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미소짓는 온실의 랩소디~동쪽 나라&중앙 나라~

 

현자

결국 그 모형정원과 오렌지 나무는 대체 뭐였던 걸까요...

 

파우스트

글쎄.

오렌지 나무의 사념이 모형정원으로 옮겨간 결과, 소극적인 친구와의 재회를 이뤘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그것 뿐이야.

어쩌면 〈거대한 재앙〉의 영향을 받았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인지 알 방법은 없어.

 

히스클리프와 내가 돌아온 뒤, 모형정원 안은 그대로였다.

모형정원에서 느꼈던 희미한 마력도, 히스클리프의 기척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 물론 오렌지 나무도.

 

현자

(...그 광경을 바랐던 건 분명, 히스클리프뿐만이 아냐)

(히스클리프를 소중히 생각하는 오렌지 나무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일지도 몰라)

 

두 사람의 마음이 형태로 나타난 모형정원은, 지금은 텅 빈 상태였다.

하지만 분명히 히스클리프와 그의 소중한 친구들은, 꿈결 속 오랑제리에서 웃음을 나누었다.

 

현자

(서로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니 그 나무는 목적을 이룬걸까...)

 

멍하니 생각하고 있으니 카인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카인

히스가 또 오랑제리에 오렌지 나무를 심을거라고 말했어.

이번에야말로 뿌리를 깊이 내리게 만들 거라면서.

 

현자

...! 그런가요.

 

석양이 지는 오랑제리에 서 있는, 커다란 오렌지 나무.

모형정원에서 보았던 그 광경은 언젠가 정말로 찾아올 것이다. 꿈도 환상도 아닌, 히스클리프가 직접 손으로 이뤄서.

분명 그때 다시 재회할 수 있을 것이다. 반갑고도 소중한, 비밀의 친구와.

 


 

카인

그렇게 굳지 말라니까.

 

아서

우리와 했던 훈련을 떠올려봐.

 

리케

괜찮아요, 저희가 곁에 있으니까요.

 

히스클리프

으, 응...!

 

긴장한 기색의 히스클리프를 중앙의 마법사들이 격려했다.

무사히 시노가 돌아오고, 예정보다 늦어졌지만 수호마법 훈련이 재개되려 하고 있었다.

 

네로

준비 됐어?

 

시노

시작한다.

 

동쪽의 마법사들은 소리 내어 마도구를 갖추었다.

 

시노

《맛차 스디파스》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시노와 네로에 이어 히스클리프도 주문을 외웠다.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블프 스노스》!

 

세 사람의 마법이 빛을 내뿜더니 하나의 점으로 모였다. 직후, 빛은 커다란 원이 되어 브랑쉐 성을 둘러쌌다.

 

아서・리케

!

 

현자

이건...

 

카인

성공이다!

 

히스클리프

해냈어!!

 

와아하며 환성이 울린다. 기뻐하는 사람들 중, 가장 목소리를 크게 낸 것은 히스클리프였다.

그것을 보고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히스클리프

.......앗.

 

흐뭇해하는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히스클리프의 뺨이 붉게 물들더니 높이 들어올린 한쪽 팔을 슬쩍 내렸다.

 

시노

흐흥. 어때, 오즈.

불만 없지?

 

오즈

《복스노크》

 

브랑쉐 성에 번개가 친다.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수호마법이 한순간에 격파되었다.

 

동쪽의 마법사들

아---!?

 

동쪽의 마법사들이 벙쪄있는 모습에 중앙의 마법사들은 응응 하며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아서

알지.

 

카인

우리도 전에 당했을 때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말이야.

 

리케

정말이지, 오즈는 너무해요.

 

오즈

그런 훈련이라고 말했다.

 

시노

애써 히스가 마법을 성공시켰는데...

열 받았어.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상대해주지.

 

히스클리프

어, 어이, 시노!

 

네로

임마, 그만둬. 주군의 성에서 날뛰지 마.

 

시노

주군의 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저 녀석이 수호마법을 깨뜨려 버렸다고.

 

오즈

그 정도의 마법으로는 성을 지킬 수 없다.

 

시노

뭐라고?

 

히스클리프

시노, 진정해!

 

네로

오즈도 너무 부추기지 말라고.

 

오즈

사실이다.

 

네로

그러니까, 그게 엄청나게 부추기는 거라니까...

 

파우스트

.......

 

시끄러운 학생들을 말리지도 않고, 파우스트는 그 모습을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현자

내버려둬도 괜찮나요, 파우스트?

 

파우스트

오늘은 오즈의 수업이야. 난 지켜보기만 하겠어.

 

무뚝뚝하게 말하며 그들을 지켜보는 보랏빛 눈동자는 무척이나 다정했다.

험난한 시간은 이제 지나갔다고 그 모습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끌벅적하고 익숙한 일상이 지금은 이렇게나 기쁘다.

 

카인

시노, 힘내라구. 블랑쉐 성을 지키기 위해서니까.

 

히스클리프

맞아.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

 

네로

네가 그렇게나 하고싶어했던 실기 수업이잖아. 돌아가면 뭐라도 만들어줄 테니까.

 

시노

칫... 알겠어.

똑똑히 보여주지.

어이, 다음번에는 오즈가 깰 수 없는 수호마법을 걸어주자고!

 

히스클리프

응!

 

의욕 가득한 시노 옆에서 히스클리프가 우리를 돌아본다.

모형정원에서 손을 흔들었던 친구와도 닮은, 시원시원한 미소를 보여주며.

 

히스클리프

다시 한 번 더 해볼게요. 두 분 모두, 잘 봐주세요!

 

뒤돌아본 장소에는 과오가 있다. 상처도 있다.

돌부리도 있다. 겁에 질려 무릎을 끌어안는 스스로도 있다.

과거를 되찾지는 못해도, 누군가와 손을 마주 잡는 법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으니까.

다음엔 분명 잘할 수 있다.

그렇게 믿고있다.

석양이 미소짓는 온실의 랩소디~동쪽 나라&중앙 나라~

 

시노

생각보다 늦었네. 기다리다 지칠 참이었다고.

 

현자

저, 저기... 시노는 모형정원 안에 갇혀있던 게...?

 

시노

뭐야 그게. 그럴 리가 없잖아.

 

히스클리프

뭐야... 너 꼬박 하루 내내 잠들어 있었다고!?

 

시노

하루? 꽤 시간이 지났었군.

 

시노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시노

그날 밤 오랑제리의 문을 열었던 순간 빨려들어왔지만, 그것 뿐이었어.

나오려고 했으면 언제든 나올 수 있었어.

하지만 이 녀석에게서 옛날 얘기를 듣는 게 재밌길래 지금까지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지.

 

히스클리프

이 녀석?

 

시노

히스, 내 얘기도 아주 많이 했다면서?

 

안뜰에 서서 이야기를 나눌 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다.

 

시노

들었다고. 너희, 오래된 친구라면서.

이 녀석은 히스가 다시 만나러 오는 걸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니까 오랜만에 오랑제리의 문이 열렸을 때, 히스라고 생각해서 날 잡아당긴 것 같아. 나한테 네 기척이 묻어있었을지도 모르지.

 

현자

히스의 친구...

 

그쪽을 바라보자, 오렌지 나무 앞에 어느샌가 한 명의 남성이 서 있었다.

히스클리프와 많이 닮았다. 지금의 그가 조금 나이를 먹은 것 같은 용모였다.

 

현자

(이 사람은...)

 

히스클리프

혹시, 그때의 오렌지 나무...?

 

히스클리프가 멍하니 묻자, 그는 살며시 눈웃음을 보이며 끄덕였다.

 

시노

너랑 히스가 만나서 다행이야.

히스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면도 있지만, 최고로 멋진 내 주군으로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어.

그러니까 안심해. 우리도 곁에 있으니까 말이지.

 

그는 시노와 나를 보고서 히스클리프의 모습을 바라보고, 기쁨이 흘러넘칠 듯이 환하게 웃었다.

바람이 없는데도 오렌지 나무의 가지와 잎이 쏴아아 경쾌하게 흔들린다.

히스클리프를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말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왜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현자

(아아, 그렇구나...)

 

원망하던 게 아니었다.

오렌지 나무는 만날 수 없게 된 히스클리프를 줄곧 걱정해왔던 것이다.

베어쓰러져도, 땅에 뿌리를 뻗을 수 없게 됐어도, 사랑스러운 기억에 그 뿌리가 깊이 내리고 있었다.

작은 친구와 보냈던 석양의 시간을, 둘도 없을 양식으로 삼아서.

