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아서

꽤 밤도 깊어버렸지만... 다시 파티를 재개하자.

그럼, 헤이갈에의 감사와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여... 건배!

 

현자・마법사들

건배!

 

모든 소동과 혼란을 극복하고, 모두가 밝은 미소로 잔을 부딪친다.

 

오웬

잠깐, 미스라. 재를 이쪽으로 날리지 마.

옷이 더러워지잖아.

 

브래들리

어이, 함부로 내 고기 먹지 말라고.

 

미스라

시끄럽네... 됐으니까 빨리 고기를 구워주세요.

 

그림 속의 화이트

뭘 싸우고 있는 게냐! 똑바로 일하거라!

 

그림 속의 스노우

똑바로 일하지 않으면 또 벌을 줄 게다!

 

미스라・오웬・브래들리

칫...

 

오즈의 번개를 맞고 쌍둥이에게 징계를 받는 그들은, 벌로 바베큐 굽는 일을 맡게 되었다.

 

카인

처음부터 그 마귀 퇴치는 가짜라고 말했잖아. 그런데도 이런 소동을 일으키다니...

 

미스라

그런 말 했던가요?

 

브래들리

말했다고. 네놈들이 적당히 흘려넘겼을 뿐이다.

 

미스라

브래들리도 알고 있었다면 말해줬어야죠.

 

오웬

진짜로. 오늘은 너희들 덕분에 쓸데없는 일을 엄청 하게 됐어.

 

미스라

그 대사, 완전히 그대로 돌려드리죠.

 

브래들리

웃기지 마. 이렇게 된 건 대략 네놈들 때문이잖아.

얼마나 모자란 머리를 가진 거냐고.

 

미스라・오웬・브래들리

.......

 

현자

(왠지 또 불온한 느낌이 도는 듯한...)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조마조마한 상태를 엿보고 있을 때, 옆 테이블에서 리케의 즐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케

헤이갈 선생님! 제 글자 연습 노트는 어떤가요?

예쁘게 썼나요?

 

헤이갈

네, 무척이나 아름답게 쓰여 있습니다. 리케 님의 문자와 말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점이 잘 전달되었습니다.

 

리케

에헤헤, 갑사합니다.

 

현자

리케, 기뻐보여요.

 

아서

네. 이렇게 보고 있으니 제 어릴 적 모습이 떠올라요.

저도 지금의 리케와 같은 목소리로 그의 수업을 즐겼으니까요.

 

아서가 온화하게 미소 짓는다. 그 눈동자에는 회고와 애석함이 스며있었다.

 

현자

(한때 어떻게 되나 생각했지만, 제대로 파티가 이뤄져서 다행이야)

 

내가 기쁜 분위기에 취해 있는 한편, 아서는 시중들러 온 사용인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아서

너희를 소동에 말려들게 해버렸네. 다치진 않았어?

 

사용인

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물론 다들 다친 곳은 없습니다.

실은 소동이 일어났을 때, 오즈 님께서 주변에 수호 마법이라는 것을 걸어주셨다는 것 같아서...

그 덕분에 밖에 있던 다른 사용인들도, 준비해두었던 식사도, 전부 무사했다고 합니다.

 

아서

그런가, 오즈 님께서...

 

아서의 입꼬리가 기쁜 듯 올라간다. 모르는 새에 오즈는 성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마법을 걸어주었다고 한다.

 

현자

(미스라와의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내 말을 기억해준 걸지도)

저기, 오즈.

헤이갈 씨와 성 사람들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즈

...왜 네가 감사 인사를 하지.

 

현자

다들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저도 기뻐져서...

거기다, 보세요. 아서도 웃고 있잖아요.

 

오즈

.......

그런가.

 

오즈가, 아서를 보며 살짝 입가를 올린다.

그것은 자신이 감사인사를 받아서 기뻐한다기 보다, 아서가 기뻐하는 것에 안도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스노우

헤이갈이여, 이건 그대의 것이었지. 다리 근처에 떨어져 있었다네.

 

헤이갈

이건, 오즈의 영혼 파편...

 

스노우

그렇게 이름 붙여졌을 뿐인, 평범한 거북의 등껍질이구먼.

이건 가짜일세. 오즈를 불러내는 효과 같은 건 전혀 없다네.

행방불명된 아서와는 전혀 관계 없다네. 그대가 죄책감을 느낄 이유 따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아.

 

헤이갈

전혀 관계 없다...

 

스노우

오히려 죄책감은 커녕, 그대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다네.

 

헤이갈

자랑스럽게...?

 

스노우

오즈는 옛날부터 성급해서 말일세. 만약 아서의 말투가 조심스럽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아서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네.

그대가 정중한 말투를 알려주었기 때문에, 오즈는 아서를 살려두었고 키울 마음이 들었던 거겠지.

아서를 양육함으로써 오즈의 마음도 이전과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네.

그건, 우리에게 있어서도 기쁜 일일세. 감사하구먼.

 

헤이갈

...그렇습니까...

제 공로라니, 몸둘 바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아서 님의 총명함과 마음씨가 이뤄낸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어린 아서 님 속에 잠재하던 교양과 상대를 헤아리는 온화한 말씨가 오즈 님의 관용을 이끌어내었다고 한다면...

아서 님께 학문을 가르쳐드린 문학박사 나부랭이로서, 이 정도 자랑스러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스노우

호호호. 그대의 마음은 잘 알겠네.

스승으로서 제자를 가르친 것이 제자의 인생을 구했을 때 만큼이나 자랑스러운 일은 없으니 말일세.

 


 

현자

아서, 여기 있었군요.

 

축제가 끝난 후의 조용함에 빠져들면서 성을 걷고 있으니, 다리 근처에서 아서를 발견했다.

 

현자

오늘은 파티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척 멋진 시간을 보냈어요.

 

아서

저야말로.

...맞다. 현자 님께 별의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죠.

헤이갈에게서 배운 말놀이라고.

 

현자

네. 그런데 헤이갈 씨는 왕비 님이 아서에게 가르쳤다고 하셨죠.

 

아서

맨 처음엔 저도 당시의 일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만...

좀 전의 전투에서 시녀들과 이 장소를 산책하는 어머니를 봤어요.

그때, 시녀가 당황해서 제 이름을 부르고...

 

아서는 좀 전까지 시녀와 왕비가 서있던 장소를 보고 눈을 가늘게 뜬다.

 

아서

어머니도 자연스레 딱 한 번, 제 이름을 불러주셨어요. 아서, 라고.

그때 생각났어요. 어릴 적 언젠가의 밤, 부모님과 손을 잡고 다리를 걸으면서, 하늘을 향해 노래하며 별들을 세던 것을.

 

아서는 별이 수놓인 하늘을 보고, 그리운 듯이 눈을 가늘게 뜬다. 일찍이 세었던 별들을 찾듯이.

 

현자

...또 언젠가, 가족과 함께 웃으며 이 다리를 건너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아서

네. 아직 시간이 조금 지나버렸지만...

스노우 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두 분께선 오즈 님을 두려워 하셨지만,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고.

그러니까, 분명...

 

아서는 다리 위에서 성의 상층부로 시선을 향한다. 그 시선의 끝에는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오는 창문이 있었다.

창가에 선 누군가의 그림자가 이쪽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나도 시선을 집중한다.

 

아서

오랜만에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어서 기뻤어요.

