 

개방적인 해변에 마법사들의 밝은 목소리가 울린다. 아무도 없는,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은 만큼 무엇을 해도 자유다.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이건 이것대로 재밌는 바캉스가 될지도 모른다.

 


 

레녹스

현자 님. 날이 저물기 전에 저녁밥에 들어갈 식재료를 조달하려고 합니다만.

 

현자

그렇네요. 어두워지기 전에 준비를 끝내둘까요.

 

피가로

모두가 식재료를 조달하러 갈 생각이라면 그 동안 내가 거점을 만들어둘게. 미틸, 도와줄래?

 

미틸

네. 맡겨주세요!

 

네로

거점은 둘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식재료 조달반이구만.

 

무르

난 꿈을 먹는 고리의 소재를 찾으러 갔다올게-!

 

히스클리프

엑? 무르?

 

루틸

벌써 가버렸네요... 혼자서 괜찮을까요?

 

시노

무르라면 괜찮겠지. 이 섬을 가장 자세히 아는 것 같으니까.

 


 

우리들은 식재료를 구하러 일단 숲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네로

자, 이 섬에서 먹을만한 게 있다고 한다면...

 

시노

고기.

 

네로

그건 먹을만한 게 아니라 먹고싶은 거 아니냐.

 

시노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짐승 발자국도, 둥지가 지어진 흔적도 봤어.

이 숲에는 엄청 큰 사냥감이 있다고. 내가 사냥해오지.

 

레녹스

시노가 그렇게 말한다면 틀림없겠지. 거대한 동물이 있다면 먹이도 풍부하다는 게 되겠네.

 

루틸

물고기나 과일을 손에 넣을지도 몰라요. 아까 미틸이 만들고있던 낚시 도구를 빌리는 건 어떨까요?

 

레녹스

그거 좋겠네. 나랑 루틸은 물고기를 낚아올게.

 

현자

물고기 기대할게요!

 

히스클리프

두 사람 모두 조심해서 다녀와.

 

루틸

커다란 놈을 낚아 올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다녀올게요!

 

시노

우리들도 지고있을 순 없어. 네로, 거물을 사냥하러 간다.

 

네로

네네.

 

히스클리프

그렇다면 나도...

 

시노

히스는 안 와도 돼. 네가 있으면 걸리적거려.

 

히스클리프

...윽. 뭐야 그 말.

 

시노

사냥은 나와 네로만으로 충분해. 넌 현자와 과일이라도 찾으러 가.

 

히스클리프

.......

알겠어.

가볼까요, 현자 님.

 

현자

앗... 네.

 

네로

정말이지 너희는... 이런 데서까지 싸우냐고.

 

시노

딱히 싸우고 싶었던 건 아냐.

걸리적거리는 건 사실이다. 그 녀석은 피를 보는 것도, 냄새도 익숙하지 않아.

생명을 죽이는 것에 맞지 않아.

처음 수렵을 나갔을 때도, 히스는 눈앞에 있는 사냥감을 마지막까지 쏘지 못했어.

 

네로

그 녀석은 상냥하니까 말이지.

 

시노

그래. 상냥하고 현명하고 훌륭하다.

사냥따위는 못해도 괜찮아.

그런 건 내가 할 일이니까. 그 녀석이 못하면 내가 사냥감의 목을 따면 되는 것 뿐이다.

 

네로

.......

 

시노

히스는 나와 달라. 히스밖에 할 수 없는 일을 하면 돼.

그저, 그것 뿐일 이야기인데 그 녀석은 언제까지 이해하지 못할 셈인지.

 

네로

...그렇구만 그렇구만.

 

시노

머리 쓰다듬지 마. 난 어린애가 아니라고.

 

네로

하하. ...응?

(...뭐지? 지금 기척...)

(이거, 설마...)

 

시노・네로

.......!

 

시노

들었어? 짐승의 울음소리다.

 

네로

짐승...

 

시노

저쪽 방향이군. 가자.

 

네로

어... 어어.

(...젠장, 심각하게 생각했네)

 


 

히스클리프

아. 저 나무...

 

숲 속을 걷기 시작하고 시간이 조금 지났을 무렵, 히스클리프가 공중을 가리켰다.

바라보니 키 높은 나무의 가지에 빨간 열매가 가득 매달려있다.