 

히스클리프

......크읏.

 

히스클리프의 뺨과 입은 떨리고 있었다. 그것들을 있는 힘껏 움직여 웃음을 짓는다.

 

히스클리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그때는, 미안했...

 

밝은 목소리는 도중에 끊겨버리고 말았다. 히스클리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울기 직전의 아이처럼.

어제, 히스클리프가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렸다. 자신과 시노와 오렌지 나무.

언젠가 셋이서 이야기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오렌지 나무가 시노를 빨아들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옛날에 친구가 바랐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히스클리프

미안해... 그때, 도와주지 못해서...

나, 계속 후회했어.

다시 너랑 만나고 싶다고, 제대로 사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외면하고...

나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해줘서 고마워.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나도 무척 기뻐.

정말로, 기뻐...

 

필사적으로 이어붙인 말에 오렌지 나무는 귀를 기울이고 하나하나 천천히 끄덕였다.

편지를 소중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알고있어, 라며 애지중지하는 것처럼.

그 표정은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상냥하고도, 온실에 비쳐드는 석양처럼 따뜻했다.

 

히스클리프

사실은 너랑 더 느긋하게 얘기하고 싶지만, 이대로 두면 시노가 위험해.

 

시노

...그런거야?

 

현자

네. 실은 제법 위험한 단계라서...

 

히스클리프

우선 지금은 빨리 돌아가야해.

 

오렌지 나무는 밝게 끄덕였다. 조금 쓸쓸하게, 하지만, 무척이나 따뜻한 미소로.

또다시 부드러운 바람이 분다.

그의 말이 들린 것인지, 히스클리프의 푸른 눈동자가 고요한 수면에 빗방울을 떨어뜨리듯 살며시 물결쳤다.

하지만 떨쳐버리려는 듯 미소를 짓고 밝게 말했다.

 

히스클리프

그래도 꼭 다시 만나러 올게!

 

히스클리프는 시노와 내 손을 잡고 주문을 외웠다.

왔을 때와 똑같이 일곱 개의 빛이 천장에서 쏟아진다.

그 반짝임 속에서 오렌지 나무였던 그는 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정신이 들자, 그곳은 원래의 오랑제리였다.

걱정이 담긴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마법사들의 얼굴이 보였다.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자

(...시노는!?)

 

히스클리프

시노...!

 

히스클리프는 튕겨져나오듯 외치며 오랑제리를 뛰어다녔다.

 


 

시노

.......응?

아아, 돌아온건가.

 

히스클리프

시노!

 

시노

히스. 별일이군.

네가 창문으로 뛰어들어오다니.

그러고보니 옛날에 비슷한 일이 있었지. 기억해?

그때는 내가 빗자루를 타고 히스의 방으로 가서 놀래켜줬지. 지금이랑 반대네.

 

히스클리프

...다행이다.

 

시노

왜그래. 갑자기 바닥에 쓰러져선.

배라도 아픈건가?

 

히스클리프

하아... 얼마나 걱정했다고 생각하는거야...

애초에 왜 혼자서 오랑제리로 갔던 거야.

 

시노

히스가 자는 사이 몰래 정리해 놓고 아침에 깨끗이 정리된 오랑제리를 보여주고 싶었어.

거기는 네가 옛날부터 마음에 들어했던 장소였으니까.

 

히스클리프

...정말이지, 바보라니까.

그래도 고마워.

어서와, 시노.

석양이 미소짓는 온실의 랩소디~동쪽 나라&중앙 나라~

 

카인

나는 히스클리프 블랑쉐를 믿어. 히스도 자신을 믿어줘.

네가 시노에게 저주를 걸었을 리가 없어. 너라면, 분명 구할 수 있을거야.

 

히스클리프

응.

...있잖아, 만약 아주 옛날엔 친했지만 이제는 서먹해진 친구랑 오랜만에 재회하게 됐을 때, 카인이라면 어떻게 하겠어?

 

카인

나라면? 글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그때는 미안했어!

라고 말을 걸려나.

 

히스클리프

...아하하! 카인다워.

 

아서

누군가와 화해하러 가는 건가?

 

리케

과자를 들고 가서 사과하면 더 좋을 거예요. 미틸은 항상 그렇게 해주거든요.

 

히스클리프

아서 님, 리케!?

 

카인

뭐야, 두 사람 다 깨 있었어?

 

리케

카인의 목소리가 커서 눈이 떠졌어요.

 

카인

이상하네. 나로선 작게 말한 거였는데...

 

아서

히스클리프, 얘기는 들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말해줘.

 

리케

시노를 구하기 위해 저희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히스클리프

다들...

그럼 지금부터 마법 훈련에 함께해 주셔도 될까요?

 

아서・리케・카인

물론!

 


 

다음 날 아침, 어느새 비는 그쳐 있었다.

페인트를 칠한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반짝반짝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모형정원에서 시노를 꺼내오기 위해 파우스트와 오즈, 네로, 나, 이렇게 넷은 오랑제리 앞에 도착했다.

 

현자

여기서 저주를 푸는 건가요?

 

파우스트

기억의 정원과 연결이 강한 장소에 있는 편이, 마법이 효과적으로 작용되기 쉬우니까.

네로, 오즈. 무슨 일이 생기면 서포트를 부탁하겠다.

 

오즈

아아.

 

네로

알겠어.

 

히스클리프

잠깐만요!

 

현자

히스...!

 

파우스트

너희들...

 

아서

다행이다, 늦지 않은 것 같아.

 

히스클리프와 젊은 마법사들이 빗자루로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기분탓인지 다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네로

너희들, 혹시 안 잔 거야?

 

우리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카인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카인

그래도 밤을 새진 않았어. 그럴 뻔 하긴 했지만.

 

히스클리프

내 마법 훈련을 늦게까지 도와줬어.

 

현자

마법 훈련?

 

오즈

그런 걸 하고 있었나.

 

아서

네. 다같이 함께.

 

리케

비밀 특훈이에요!

 

파우스트를 바라보는 히스클리프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 부탁이에요. 제가 하게 해주세요.

 

파우스트

...그 상태로 괜찮은건가?

 

히스클리프

괜찮습니다.

그리고 시노를 구하는 건, 친구이자 주군인 제 역할이니까요.

 

파우스트

.......

 

파우스트는 손바닥에 쥐고 있던 슈가를 히스클리프에게 건네주었다. 그가 입에 넣는 것을 확인하고서 모형정원을 건네주었다.

 

파우스트

해도 돼.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우리가 서포트 해줄테니.

 

히스클리프

네...!

 

마음을 다잡은 듯 입을 다물고, 문을 연다.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작은 목소리로 히스클리프는 중얼거렸다.

 

히스클리프

이번에야말로...

 


 

오랑제리 안은 마법도구가 몇 개 놓여 있는 정도로, 상상했던 것보다 작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아서

여기가...

 

네로

좋지 않은 느낌은 안 드네.

 

카인

오히려 마음 편해질 정도야.

 

저주가 소용돌이 칠 것 같은 불온함은 전혀 없었다.

창문에서 햇빛이 잘 들어와, 밝고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히스클리프

.......

 

가장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는 작은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다. 히스클리프는 그 앞에서 멈춰섰다.

 

파우스트

순서는 어제와 같다. 모형정원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의식을 송신하는 감각으로 주문을 외워라.

네 마음과 모형정원이 이어지는 걸 상상하는 거야.

 

히스클리프

네, 해볼게요.

 

히스클리프는 손에 모형정원을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고, 신중하게 주문을 외운다.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블프 스노스》

 

아서・리케・카인

.......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형정원은 여전히 침묵 상태였다.

차츰 히스클리프의 얼굴이 초조함으로 물든다.

 

히스클리프

...실패인가...

 

현자

히스...!

 

나는 순간적으로 그의 손을 붙잡았다. 어제 그를 기운나게 해주려고 했을 때처럼, 무의식적으로.

 

현자

저도 도울게요. 반드시 시노를 구해내야죠.

 

정신이 든 것처럼 히스클리프는 끄덕이고 내 손을 마주 잡았다.

호흡을 진정시키고,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운다.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블프 스노스》...!

 

나도 마음속으로 강하게 외쳤다. 누구에게 기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저 기도했다.

 

현자

(부디 잘 되길...!)

 

그 순간, 모형정원이 떨리더니 일곱 개의 빛이 한꺼번에 밀어닥쳤다.

 


 

빛이 사라지고, 눈앞의 경치가 돌아온다.

아까와 똑같으며, 아까와는 다른 풍경.