언젠가 다시 한 번, 어머니의 곁에서 함께 얘기할 수 있을 때가 오기를 믿어보려고 해요.

그게 얼마나 머나먼 길이라고 해도.

 

현자

...분명 아서라면 괜찮을거에요.

 

아서는 내 말에 돌아보고, 짧게 침묵하고서 작게 끄덕이곤 웃었다.

그리고 성으로 시선을 되돌리고, 따뜻한 빛이 새어나오는 창가를 향해 손을 쥐었다.

나는 그 옆모습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그의 어머니가 손을 쥐어줄 날이 올 것이라고, 별이 가득한 하늘에 기도했다.

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스노우

오웬이여, 못된 장난은 그만두거라!

 

화이트

이 이상 소동을 피우면 심한 벌이 기다리고 있을게다!

 

오웬

헤에...

 

오웬은 재밌는 장난을 떠올린 듯이 웃더니, 일부러 농락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카인에게 다가갔다.

 

오웬

이 놈을 구하고 싶으면 힘으로 뺏어보시지? 너희가 공격하는 순간, 실수로 떨어뜨려 버릴지도 모르지만.

 

카인

...윽!

 

리케

헤이갈 선생님! 읏, 따라잡을 수가 없어...!

 

두 사람과는 다른 방향에서 오웬을 쫓는 리케도 고전하는 듯했다.

훈련 때문에 마력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인지,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오웬의 빗자루에 좀체 따라잡을 수가 없다.

 

브래들리

핫, 별로 날지도 않았는데 벌써 비실비실대는구만.

나는 게 힘든 꼬맹이는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코 잠이나 자라고.

 

 

리케

브래들리, 지금 당장 헤이갈 선생님을 풀어주세요!

이런 난폭한 일을 저질러놓고 용서받을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브래들리

착각하지 말라고. 여긴 지금 우리의 놀이터잖아?

용서를 비는 건 우리가 아냐. 너희들 쪽이지.

이 성의 가냘픈 인간놈들의 목숨을 소중히하고 싶다면 말이지.

 

마음대로 손을 댈 수 없는 이쪽과는 달리, 인질을 데리고 있는 그들은 안하무인한 행동으로 이 장소를 지배한다.

 

브래들리

미스라! 이 상태로는 영원히 목표물을 손에 넣을 수가 없다고.

이 놈들 전원, 한 번에 흩어버리자고. 틈을 만들면 나랑 오웬이 할아범 쪽은 어떻게든 할테니까.

 

미스라

명령하지 마세요. 뭐, 알겠지만요.

《아르시무》

 

미스라가 귀찮은 듯이 주문을 외운 순간, 공중에 몇 개의 회오리가 나타나 주위를 나는 마법사들을 날려버릴 듯이 날뛴다.

 

현자

아...!

 

회오리 맨 아랫부분에 성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보인다.

다리에는 몇몇의 사람 그림자가 있었다.

 

아서

...어머니!

 

시녀

어!? 아, 아서 님!?

이건...!?

 

왕비

아서...?

 

시녀의 말을 되새기듯이, 왕비의 입에서 아서의 이름이 흐른다.

 

왕비

...아서, 넘어지지 않게 어머니의 손을 잡으세요. 그렇게 하면 좋은 걸 가르쳐줄게요.

자, 하늘을 바라보고. 새까만 어둠 속에 하나 둘 반짝반짝 빛나는 별님이 있어요.

저것을 악보 삼아 노래를...

 

아서

...!

《파르녹턴 닉스지오》 !

 

아서가 주문을 외우자, 회오리로부터 다리를 지키듯이 빛의 벽이 떠오른다.

수호 마법에 회오리가 튕기고, 시녀들이 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서

너희들, 여긴 위험해! 곧바로 성 안으로 피난하도록!

 

시녀

네, 네! 왕비 님, 이쪽으로...!

 

시녀들에게 재촉받듯이 걷던 왕비가 얼굴을 들고 눈동자에 아서를 비추려 했을 때...

 

아서

...!

 

상공에서 폭발음이 울리자 아서는 정신을 차렸다.

성으로 향하던 왕비 일행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곧장 굉음이 난 방향으로 틀어 다시 하늘 높이 날아갔다.

 


 

아서가 올라가자, 교착상태의 오즈와 미스라가 있었다. 상태를 엿보는 듯한 오웬과 브래들리의 모습도 있다.

다른 중앙의 마법사들과 스노우, 화이트는 헤이갈 씨를 방패 삼은 모습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자

아서, 다치지는 않았나요!?

 

아서

네, 전 괜찮아요. 시녀들도 피난시켰습니다.

그보다 아까의 폭발음은?

 

현자

오즈와 미스라의 마법이 부딪친 소리예요.

 

오즈

.......

 

미스라

이제 슬슬 지겨워졌어...

 

오웬

동감. 슬슬 이 놈의 겁내는 얼굴도 싫증나기 시작했어.

자, 오즈의 영혼 파편을 넘겨. 네가 가지고 있잖아.

 

헤이갈

오즈의 영혼 파편...? ...아, 알겠네...!

알겠으니까 모두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아주게...!

 

헤이갈 씨는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손바닥 정도의 주머니를 꺼내어 그들에게 내밀었다.

브래들리와 오웬이 흥미로운 듯이 그 내용물을 들여다본다.

 

오웬・브래들리

.......

...하?

 

하지만 한 박자 뒤에, 두 사람에게서는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브래들리

...뭐냐, 이건. 이게 어디가 오즈의 영혼 파편이란 거냐?

낡고 상처투성이인 결정거북의 등딱지잖아.

 

오웬

뭐야, 이 쓰레기는. 이런 걸 너는 그렇게 소중히 품에 넣고 다녔다는 거?

 

오웬 일행은 독기가 빠진듯이 거북의 등딱지를 보고, 이윽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오웬

하하하! 바보같아, 인간은 이걸 오즈의 영혼 파편이라 생각하는 거야?

 

브래들리

아하하! 오즈 놈, 인간에게 거북이라 여겨지는 거냐고.

 

그들은 배를 붙잡고 웃으면서, 평범한 거북의 등딱지를 가지고 논다.

 

브래들리

이 몸이 말한대로잖냐. 야, 누구였지?

이런 걸 진짜라 생각하고 의기양양해하던 거 말이야.

 

오웬

걸작이네. 분명 미스라였어.

그 놈도 얼빠진 구석이 있으니까.

 

미스라

무슨 말인가요?

 

브래들리

우왓, 너. 오즈를 상대하고 있던 거 아니었냐고!

 

미스라

당신들이 내 이름을 불렀잖습니까.

 

오웬

부를 리가 없잖아. 뭐어, 이야기는 했지만 말야.

너, 거북이 좋아해? 느릿느릿하고 얼빠진 점이 너랑 닮았네.

 

미스라

하?

 

브래들리

자, 오즈의 영혼 파편을 줄 테니까 화 내지 말라고.

 

미스라

...이 거북의 등딱지가 오즈의 영혼 파편? 날 얕보는 겁니까.

역시 죽이는 수밖에 없나.

 

미스라・오웬・브래들리

.......

 

세 사람 주변 공기가 급속히 차가워진다. 헤이갈 씨는 그 모습에 파랗게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헤이갈

도, 도와...!

 

아서

헤이갈! 나에게 힘껏 손을 뻗어!

이 빗자루로 옮겨 타는 거야!

