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지금은 오래된 고성소의 바닥————Praeteritus limbus vorago
예선 고성소
낙하하는 별의 꿈에, 누구나가 영원을 오인(誤認)했다.
거듭해 겹쳐지는 패자의 목소리. 죄업을 늘리는 승자의 무위.
기적은 없더라도, 「고성소의 바닥」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아방게르 / SE.RA.PH 최상층 안젤리카 케이지
달의 성배전쟁 최종국면.
일곱 계층을 이겨 온 승자 키시나미 하쿠노와 네로, 그들을 가로막는 트와이스, 세이비어와의 전투. (본 장면은 과거회상이므로 대사는 없고, 본편과는 확연히 다른 시간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X X X
카메라, SE.RA.PH의 중층(제5계층) 근처에서
위로 올라가 최상층, 치천의 우리(안젤리카 케이지)로.
그곳에는 게임판 최종보스인 각자(세이비어)와 홀로 싸우는 네로의 모습이.
세이비어는 태양과도 같이 네로의 위쪽에 군림한 채, 그 머리 위에는 후에 차크라 바르틴(대륜)이 되는 콜로니가 형성되고 있다. 네로는 공중에 있는 의사 영자를 발판 삼아 탕탕 뛰듯이 공중전을 하고있다.
(네로의 발이 닿는 곳에 파문이 일어나고, 그 순간에만 발판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네로, 공중 높이 앉아있는 세이비어에게 육박하여 화염을 두른 검•원초의 불을 격렬하게 부딪쳐대도 세이비어에게는 닿지 않는다.네로는 이미 만신창이. 이마에서는 피가 흐르고 드레스도 너덜너덜한 상태.
하지만 그 눈동자는 결코 흐려지지 않는다.
승산 없는 전투를 전심전령으로 싸운다.
그 모습은 비장하다기 보다, 소중한 것을 빼앗긴 분노로 가득 차 있다.
X X X
그런 네로의 수백 미터 아래.
안젤리카 케이지로 이어지는 제7계층의 폐허신전에 주저앉아 하늘을 오려다보는 키시나미 하쿠노(게임판 여주인공)의 모습이 있다.
하쿠노는 이미 몸 반쪽이 사라진 상태. 절대 살 수가 없다.
트와이스는 치천의 우리에서 네로와 함께 싸우던 하쿠노의 숨통을 먼저 끊었다. 하쿠노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아래층인 7계층으로 떨어뜨리고, 거기다 두 다리를 파괴했다. 아무리 투지가 있더라도 절대로 기어오를 수 없도록.
더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 하쿠노는 눈부신 듯이, 슬픈 듯이,
그저 홀로 싸우는 네로를 올려다보고 있다.
X X X
네로와 세이비어의 전투가 최고조를 맞이한다.
네로의 일격도 세이비어의 인에 의해 막힌다.
세이비어의 보구, 천륜성왕(차크라 바르틴)은 하늘을 뒤덮고,
고리의 중심에 있는 땅 위의 네로를 향해 빛의 창을 일제히 날린다.
검으로는 버티지 못하고 발이 묶인 채로 못 박히듯 휩쓸리는 네로.
거기에 소천륜에 비치된 일곱 개의 무구 중 하나가 결정타를 날리듯이 쏘아진다.
(차크라 바르틴의 보구명은 천륜성왕이지만, 그 원조인 각자는 전륜성왕이라는 다른 가능성도 갖고 있으며, 이 전륜성왕은 일곱 개의 무구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와 연관된 일곱 개의 "자비의 일격"이다)
이것은 광탄이 아닌 질량의 무기.
지표면을 가르는 미사일, 인도식 벙커버스터 같은 것이다.
네로는 이것을 마지막 남은 힘으로 막아냈지만, 치천의 우리의 지면이 꿰뚫리며 SE.RA.PH를 낙하한다.
최상층에서 최하층까지, 유성처럼 추락하는 네로.
그것을 지켜보고 숨이 끊어지는 하쿠노.
네로는 38만 킬로미터의 영자거리로 떨어져, 최하층...... 예선회장의 밑, SE.RA.PH의 바닥에 격돌했다.