분명 아침이었을텐데도, 석양빛이 커다란 창문에서 비쳐들어왔다.

 

현자

.......?

 

히스클리프

.......

 

다른 마법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곁에 있는 것은 히스클리프 뿐이었다.

 

히스클리프

죄송해요... 아무래도 현자 님도 함께 데려와버린 것 같아요.

 

현자

그 말은, 여기가...

 

히스클리프

네, 모형정원 안이라고 생각해요. 현자 님 덕분에 마법이 성공적으로 작동했어요.

 

현자

다행이다...!

 

휴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무사히 모형정원과 의식이 연결된 것 같다.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인지 나도 함께 따라오게 된 것 같다.

모형정원 안은 실제 오랑제리보다도 넓게 느껴졌다.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히스클리프는 천천히 돌아보았다.

 

히스클리프

...오렌지 나무.

 

따라서 돌아보니, 푸르게 우거진 나무가 서 있었다.

모형정원에서 본 오렌지 나무였다. 그 밑에는 본 적 있는 뒷모습이 있었다.

 

히스클리프

...시노!

 

이쪽을 돌아본다.

 

시노

여어. 드디어 왔구나.

 

현자・히스클리프

.......어?

 

우리는 깜짝 놀랐다.

시노는 몸이 쇠약해져 있는 것 같지도, 저주에 걸린 것 같은 모습도 아니었다. 김이 샐 정도로 평소의 모습처럼 보였다.

석양이 미소짓는 온실의 랩소디~동쪽 나라&중앙 나라~

 

히스클리프

오늘 아침에 말씀 드렸지만 시노를 만나기 전, 저에게는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상대가 없었어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자신이 마법사라는 것에 열등감을 갖던 때여서...

대신에 머릿속에서 저와 비슷한 모습의 친구를 만들어냈어요.

물론, 가공의 존재라는 건 알고 있었죠.

그래서 그 친구를 만나는 건 오랑제리에서만이라고, 스스로 규칙을 정했어요.

 

현자

...비밀친구였던 거군요.

 

히스클리프

네. 그곳에서밖에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친구예요.

 

어린 히스클리프는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아무도 없는 오랑제리로 들어가 공상에 빠졌다고 한다.

오렌지 나무에 다가가 오늘 있었던 일을 들려주거나, 작은 고민을 털어 놓거나.

 

히스클리프

그렇게 지내는 동안, 어느새 오렌지 나무도 저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아졌어요.

어릴 때의 기억이기도 하고, 분명 기분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에게는 분명 그렇게 들렸어요.

정말로 친구가 되어준 게 기뻐서...

 

어른들이 보기엔 시시한 장난일지라도, 아이에게 있어선 기댈 수 있는, 의지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히스클리프에게 있어 오렌지 나무는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소중한 친구였다.

 

히스클리프

그러고나서 한동안 시간이 흘러 저는 시노와 만났어요.

오렌지 나무 말고는 친구를 사귀는 게 처음이었어서, 그에게도 시노의 얘기를 자주 해줬어요.

언젠가 시노에게도 그를 소개해줘서 셋이서 얘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히스클리프는 멋쩍은듯이 웃더니 홍차가 담긴 컵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따라그었다.

 

히스클리프

시노라면 알아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자신만의, 비밀의, 공상의 친구가 있다고 밝히는 건, 좀 부끄러울 것 같아서.

오렌지 나무가 열매를 맺게 되면 그에 대한 걸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끄러워하는 그를 따라 나도 웃었다.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있는 생각을 꺼내기까지, 스스로 기간을 정해두는 마음을 나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표정에 약간의 그림자가 졌다. 참회하는 것처럼 톡하고 애처로운 목소리가 울린다.

 

히스클리프

....하지만 오렌지 나무는 뿌리를 잘 내리지 못했어요.

저는 그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어요.

마법을 걸어봐도, 물이나 비료를 줘봐도 건강해지기는 커녕, 날마다 시들어가서...

스승님이 그 장소에 짐을 둬도 되겠냐고 얘기하셨을 때도, 저는 반대할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어요.

 

컵을 쥔 그의 손이 떨리면서 홍차의 표면이 흔들린다.

 

히스클리프

시들기 시작한 오렌지 나무는 얼마 안 가서 베어졌어요.

친구라고 생각하던 주제에... 겁쟁이처럼 그늘에 숨고, 저는 도와주지도 못했어요.

이렇게 끝나버렸기에, 더더욱 시노에게는 그에 대한 걸 얘기할 수가 없었어요.

 

침묵이 찾아오고 빗소리가 한층 크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우성치고 있다. 책망하고 있다. 울고있다.

이 빗소리는 히스의 귀에 어떻게 들리고 있을까.

 

히스클리프

어쩌면 그 나무는 저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복수하기 위해서 시노를 빼앗아 간 걸지도 몰라요.

...그 모형정원은 분명 제가 예전에 마음속으로 그리던 모습이었어요. 제가 몇 번이나 오렌지 나무에게 얘기했던, 제 꿈이었어요.

그래서 기억의 모형정원이, 이제와서 그 광경을 재현해서 보여주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더니 마법을 잘 못 쓰게 돼서...

 

현자

히스...

 

파우스트

네가 안 된다면, 내가 시노를 구하겠다.

 

어느샌가 방 입구에 파우스트가 서 있었다.

 

현자

파우스트?

 

히스클리프

선생님...!

 

파우스트

현재로서는 모형정원에서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그리 느긋하게 있을 수가 없어.

육체에서 분리된 정신은 노가 없는 뗏목 같은 법이다.

이대로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상태가 계속되면 연결이 끊어질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시노의 의식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질 못해. 늦기 전에 대처한다.

 

담담하게 얘기하는 목소리는 진중하고 엄격했다. 파우스트는 히스클리프를 응시했다.

 

파우스트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지.

그래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내가 모형정원의 저주를 풀겠다.

 

히스클리프

.......

 

히스클리프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현자

하지만 다른 사람이 풀면 저주가 되돌아온다고...

 

파우스트

히스와 시노에게 영향을 끼칠 일은 절대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가 전부 책임지겠다.

...네 자신을 너무 책망하진 마.

 

그렇게 말하고 파우스트는 발길을 돌렸다. 발소리가 멀어져간다.

 

히스클리프

.......

 

손에 들린 마시다 만 홍차는 완전히 열을 잃은 상태였다.

빗소리는 아직 멎지 않는다.

 


 

파우스트

.......

!?

 

네로

우왓! ...뭐야, 선생이었어?

 

파우스트

네로? 무슨 일이지, 이런 곳에서 허둥지둥거리고...

 

네로

아니, 그게...

 

파우스트

.......

히스라면 현자가 곁에 있다. 아직 좀 힘든 상태인 것 같아.

 

네로

...그렇구나.

 

파우스트

그 애는 좋게도 나쁘게도 사려가 깊어. 구하고 싶은 상대... 친구이기 때문에 마음이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지.

만일의 경우엔 내가 결판을 짓겠다. 그때는, 너도 힘을 빌려줘.

 

네로

그래.

...히스, 힘내라고.

 


 

그날 밤.

 

히스클리프

...시노.

 

시노

.......

 

히스클리프

역시 잠든 그대로구나.

 

아서

.......

 

리케

......

 

히스클리프

아서 님, 리케... 계속 시노를 지켜봐줬구나.

(좀 더 가까이서 시노의 상태를 봐도 괜찮으려나. 두 사람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히...)

 

???

으왓!

 

히스클리프

!?

 

카인

안녕, 놀랐어?

 

히스클리프

카인!?

하아... 깜짝 놀랐어.

하마터면 큰 소리를 낼 뻔했다구.

 

카인

미안미안. 장난 좀 쳐볼까 싶었거든.

 

히스클리프

카인도 시노를 지켜봐줬구나.

 

카인

맞아. 아서도 리케도 밤을 새겠다고 말을 안 들어서, 교대로 지켜보는 걸로 했어.

 

히스클리프

그랬구나... 나만 혼자 쉬고, 면목이 없어.

 

카인

신경쓰지 마, 친구잖아. 시노도 히스도.

 

히스클리프

고마워...

.......

실은 내일, 파우스트 선생님께서 시노를 구하러 가실 것 같아.

 

카인

파우스트가?

 

히스클리프

선생님께서는 아마도 원래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을 대신 떠맡아 주시려는 것 같다고 생각해. 그 마음은 무척 감사하지만...

나 스스로도 알고있어. 이것만은 빼앗기면 안 돼.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시노를 구하러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나 스스로 해내고 싶어. 내 자신의 손으로 시노를 구하고 싶어.