 

헤이갈

...!

 

오웬의 빗자루에 접근한 아서를 북쪽의 마법사들이 성가시다는 듯이 노려본다.

 

아서

괜찮아. 무슨 일이 있어도 떨어뜨리지 않아.

나를 믿어!

 

헤이갈

...네, 네!

 

오웬

시끄러워.

 

헤이갈

우왓...!

 

완전히 흥이 깨진 모습의 오웬은 헤이갈 씨의 등을 툭하고 밀었다.

마치 짐이라도 떨어뜨리는 듯한 가벼움으로.

헤이갈 씨의 몸이 공중에 던져진다. 하지만 그의 동요는 한 순간뿐이었고, 곧장 아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헤이갈

아서 님...!

 

아서

...읏!

 

빗자루의 스피드를 올린 아서가 그 손을 강력하게 붙잡는다.

그리고 그대로 그를 끌어당겨 자신의 빗자루로 받아냈다.

 

현자

다, 다행이다...!

 

오즈

.......

 

충격으로 흔들린던 빗자루를 똑바로 하고 안심하며 웃는 그들을 보면서, 오즈는 아무 말 없이 마법도구를 손에 쥔다.

그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그 마법도구를 미스라 일행을 향한 채 주문을 외운다.

 

오즈

《복스노크》

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아서

나는 납치당한 게 아니야. 그날 밤, 나는 신비한 힘으로 유성처럼 하늘을 날아 북쪽 나라까지 이끌렸어.

하지만 나는 미아가 되어버리고 말았지. 별의 바다를 헤엄치면서, 외로움에 떨고 있었어.

그때 나를 발견해준 분이 오즈 님이야.

그대로 혼자 있었으면 떨고만 있는 채로, 분명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거야.

 

오즈

.......

 

아서는 소중한 기억을 그리워하듯이 오즈를 보고, 헤이갈 씨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 눈동자에, 슬픔은 없었다.

 

아서

그러니까 그대에게 죄 같은 건 없어. 결코 그대 때문이 아니니까.

 

아서는 헤이갈 씨를 살짝 그러안았다.

그는 상냥한 거짓말을 했다. 헤이갈 씨도, 왕비 님도, 오즈도, 누구도 상처입게 하고싶지 않다고 바라듯이.

그리고 헤이갈 씨에게서 천천히 떨어진 뒤, 보물상자를 여는 아이처럼 아서는 밝게 눈을 빛냈다.

 

아서

...떠오른 게 있어.

북쪽 나라의 맑은 밤하늘에 펼쳐진 별들을 보고, 나는 그대에게 배운 별의 노래를 불렀어.

 

헤이갈

별의 노래...

 

아서

그래. 반짝이는 밤하늘을 악보삼아 하나 둘 별을 세던 노래 말이야.

기억하고 있나?

 

아서는 그리운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에 펼쳐진 별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그의 옆모습을 보고, 헤이갈 씨도 눈매가 부드러워진다.

 

헤이갈

기억하고 있고 말고요. 그렇지만 전하께 그 말놀이를 알려드린 건 제가 아닙니다.

 

아서

응...?

 

놀라서 눈을 깜빡이는 아서에게 헤이갈 씨는 미소지었다.

 

헤이갈

별의 노래는 왕비 님께서 전하께 알려드린 노래입니다. 저 다리를 폐하와 세 분이서, 손을 잡고 걸으면서.

 

아서

어머니가, 나에게...?

 

그때, 갑자기 날려버릴 듯한 폭풍이 우리들의 눈앞에서 일었다.

 

헤이갈

우와악!?

 

아서

윽, 헤이갈!

 

???

오즈의 영혼 파편이 있는 곳을 알아냈네요.

 

거칠게 부는 바람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목소리가 난 방향을 올려다보자, 헤이갈 씨를 안아든 미스라가 밤하늘에 유연하게 군림해 있었다.

가까이에는 브래들리와 오웬의 모습도 있었다.

 

브래들리

그래. 귀찮은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다고.

 

오웬

정말, 기다리다 지쳤어. 드디어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네.

있지, 헤이갈. 오즈의 영혼 파편, 네가 가지고 있다며?

불쌍하게도. 그것 때문에 너는 나쁜 걸 끌어당긴거야.

실제로 지금, 나쁜 마법사에게 붙잡혀서 안 좋은 꼴을 보기 직전이고.

 

헤이갈

...!!

 

브래들리

아하하! 겁주지 말라고, 오웬.

할아범, 안심하라고. 떨면서 잠드는 밤은 오늘로 끝이다.

우리가 너를 해방시켜 줄테니까 말이지.

자, 얌전하게 오즈의 영혼 파편을 넘겨. 안 그러면 최악의 악몽을 지금부터 맛보게 될거라고.

 

말에 냉혹함을 담아 그들은 헤이갈 씨를 위협한다.

 

아서

윽, 시종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카인

다들, 이쪽이야!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도 내가 안전한 장소로 옮겨...

 

그림 속의 스노우

기다리거라, 카인! 우리는 도망치지 않아도 괜찮다네!

 

그림 속의 화이트

그보다 우리를 미스라 일행의 곁으로 옮겨주게.

 

그림 속의 스노우・화이트

장난이 지나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해 줄 필요가 있겠구먼.

 

카인

...알겠어! 바로 옮겨줄게.

 

카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이고, 성 사람들에게 피난을 지시하면서 그림을 안고 빗자루로 날아간다.

 

리케

헤이갈 선생님!

 

리케도 빗자루에 올라 미스라 일행을 쫓는다,

 

오즈

현자.

 

현자

아, 오즈...!

 

오즈

...손을.

 

나는 그에게 달려가 내밀어진 커다란 손을 붙잡는다.

그가 긴 지팡이로 지면을 한 번 찌르자, 지팡이 전체가 신비한 빛을 띠더니 그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두둥실 날아올랐다.

 

오즈

《복스노크》

 

오즈가 주문을 외우자, 팽팽히 긴장된 공기가 주변을 뒤덮는다.

그리고 오즈는 나를 빗자루 앞자리에 태우더니 기세 좋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카인

미스라, 멈춰! 헤이갈 경을 빨리 풀어줘.

 

미스라

싫은데요.

 

카인

큭, 이...!

 

그림 속의 스노우・화이트

카인, 우리에게 맡기거라.

 

스노우・화이트

으음음... 됐어, 나왔다!

미스라여. 이 이상, 마음대로하게 두진 않겠네.

 

 

스노우

오늘 밤은 그대들이 너덜너덜해져 울면서 사과할 때까지 우리가 상대해주지.

 

휘감기는 바람에 검은 의상을 날리면서, 그림에서 뛰쳐나온 스노우가 냉담하게 선언한다.

 

스노우

못된 장난의 도를 넘은 바보들에게는, 두 번 다시 잊을 수 없을 정도의 벌을 주지 않을 수 없겠구먼.

 

스노우・화이트

《노스콤니아》

 

미스라

칫... 《아르시무》

 

헤이갈

허억...!

 

무시무시한 마법의 공방을 눈앞에서 목격해 안색이 파래진 헤이갈을 보고, 아서 일행이 미스라를 다그쳤다.

 

카인

두, 두 사람 다! 좀 더 힘을 빼!

헤이갈 경이...!

 

스노우・화이트

데헷! 너무 지나쳐버렸당.

 

아서

헤이갈...! 기다려, 지금 구할게!

