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별빛

 

보티건 토벌 후, 아서 왕은 파괴되었던 성채 도시 부흥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래도 브리튼의 미래는 어두웠으며, 민초들의 생활은 변하지 않은 채 사람들의 마음에 악의가 싹트고 있었다.

'아서 왕은 이 나라를 빛나게 할 왕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의 말만 따르면 풍족한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었나' 라며.

 


 

"제가 비난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올해도 흉작이고 농작물은 타국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겠습니다. 또 란슬롯 경의 도움을 받게 되는군요."

"원래부터 이 섬은 척박했어. 비왕 보티건을 쓰러뜨리면 평화로워질 거라고 누구나가 믿고 있었지. 그런데 결과는 달라. 인간은 올바른 것을 좋아하지만, 너무 올바른 것은 싫어해. 아서 왕이 계속해서 사람들의 이상적인 왕인 이상, 그들은 아서 왕에게 의존하고 동시에 꺼리기 시작할테지. 너는 그런 걸 꾹 참아내거나 혹은 짓밟고 군림해야 해. 너에게 주어지는 건 불의와 이해받지 못하는 것 뿐이야. 하지만 그게 많으면 많을수록 민초들의 생활은 안정되지."

"제가 괴로운 만큼 나라는 윤택해진다고요?"

"응. 알고 있잖아? 너는 그걸 이해하고 선정의 검을 뽑은 거니까."

"네. 그 점에 있어서 저는 잘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지켜봐주세요, 멀린. 당장은 힘들지만 반드시 이 섬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전설에 나오는 아발론에도 지지 않도록, 반드시."

마술사가 실수를 깨달은 것은 이 때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은 계속 왕으로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생활을 위해 검을 들었다. 왕에 대한 존경 같은 건 처음부터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선왕 우서와 마술사의 과오.

그들이 추구했던 것과 그녀가 추구하는 것의 차이를 깨달으며, 마술사는 동시에 그녀를 경시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차피 통치를 계속하다보면 이 여자애도 후회할테지. 그때 손을 떼면 된다.'

그런 잘난 생각을 했던 자신의 추악함에 마술사는 부끄러워하며 지금부터라도 길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모색했지만, 이미 모든 것이 늦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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