 

히스클리프

도감에서 본 적 있어요. 분명, 남쪽 나라 일부에서 구할 수 있는 과일이에요.

새가 먹은 흔적도 있어서 저희가 먹어도 괜찮을거라 생각해요.

 

현자

와아, 해냈네요! 새가 먹을 정도는 남겨두고 가져가도록 하죠.

...아. 그런데 과일이 있는 위치가 좀 높은 것 같은데.

나무를 타면 딸 수 있을까요?

 

히스클리프

아하하. 현자 님,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전 마법사니까요.

《레프세바이블프 스노스》

 

히스클리프가 주문을 외우자, 상냥한 비가 내리는 것처럼 과일이 천천히 우리의 손으로 떨어진다.

 

현자

와아... 감사합니다.

달콤한 향기가 나요. 살짝 먹어볼까.

 

옷으로 과일을 문지른 뒤 덥석 깨문다. 입 안에서 상큼한 달콤함이 번졌다.

 

현자

맛있어...! 시원하고 아삭아삭해서 수박 샤베트를 먹는 것 같아.

히스도 하나 먹어보지 않을래요?

 

히스클리프

음... 그렇네요, 그럼 저도...

 

히스클리프는 익숙하지 않은 손짓으로 내가 했던 것을 흉내내듯이 쭈뼛쭈뼛 과일을 깨물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현자

네로도 함께 가는군요. 혹시 시노에게 권유받은 건가요?

 

조금 의외라 생각하고 말을 걸자, 네로는 난처한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네로

아니, 장기여행치고는 어린애들이 많다면서, 피가로에게 동행을 부탁받아서 말이지...

 

한숨을 내쉬는 그의 손에는 커다란 도시락 상자가 매달려있다.

 

네로

요리할 사람도 필요하잖아? 오늘 점심은 모두가 좋아하는 걸 준비해 왔으니까, 배가 고프면 적당히 집어먹어도 돼.

 

시노

네로, 훌륭해.

 

미틸

감사합니다, 네로 씨!

 

네로

천만의 말씀.

그보다 재봉사 군에게 감사인사를 해야겠지. 이 옷도 만들어준거지?

 

현자

맞아요. 오늘 의상도 엄청 멋지죠.

 

무르

내 몫까지 즐기다 오라고 클로에가 말했어!

 

루틸

클로에, 기뻐...! 사실 함께 가면 더 좋았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던가.

 

히스클리프

응. 권유해 봤지만 일이 있는 것 같았어.

 

루틸

그랬구나... 그럼, 클로에가 기뻐할만한 선물을 잔뜩 가지고 돌아가자!

 

히스클리프

그러자.

 

미틸

저도 섬에 도착하면 리케에게 줄 선물을 찾을 생각이예요.

대체 어떤 곳일까요? 예쁜 걸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자

남쪽의 마법사들도 가 본 적이 없는 건가요?

 

레녹스

네. 소문으로는 들어 본 적이 있지만 저희들도 가보는 건 처음입니다.

 

피가로

개척을 진행하는 토지와는 꽤 멀기도 하고, 시노에게 권유받지 않았다면 좀처럼 갈 기회가 없는 장소니까.

 

무르

준비는 됐어? 그럼 당장 모험을 떠나자!

 

루틸・미틸・시노

와아-!

 

현자

(...어라? 어느샌가 바캉스가 모험으로...)

 

마법사들은 순서대로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으며 엘리베이터에 타기 시작한다.

기대를 가득 담은 짐가방을 등에 메자, 문득 긍정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현자

(나도 루틸처럼 섬에서 선물을 찾아보자)

(돌아온 브래들리가 기뻐할만한 걸로)

 


 

남쪽의 탑에서 빗자루를 타고 철새 떼처럼 황야 위를 난다.

쉬엄쉬엄 3일 가까이 메마른 토지를 날아가고 커다란 산을 넘었을 때 드디어 수평선이 나타났다.

맞은편에 떠있는 작은 섬은 생각 이상으로 먼 데다, 거친 파도 위를 좀 지나간 후에야 겨우 소문의 섬에 도착했다.

 


 

루틸

와아...!

 

시노

헤에.

 

섬을 둘러본 마법사들은 여행의 피로도 잊은 모습으로,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빛날듯이 하얀 모래사장, 반짝이는 푸른 바다...