시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내가 되고 싶으니까.

 

카인

...그렇구나.

 

히스클리프

아야!

 

카인

이런, 너무 세게 때렸나.

방금 그 대사, 엄청 멋졌다고. 시노에게 알려주면 분명 놓쳐버린 걸 아쉬워할거야.

어쩌면 왜 깨워주지 않았냐면서 삐칠지도 모르지. 불평을 늘어놓기 전에 빨리 이 녀석을 마중하러 가주자고.

 

히스클리프

카인...

석양이 미소짓는 온실의 랩소디~동쪽 나라&중앙 나라~

 

현자

(히스, 괜찮을까...)

 

홍차를 엎지르지 않도록 조심스레 걸어서 히스클리프의 방 앞까지 도착했다.

그의 상태가 걱정됐던 나는 홍차를 가져다주러 오던 메이드에게 부탁해 그 역할을 대신 맡았던 것이다.

 

현자

(...혹시 잠들어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러면 다시 나오자)

 

노크하려던 순간, 문이 살짝 열린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방 안의 모습이 보였다.

 


 

현자

(...아)

 

히스클리프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턱을 괸 채로 자신의 심장고동 소리를 듣는 것처럼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는 단정한 옆모습은, 모두가 잠든 밤보다도 훨씬 고요했으며 그대로 빗속으로 녹아들 것만 같았다.

 

히스클리프

...현자 님?

 

그가 먼저 이쪽을 알아차렸다. 그대로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기에 나는 황급히 달려갔다.

 

현자

앗, 그대로...!

죄송해요, 쉬는 중이었는데. 방해할 생각은 없었지만요...

 

히스클리프

아뇨, 저야말로 이런 차림이라 죄송해요. ......아, 혹시 홍차를 가져다주시러 오신 건가요?

 

현자

메이드 분께 부탁드렸거든요. 히스가 어떤지 신경 쓰여서...

홍차를 가져다드리고 곧바로 자러 갈 생각이었어요.

 

히스클리프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차까지 내오게 해버려서...

 

미안한 듯 히스클리프의 눈꼬리가 내려갔다. 그리고 살펴보는 것처럼 푸른 눈동자가 살며시 이쪽을 향한다.

 

히스클리프

...저기, 조금 진정도 됐으니 괜찮으시다면 함께 차를 마시지 않으시겠어요?

 

현자

괜찮나요? 그럼 조금만...

 


 

홍차의 따뜻한 향기가 컵에서 올라온다.

한 모금 마시고 마음이 안정된 듯, 두 사람 다 숨을 내쉬었다.

 

현자

히스, 안색이 좋아졌네요. 조금 안심했어요.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께 듣고 마력을 회복하고 있었어요. '마나 에리어에서 쉬는 게 가장 좋아'라고.

 

마법사는 각자 마나 에리어라 불리는 자신만의 파워 스팟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음을 진정시키거나, 마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쉽게 말해서 좋아하는 장소인 것이다.

 

현자

그러고보니 히스의 마나 에리어는 비오는 날의 침대 위였죠.

 

히스클리프

네.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마력이 몸 속으로 스며들어오는 기분이 들어요.

 

회색빛 하늘은 그로부터 계속 울고 있었다. 빗자국은 점점 거칠어져갔다.

히스클리프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히스클리프

......아까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오즈 님의 말에 동요해버려서.

 

현자

히스...

 

엄숙한 오즈의 말이 되살아난다.

"시노에게 저주를 건 것은 히스클리프일지도 모른다".

 

히스클리프

무서웠어요. 만약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무의식 속에서 시노를 속박해버리는 제 자신을 점점 알 수가 없어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어요...

초조하면 초조할수록 마력이 불안정해져서 이런 꼴을 보여드렸네요.

나 때문에 시노가 위험에 처해 있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한심하네...

 

현자

그런... 히스 때문이라고 확증이 난 것도 아니잖아요.

거기다 무의식적이라고 해도 그 모형정원에 왜 마력을 불어넣었는지 짚이는 건 없나요?

 

히스클리프

.......그렇, 네요.

 

말문이 막힌 히스클리프가 할 말을 찾듯이 시선을 방황한다.

 

히스클리프

어제의 훈련에서도 그렇고 아까 전에도 그랬듯이, 짐짝 밖에 안 되는 저 자신이 너무 한심해요.

나는 마법사인데도 중요할 때에 소중한 친구조차 구하질 못해...

 

쥐어짜내는 목소리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답답함과 초조함이 배어있었다.

마음도 몸도 자신의 것인데도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강하고 씩씩한 누군가처럼, 항상 흔들리지 않는 스스로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나도, 겪은 적 있는 아픔이다.

 

현자

.......그렇지 않아요. 소중한 친구이기에 동요하고, 마음도 당연히 침착해지지 않아요.

히스는 한심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스스로를 심하게 책망하지 마세요.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는 자신의 말에 답답해져서 히스클리프의 손을 붙잡았다.

그를 괴롭히는 불안감과 실망감이 아주 조금이라도 옅어지도록.

 

히스클리프

현자 님...

 

히스클리프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그러고나서 눈썹을 내리고 희미하게 웃었다.

 

히스클리프

...실은 제가 이렇게 된 게 처음은 아니에요.

전에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적이 있었어요.

 

현자

그런 일이 있었나요...?

 

끄덕이는 대신 눈을 감는 히스클리프. 그리고 다시 떠졌을 때, 하늘색 눈동자는 지금이 아닌 장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히스클리프

...오랑제리에 있었던, 오렌지 나무가 베어졌을 때예요.

당시 저에게 있어서 그 오렌지 나무는 소중한 친구였어요. 그게 없어지고 한동안 우울했어요.

그때는 시노가 열심히 위로해주고 격려해줬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법을 쓸 수 없게 됐어요.

 

현자

시노가...

 

히스클리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름다운 눈썹이 고민하듯 찌푸려졌다.

 

히스클리프

......현자 님. 시노가 갇히게 된 건, 정말로 저 때문일지도 몰라요.

 

현자

네...?

 

끊임없이 내리는 비가 유리창을 격렬히 때리며 노래한다. 우산을 가져가지 않고 뛰쳐나간다면, 분명 어쩔 수 없이 흠뻑 젖게 될 것이다.

 

히스클리프

...한심한 김에 조금만 더 옛날 이야기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 끄덕이자 히스클리프는 두꺼운 책을 넘기듯 살며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석양이 미소짓는 온실의 랩소디~동쪽 나라&중앙 나라~

 

마법사들의 표정이 굳었다. 특히 히스클리프는 험상궂은 얼굴이었다.

 

아서

어쨌든 빨리 대책을 세워보자.

원인이 무엇이든 우선은 시노를 구해야 해.

 

네로

문제는 '어떻게 모형정원에서 빼낼까'야.

 

리케

이 흑발 인형, 분명 시노일 거예요. 그렇다면 모형정원에서 인형을 꺼내면 나올 수 있게 되는 건 아닐까요?

 

카인

인형을 직접 꺼내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그것보다 이 상자의 벽을 부수는 건 어때.

 

네로

그것도 충분히 위험하잖아...

 

현자

(시노를 무사히 구출할 방법...)

 

무언가 조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침묵하는 오즈를 곁눈질로 살폈다.

 

현자

저기, 오즈...

 

오즈

.......

 

오즈의 시선은 히스클리프에게로 향해 있었다.

 

오즈

히스클리프. 그 모형정원에서 희미하게 너의 기척이 느껴진다.

네가 시노에게 저주를 건 것이 아닌가.

 

히스클리프

네.......?

 

그 순간, 말소리가 잦아들었다.

 

카인

어이어이.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거야?

 

리케

히스클리프와 시노는 친구예요.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오즈

고의라고는 단정지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며 생긴 정과 집착이 어떻게 귀결되는지는, 각자 다르지.

 

오즈의 말에 아서가 입을 연다. 그에게는 시선 주지 않은 채, 오즈는 말을 이었다.

 

오즈

히스클리프가 무의식적으로 그 모형정원과 시노를 강하게 연결지어 봉인한다고 바라면, 때로는 그것이 저주가 되지.

 

히스클리프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깜짝 놀랐다.

 

히스클리프

내가...? 시노에게 저주를...?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현자

히스...!

 

네로

괜찮아? 정신 차려!

 

카인

오즈. 방금 그 말에 근거가 있어?