 

미스라

귀찮네.

...당신까지 온 건가요. 오즈.

 

오즈

.......

 

미스라는 성가시다는 듯이 오즈를 노려보고, 오웬의 빗자루에 몸을 실었다.

 

미스라

오웬. 이 사람은 당신이 맡아주세요.

 

오웬

뭐?

 

헤이갈

우와악!

 

오웬에게 헤이갈 씨를 공중에서 던지듯이 떠맡긴 뒤, 미스라는 마법도구를 손에 쥐었다.

 

미스라

오즈. 미스라는 맡기겠네.

 

오즈

아아.

 

화이트

현자 쨩이 함께 있으니까 위험한 짓은 적당히 하게나!

 

오즈

...아아.

 

현자

오, 오즈? 잠깐 멈칫했던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요?

 

화이트

오웬과 헤이갈은 우리가 쫓아가겠네. 카인, 아서, 출발합세.

 

아서・카인

네!

 

오즈

...네놈들의 목적은 뭐지.

 

미스라

그건... 어라, 뭐였더라.

 

현자

엑, 잊어버린 거예요?

 

미스라

으음. 분명 오즈의 영혼이 어떻다던가...

...뭐어, 아무래도 좋나. 어쨌든 내 제일의 목적은 당신을 죽이는 것이니까.

《아르시무》

 

오즈

《복스노크》

 

현자

꺄악----!!

 

오웬

칫... 저 놈, 정말 제멋대로란 말이야.

나에게 짐을 떠맡기다니.

 

카인

오웬!

 

아서

헤이갈을 놔줘!

 

오웬

...아아, 불쌍한 너를 구하러, 기사 님과 왕자 님이 왔네.

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스노우

아서여, 다리를 바라보며 무얼 하고 있었느냐. 산책 중인가?

 

아서

스노우 님!

네, 그러던 중입니다. 스노우 님은 혼자 오신건가요?

 

스노우

음. 지금 북쪽의 마법사들은 비교적 진지하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일세.

화이트에게 맡기고 왔다네.

 

아서

하하, 그거 다행이군요.

 

스노우

감개무량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구나. 이곳은 그대에게 있어서 무언가 인연이 있는 장소인건가.

 

아서

...네.

제가 아직 어릴 무렵 아버지, 어머니와 셋이서 이 다리를 건넜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를 가운데에 두고, 오른손은 아버지께서 왼손은 어머니께서 잡아주셨어요.

...따뜻하고 간지러워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스노우

그대가 오즈와 만나기 전의 일이구먼.

 

아서

네. 저는...

스스로가 축복 받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고, 오즈 님이나 스노우 님과 같이 소중한 동료들이 함께 있어요.

그러니까 이 이상 무언가를 바라는 건 이기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셋이서 이 다리를 건널 수 있게 된다면...

그런 걸, 바라게 되어버려요.

 

스노우

.......

아서여, 쓸쓸한 얼굴을 하지 말거라.

나는 그대의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해.

자신으로선 다루기 힘든 미지의 힘을 품은 아이는 두려운 법일세. 하지만 결코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라네.

나에게 있어서 오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일세.

 

아서

오즈 님이...?

 

스노우

음. 마치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맹수를 상대하는 듯한 기분이었다네.

그야말로 만났을 때는 의사소통을 하는 것조차 어려워서, 대단히 고생했다네.

 

아서

...두 분께선 오즈 님을 놓고 싶어진 적이 있으셨나요?

 

스노우

그건 물론, 셀 수 없을 정도지.

 

아서

.......

 

스노우

그 녀석은 어릴 때부터 세상을 멸망시킬 정도의 강대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네.

오즈의 기분이 상하면 우리 따윈 아주 쉽게 죽어버렸을테지.

그래서 어떻게든 그 녀석을 따르게 할 필요가 있었다네. 그 때문에 공포를 극복한 게지.

물론 그건 오즈를 위해서가 아닌, 어디까지나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네. 호호호, 그닥 칭찬받을 이야기는 아니구먼.

 

아서

.......

 

스노우

아서여, 용서하라고는 말하지 않겠네. 그대의 어머니는 그럴만한 잘못을 저질렀어.

그러나 버려진 슬픔에 갇혀있지 말게나. 그대는 먼지가 아닌, 별에서 떨어진 유성의 아이.

세차게 불타는 유성을 받아내지 못하듯이 그대를 품지 못한 것 뿐일세.

그저 한 명의, 최강의 마법사를 제외하곤 말이지.

 

아서

스노우 님...

 

스노우

호호호. 우리가 보기에는 오즈가 아이를 키운다는 게 뒤집어질 정도로 의외였으니까 말이네!

아서. 그대가 바란다면 언젠가 어머니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게야.

조금 머나먼 길이 될지도 모르지만 말일세.

하지만 불안할 필요는 없다네. 방금도 스스로 말하지 않았는가.

그대의 곁에는 오즈와 우리들이 있다네. 우리는 그대를 지켜보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네.

 

 

아서

...감사합니다. 뭐랄까,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별을 세는 노래도, 북쪽 끝의 극광도, 오늘밤의 불꽃놀이도, 저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받은 말들을 소중히 가슴에 품으면서.

 


 

이윽고 날이 저물고, 헤이갈 씨의 송별회가 시작되었다.

형형색색의 꽃이 피는 성의 안뜰에는 각각의 테이블에 하얀 식탁보가 펼쳐져 셀 수 없을 정도의 음식이 늘어서 있다.

화려한 모습은 송별회라기보다,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리케

브래들리 일행은 어디로 간 걸까요. 봉사활동은 끝났을까요?

 

카인

스노우 님, 화이트 님. 그 녀석들의 감시는 이제 끝난거야?

 

그림 속의 스노우・화이트

괜찮다네 괜찮아. 호화로운 식사에 이끌려서 금방 돌아올 거라네.

무사히 파티도 시작되지 않았는가!

 

현자

(싫증났구나...)

 

주변을 둘러보자, 커다란 테이블 옆에서 아서가 헤이갈 씨를 반기고 있었다.

 

아서

헤이갈, 지금까지 수고 많았어. 고향에 돌아가도 몸조심 하고.

기회가 있다면 언제라도 성으로 놀러와도 돼. 다들 기쁘게 맞아줄거야.

 

헤이갈

...감사합니다.

 

아서에게 대답하는 헤이갈 씨는 왠지 깊이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아서

헤이갈? 왜그래?

 

헤이갈

아서 님...

.......

 

헤이갈 씨는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헤이갈

지금까지 중대한 일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서

무, 무슨 일이야. 숨기고 있었다니...?

 

헤이갈

실은... 아서 님께서 북쪽 나라로 납치되셨던 것은 제 탓입니다.

 

오즈

.......

 

그 말에 오즈는 느릿한 동작으로 헤이갈 씨를 보았다. 헤이갈 씨는 괴로운 듯이 말을 잇는다.

 

헤이갈

...제가 옛날, 어린 아서 님께 부적을 건넸던 것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오즈의 영혼 파편이라 불리던, 마귀 퇴치의 부적 말입니다.

아서 님께서 오즈에게 납치당했다고 들었을 때, 저는 겨우 자신의 죄를 깨달았습니다.

제가 그것을 건넸기 때문에, 당신께서 북쪽 나라로 끌려가버린 것이라고.