대지의 구조체(스트럭처)와 표면(텍스처)을 날려버리고 드러난 흙덩이에 쓰러진 네로.
그 주변 지형은 네로를 묻은 크레이터가 된 채, 묘혈 같은 장소가 된다.
천공에서 애도의 종이 울려퍼진다.
그것은 차크라 바르틴의 대륜이 기동한 축가이기도 했다.
(이 순간, 지금까지 거행되었던 모든 성배전쟁은 정지. SE.RA.PH는 문 셀의 손을 떠나게 된다)
X X X
이상이 "990년 전의 싸움"의 끝.
이 싸움을 겪고 SE.RA.PH 내부는 여유가 없는, 죽음과 멸망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된다. 지금부터 잿빛의 시대가 시작된다는 명확한 암시라고도 할 수 있다.
A파트
학원, 방과후의 교실
새빨간 교실에서의 회화. 붉은색과 검은색만으로 만들어진 세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삼인조.
교실에서 서로의 (마스터로 온)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리, 신지, 하쿠노.
얼굴이 분명하게 비치는 것은 하쿠노 뿐으로, 아마리와 신지의 얼굴은 분명하지 않다.
아마리 「저...... 그닥 제대로 된 이유는 없어요」
아마리의 입가는 상냥하고 온화하게 미소 짓는 형태이다.
아마리 「영자해커로서의 재능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우수한 정도일 뿐이라」
신지 「그렇구만」
끄덕이는 신지. 하쿠노도 끄덕인다. (이 하쿠노의 기억은 실제로 신지 일행과 예선을 지나온 "신지의 친구"의 것)
신지 「나는 게임 챔피언이야. 그래서 여기에 온 거지. 세계 최고의 메인 프레임이 가동하는 게임은 세계 최고의 게임일 게 당연하잖아?」
아마리 「멋져요. 당신의 이름이 영원히 남는거군요」
아마리는 신지에게 철두철미 상냥하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연기하고 있을 뿐)
두 사람만의 세계에서 겨우 하쿠노에게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두 사람 「그래서, 너(당신)는 무슨 이유 때문에?」
하쿠노 「———」
하쿠노가 입을 열고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
한순간, 그 얼굴에 데드 페이스가 떠오르고——
그 순간, 카메라가 끊긴다.
학원•교실 / 수업 풍경
하쿠노의 시점.
하쿠노, 멍하니 창밖을 올려다보고 있다.
어딘가, 하늘 높은 곳에서 비행기가 날고있다.
제트음이 이명처럼 들린다.
평화로운 문명, 과도기를 연상시키는 광경.
CHECK▶ 게임판에서는 「사람들이 발사된 인공위성을 올려다보며, 자신들의 빛나는 미래를 찬양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성은 날고있는 것이 아니라 미끄러지고 있는 것. 그 사실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은 누구나가 영원을 오인했다」고 말하는 장면.
나이 든 교사 「키시나미. 키시나미, 하쿠노——」
하쿠노 「———어?」
교사에게 호명되어 퍼뜩 정신을 차리는 하쿠노.
지금은 수업중이며, 하쿠노는 앉은 채로 멍하니 있던 듯하다.
하쿠노 「네. 무슨 일이시죠, 선생님」
특징 없는 대답이었지만 나약하진 않다.
분노의 심지는 주위에 숨기면서도 당당한 침착함을 가진 하쿠노의 목소리.
나이 든 교사 「지루한 수업인 건 알지만 중요하니까 잘 들어 두세요」
노교사의 지쳤지만 학생을 신경쓰는 목소리.
교실 안의 학생들이 킥킥 웃는다. 그 중에서도 친근하게 돌아보며 웃어대는 신지.
신지 「재난이었구만」
아마리 「그래도 수업중에 졸면 안 돼요」
친한 친구답게 웃는 신지와 곤란한 듯이 웃는 아마리.
하쿠노 「.........」
작게 끄덕이는 하쿠노.
수업이 재개되었다.
나이 든 교사 「즉, 서번트라는 건 인류사를 무기로써 이용한 획기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사에 새겨진 영웅의 소환. 신화의 재현이라고도 할 압도적인 힘의 실체화」
「이 기적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포토닉 순결정체——— 태양계 최고의 아티팩트인 양자 컴퓨터 『문 셀』입니다」
노교사가 서번트인가 뭔가를 설명한다.