그리고 시선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자연, 자연, 자연... 그리고 또 자연.

 

현자

(이건... 어떻게봐도...)

 

네로

무인도인가...?

 

레녹스

무인도다.

 

표류한 배가 떠밀려올 것 같은 변경의 외딴섬이었다.

건물이나 가게는 물론, 인기척조차 없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이 섬을 뒤덮고 있다.

야성미 넘쳐나는 경관은 우아한 바캉스라기보다도 목숨을 건 서바이벌이라는 풍경이었다.

 

무르

재밌을 것 같은 섬이지? 두근두근!

 

피가로

남쪽치고는 정령들이 활기찬 땅이네. 알 수 없는 느낌이 가득하다는 의미에서는, 확실히 두근두근할지도 모르겠어.

 

현자

그, 그렇구나. 즐거운 섬이라는 건 이런 뜻이었던 거군요.

(조금 전에 갔던 볼더 섬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그만 착각해버렸어...)

 

미틸

무인도란 건 저희들밖에 없다는 뜻이죠? 괜찮을까요...?

 

히스클리프

만일에 대비해서 잘 장소나 먹을 것 같은 건 제대로 확보해 둬야겠어.

 

루틸

와아, 아름다운 섬이야. 숲 속에 들어가면 희귀한 동물이 많이 있을지도!

 

시노

즉 사냥터란 말이군. 실력발휘 해볼까.

 

레녹스

식재료도 그렇지만, 소재도 모을거면 거점 장소를 생각하는 게 좋을거야. 꿈을 먹는 고리의 소재는 어디에 있어?

 

무르

글쎄에.

 

히스클리프

엑?

 

무르

섬 어딘가엔 있어. 금방 찾을지도 모르고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

 

루틸

섬 어디에나 있는 게 아니라, 찾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군요.

 

현자

그렇다면 꽤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피가로

뭐어, 상관없지 않을까. 모처럼 놀러 온 거니까 잠시동안 여기서 지내면서 자연을 만끽하자.

 

시노

바라던 바다. 이 섬을 제패해주지.

 

네로

일단 거점을 잡을 필요가 있겠네. 베이스캠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할까.

 

루틸

그 전에 차를 마시지 않으시겠어요? 오랫동안 날아서 지치기도 했구요.

 

레녹스

그것도 그렇네. 무인도 생활을 위한 힘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쉬자.

 

피가로

찬성. 슬슬 쉬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미틸

저, 준비할게요.

 

남쪽의 마법사들이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남아있던 구운 과자가 놓인다. 왠지 피크닉 같다.

 

네로

...뭐, 느긋하게 지내볼까.

 

히스클리프

아하하. 그거 좋네.

 

모처럼의 바캉스에 성급하게 구는 건 아깝다.

우리들은 배를 채우고나서, 각각 무인도를 즐기기로 했다.

 


 

 

미틸

아니에요, 피가로 선생님. 여기는 이렇게 묶는 거예요.

 

피가로

어라? 그랬었나.

 

현자

둘이서 뭘 만드는 건가요?

 

미틸

낚싯대예요! 레노 씨에게 만드는 방법을 배워서 피가로 선생님에게도 알려드리고 있었어요.

이거라면 나뭇가지를 써서 어디서든 낚시를 할 수 있어요!

 

현자

앗. 설마 여기 있는 게 미틸이 만든 낚싯대인가요?

엄청 잘 만들었네요!

 

미틸

에헤헤...!

 

피가로

그렇지? 미틸은 손재주가 좋단 말이지.

 

현자

피가로의 낚싯대는...

(...조금 일그러졌어...?)

 

피가로

새로운 걸 배운다는 건 열심히해야해서 힘들단 말이야. 마법으로 만드는 게 확실하게 빠른데.

 

미틸

정말! 안 된다구요!

무인도인 것처럼 행동하자고 선생님이 말하셨잖아요.

다시 한 번 더 알려드릴테니까 잘 보세요.

 


 

히스클리프

아... 이거 예쁘다.

 

네로

헤에, 드문 색의 조개네.

 

히스클리프

좀 신기한 색이지. 햇빛에 비추면 다른 색깔로 보이고.

 

네로

여기에도 있어. 이 녀석은 재밌는 모양이네.