그것을 알고나서 오즈의 영혼 파편은 제가 계속 갖고 있었습니다... 더이상 누구도 같은 처지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용서해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제 경솔한 행동을, 무례를, 진심으로 사죄하게 해주십시오.

제가 얕은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서 님께서 끌려가는 일은 없었을텐데...!

 

헤이갈 씨는 깊이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일을 밝히기 위해서 상당한 각오를 한 것이겠지.

 

아서

...그대가 나를 피한 건 그 이유였던 건가.

 

헤이갈

네... 자신의 죄를 생각하면 면목이 없어서, 아서 님의 얼굴을 떳떳하게 볼 수 없었습니다.

 

아서

그렇군...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내가 없어진 건 그대 탓이 아니야.

 

아서의 말에 헤이갈 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불안한 기색인 그에게 아서는 온화하게 웃어보였다.

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헤이갈

현자 님의 말씀대로군요. 무서운 소문을 몰고다니는 북쪽의 마법사들도, 마치 천진난만한 멋진 청년들 같았습니다.

 

현자

(천진난만한 멋진 청년이라니, 너무 좋게 말해주신 거 아닌가...?)

 

헤이갈

저도, 성에 사는 자들도, 아서 전하처럼 차별 없는 마음을 배워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이 멋진 그랑벨 성에서 건강히 성장해가는 아서 전하께 공부를 가르쳐드리며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차가운 북쪽 나라에서 씩씩하게 자라셨기 때문에야말로, 지금의 아서 전하가 계신 것이겠지요.

 

헤이갈 씨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눈가에 깊이 주름진 미소인데도 어쩐지 소년 같았다.

 

헤이갈

현자 님. 저는 마법사들이 좋습니다.

그들은 말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니까요.

 

궁정학자이며 국문학자인 헤이갈 씨의 말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헤이갈

아서 전하의 말씀은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왕궁의 책상 앞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로 가득 빛나고 있습니다.

오즈의 침묵이나, 말꼬리로 새어나오는 한 마디의 말조차도 깊고 올곧은 철학을 연상케 하여 아름답습니다.

겨우 백년도 살지 못하는 저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나 교훈을, 북쪽의 대지와 오즈가 전하께 가르친 것이겠지요.

 

현자

헤이갈 씨...

 

헤이갈

아서 전하의 실종사건에서 마법사에 대한 편견의 마음이 싹트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하께서 그랑벨 성으로 돌아오시고 인간과 마법사에 차별 없는 말씀을 하실 때마다...

말을 자신의 손발 다루듯이 중요하게 여기는 마법사들에 대한 친애와 존경의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서 전하와 오즈의 만남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기까지 말하고나서 헤이갈 씨는 뜻밖에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헤이갈

...그렇다고 해서 저의 죄가 줄어들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현자

...헤이갈 씨의 죄?

 

되묻자, 헤이갈 씨는 퍼뜩 표정을 바꾸었다. 상냥히 웃으며 희미하게 고개를 젓는다.

 

헤이갈

...답지 않게 부주의했군요. 면목 없습니다.

그럼, 현자 님.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성에서 준비해준 차와 과자는 고급스럽고 섬세한 맛이라 몇 개라도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리케

잘 먹었습니다! 전부 무척 맛있었어요.

파티에서의 요리도 기대되네요.

 

카인

아하하, 벌써 저녁 식사를 생각하는거야?

 

아서

맞다, 리케. 노트는 잘 챙겨왔어?

 

현자

노트?

 

리케

네. 제가 공부할 때 쓰고있는 노트를 헤이갈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그런데 갑작스러운 부탁인데도 봐주실까요?

 

아서

물론 괜찮을거야. 그는 네가 언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을 결코 헛되게할 사람이 아니야.

 

카인

나조차도 그 분과 얘기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경어가 나오니까 말이지. 가르치는 것도 분명 잘하실 거야.

 

현자

확실히, 무척 정중한 언행을 사용하셨죠.

 

아서

현자 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기뻐요.

그러고보니 아까 헤이갈과 무슨 얘기를 하신 건가요?

 

현자

그게... 아서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었어요.

헤이갈 씨는 지금도 아서를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파티에서 많이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서

현자 님...

네, 그와는 쌓인 얘기가 많아요. 최근 성에서 있었던 일이나 제가 아주 좋아하는 친구에 대해서...

그리고 『별의 노래』의 이야기도.

 

리케

별의 노래?

 

아서

내가 어릴 때 무척이나 좋아했던 말장난이야. 분명, 밤하늘의 별을 세는 노래였어.

헤이갈에게서 배웠지만 지금은 희미하게밖에 기억나지 않아서... 정말 어릴 때였으니까.

그래서 작별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알려주지 않을지 부탁해볼 생각이야.

 

그렇게 말하고 아서는 작게 미소 짓는다. 지금은 아직 없는 별을 찾듯이, 창문 밖의 맑은 푸른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차를 마신 후 아서 일행이 먼저 식당을 나가자, 나는 오즈와 둘만 남게 되었다.

헤이갈 씨의 말을 떠올린다. 그는 오즈가 아서를 납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과묵하고 쌀쌀맞은 얼굴인 오즈는 확실히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가 있다. 마왕이라 불린 과거도 납득이 된다.

그렇지만 아서에 관한 일에서는, 오즈는 악한 자가 아니라 생명의 은인일 터였다.

내 시선을 눈치채고 오즈가 얼굴을 든다. 시선만으로 『뭐지』라고 그는 물었다.

눈 딱 감고, 나는 입을 연다.

 

현자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요. 어릴 적 아서가 이 성에서 사라진, 그 사건에 관해서.

 

오즈가 한 쪽 눈썹을 움직인다. 희미하게 흥미를 보이고, 그는 끄덕였다.

 

현자

성 사람들 중에는 오즈가 아서를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는 당신이 아서의 생명의 은인인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걸 듣고 슬펐어요.

아서도 분명 슬프다고 생각할 거예요. 오해를 풀 생각은 없나요?

 

내 이야기가 끝날 무렵, 처음에는 흥미를 보인 오즈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관심을 잃은 얼굴이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인간들의 평가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냉혹하고 잔인한 마왕의 소문이 부풀어지게 된 것은 그의 무관심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자

...오즈.

제대로 들어주시지 않겠어요. 범인과 생명의 은인은 차이가 크니까요.

 

오즈는 귀찮은 듯이 나를 한 번 보았다. 이러한 태도는 임무를 싫어하는 북쪽의 마법사와 똑같았다.

 

 

오즈

민중들이 나에 관해 어떠한 얘길 하든, 나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다.

 

현자

오즈는 그럴지도 모르지만요... 아서는 슬퍼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아서는 오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소중한 사람이 오해받는 건, 분명 괴로울거예요.

 

오즈

...너는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거지.

 

현자

...다시 한 번 질문할게요. 오해를 풀 생각은 없는 건가요?

아서를 납치한 것이 아니라, 아서를 도운 거라고.

 

오즈

구한 적 따위 없다. 키우고 돌로 만들어서 먹을 생각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완강한 대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민감한 주제에 너무 간섭한 것일지도 모른다.

 

현자

...알겠어요. 이상한 이야기를 해서 죄송해요.

 

오즈

.......

아니다...

 

현자

그래도 오즈가 성 사람들에게 악담을 듣고 아서가 슬퍼하는 모습은 별로 보고싶지 않아요...

