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기사들의 이야기 - 가웨인

 

왕의 힘을 의심한 적은 결코 없습니다. 저 분이야말로 이상적인 기사의 화신! 몸소 전장으로 앞장서는 모습, 그 등을 따라갈 때마다 저는 브리튼의 밝은 미래를 확신했으니까요.

하지만 한 번, 딱 한 번 왕의 승리를 의심하고, 왕의 등을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싸움이 있습니다.

마룡 보티건. 그것이 브리튼을 파멸로 이끄려 했던 것의 정체였습니다.

보티건이 내뿜은 일격으로 병사들은 증발했고 제 성검 갈라틴은 빛을 빼앗겼습니다. 왕의 성검 엑스칼리버의 빛도 간신히 피운 화톳불 같았습니다.

전투는 오랫동안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룡은 포효로 먹구름을 불렀고 거대화했습니다. 병사들의 무기며 사체, 성채의 벽돌을 휩쓸며 나타난 용의 머리.

왕께서는 알고 계셨을 겁니다. 보티건은 브리튼 그 자체라는 것을.

 


 

"아서 왕! 적은 브리튼 섬 전체가 육신인 자입니다! 아무리 성검이라 해도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퇴각을...!"

"조금만 더 힘을 빌려주십시오, 가웨인 경."

"왕이시여?!"

"나와 귀공이 함께하면 섬의 분노 하나 둘 쯤, 성검을 가진 자가 가라앉히지 않으면 체면이 서지 않습니다."

"...예!"

 

"왕이시여, 마룡의 손을 베었습니다!"

"역시 가웨인 경! 다른 쪽을 찢어버리면... 더이상 하늘로 도망 못 친다!"

"하지만 그래서는 이제 무기가...! 그건?!"

"...땅 끝에서 빛을 쏘아라."

"그 빛나는 창은?!"

"...그것은 하늘을 찢고 땅을 잇는 폭풍의 닻... 롱고미니아드(땅 끝에서 빛나는 창)!"

 

"...보티건."

"어리석은 놈들. 폭군을 물리치려 더 큰 재앙을 불러들일 줄이야... 나의 아우, 우서의 아이여. 너는 이 나라를 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이제 신비의 시대는 끝났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문명의 시대, 인간의 시대다. 너의 근본적인 힘은 인간과는 맞지 않는다. 네가 있는 한 브리튼에 미래는 없다."

"...!"

"저주하는 게 좋을 거다. 옛 브리튼은, 아주 오래 전에 이미 멸망했다."

 


 

왕이 노인에게서 창을 뽑아내자 노인은 성채를 흔들리게 할 정도의 웃음소리를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종전을 고하는 왕의 모습은 여느 때보다 한층 더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본 자들은 누구나가 왕의 힘에 감복했을 겁니다. 그 정도로 그 전투는 거룩했습니다.

아직 나라는 황폐하지만 우리에게 아서 왕이 있는 한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