 

히스클리프

정말이다. 브로치로 가공할 수 있을지도.

 

무르

뭐야뭐야? 조개를 줍는거야?

 

히스클리프

응. 클로에에게 줄 선물로 할까 해서.

 

무르

좋네, 나도 주워올게!

 

히스클리프

엑.

 

네로

무르 녀석,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현자

앗. 아뇨, 아무것도 아니예요.

(위, 위험해... 브래들리가 행방불명인 건 다들 모르는 상태였지)

 

시노

정말로 괜찮은건가?

 

히스클리프

안색도 좋지 않아 보이고... 무리하진 마세요.

 

현자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걱정하는 두 사람에게 나는 어떻게든 미소를 지어보였다.

 

시노

잠이 안 오는 게 걱정되면 현자도 같이 가는 건 어때.

 

현자

간다니, 어디를요?

 

시노

남쪽 나라다. 아까 『꿈을 먹는 고리』를 만들러 가자고 히스와 얘기했거든.

 

현자

꿈을 먹는...?

 

무르

고리!

 

현자

!?

 

익숙하지 않은 말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자, 눈앞에서 거꾸로 떠 있는 무르가 불쑥 나타났다.

 

시노・히스클리프

무르!

 

뱅글 공중제비를 넘은 무르는, 내 옆 의자 위에 고양이처럼 앉았다.

 

무르

현자 님도 원해? 꿈을 먹는 고리.

 

현자

까, 깜짝이야... 무르, 꿈을 먹는 고리를 알고 있나요?

 

무르

알아! 남쪽 나라에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소재를 고리 모양으로 만든 오래된 부적이야.

그걸 지니고 자면 꿈을 먹는 고리가 악몽을 우적우적 먹어치운다고 옛날부터 전해져왔어.

 

히스클리프

저희도 꿈을 먹는 고리에 대한 걸 무르에게서 들었어요.

 

시노

악몽을 고리가 먹어치우면 분명 잠을 잘 수 있게 되겠지?

 

현자

헤에, 숙면의 부적인거네요.

앗. 그렇다는 건... 혹시 두 사람도 잠을 못 자서 곤란한 건가요?

 

시노

우리가 아냐. 파우스트에게 줄거다.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 가끔씩 잠을 못 주무시는 날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꿈을 먹는 고리의 부적이 있으면, 조금은 편히 쉴 수 있는 게 아닐까 해서.

 

시노

파우스트에게는 말하지 마. 비밀로 해서 놀래켜줄거다.

그러는 편이 더 고마워할 거고.

 

현자

아하하. 파우스트, 무척 기뻐할걸요.

 

시노

그렇지? 그 녀석, 울지도 모르겠어.

 

히스클리프

우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

 

겁이 없는 시노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는 소극적인 히스클리프도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다.

파우스트를 따르는 두 사람의 마음이 느껴져서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히스클리프

꿈을 먹는 고리를 만드는 소재는 남쪽과 동쪽의 국경 근처 작은 섬에서밖에 구할 수 없는, 희소한 것이라는 듯해요.

어떤 소재를 사용하는지 무르에게 물어봐도 '도착지에서의 즐거움'이라며 알려주지 않아서요.

 

시노

궁금해지잖아. 좀 멀리 나가야 한다고 들었지만, 빨리 섬으로 가서 확인해보고 싶어.

 

무르

엄청나게 두근두근 설레는 재밌는 섬이야! 분명 현자 님의 걱정도 없어져버릴걸.

그 섬에서 우리와 함께 바캉스를 즐겨보자구?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망설였다.

그들의 권유는 솔직히 기쁘다. 하지만 가슴에 퍼져가는 근심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망설이게 만든다.

 

현자

(이런 때에 즐겨도 되는걸까. 브래들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무르

현자 님. 아~

 

현자

...!?

 

느닷없이 옆에 앉아있던 무르가 숟가락으로 수프를 떠서 내 입 속으로 들이밀었다.

 

무르

어두운 얼굴로 지내도, 밝은 얼굴로 지내도 맛 볼 수 있는 인생은 한 번 뿐이라구?

거기다 그의 안부를 걱정하는 건 그의 강함을 의심하는 것이기도 해. 북쪽의 마법사라면 오히려 모욕이라 느낄지도!