당신이 악담을 듣지 않도록 조금만, 정말 조금만, 신경 써주는 건 불가능한가요?

 

오즈

...예를 들면?

 

현자

마왕같지 않은 일... 사람들을 도와본다던가...

 

오즈

.......

 

오즈가 약간 눈썹을 찌푸린다. 한 소리 들을 것 같아서 나는 고개를 움츠렸다.

 

현자

...죄송해요, 함부로 말해서.

 

오즈

아니... 생각해두지.

 

의외의 대답에 고개를 든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오즈는 어딘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현자

감사합니다, 오즈.

 

짧게 끄덕이고, 오즈는 눈을 내리깔았다.

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헤이갈

처음에는 상인의 소문이었습니다. 아서 님을 잡아간 것은 북쪽 끝의 성에 사는 마왕 오즈라고.

 

헤이갈 씨는 복잡한 듯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주변의 공기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때, 바람을 타고 드높은 주문이 들려왔다.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

 

다리 방향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무심코 시선을 향한다. 헤이갈 씨도 똑같이 고개를 들고 중얼거렸다.

 

헤이갈

아서 님...

 

다리 기슭에 아주 작은 등뿐이었지만, 훈련을 하는 중앙의 마법사들이 보인다.

아서의 곁에 서서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마법을 가르치는 오즈의 행동은, 가족과도 같이 학생을 지켜보는 선생님처럼 보였다.

다시 한 번 아서가 주문을 외운다.

부드러운 빛이 퍼진 뒤, 그는 오즈를 돌아보고 기쁜 듯이 웃는다.

웃음소리가 다시 바람을 타고 뺨을 간질였다. 

 

헤이갈

.......

 

헤이갈 씨는 천천히 고개를 젓고 다시 시선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망설이듯이 입을 연다.

 

헤이갈

...북쪽 나라로 가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마왕의 성으로 향하는 길까지 이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국왕 폐하께서 병으로 쓰러지시고, 한눈에 아서 전하를 보고싶다고 바라는 폐하의 마음에 결사대가 모여...

천년에 한 번의 기적을 일으켜서 마왕 오즈의 성으로부터 아서 님을 데리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현자 님... 저, 저는...

오즈를 스승이라 받드는 아서 님께, 마주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아서 전하께서 고난의 나날을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전부 제가...

 

현자

헤이갈 씨...?

 

헤이갈 씨가 작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무언가를 말하려고 필사적으로 입술이 떨린다. 그렇지만 그는 심호흡을 하고 안타까운 듯한 눈으로 작게 고개를 저었다.

 

헤이갈

...죄송합니다, 현자 님. 저도 늙은지라, 옛날 기억을 떠올리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부디, 잊어주십시오...

 

나는 그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조금 전의 헤이갈 씨처럼 성을 올려다본다. 수십년 전, 왕자님을 잃은 이 성은 천지를 뒤흔든 듯한 소동이었을 것이다.

역사의 이면을 바라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발밑의 화단에는 아서의 눈동자와 비슷한 색의 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리케

오즈, 봐주세요! 아까보다도 수호 마법이 잘 걸렸어요!

이번엔 오즈에게도 깨지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시험삼아 조금만 마법으로 힘을 줘보면...

 

미스라

《아르시무》

 

리케

와앗!? 깨, 깨졌다... 미스라에게...

 

카인

미스라. 무슨 일이야.

봉사활동을 하고있던 거 아니었어?

 

미스라

질렸습니다.

그보다 아까부터 오즈가 약한 마법사의 수호 마법을 콕콕 파괴하면서 놀고 있으니까 나도 시험해 봤습니다만...

이거, 재밌나요? 대단히 성격이 나빠졌네요. 오즈.

 

오즈

.......

《복스노크》

 

미스라

위험...!? 갑자기 평소같은 짓 하지 마세요!

 

오즈

닥쳐라.

 

아서

.......

 

카인

뭐야, 아서. 웃고있다고.

 

아서

아하하, 그래? 설마 이 성에서 이런 식으로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거든.

 

카인

그러게. 수년 전엔 생각할 수도 없는 광경이지.

이 성의 분위기도 꽤나 바뀌었네. 오즈나 북쪽의 마법사들까지 성내에 있는 게 허용되다니 말이야.

 

아서

...그렇네. 성에 막 돌아왔을 무렵에는 오즈 님이 나를 조종해서 이 나라를 빼앗으려 한다는, 근거없는 소문도 있었어.

 

카인

당시 왕실에서 성 사람들에게 알려준 건, 아서 왕자가 그랑벨 성으로 돌아왔다라는 것 뿐이었어.

누구도 아서 님이 없어진 진짜 이유를 알지 못했던거야.

그 이상의 일을 물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도 있었고 말이지...

 

아서

듣지 못한 건 나를 배려해줬기 때문일거야.

하지만 지금은 오즈 님께서 성에 계셔도, 마법을 써도, 다들 아무말 하지 않고 지켜봐주고 있어.

 

카인

그래. 이전보다도 훨씬 마법사가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나도 느끼고 있어.

 

아서

물론, 아직 마법사와 마주하기 어려워하는 자들도 있어. 그래도...

 

카인

...? 아서, 뭘 보고...

 

아서

.......

 

카인

(저건 왕비 님의 방인가...)

괜찮다고. 언젠가 왕비 님도 너를 이해해주실 거야.

 

아서

...맞아. 고마워, 카인.

그런데 현자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카인

어라, 진짜네. 방금까지 근처에 있었는데...

 


 

아서

현자 님, 여기 계셨군요!

 

현자

아서! 찾으러 와준 건가요?

 

아서

네. 훈련이 일단락 되어서 휴식하는 김에 다같이 차라도 마실까 생각해서요.

헤이갈도 함께였구나. 혹시 현자 님의 안내를 해준 건가?

 

헤이갈

네, 우연히 만나 정원 산책을 함께하던 참이었습니다.

성을 떠난다면 이 풍경도 마지막이 되어서...

 

아서

...그렇군.

 

브래들리

오, 거기 있는 건 현자에 중앙의 왕자랑... 누구야 이 할아범.

 

아서

어릴 적 내 가정교사야. 오늘 성에서 행해지는 송별회는, 퇴직하는 그를 배웅하기 위한 거야.

 

헤이갈

처음 뵙겠습니다, 궁정학자인 헤이갈이라 합니다.

 

브래들리

...헤에, 가정교사 말이지.

 

아서

그런데 브래들리, 왜 여기에?

 

브래들리

쌍둥이에게 불려서 미스라와 오웬을 찾으러 온 거다. 그놈들, 땡땡이치는 것만으로도 짜증나 죽겠는데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아서

그랬군... 미스라라면 오즈 님과 함께 있어.

 

브래들리

뭐? 오즈?

그놈 뭘 놀고자빠진 거야... 목적을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뭐 됐어, 그럼 다음은 오웬인가. 귀찮구만...

어이, 중앙의 왕자, 마침 잘됐으니 안내해.

 

아서

내가? 앗... 기다려줘!

현자 님, 나중에 식당으로 와주세요. 저도 오웬을 찾으면 가겠습니다!

헤이갈도 괜찮으면...!

 

브래들리가 아서를 데리고 오웬을 찾으러 향한다.

아서의 뒷모습을 헤이갈 씨는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헤이갈

활기차게 달려나가시는 전하의 모습을 이렇게 다시 볼 수 있게 되다니...