생소한 수업 내용에 하쿠노는 눈을 꿈뻑거리며 교실을 관찰한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서기 2000년 무렵 일본의 고등학교의 교실 풍경.
그러나 교정에는 평범한 학교에는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탑이 있고, 그곳에는 두 개의 이상한 전광표시가 있다.
하나는 붉은 문자로 카운트하는 시계.
시각을 표시하기 위함이 아닌, 시시각각 카운트다운 되고 있다.
하나는 거대한 출석표. 256명이나 되는 명찰이 탁탁 움직인다.
나이 든 교사 「실체화라고 표현했습니다만, 물리적인 소환은 불가능합니다. 현재 소환 가능한 곳은 하나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다름아닌, 달의 영자허구세계 SE.RA.PH」
「지상에서 접속•투영된 256의 혼이 담긴 전뇌체의 동산」
「물론 NPC도 존재합니다만」
「요컨대 이 칠천의 바다야말로 영령 소환에 최적화된 유일한 필드인 것입니다」
CHECK▶ 노교사가 말하는 내용은 여기서는 시청자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OK.
하쿠노도 흥미없는 듯 출석표를 바라보고 있다.
신지와 아마리를 비롯해 레오와 린, 라니와 트와이스, 댄이라는 각각의 이름.
(참고로 키시나미 하쿠노의 이름은 없다. 그의 이름이 전광판에 표시되는 것은 1화의 마지막 뿐이다)
나이 든 교사 「자, 이걸로 모든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학원생활을 후회하지 않게 보내길」
CHECK▶ 교사 나름의 이별의 말. 몇 번이나 반복 시뮬레이트된 『2030년부터 3029년까지 거듭해온 패자들에 의한, 질리지도 않는 패자의 예선』이지만, 그가 이 대사를 말하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 그런데 NPC에 불과한 노교사이지만, 이번에도 또다시 "기록된 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학생들을 조금 감회 깊게 연민하여 말한 것.
나이 든 교사 「아아, 그리고 소각로에는 가까이 가지 마세요. 들어간 학생의 절반은 의미소실에서부터 자살로 빠지기까지 했으니까요」
신지 「뭐라는거야, 선생. 고성소엔 어떤 부탁을 들어도 안 갈 거야」
나이 든 교사 「그렇죠. 그럼 여러분, 저는 이만」
노교사, 평온하게 웃으며 떠나간다.
수업 후 / 교실
노교사가 떠나고 학생들은 담소를 나누며 교실을 떠나간다.
책상에 앉은 채 타이밍을 놓친 하쿠노의 곁으로 신지와 아마리가 다가온다.
신지 「뭐냐, 또 혼자서 방과후를 보낼 셈이야?」
하쿠노 「글쎄」
평범한 반응을 하는 하쿠노. '신지가 나에게 권유하는 걸까'하고 생각하고 있다.
신지 「완전 재미없는 놈이구만. 나참, 어쩔 수 없네. 내버려두면 넌 항상 혼자잖아. 여기선 관대한 내가...」
아마리 「오늘도 셋이서 느긋하게 점심. 맞죠?」
신지 「......뭐어, 응. 그런거지. 수업은 오전이면 끝나니까.」
쑥스러움에 말하지 못하던 속마음을 아마리에게 들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신지.
신지가 (선의의 행동일지라도) 자연스레 뾰족한 말을 하게 되는 것을 아마리가 부드럽게 돕는다. 그런 관계인 두 사람이다.
하쿠노 「고마워」
하쿠노, 안도하는 표정.
이 둘이 자신의 친구라고, 이제서야 실감/공감이 되었기에.
아마리 「그래서, 어디로 가나요?」
신지 「아무데나. 식당이야 엄청 많잖아」
하쿠노, 두 사람이 재촉해서 밖으로.
교실은 베란다에서 바로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든다(복도는 필요 없습니다).
밖에 나오자, 그곳은 평범한 학원풍경이 아니다.
다른 세계라고도 할 수 있는 광대하고 다중구조의 학원도시가 거미줄처럼 통로(다리 모양의 것)으로 이어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