 

현자

(...확실히, 그럴지도 몰라)

 

브래들리는 강하고, 믿음직하고, 재앙의 상처로 어떤 곳으로 날아가버려도 반드시 마법관으로 돌아와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스노우 일행의 말대로, 브래들리가 살이있다고 믿고서 그가 무사히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 뿐이다.

 

현자

...그렇네요. 저도 남쪽 나라의 섬에 가보고 싶어요!

 

무르

아싸-!

 

히스클리프

현자 님과 동행하게 되어 기뻐요.

 

시노

좋아. 이걸로 히스클리프대의 멤버는 네 명이 되었군.

 

히스클리프

에엑!? 뭐야 그 이름!

 

시노

편리상, 있는 게 좋잖아.

 

히스클리프

절대로 필요 없을 거라고!? 거기다 현자 님이 계시니까, 현자대가 훨씬...

 

현자

네? 아, 아뇨아뇨 그런.

이번에는 히스 일행의 제안이기도 하고, 히스클리프대인 게 좋다고 생각해요.

 

시노

거봐. 현자도 이렇게 말하잖아.

 

히스클리프

현자 님마저...!

 

무르

있지, 히스클리프대는 전부 합쳐서 네 명이야? 아니면 좀 더 동료를 모을래?

 

시노

동료는 많아도 좋지. 다른 녀석들에게도 말을 걸어볼까.

 

히스클리프

그러면 남쪽의 마법사들에게 권유해보면 어떨까. 남쪽 나라의 섬에 가는 거기도 하고.

 

시노

좋아. 지금부터 히스클리프대의 멤버를 모집해올게.

무르와 현자는 출발할 준비를 해 둬.

 

히스클리프

그러니까, 히스클리프대라고 하지 말라고...!

 


 

네로

.......

후아암...

 

파우스트

수면부족인가?

 

네로

우왓!

뭐야, 선생인가. 놀래키지 말라고.

 

파우스트

평소처럼 들어온 것 뿐이다만...

 

네로

무슨 일로... 아아, 커피인가.

 

파우스트

괜찮다면 너도... 아니, 수면부족일 때 권할 게 아니군.

 

네로

수면부족이라기 보단...

아주 조금, 악몽을 꿨을 뿐이야. 답지않게 옛날 꿈 같은 걸 꿔서.

 

파우스트

...악몽인가.

 

네로

뭐어, 그런 거지.

이런 류의 꿈은 커피보다도 쓴맛이 남는구만.

 

파우스트

.......

맡으면 마음이 진정되는 향기가 있어. 괜찮으면 그걸...

 

피가로

안녕, 네로. ...이런, 파우스트도 있었구나.

 

네로

엑, 피가로?

 

파우스트

...미안하지만 급한 일이 생각났다. 향기는 나중에 방으로 전해주지.

그럼.

 

네로

앗, 어이.

 

피가로

유감, 가버렸네. 뭐 괜찮아, 여기 온 목적은 그에게는 비밀이니까 말이지.

 

네로

하아...

 

피가로

너에게 맡기고 싶은 일이 있어. 괜찮아, 힘든 건 아니야.

악몽을 꾸는 너희들에게는, 좋은 이야기야.

 


 

그리고 며칠 후,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 찾아왔다.

 

시노

전원 모인건가?

 

히스클리프

응. 다들 모인 것 같아.

 

피가로

잊은 물건은 없지?

 

루틸・미틸

완벽해요!

 

레녹스

예정보다 빨리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현자

다들, 예정 시간보다 빨리 모였네요.

 

무르

내가 제일 빨리 왔다구. 날이 밝기 전부터 여기서 기다렸어!

 

네로

즉, 여기서 잤다는 말이야?

 

장기 여행을 눈앞에 둔 마법사들이 들뜬 모습으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모여있다.

그 얼굴들 중에는 뜻밖에도 네로의 모습도 있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스노우

그리 어려운 이야기는 아닐세. 우리들이 찾아간 북쪽 나라의 변경에서 본래 있을 리 없는 거대 마수가 난폭하게 날뛰고 있었다네.

아마 〈거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되살아난 고대종일테지.

 

화이트

그렇다곤 해도 우리는 북쪽의 마법사가 다섯 명이나 있는 데다 고전할 정도도 아니었다네.