 

오즈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다. 확증은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것이 사실일 경우, 어설프게 저주를 풀면 히스클리프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저주는 풀리면 주술사에게로 돌아간다. 만약 네가 저주를 걸었다고 한다면, 모형정원을 부수면 네 자신에게 저주가 되돌아가겠지.

 

카인・아서・네로

.......

 

현자

(그럴수가...)

 

잠시동안 말을 잃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창밖은 짙은 구름이 드리워져 차츰 어두워졌다.

 

리케

대체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이대로면 시노는...

 

파우스트

...가장 안전한 방법은 히스클리프가 봉인을 푸는 거다.

 

무거운 문을 밀어젖히듯이 파우스트가 말했다.

 

파우스트

만약 정말로 히스클리프가 저주를 걸었을 경우, 다른 사람의 개입은 위험성이 높아져.

하지만 주술사가 직접 푼다면 저주를 받을 걱정도 없어. 받더라도 피해는 최저한으로 끝난다.

그걸 위해서는 마법으로 자신의 의식을 모형정원에 연결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시선을 받은 히스클리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색은 지금도 창백하다.

 

히스클리프

...할게요. 제가 시노를 구할게요.

파우스트 선생님, 방법을 알려주세요.

 

파우스트

그러면 모형정원을 손바닥에 올리고...

의식을 송출한다는 감각으로 주문을 외워라.

 

히스클리프

네.

 

파우스트에게 배운대로 히스클리프가 주문을 외운다.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블프 스노스》...!

 

.......하지만 모형정원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히스클리프

마법이 왜 발동되질 않지...? 분명히 주문을 외웠는데.

 

파우스트

초조해하지 마. 침착하게 다시 한 번 해봐라.

 

히스클리프

네, 네...

《레프세바이블프 스노스》...!

.......큭. 소용이 없어.

 

그 뒤로 히스클리프는 몇 번이고 주문을 반복했다.

하지만 마법은 한 번도 그의 부름에 호응하지 않았다.

 

히스클리프

대체 왜, 이럴 때에...

 

답답한 공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워갔다.

창밖에는 서서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았기에 히스클리프는 자기 방에서 쉬기로 했다.

잠시 뒤, 따라갔던 파우스트가 돌아왔다.

 

아서

파우스트, 히스클리프의 상태는...

 

파우스트

제법 동요하고 있어.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군.

 

네로

그런가... 안색도 안 좋았고 말이지.

 

현자

...저기. 아까 히스가 하려고했던 마법은 어려운 것이었나요?

 

파우스트

섬세함과 치밀함이 요구되는 마법이긴 하지만 평소의 히스클리프였다면 별로 어렵진 않았을 거다. 오히려 특기라고 할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방금 전은 그 애의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어. 마법을 쓸 수 없었던 건 그 때문이었겠지.

마법사는 마음으로 마법을 사용하니까.

 

파우스트에게 부축받으며 방을 나갈 때 히스클리프는 무척 쇠약해져 있었다. 오히려 그가 몸져눕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카인

...저주 운운하던 게 사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그럴 가능성을 지적받은 채 시노의 상태를 눈앞에서 마주하면, 여유를 잃는 것도 무리가 아냐.

히스에게 있어 늘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시노는 든든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어.

시노도 의식이 있다면, 설령 한 쪽 팔을 잃는다 하더라도 주군의 앞에서 결코 무릎을 꿇지 않을 녀석이니까 말이야.

그게 그 녀석의 종자로서의 긍지야. 그러니까 히스는 지금 이런 모습의 시노를 지금까지 볼 기회가 없었던 걸지도 몰라.

 

파우스트・네로

.......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잠들어있는 시노에게로 모였다. 누워있는 그에게서 들려오는 것은 희미한 숨소리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 눈을 확 떠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서

...오즈 님. 무언가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오즈

없다.

 

리케

아무것도 없나요?

 

오즈

아무것도 없다.

 

파우스트

유감이지만 그 말대로다. 마음을 치유하는 건, 히스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과 마주할 수밖에 없어.

 

리케

그런...

 

기운없이 어깨를 떨구는 리케의 머리를 네로가 쓰다듬는다.

 

네로

안타깝지만 지금은 기다릴 때야. 가장 힘든 건 히스 그 녀석일테니까 말이지.

친구가 어려울 때 도울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는데도, 조급해질수록 마음대로 잘 안 돼.

그 녀석은 분명 지금쯤 스스로를 그렇게 책망하고 있을거야.

그러니까 말이야, 너무 몰아세우지 않도록 지켜봐주는 게 좋지 않을까.

 

아서

그렇네... 네로의 말대로야.

 

카인

히스는 괴로운 와중에도 자신의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어.

우리들도 히스의 마음이 진정되는 걸 기다려주자.

 

리케

네...

 

파우스트

.......

석양이 미소짓는 온실의 랩소디~동쪽 나라&중앙 나라~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자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울렸다.

 

히스클리프

현자 님, 좋은 아침이에요.

 

현자

좋은 아침이에요. 무슨 일 있나요?

 

히스클리프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그저 혹시나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자면 불안하실까봐...

 

현자

히스...

(그도 분명 어제의 일 때문에 괴로울텐데도...)

 

그의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젯밤, 카인과 파우스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히스클리프는 섬세하고 성실하고 무척이나 상냥하다. 그렇기에 사람의 불안에 민감하고 곁에 있어주려고 한다.

 

현자

고마워요. 어젯밤은 푹 잤어요.

장식된 드라이 플라워의 향기가 무척 좋아서...

 

테이블을 보고, "아아"하며 히스클리프는 끄덕였다.

 

히스클리프

저 꽃의 향기에는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옛날에 오랑제리에서 키워보자는 얘기가 나온 적도 있었지만요.

 

현자

오랑제리... 그 안뜰에 있었던 온실 말이죠.

그러고보니 시노가 그곳은 히스가 좋아하는 장소였다고 했는데 사실인가요?

 

히스클리프

으음, 그건...

 

히스클리프는 수줍은 듯 망설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히스클리프

무척 조용한, 안정되는 장소였기에 어릴 적 자주 그곳에서 보냈어요.

커다란 창문으로 부드러운 석양이 가득 비쳐들어서... 그곳에서 혼자 책을 읽는 게 좋았어요.

 

본 적이 없는데도 신기하게 상상이 되었다. 해질녘 노을빛에 둘러싸여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어린 그의 모습이.

 

현자

그때는 아직 오랑제리로 계속 쓰이고 있었던 거군요.

 

히스클리프

네. 나무 한 그루를 키우고 있었어요.

작은, 오렌지 나무였어요.

 

문득 시선이 조금 멀어졌다.

 

히스클리프

친분있는 귀족에게서 받았는데 제법 뿌리를 못 내려서, 걱정돼서 자주 보러 갔었어요.

시노랑 만나기 전까지 저에게 친구다운 친구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 무렵엔 오렌지 나무를 친구처럼 생각했어서...

진짜 거기에 있는 것처럼 책을 읽어주거나, 말을 걸거나 했어요. ...조금 부끄럽네요.

 

현자

그렇지 않아요. 멋진 추억이라 생각해요.

그 나무는 지금 어떻게 됐나요? 어딘가에 옮겨 심었다던가...?

 

작게 고개를 흔들고 꽃이 시드는 것처럼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

 

히스클리프

...이젠 없어요. 꽤 옛날에 시들어서 베어버렸으니까요.

 

현자

어...

 

그때,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노크가 울렸다.

 

카인

아키라! 있어!?

 

현자・히스클리프

카인?

 

카인

그 목소리, 히스도 있는건가.

마침 잘 됐어. 두 사람 다 서둘러서 와 줘.

시노가 큰일이야.

 

히스클리프

시노가!?

 

현자

무슨 일인가요?

 

카인

오랑제리 앞에서 쓰러져있었다고 해. 방금 막 메이드가 우연히 발견했다는 것 같아.

 


 

우리는 곧바로 시노가 옮겨진 응접실로 달려갔다.

 

네로

히스, 현자 씨.

 

아서・리케

.......

 

이미 보고를 받은 마법사들이 방에 모여있었다. 침대에는 눈을 감은 시노의 모습이 있었다.

다친 모습은 없이 그저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히스클리프

시노...!

 

현자

시노, 괜찮아요!?

 

시노

.......

 

시노는 눈을 감은 그대로 미동조차 없었다.

 

히스클리프

시노...?

 

리케

아까부터 계속 이 상태예요. 몇 번이나 불러도 반응이 없어서...

 

아서

외상은 없는데도 의식만 돌아오질 않아.

 

네로

지금 오즈와 파우스트가 오랑제리를 조사하러 갔어.