그것도 북쪽의 마법사와 함께 계시다니... 참으로 신기하군요.

 

현자

북쪽의 마법사들은 난폭하고 성질 급한 부분도 있지만,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아주 많아요.

아서는 차별 없는 사람이니까 감각적으로 알고있는 게 아닐까요. 그... 오즈에 대해서도...

 

무심코 북쪽의 마법사들을 지지해버린 나를 향해, 헤이갈 씨는 상냥히 웃었다.

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현자

(셋을 돌보는 건 스노우와 화이트가 봐줄 것 같으니 중앙의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볼까)

 

그때, 나는 헤이갈 씨를 발견했다.

이후 파티의 주인공인데도 혼자서 감회가 깊은 듯이 성을 올려다본다.

오랫동안 일한 성을 떠나는 것이다. 내가 상상도 못할 만큼의, 다양한 추억이 마음을 떠돌고 있는 거겠지.

 

현자

(그러고보니, 헤이갈 씨는 아서의 모습이 사라진 건 자신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이유를 들어보고 싶네... 지금 말을 거는 건 무례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고)

 

내가 쉽게 발을 들여도 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걸로 오해가 풀린다고 한다면, 말을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자신을 책망한 채로 아서와 성을 떠난다면, 쓸쓸할테니까.

 

현자

헤이갈 씨, 안녕하세요.

 

헤이갈

현자 님.

 

헤이갈 씨는 나를 돌아보자, 진지하고 온화한 인품 그대로 상냥한 웃음을 띠워주었다.

 

현자

오늘은 바쁘신 와중에 저희의 송별회를 위해 파티에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헤이갈

현자 님께서 배웅해주신 것은 죽을 때까지 아이들이나 자손들에게 계속 이야기되어, 긍지가 될 것입니다.

 

현자

그런, 과찬이세요.

제 배웅은 관계없이 헤이갈 씨는 무척이나 훌륭하시니까요.

오랫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는 총명해 보이는 눈동자를 눈부신 듯이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주름진 눈가에는 천재 학자라고 불린 무르와는 달리, 겸허하고 건실한 지성이 깃들어 있었다.

내 말을 음미하듯이 한 번 끄덕이고 헤이갈 씨는 천천히 정중한 인사를 한다.

 

헤이갈

감사합니다, 현자 님. 현자 님의 따뜻한 말씀에, 오랫동안의 고생도 보답받는 기분입니다.

애당초 고생이라 말씀드렸습니다만, 쑥스러울 정도로 멋진 일에 힘을 쓰게 되었습니다.

유일하게 마음에 걸렸던 아서 님의 무사한 모습도, 4년 전에 뵐 수 있게 되어서...

 

헤이갈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망설이면서 신중하게 입을 연다.

 

현자

아서를, 줄곧 걱정하고 계셨군요.

 

헤이갈

그럼요. 저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왕자님의 무사를 바라지 않을 수 있을까요...

 

현자

그렇네요... 왕자 님이 갑자기 그대로 사라져버리면, 나라 전체가 큰 소동이었을테고요...

 

뜻밖에도 헤이갈 씨는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 망설이듯, 사려 깊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표정을 바라보면서 그의 말을 계속 기다렸다.

 

헤이갈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성에 오랫동안 일한 자라면 다들 알고있는 것입니다.

아서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그 사실을 알게된 사람은 왕궁에 있는 극히 일부의 자들뿐이었습니다.

왕족 분들, 일부의 높은 귀족들, 그리고 아서 님을 모시던 시종들만이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특별히 알게되었다기 보단, 저도 용의자 중 한 명이었겠지요.

 

현자

아서는 유괴되었다고 여겨지고 있었나요?

 

헤이갈

물론이죠. 왕위계승권을 가진 왕자니까요.

도적들이 몸값을 요구하는 건 아닐까, 여러 외국에서 꼭두각시로 길러져 침략전쟁의 구실이 되는 건 아닐까.

혹은 무서운 마법사가 아서 전하를 납치하러 온 것은 아닐까... 다들, 의심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아서 전하께서 마법을 사용하신다는 것을 알고있는 극히 일부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개구쟁이에 용감한 아서 전하가 하늘을 나는 새를 순진무구한 시선으로 올라다보고, 아무것도 모른 채 그 모습에 이끌려...

마법으로 날아가버린 것은 아닐까라며... 무사하게 계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당시의 일을 떠올린 것인지 헤이갈 씨의 눈가가 빨갛게 번졌다.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왕자님... 유괴나 사건으로 목숨에 위협을 받기보다는, 새와 함께 하늘을 여행하길 바란다.

그렇게 바라는 헤이갈 씨에게서는 아서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현자

(이렇게나 아서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어째서 아서에 대해 조심스러운 걸까...)

(심지어 헤이갈 씨는 아서의 실종을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아서 수색의 전말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서는 13살 때까지 돌아오지 못했을텐데...

 

헤이갈 씨는 희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헤이갈

결국 국내외에 공표하여 대규모로 수색대를 출발시킬 예정을 수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갑자기 국왕 폐하의 명령으로 아서 님의 수색 건은 소규모로 비밀리에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현자

어째서...

 

묻고나서 나는 아차 싶었다. 어린 아서가 사라진 이유를, 나는 알고있다.

적국에 붙잡힌 것도, 새를 쫓아서 실종된 것도 아니다.

아서는 왕비 님에게 버려진 것이었다.

 

헤이갈

당시 폐하의 심중에 어떠한 변화가 찾아왔는지는, 지금도 저에겐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는 직접 수색 지휘를 하셨는데, 갑작스럽게 태도도 모호해지셔서...

 

현자

태도가 모호해 졌다...

왕비 님은 어떤 상태셨나요?

 

헤이갈 씨는 슬픈듯이 눈썹을 찌푸리고 주저하듯이 입을 열었다.

 

헤이갈

...그 무렵부터 왕비 님께서는 방에 틀어박혀 계셨습니다.

무리도 아니었습니다. 아서 님의 실종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왕비 님께서는 터무니없는 소문에 휩싸여 계셨습니다.

아서 님이 마법사인 건, 왕비 님의 정체도 국왕 폐하를 속인 마녀가 틀림없다는...

중앙 나라를 빼앗기 위해서 마법사인 아이를 갖기 위해 이상한 약을 먹었다던가...

 

마법사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로부터 왕비 님에게 던져진 잔혹한 말들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서를 버린 왕비 님을, 마음 속 어딘가에서 지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처음 아이를 낳은 젊은 여성이 영문도 모른채 다수에게 비난받은 것이다.

눈의 대지에 아이를 버리는 잔혹한 어머니가 되어버린 것은, 그녀를 책망한 잔혹한 말들 때문일 것이다.

소년이면서도 왕자의 품격이 있는, 관대하고 상냥한 아서가 왕비 님을 탓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 때문일까.

 

현자

(왕비 님이 아서를 버린 것을 다들 알고있다고 생각했어...)

(쿡로빈 씨나 드라몬드 씨, 마법부 사람들과 중신들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잘 생각해보면 국민의 어머니라고도 불리는 왕비 님이 자식을 버렸다니, 알려지면 좋을 게 아니었네...)

 

헤이갈

국왕 폐하께서는 아서 전하의 실종 사건에 관해 공표하시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 왕태자 전하가 왕궁의 의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에서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몸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이미 돌아가신 건 아닌지, 왕비 님이 탑에서 던져버린 건 아닌지.