그저 끝없는 체력이 말이지. 삶아도 구워도 제법 죽지 않았다네.

 

스노우

그 사이 짜증난 미스라가 갑자기 공간의 문을 열고...

 

미스라

이미 죽을 것 같았기에 그대로 마그마 속에 처넣어줬습니다.

그리고 깨닫고보니 브래들리가 없어졌습니다.

아아 그러고보니 브래들리도 함께 문 속으로 처넣었을지도...

뭐어, 그런 느낌입니다.

 

열쇠를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같은 텐션으로 미스라는 이야기했다.

그 가벼움과는 정반대로 나는 자신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느꼈다.

 

현자

그럼, 브래들리는 정말로...?

 

미스라

죄송합니다, 실수로.

 

현자

그런...

 

화이트

우리 애들이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네, 현자여.

 

스노우

그렇지만 그리 심각해하지 않아도 된다네. 그 녀석은 간단히 죽을 남자가 아닐세.

북쪽의 나라에서 돌이 되지도 않고, 수많은 마법사들을 따돌린 악동이니 말이야.

 

화이트

우리와 달리 죽여도 죽지를 않는다네. 그렇지, 오즈?

 

오즈

수완이 좋고 민첩한 남자다. 나도 아직 죽인 적이 없다.

 

샤일록

당신이 말하니 설득력 있군요.

 

파우스트

...뭐, 그 정도의 마력을 가진 자라면 마그마 속 정도는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지만...

 

피가로

맞아맞아. 살아있다면 그 사이에 자력으로 돌아올거야.

 

샤일록

그럼 이 건에 관해서는 잠시 상황을 지켜보기로 할까요?

 

피가로

괜찮지 않아? 관망하는 걸로.

 

스노우・화이트

음, 관망관망.

 

파우스트

...이 이야기는 너무 공개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동요하는 자들이 있을테니.

 

샤일록

그렇네요. 이 장소에 없는 분들에게는 우선 다른 임무에 갔다는 걸로 해두죠.

 

무르

비밀인거야?

 

현자

무르!?

 

내가 앉아있던 의자의 뒤쪽에서 무르가 얼굴을 내밀었다.

 

피가로

이런. 장난꾸러기 고양이가 귀 기울여 듣고 있었나보네.

 

스노우

무르, 이 이야기는 누설금지일세.

 

화이트

여기만의 비밀이라네.

 

파우스트

그런데 대체 어느틈에 숨어있었던 거지...

 

무르

글쎄, 언제부터일까?

 

샤일록

현자 님이 들어오셨을 때가 아닌가요?

 

오즈

나비의 모습으로 벽에 붙어있었지.

 

무르

딩동! 정답!

상으로 캔디 줄게.

 

샤일록

이거 참, 무르.

 

미스라

캔디라면 저한테 주세요. 차만 마시면 배가 안 차서.

 

파우스트

내 다과를 다 먹어놓고서 잘도 말하는군...

 

현자

(...다들 엄청 냉정하다)

 

당황한 기색이 없는 그들 속에서, 나 혼자 조금 진정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현자

(브래들리가 강한 마법사인건 충분히 알고있지만...)

 


 

그날 밤, 나는 네로의 방문을 두드렸다.

 

네로

현자 씨? 무슨 일이야.

 

현자

죄송해요, 밤 늦게 찾아와서. 할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 괜찮을까요.

 

네로

이야기? 뭐어, 들어와.

 


 

요전날, 함께 술을 마시자던 이야기를 막 했던 참이다. 브래들리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네로도 신경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말하면 분명 네로가 걱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상냥하니까, 나중에 사실을 알게되면 오히려 충격받지 않을까...

고민한 끝에 담화실에서 들은 두 사람의 친밀한 대화를 떠올리고, 나는 역시 말하자고 결심했다.

 

네로

...그렇구나.

 

사정을 말하고나자 네로는 끄덕였다. 그리고 곧바로 웃어넘겼다.

 

네로

브래들리라면 괜찮을거야. 분명 무사히 돌아올거라고.

나랑은 달리 그 녀석은 대담한 북쪽의 마법사니까 말이야.

 

조금의 불안을 달래듯이 네로의 목소리는 밝았다.

