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히스클리프

그런 거야!?

 

브래들리를 쫓던 마도구를 네로가 드디어 되돌렸다.

 

네로

그런거지... 시끄러워지지 않도록 입 다물고 있었지만.

 

미틸

그래도 마그마 속에 처박히면 보통은 죽는 게...

 

시노

즉, 이 놈은 이미 죽은 브래들리란 건가.

 

레녹스

...그런거야?

 

브래들리

멋대로 죽이지 말라고! 보면 알겠지만.

그런거에 뻔히 당할 브래들리 님이 아니라고.

마그마 속에 처박힐 뻔한 건 사실이지만 말이야.

공간의 문에 휩쓸렸다가 아슬아슬하게 재채기가 나와서, 어떻게 이 섬에 오게 된 거다.

 

피가로

그렇구나. 재앙의 상처 덕분에 살았네.

 

루틸

그런데 어째서 마법관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거죠?

 

브래들리

나도 갈 생각이었지만 괴물이 공격해왔다고.

갚아줬더니 이런 장소로 도망쳐서 쫓아오는 데 조금 고생했지.

뭐어, 처부숴줬지만 말이다. 이 몸에게 싸움을 걸다니 운이 다했지.

 

무르

괴물은 어땠어? 커다란 거미이지 않았어?

 

브래들리

엉? 어떻게 알았냐.

 

전원

!

 

브래들리

뭐야, 단발머리 형씨도 노리고 있었던 건가. 어쨌든 이미 늦었어.

마나석이 돼서 이미 내 뱃 속에 들어갔다고.

 

시노・미틸・히스클리프

.......

 

과연 이 섬에 전해지는 거대 거미의 전설은 사실이었던 것일까... 지금으로선 진상은 오리무중이다.

 

현자

어쨌든 브래들리가 무사해서 정말로 다행이에요.

 

브래들리

그래. 겨우 돌아갈 수 있겠어.

네로, 마법관에 돌아가면 프라이드 치킨 만들어줘.

 

네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현자 씨에게도 확실하게 사과해둬.

엄청나게 걱정 끼쳤으니까.

 

시노

그건 그렇고, 방금 전의 네로는 박력 있었지.

 

히스클리프

응. 네로가 그렇게 화내는 거 처음 봤어.

북쪽의 마법사가 상대인데도 겁내지 않는달까...

 

네로

엉?

 

네로의 눈이 좌우로 이리저리 방황한다.

 

네로

어- 뭐어, 그...

지금은 이 녀석도 마법관에서 너희들과 함께 내가 만든 밥을 먹고 있으니까.

일단 대충 동료... 같은 거잖아. 그러니까, 저.......

겁낼 거 없다고나 할까...

그렇지?

 

브래들리

엄청 두루뭉술하게 말하잖냐...

그래도 뭐, 그런 거지.

 

어이없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 브래들리는 왜인지 조금 기뻐 보였다.

뒤엉킨 실이 풀리는 것은 아직 한참 뒤의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히스클리프

시노.

혼자 모든 걸 결정하고 혼자서 뛰쳐나가진 마. 또 이번 같은 일이 생기면 화낼거야.

 

시노

...미안. 앞으로는 되도록 제대로 말할게.

 

히스클리프

'되도록'은 안 돼. 일을 벌리고 나서 보고하는 것도.

 

시노

그래. 주의할게.

 

히스클리프

...웬일로 고분고분하네.

 

시노는 네로가 있는 쪽을 보았다.

 

시노

저런 식으로 히스에게 혼나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지.

 


 

꿈을 먹는 고리의 소재와 모두에게 가져다줄 선물, 그리고 설마했던 브래들리.

무인도에서 다양한 놀람의 연속을 마주했던 우리들은, 두근두근 설레는 바캉스에 작별을 고하고 마법관으로 돌아갔다.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 이거 저희가 만든 거예요.

 

시노

꿈을 먹는 고리라고 하는 부적이다. 악몽을 우적우적 먹어치운다고 하니까 파우스트의 악몽도 잔뜩 먹어주겠지.

 

히스클리프

사실, 저희는 이걸 만들기 위해서 남쪽 나라의 섬에 다녀온 거예요.

 

파우스트

그렇군. 몰랐어. 전혀. 추호도.

 

시노

놀랐나?

 

파우스트

그래. 놀랐어. 정말로 놀랐다.

 

시노・히스클리프

해냈다!

 

무르

파우스트, 엄청 국어책 읽기야!

 

피가로

진지하고 서투른 점, 옛날이랑 변함없네.

 

레녹스

혹시 파우스트 님은 처음부터 알고 계셨을까요?

 

피가로

뭐, 아이들의 생각은 어른들에겐 보이는 법이니까.

저 애들을 위해서 모르는 척 하는 것 같지만 말이야.

 

미틸

그래도 잘됐어요. 파우스트 씨, 무척이나 기뻐 보여요.

 

루틸

저건 분명 척하는 게 아닐 거예요.

 

파우스트

시노, 히스. 나를 위해 일부러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미안하군.

 

시노

흐흥. 파우스트, 고마워서 울어도 된다고.

 

파우스트

아니, 울지는 않는다만...

 

시노

뭐야.

 

파우스트

그래도 소중하게 간직하지. 고마워, 두 사람 다.

 

히스클리프

네!

 

시노

그래.

 


 

브래들리가 모습을 감추기 전, 네로와 나는 셋이서 술을 마시자고 계획했었다.

지연되어버린 그 계획을 이번에야말로 실행하자는 얘기가 나와서, 나는 식당으로 향했다.

 

현자

...어라?

 

식당에 네로의 모습은 있었지만 정작 브래들리는 없었다.

 

현자

어떻게 된 걸까요...?

 

네로

아~ 아마...

 

현자

!?

방금 그 소리는...?

 

네로

미스라 놈에게 빚 갚으러 간 게 아닐까.

 

천장이 날아갈 것 같은 흉포한 소리가 두 번, 세 번 들려온다.

 

현자

브, 브래들리, 오늘 올 수 있을까요...?

 

네로

그 녀석이 먼저 얘기하기도 했고, 기어서라도 오겠지.

 

테이블에 팔꿈치를 괴는 네로의 얼굴은 기분 탓인지 개운해 보였다.

 

현자

네로, 오늘은 왠지 얼굴이 좋아 보여요.

 

네로

나도 꿈을 먹는 고리를 시노와 히스에게 받았거든. 그 효과일지도 모르겠네.

자... 식기 전에 프라이드 치킨을 먹어버릴까.

 

브래들리

어이! 날 냅두고 시작하지 말라고!

 

파티의 주역은 치열한 전투였음을 나타내듯 상처투성이로 나타났다. 무인도에서 만났을 때보다 약간 너덜너덜하다.

 

현자

브래들리, 괜찮아요?

 

브래들리

엉. 큰 거 두 방을 먹어버렸지만 나도 한 방 얼굴에 찍어줬어.

오늘은 이걸로 봐주도록 해주지.

자, 그럼 마셔볼까!

 

네로

끈질긴 놈이구만, 당신도.

 

브래들리

하, 이 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우는 꼬맹이도 그치게 만드는 브래들리 님이라고.

 

씨익 뻔뻔스럽게 웃는 브래들리에게 네로는 한 마디, 웃으면서 받아쳤다.

 

네로

알아.

 

마치, 아주 친한 친구끼리의 신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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