 

히스클리프

그런... 시노,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일어나, 시노. 시노...

 

시노

.......

 

시노의 손을 붙잡고 히스클리프는 몇 번이나 외쳤다. 하지만 눈을 뜨기는 커녕, 눈꺼풀을 움직일 기미조차 없다.

잠든 모습은 평소의 활발한 시노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마치 닮은 인형을 보고있는 것 같았다.

 

히스클리프

어째서 이런 일이...

 

목소리가 떨리는 히스클리프의 등에 네로가 살며시 손을 더했다.

 

네로

...일단은 두 사람이 돌아오는 걸 기다리자.

 

머지않아 파우스트와 오즈가 돌아왔다. 시노의 안부를 지켜보던 마법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에게로 달려갔다.

 

카인

파우스트, 오즈, 뭔가 알아냈어!?

 

리케

역시 저 오랑제리에는 위험한 마법도구가?

 

아서

아니면 혼절할 정도로 강력한 독초가 자라고 있었던 건가요.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에 파우스트와 오즈는 어느 것에도 고개를 저었다.

 

파우스트

아니...

 

오즈

오랑제리를 조사해봤지만 위험시될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현자

네...? 그럼 시노는 어째서...

 

파우스트는 품 속에서 작은 상자같은 것을 꺼냈다.

 

카인

뭐야, 그건?

 

파우스트

오랑제리 안에서 발견한, 기억의 모형정원이라 불리는 마법도구다.

 

리케

기억의 모형정원...?

 

파우스트

이건 마력을 품으면 상자 속에 상상하던 장소를 충실하게 재현해내지.

이것 자체는 장난감 같은 거고 귀찮아질만 한 물건은 아냐. 지금도 미약한 마력이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모형정원을 서서히 우리들 쪽으로 기울여 보였다.

 

히스클리프

...윽.

 

옆에서 히스클리프가 숨을 삼켰다.

모형정원에는 소년이라 추정되는 인형이 둘. 하나는 금발 머리, 다른 하나는 흑발이다.

중앙에는 오렌지가 열린 나무가 서 있다.

 

현자

(...오렌지 나무...?)

 

오늘 아침, 그런 이야기를 히스클리프에게서 막 들은 참이었다.

주의 깊게 바라보자, 모형정원에 커다란 창문과 벽돌의 색, 구조를 본 기억이 있었다.

안뜰에서 보았던 오랑제리의 분위기와 많이 비슷했다.

 

현자

(이 모형정원이 오랑제리를 재현하고 있다는 거야...? 거기다 이 두 개의 인형...)

 

카인

...저기, 이 인형, 히스와 시노를 닮은 것 같지 않아?

 

아서・리케

.......

 

누구나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동의의 침묵이 바닥에 깔린다.

네로가 눈살을 찌푸리고 파우스트를 본다.

 

네로

어이, 혹시 시노는...

 

파우스트

그래. 이 모형정원 속에 시노가 갇혀있는 것 같아.

 

전원

!

 

리케

그래도 시노는 여기에 있다구요?

 

오즈

몸 뿐이다. 시노의 정신은 여기에 없다.

 

현자

시노의 정신...

 

아서

눈을 뜨지 않는 건 그 때문인가...

 

카인

하지만 어째서 시노가 이렇게 된 거지? 장난감 정도의 도구가 위험할 리 없을텐데?

 

파우스트

그렇기 때문에 기묘한 거다.

젊은 마법사 중에서도 강한 마력을 가진 시노가, 이 정도의 마도구에 갇힐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만에 하나, 방심해서 끌려들어갔다 해도 그 애의 마력이라면 스스로 나올 수 있을 터다.

 

네로

그렇단 말은 문제는 마법도구 그 자체가 아니라...

 

파우스트

다른 요인일 가능성이 높아.

 

아서・리케・카인

.......

 

히스클리프

.......

석양이 미소짓는 온실의 랩소디~동쪽 나라&중앙 나라~

 

성을 대강 한바퀴 돌아본 후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전날의 수업과는 반대로 오늘은 오즈가 선생 역할을 맡았다.

 

오즈

그럼 훈련을 시작한다.

《복스노크》

 

오즈가 지팡이를 쥐고 주문을 외운다. 금세 블랑쉐 성이 눈부신 빛에 휩싸였다.

 

오즈

이게 수호 마법이다.

 

시노・네로

오오.

 

히스클리프

대단해...

 

오즈

.......

 

시노・히스클리프・네로

......?

 

오즈

해봐라.

 

시노・히스클리프・네로

엑!?

 

파우스트

이, 이것뿐인건가?

 

오즈

이것뿐이다.

 

네로

에엑...?

 

히스클리프

중앙 나라의 수업은 항상 이런 느낌이야?

 

아서

그런 느낌이야. 우선 오즈 님께서 시험을 보여주시고 우리가 그걸 따라하지.

 

리케

오즈는 말주변이 없어서 말로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카인

배우기보다 익숙해지라는 거지.

 

시노

생각보다 조잡하군. 하지만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단 편해.

분명, 이런 느낌인가... 《맛차 스디파스》!

 

네로

우선은 몸으로 익히라니, 아무리 봐도 북쪽 같은 사고방식이라고.

어디보자... 《아도노디스 옴니스》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시노와 네로는 요령 좋게 순응해갔다.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블프 스노스》 ...으윽.

틀렸어. 잘 안 돼...

 

평소와는 다른 수업 방식에 적응이 잘 안 되는지, 히스클리프는 고전하는 기색이었다.

 

오즈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들어갔다. 이 땅에 머무르는 정령의 기척을 의식하고 동조해라.

이곳은 네 고향이지. 정령도 너의 마법이 익숙할거다.

본래라면 여기 있는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 터.

 

히스클리프

네, 넵.

 

그 후에도 훈련은 계속되었지만 초조해서인지, 히스클리프는 끝내 상태가 회복되지 않았다.

 

오즈

오늘은 여기까지.

마력의 발로가 아직 불안정하다. 실전으로 옮길 단계가 아니다.

 

파우스트

그렇군... 수호 마법의 실전은 조금 더 훈련을 거듭한 뒤에 하도록 하지.

 

히스클리프

네... 감사합니다.

 


 

현자

하아, 엄청나게 진수성찬이었어. 좀 많이 먹었나...

.......응?

 

저녁을 먹은 후 복도를 걷고 있자, 전방에 카인과 파우스트가 동행하여 걷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현자

(좀 의외인 조합이네... 어디로 가는 걸까)

파우스트, 카인. 좋은 밤이에요.

 

파우스트

현자?

 

카인

여어, 아키라인가.

 

현자

두 분이 함께 계시다니 좀 신기하네요. 어딘가로 외출하시나요?

 

파우스트

아아, 아니.

 

카인

외출이라고 해야하나.

 

히스클리프

카인, 파우스트 선생님. 기다리게 만들어 죄송해요.

...아, 현자 님도 계셨군요.

 

현자

히스?

 

내가 무슨 일인지 묻기 직전에 히스클리프는 난처한 듯이 웃었다.

 

히스클리프

제가 두 사람에게 부탁했어요. 지금부터 방에서 수호 마법 복습을 할 건데 함께해줬으면 좋겠다고.

 

현자

복습이요?

 

히스클리프

네. 시노와 네로는 잘 되는데, 제가 뒤쳐지는 바람에 진도를 나가지 못하게 되었으니까요.

함께 수업을 듣는 중앙의 마법사들에게도 미안해서...

 

카인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되는데. 좀 더 뻔뻔해져도 될 정도야.

 

그렇게 말하고나서 소년같은 얼굴로 히스클리프를 팔꿈치로 쿡쿡 찌른다.

 

카인

그래도 지기 싫어하는 점이 있다는 거, 난 알고 있었다고. 시노와 아서에게 지기 싫다는 마음도 있는 거잖아?

 

히스클리프

그, 그런 거...

.......아니, 미안. 있을지도.

 

카인

아하하!

 

파우스트

솔직해서 좋군.

 

무심코 우리는 웃음을 흘렸다. 그의 숨겨두었던 승부욕과, 그것을 인정하는 솔직함이 좋았다.

 

카인

마법관에 막 왔을 무렵의 히스는 잘 자란, 내성적인 도련님 같은 인상이 강했지.

그래도 지금은 원래 모습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어. 난 아주 기쁘게 생각해.

 

동의하듯 파우스트가 히스클리프 쪽을 본다.

 

파우스트

히스클리프의 소극적인 성격도 있지만, 그 잭이라는 남자의 잘못도 있다.