 

네로

선생들이 그렇게 말했다면 심각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너무 걱정하면 현자 씨가 지는 거라고.

 

현자

네로...

 

걱정해주는 말에 우울하던 기분이 조금 부드러워진다.

 

현자

감사합니다. 네로는 상냥하네요...

 

하지만 네로는 내 말로부터 시선을 돌리듯이, 조금 씁쓸한 표정을 띠운다.

 

네로

난 상냥하진 않다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박정한 놈이야.

 

현자

...네로?

 

퍼뜩 깨달은 듯이 네로는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네로

자, 방으로 돌아가. 오늘은 푹 쉬도록 해.

너무 신경 쓰진 말고.

 

현자

아, 네... 안녕히 주무세요.

 

네로

그래, 잘 자.

 


 

네로

...하아.

(...이제와서 그럴 입장이 아니잖아)

 


 

현자

(...별로 못 잤네)

 

침대 속에서 잠을 설친 사이에 아침이 와버렸다.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면서 식당으로 향한다.

 


 

자리에 앉자 맛있는 향기가 가득했다. 시들었던 식욕이 슬쩍 얼굴을 내민다.

 

현자

(...아)

 

테이블 위에 놓여진 아침식사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뿐이었다.

 

현자

(네로... 내가 기운나게 해주려고...)

 

가슴이 뭉클했다. 네로의 아무렇지 않은듯한 배려가 따뜻한 요리에서 전해진다.

 

현자

(네로는 자신을 박정하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시노

현자, 오늘은 빨리 일어났군.

 

히스클리프

현자 님, 안녕하세요.

 

현자

시노, 히스. 안녕하세요.

 

시노

...무슨 일이야, 그 얼굴.

 

현자

네?

 

히스클리프

눈 밑에 다크서클이... 혹시 수면부족이신가요?

 

현자

어어, 조금... 어제의 일로 별로 못 자서.

 

히스클리프

어제의 일...?

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하루가 끝나가는 밤일 무렵. 왠지 목이 말라서 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들려온 즐거운 목소리에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현자

(...응? 이 목소리...)

 


 

네로

술 상대라면 다른 놈을 찾으라고. 그럴 기분 아냐.

 

브래들리

바보, 잘 보라고. 좀 드문 녀석을 손에 넣었어.

 

네로

...헤에. 좋은 술이잖아.

어딘가에서 슬쩍해온 건가.

 

브래들리

단골가게에서 만난 귀가 어두운 할멈이 이 몸에게 넘긴거다. 잘생겼던 옛날 할아범이랑 닮았다든가 하면서.

 

네로

그 할머니, 눈도 안 좋았던 거 아냐?

 

브래들리

닥쳐. 이럴 때는 눈이 높다고 하는 거다.

됐으니까 같이 어울리라고. 한 잔 줄테니까.

 

엿보자, 브래들리와 네로의 모습이 보였다. 브래들리의 손에는 고가인 듯한 술병과 잔이 들려 있었다.

말을 걸려고 한 것보다 빠르게 두 사람은 내 인기척을 눈치챈 듯했다.

가볍게 대화하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진다.

 

브래들리

...마음이 변했어. 역시 안 할란다.

어울릴 줄 모르는 어둡고 음침한 동쪽의 마법사 따위에게 권유하다니, 어떻게 됐었다고.

 

브래들리는 태도를 확 바꾸고, 어떻게 봐도 흥이 깨진 얼굴을 했다.

 

네로

그렇네... 나 같은 미천한 놈은 당신 같은 사람이 상대할만한 놈이 아니라고.

 

네로도 또 쌀쌀맞은 어조로 브래들리와 거리를 두었다.

 

브래들리・네로

.......

 

현자

저기, 죄송해요. 엿들을 생각은...

 

네로

신경쓰지 마. 들으면 안 되는 말 같은 건 안 했어.

 

브래들리

우연히 이 놈밖에 없었으니까 괴롭혀줄까 했을 뿐이다.

 

서로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험악해져 간다. 어색한 분위기에 나는 초조해졌다.

 

현자

(안 좋은 타이밍에 와버린 걸지도...)

그, 그랬었군요. 확실히, 누군가와 술을 마시고 싶어지는 때가 있는 법이죠.

맞다, 이걸 기회로 친해져보는 건 어때요?