그 녀석은 스승을 자처하면서 히스클리프에게 거만하게 굴거나 잘난 체 하며 부려먹었어. 당연히 위축이 되겠지.

 

현자

그랬던 건가요?

 

파우스트

그래. 아마 현자의 마법사로 발탁되어 다른 강한 마법사들과의 실력차가 드러나게 되는 걸 무서워하고 있었겠지.

자신은 위대한 마법사라고 믿게 만드는 데 필사적이었으니까 말이야. 약하다는 걸 들키지 않도록 일부러 으스대며 허세를 부리고 있었던 거다.

 

현자

히스, 힘들었겠네요...

 

히스클리프는 쓴웃음을 띠웠다.

 

히스클리프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나쁜 것만은 아니었어요. 카인이 친구가 되고, 매번 저를 도와주고...

평소에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파우스트 선생님께서도 제 입장을 신경 써주셔서, 마법에 관해 여러 지도를 해주셨어요.

제가 마법관에서 어떻게든 잘 헤쳐나올 수 있었던 것도 카인과 파우스트 선생님 덕분이에요. 두 분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카인

.......

새삼스럽게 그러니 부끄럽네.

 

파우스트

별로 감사를 받을 정도의 일은 아냐.

 

카인은 코를 비비고, 파우스트는 부끄러움을 감추듯 안경을 밀어 올렸다.

 

파우스트

잘 해내 온 건 네가 겸손하고 현명했기 때문이다. 집안이나 환경을 내세우지 않고, 항상 성실하고 상냥했어.

 

카인

맞아맞아. 히스는 처음부터 누구에게도 예의 바르고 성실했지. 잘난 척하지도 않고, 좋은 녀석이구나 감탄했다고.

 

히스클리프

그, 그런...

 

이번에는 히스클리프가 부끄러하는 차례였다. 꽃다발을 서로 교환하는듯한 분위기에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현자

...앗, 죄송해요. 제가 방해하고 말았네요.

저 슬슬 돌아갈게요.

 

카인

아키라, 방까지 배웅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현자

바로 앞이니까 괜찮아요. 복습, 힘내세요.

 

히스클리프

감사합니다.

 

그들은 그대로 히스클리프의 방 쪽으로 떠나갔다. 늘어선 세 사람의 등에는 경계심이 하나 없는 편안함이 있었다.

 

현자

(그러고보니 시노는 논외로 치고서도,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 카인과 파우스트는 히스와 꽤 오랫동안 잘 지내네...)

(그렇기 때문에 저 둘에게 복습을 부탁한 걸지도)

 

카인과 파우스트는 불안할 때에 지탱해준, 믿음직한 존재인 것이겠지.

 

현자

(히스의 훈련, 잘 됐으면 좋겠다...)

 

그들이 툭 터놓고 한 대화를 흐뭇하게 회상하면서 나도 방으로 돌아갔다.

석양이 미소짓는 온실의 랩소디~동쪽 나라&중앙 나라~

 

감정이 담긴 아서의 말을 히스클리프는 얌전하게 듣고 있었다.

 

시노

그 마법, 알려줘. 블랑쉐 성에 수호 마법을 걸고싶어.

 

히스클리프가 퍼뜩 고개를 든다. 곧바로 그도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히스클리프

저기, 저도 알려주셨으면 해요.

 

머뭇거리며 말한 주장이었지만 눈빛에 강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리케

두 사람은 블랑쉐 성을 지키고싶으신 거죠. 그렇다면 그랑벨 성과 똑같이 오즈가 수호 마법을 걸어드리면 좋지 않을까요?

 

히스클리프는 고개를 저었다.

 

히스클리프

그게 가장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중앙의 마법사가 직접 블랑쉐와 연관되면 외교적인 문제를 야기할지도 몰라.

거기다 나한테 소중한 고향이니까... 나 자신이 그 마법을 배워서 스스로의 힘으로 지킬 수 있게 되고싶어.

 

현자

히스...

 

아서

그 마음은 잘 알아. 나도 소중한 장소를 지킬 수 있게 되고싶다고 항상 바라고 있으니까.

 

카인

입장이나 나라가 달라도 두 사람의 마음은 분명 똑같을거야.

 

아서

어떠신가요, 오즈 님. 히스클리프 일행에게도 수호 마법 훈련을 해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오즈

...파우스트가 승낙한다면.

 

마법사들이 일제히 파우스트를 본다. 반짝반짝 기대하는 눈동자가 그를 둘러쌌다.

 

아서・리케・카인

.......

 

시노・히스클리프

.......

 

파우스트

........

뭐 중앙의 마법사들의 수업에 지장이 가지 않는다면...

 

아서・시노・리케・카인

아싸!

 

히스클리프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쩔 수 없이 승낙한 파우스트는 애매하게 끄덕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로

거절할 수 없지, 저건.

 

현자

아하하. 무심코 끄덕여지죠.

 

카인

그렇게 정해졌으면 계획을 세워야지. 언제로 할래?

그쪽의 일정을 알려줘.

 

리케

현자 님도 오시는거죠? 무척 기대돼요!

 

갑작스럽게 결정된 합동훈련에 학생들은 완전히 들떠 있었다. 문득 시노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연다.

 

시노

있잖아. 이왕 할 거면 우리도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해보자고.

 

중앙의 마법사들

?

 

파우스트・히스클리프・네로

실전...?

 


 

며칠 후. 동쪽과 중앙의 마법사들은 합동훈련을 위해 히스클리프의 고향인 블랑쉐 성을 방문했다.

수호 마법을 배운 후 곧바로 성에 걸어버리자는 생각인 것 같았다.

 

현자

(확실히 가장 실전에 가깝네...)

 

시노

좋은 생각이지? 블랑쉐 성을 지키기 위한 수업이니까 말이야.

 

파우스트

합리적이긴 하지만...

 

네로

네 행동력에는 놀란다고.

 

카인

뭐, 괜찮지 않아? 우리도 그랑벨 성에서 훈련하고 있으니까.

 

오즈

나쁘지 않군. 실물을 앞에 두는 게 마법적인 감각을 익히기 쉬워지니.

 

리케

히스클리프의 가족분께서 흔쾌히 응해주셔서 다행이에요.

 

아서

맞아. 훈련의 허가뿐만 아니라 이렇게 옷까지 준비해주실 줄은...

멋진 부모님이시네.

 

히스클리프

거창해져버려서 죄송해요. 오늘 일을 얘기했더니 두 분 모두 기뻐하셔서...

 

같은 현자의 마법사들인 데다, '아들이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라며 히스클리프의 부모님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성에 머무는 동안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모두에게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줄 정도였다.

히스클리프는 민망한 듯했지만 우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히스클리프

괜찮다면 수업 전에 블랑쉐 성을 안내해드려도 될까요?

다들 몇 번 방문하신 적이 있지만 수호 마법을 걸기 위해서라도 성 안을 자세히 봐두는 편이 좋을테니까요.

 

카인

오 좋네. 히스가 어떤 곳에서 자랐는지 다시 한 번 꼼꼼하게 봐두고 싶었거든.

 

시노

너희들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대단히 아름다운 블랑쉐 성을 도련님께서 직접 안내해주시는 거니까.

집중해서 감사히 보고 눈에 새겨두도록.

 


 

히스클리프와 시노에게 안내받아 우리들은 블랑쉐 성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아름다운 성과 우아한 별채, 훌륭하게 꾸며진 정원 풍경... 그러던 도중, 갑자기 리케가 발걸음을 멈췄다.

 

리케

저기, 저건 뭔가요?

 

안뜰 한쪽에 작은 건물이 보였다. 소박한 벽돌조로, 커다란 창문이 눈길을 끌었다.

아담하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현자

저건...

 

카인

헛간 아니야?

 

히스클리프

아니야. 지금은 그렇게 돼버렸지만...

원래는 오랑제리야.

 

현자

오랑제리?

 

히스클리프

온실이에요. 옛날에 추위에 약한 식물을 키울 목적으로 세웠다고 들었어요.

 

파우스트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건가? 그렇게 오래되어 보이진 않는데.

 

히스클리프

실은 스승님이 출입하게 되고나서는 거의 그의 창고처럼 되어버려서...

 

네로

스승이라면 히스와 시노가 마법을 배웠다는 놈이구나. 분명 잭이라고 했던가.

 

히스클리프

응. 직접 가져온 짐을 둘 장소가 필요하다고 해서 스승님이 쓰게 되었어.