 

네로

친해져?

 

현자

네.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함께 술을 마시면서 사이가 좋아진다는 얘기도 있고...

내일 브래들리는 아침부터 임무가 있으니까, 돌아오면 회식을 여는 건 어떨까요?

'임무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위로의 의미도 포함해서...!

 

가능한 밝은 목소리로 제안하자, 떨떠름한 얼굴이던 브래들리의 한쪽 눈썹이 휙 치켜올라간다.

 

브래들리

듣고보니 좋네! 좋은 아이디어구만.

 

브래들리는 발 빠르게 접근하여 내 어깨를 안았다. 개를 칭찬하듯이 마구 머리를 쓰다듬는다.

 

브래들리

이왕이면 너도 오라고. 현자 님에게도 위로는 필요하잖아?

네로, 그런거다. 맛있는 안주를 준비해두라고.

 

네로

현자 씨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 당신, 무리하게 어울리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현자

어어...

(브래들리와 네로의 술자리는 어떤 느낌일까. 좀 신경 쓰이네...)

저도 참가하고 싶어요. 물론, 민폐가 아니라면요.

 

슬쩍 시선을 향하자, 네로는 조금 생각한 후에 끄덕여주었다.

 

네로

.......

현자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요리 준비를 해둘게.

 

브래들리

하핫. 그렇게 나와야지!

 

브래들리는 굉장히 기분 좋아보이는 얼굴로 나와 네로의 등을 팡팡 쳤다.

 

현자

아야!

 

네로

아프다고!

 

브래들리

뭐 기다리라고. 임무 따윈 이 브래들리 님이 한 번에 정리해줄테니까!

 


 

그리고 며칠 후. 임무를 끝낸 북쪽의 마법사들이 마법관으로 돌아왔다.

 

현자

여러분, 어서오세요.

 

스노우・화이트

다녀왔어-!

 

미스라

하아.

 

오웬

드디어 끝났어.

 

현자

...어라? 분명 임무에는 5명 전원이 간다고...

브래들리는...?

 

북쪽의 마법사들

.......

 

돌아온 북쪽의 마법사들 중에 브래들리의 모습만 보이지 않았다.

 


 

그 후, 교사 회의가 열려 나도 참석하게 되었다. 왜인지 미스라의 모습도 있었다.

교사 역할의 마법사들은 차례차례 의제에 따라 보고와 연락, 의논을 진행했다.

 

피가로

최근 레노가 키우고 있는 양들 중에 탈주벽이 있는 애가 있다는 듯해. 중앙 마법사들의 수업에도 난입했다던데.

 

오즈

아아. 변신 마법을 시험하던 직후였기 때문에 리케가 누군가를 실수로 양으로 만들어버렸나 당황해했다.

 

파우스트

안뜰을 지날 때, 그가 양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던 건 그것 때문이었나...

 

샤일록

후후, 흐뭇한 이야기군요.

 

피가로

만약 또다시 양을 만나면 알려주었으면 한대. 이후로 우리도 계속 조심하겠습니다.

수업에 관해서는 이상이야.

 

샤일록

그럼 이번 본제로 들어가도록 하죠. 임무 도중에 행방불명이 된 브래들리에 관해서.

 

파우스트

...확실히 그의 모습을 한동안 못 봤군. 임무중에 무슨 일 있었나?

 

스노우

이 건은 우리 미스라가 이야기하겠네.

 

화이트

자, 미스라.

 

미스라

......

 

회의 중 졸린 듯이 티스푼을 씹고 있던 미스라는 쌍둥이의 재촉에 입에서 스푼을 떨어뜨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곳에서 미스라는 한마디 선언했다.

 

미스라

내가 죽였습니다.

 

파우스트

죽였...?

 

시원하게 자백한 미스라에게 홍차를 마시려던 파우스트는 사레가 들리고, 나는 엉겁결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현자

미, 미스라, 정말인가요...!?

 

피가로

죽여버린거야?

 

미스라

그렇네요. 아마.

 

샤일록

꽤 모호하네요.

 

오즈

.......

 

파우스트

감을 못 잡겠군. 스노우, 화이트.

순서대로 설명해줘.

 

스노우・화이트

호호호... 미스라쨩은 말하는 게 서투르니 말일세.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두 사람은 이번 임무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