위험한 마도구도 있으니까 이 장소에는 누구도 들이지 말라고 자주 말하셨어.

그것 때문에 아직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로 방치되어 있는 것 같아.

 

시노

저긴 히스 도련님이 좋아하는 장소였지.

스승이 독점하기 시작했을 때 한동안 풀죽어 있었잖아?

 

히스클리프

그렇지 않아.

 

시노가 놀리자 히스클리프는 곤란한듯이 웃었다.

 

시노

그래도 이제 그 놈은 없어. 이대로 놔둘 필요는 없단 말이지.

이번 기회에 안을 정리해두는 게 좋지 않나.

 

히스클리프

앗, 기다...!

 

오랑제리의 문에 손을 대려고 하는 시노를 히스클리프가 제지했다.

 

시노

히스?

 

히스클리프

...그게, 스승님이 어떤 무서운 마도구를 놔뒀는지 모르는데다 정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잖아.

이 다음에 훈련도 있으니까 오늘은 그만두자.

 

카인

뭐어, 가까이 가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을 정도니까.

 

네로

위험한 게 섞여있지 않다고 단정할 순 없기도 하고.

 

오즈

.......

 

오랑제리를 바라보고 오즈가 입을 연다.

 

오즈

어떤 기척이 있다. 하지만 대단한 건 아니다.

 

시노

그래?

 

파우스트

어쨌든 본래 목적은 그게 아니니까. 예비 조사를 마치고 어서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지.

석양이 미소짓는 온실의 랩소디~동쪽 나라&중앙 나라~

 

히스클리프

...여긴...

아아, 그 장소인가. 석양이 비쳐드는 따뜻한...

그립네. 어릴 때 석양이 질 때 여기서 조용히 책을 읽는 게 좋았었지.

옆에는 언제나 나와 닮은 친구가 미소짓고 있었던 것 같은...

 


 

히스클리프

...윽!

방금 그건...

 

시노

히스, 자고 있나?

곧 수업이 시작한다. 늦으면 파우스트가 시끄럽게 군다고.

 

히스클리프

엑, 벌써 그런 시간이야?

미안, 금방 준비할게.

 


 

파우스트

지금부터 답안지를 배부하겠다. 각자 마감시간까지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아서・리케

네!

 

카인

왠지 기합이 들어가네. 완전히 시험이라는 느낌이야.

 

시노

하아. 중앙 놈들이 같이 한대서 실기라 생각했더니.

 

히스클리프

실기훈련은 이전에 막 했던 참이잖아. 그래도 시험인가...

좀 긴장되네.

 

네로

선생, 역시 나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파우스트

당연하지. 연장자다운 점수를 받기를.

 

오늘은 동쪽과 중앙의 마법사들의 합동 훈련.

중앙에는 필기시험 같은 마법 공부를 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아서와 리케의 희망으로 함께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나와 오즈는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오즈

.......

 

현자

(왠지 참관 수업 같아...)

 

파우스트

좋아, 시작.

 

필기구를 손에 든 마법사들은 일제히 문제지를 넘긴다.

 

현자

그러고보니 중앙의 마법사들은 갑자기 시험을 치르게 됐는데 괜찮은 걸까요. 오즈의 수업에는 이론 수업이 별로 없죠?

 

목소리를 낮추고 옆에 있는 오즈에게 묻는다.

 

오즈

파우스트가...

.......

작게 말하는 게 좋은건가.

 

현자

그, 그렇네요. 수업중이니까 가능하면...

 

오즈

...파우스트가 직접 만든 참고자료를 건네줬다.

중앙의 마법사들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현자

그렇군요, 그렇게 된 거군요. 역시 파우스트...

 

아서

어려운 문제들 뿐이네. 공부한 보람이 있어.

 

리케

으으, 어려워... 그래도 미틸과 연습했던 글자를 많이 쓰는 건 기뻐요.

 

카인

오. 이 문제 본 기억이 있어.

어제 더 열심히 자료를 읽어뒀으면 좋았을텐데.

 

네로

실화냐고... 전혀 모르겠어.

 

시노

전부 본 적 없는 문제다...

 

중앙의 마법사들은 고전하면서도 즐거운듯이, 시노와 네로는 머리를 쥐어짜내면서 답안지를 채우고 있었다.

 

히스클리프

........

 

모두가 일희일비하는 와중, 혼자 잠자코 시험에 임하는 히스클리프의 조용한 옆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파우스트

시간 종료다. 답안지를 걷겠다.

 

시노

드디어 끝났나...

 

네로

하아, 어깨가 뻐근해.

 

현자

수고하셨어요. 시험은 어땠나요?

 

아서

어려운 문제도 있었지만 전부 적었습니다.

 

카인

나도야.

 

리케

저는 몇 개 적지 못했지만 그래도 잘한 것 같아요.

 

현자

세 분 모두 대단하네요.

 

리케

에헤헤, 채점결과가 기대돼요!

 

시노

난 무서워.

 

네로

동감이야.

 

파우스트

그러고보니 카인, 수업중에 몇 번이나 펜을 굴리던데...

 

히스클리프

앗, 나도 좀 궁금했어. 어떤 의미가 있어?

 

카인

그거? 완전 모르는 객관식 문제는 펜이 굴러가는 걸로 정했어.

 

히스클리프・리케

어어?

 

카인

밑져야 본전이지. 혹시 맞으면 좋은 거잖아.

 

시노

그렇군. 좋은 생각인걸.

 

리케

정말, 치사해요. 그래서는 시험을 치는 의미가 없잖아요.

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네로

하하, 그렇네.

(나도 몰래 했지만...)

 

오즈

파우스트, 감사를 표하지.

 

답안지를 정리한 파우스트에게 오즈가 말을 건다.

평소에 잘 하지 않는 형식의 수업은 오즈의 눈에도 신선하게 비친 것 같았다.

 

파우스트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냐. 오히려 이런 평소와 같은 수업으로 괜찮았던 건가?

 

아서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어. 참가하게 해줘서 고마워.

이론 수업이란 건 신선하네. 히스클리프에게서 들은대로 역시 파우스트의 수업은 도움이 돼.

 

히스클리프

앗. 그게...

 

히스클리프는 당황하며 파우스트의 얼굴을 훔쳐본다.

 

카인

맞아. 파우스트는 좋은 선생이야.

 

리케

학교에 다니는 것 같아서 오늘은 무척 재밌었어요!

 

파우스트

...그런가.

 

파우스트는 조금 굳은 얼굴을 보일 뿐이었다. 자랑하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인지 아무래도 어색한 것처럼 보였다.

 

시노

이렇게나 즐거운 듯이 시험을 치는 녀석이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아. 난 실기가 훨씬 좋은데.

 

히스클리프

아직도 그런 소리를...

 

카인

그렇다면 이번엔 동쪽의 마법사들이 우리 수업에 참가하면 좋지 않을까? 우리 수업은 실기 중심이라고.

 

시노

진짜인가? 나도 전부터 중앙 나라의 수업에는 흥미가 있었어.

오즈가 선생역할이니 강한 마법을 알려주는 거겠지?

 

네로

...오즈가?

 

히스클리프

우리의 선생님...?

 

설레하는 시노와는 대조적으로 히스클리프와 네로는 약간 주춤거렸다.

 

현자

(당황하고 있어...)

 

파우스트

실기 중심인가... 필기시험은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중앙 나라는 평소 어떤 수업을 하고 있지?

 

오즈

공격마법을 다루는 일이 많다. 하지만 최근엔 수호마법을 거는 훈련도 하고 있다.

직접 해보는 게 좋을 것 같기에, 종종 그랑벨 성에서.

 

히스클리프

그랑벨 성?

 

아서

응. 만약의 경우를 위해 강력한 수호마법을 걸어뒀어.

 

리케

그래도 저희가 건 마법은 오즈에게 금방 깨져버려요. 매번 엄청 실망해요.

 

오즈

그런 훈련이다.

 

카인

굉장하다고. 오즈가 수호마법을 건 장소는 우리 셋이서 마법을 사용해서 공격해도 먼지 한 톨 지나가지 못해.

아키라도 봤지?

 

현자

네. 그건 정말 대단했죠!

 

네로

그야 오즈의 수호마법이니까.

 

파우스트

깨뜨리려면 북쪽의 마법사들조차 애를 먹겠지.

 

아서

현자의 마법사의 임무는 다양하지. 유사시에 내가 반드시 성에 있다고 확신할 수 없어.

그럴 때에 소중한 장소를 지키기 위한 마법을 알게 된 건 커다란 배움이야.

 

히스클리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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