저는 아서 전하의 무사를 기도하기 위해 모든 짓을 했습니다. 그러던 사이 신기한 소문이 들려온 것입니다.

 

현자

...신기한 소문?

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미스라

오즈는 오늘 왜인지 중앙의 성에 수호 마법을 걸러 갔다는 듯해요.

 

브래들리

그건 중앙 마법사들의 훈련 때문인 게...

 

오웬

---수수께끼가 풀렸어.

 

미스라

---나도 풀었어요.

 

브래들리

너희 둘이 동시에 푼 수수께끼? 듣기 전에 단정지어서 미안하지만, 틀린 거 아니냐...?

 

미스라

하아... 이래서 머리가 덜떨어진 도적 같은 건...

 

오웬

정말이지... 이러니까 감옥에 들어가는 거야.

 

브래들리

언젠가 꼭 죽일거다, 이 놈들...

그래서, 수수께끼가 풀렸다는 건?

 

미스라

오즈는 중앙의 성에 영혼 파편을 숨긴겁니다.

 

오웬

그걸 뺏기지 않으려고 수호 마법을 걸러 간 거야.

어때? 이 아이디어?

 

브래들리

.......

그렇게 알기 쉬운 짓을 하겠냐?

 

미스라

오즈라고요? 알기 어려운 일 따위,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오웬

그렇다니까. 마력 자랑만 하는 무능력하고 단순한 괴물이니까.

거기다 브래들리. 어때?

괴도단의 두목 님은 오즈의 수호 마법을 깨고, 죽기 전에 영혼 파편을 훔칠 수 있어?

 

미스라

당신이 힘들다면 내가 오즈의 수호 마법을 깨버릴 겁니다만.

당신은 오즈의 영혼 파편을 발견하고 훔쳐내는 일에 전념하세요. 그 정도쯤, 할 수 있죠?

 

브래들리

너희의 추리를 신용할 리가 없지만...

좋다고. 이 계획, 가담해주지.

 


 

며칠 후. 중앙의 성에서의 송별회 당일 아침.

 

현자

아서. 파티에서 헤이갈 씨와 만나게 돼서 다행이에요.

 

아서

네. 성의 사람들도 파티 개최를 희망해주었어요.

헤이갈은 누구에게나 신뢰 두터운 인물이었으니까요.

이렇게 날씨도 좋아서, 잊혀지지 않을 하루가 될 것 같아요.

 

카인

하지만 파티 전에는 수호 마법 훈련을 이어서 해야하기도 해. 우선은 그걸 열심히 해야겠지.

 

리케

강력한 수호 마법을 걸어서 오즈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어요!

 

다들 들뜬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자, 넓은 방 안쪽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스노우

다들, 성으로 향한다면 우리들과 동행하는 건 어떤가.

 

화이트

출발 전에 늦지 않아서 다행이구먼.

 

미스라・오웬・브래들리

.......

 

북쪽의 마법사들이 다같이 모였다. 아침 일찍 마이페이스인 그들이 모이는 건 왠지 드문 일처럼 느껴졌다.

 

오즈

...무슨 일이지.

 

오웬

하하, 쌀쌀맞네에. 우리들은 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싶은 것 뿐이라고.

 

오즈

봉사활동이라고?

 

브래들리

내 사면을 위해서다. 이 녀석들은 옆에서 나를 도울거고.

오늘 하루 오웬과 미스라를 실컷 부려먹어줄 생각이라고.

 

스노우

어제 셋이서 승부를 해서, 브래들리 혼자 이겼다고 했다네.

 

화이트

그래서 그랑벨 성에서 사면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아침 일찍부터 얘길 꺼내서 말일세.

 

스노우

달갑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들도 북쪽의 선생으로서 학생의 의지를 존중하고 싶고...

 

화이트

하지만 셋만 보내는 건 솔직히 엄청나게 불안할 수밖에 없어. 고로 우리는 이놈들의 감시자로서 동행하겠네.

 

미스라

뭐어 그렇게 돼서, 잘 부탁드립니다.

 

카인

그건 좋은 마음가짐이네. 하지만 왜 굳이 성에서 하는거야?

마을에서 하는 편이 곤란한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

 

미스라

인간의 사정 같은 건 잘 몰라요. 성이 더 넓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잖아요.

 

오즈

무슨 꿍꿍이지.

 

스노우

잠깐잠깐, 그런 시비조는 말아주게.

 

화이트

만약 무언가 수상한 기색을 보인다면 그때는 그대의 마법으로 처벌해도 좋다네.

 

스노우

오즈여, 이러면 되겠는가?

 

오즈

.......

 

화이트

그런데 그대들은 아서의 가정교사 송별회에 참석하는 거였지. 그렇다면...

 

스노우・화이트

《노스콤니아》

 

현자

왓...!

 

그들이 주문을 외우자 순식간에 우리들의 의상이 크게 변했다.

 

스노우

이 정도 특별한 의상을 입는 편이 파티의 추억이 더욱 깊어지지 않겠나?

 

리케

와아...! 특별할 때의 정장 같아서 무척 멋져요!

 

아서

정말 그렇네. 차분한 색 조합이라서 자연스럽게 자세를 똑바로하게 되요.

스노우 님, 화이트 님, 감사합니다. 헤이갈과의 이별에 이 이상 어울리는 의상은 없을 거예요.

 

카인

잘 어울린다고, 아서. 파티 전의 훈련에서 더럽히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네.

 

스노우

호호호, 기뻐해주어서 다행이구먼!

 

화이트

파티를 만끽하게나!

 

미스라

네, 알겠습니다.

 

오즈

네놈들을 파티에 부른 적은 없다. 맡은 일이 끝난 다음, 즉각 돌아가라.

 

오웬

쌀쌀맞네에, 오즈 선생은.

안심해. 쌍둥이 선생이 이렇게나 멋진 옷을 선물해줬는 걸.

제대로 착한 아이로 있을 생각이야.

 

브래들리

그렇다고. 뭣하면 그 파티라는 곳에서 고기를 뒤집는 역할 정도라면 해주도록 할까.

뭐어, 구운 고기도 전부 먹어버리겠지만 말이지.

 

오즈

.......

 

미스라

내 고기를 위해 일부러, 감사합니다. 

 

브래들리

네놈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고기보다 먼저, 네놈을 구워줄까.

 

미스라

헤에, 나랑 해볼 생각인가요.

 

오즈

...출발 전부터 옷을 더럽힐 짓은 하지 마라.

 

아서

그러면 가볼까요. 다함께 그랑벨 성으로!

 


 

성에 도착하자 중앙의 마법사들은 마법 훈련, 북쪽의 마법사들은 봉사활동을 위해 둘로 나뉘게 되었다.

먼저 마법 훈련을 견학하러 향한다. 세 명은 의욕 가득한 얼굴로 오즈의 이야기에 끄덕이고 있다.

 

오즈

그러면 훈련을 시작한다.

 

아서

잘 부탁드립니다!

 

오즈

...너희는 수호 마법의 기본은 되어있다.

하지만 더욱 강한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금방 풀려버리고 말 거다.

 

리케

그럼 어떡하면 좋을까요?

 

오즈

정령의 기척을 의식하고 힘을 부여하는 거다.

그렇게 하면 더욱 강고한 수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카인

정령의 기척인가... 해보자.

 

저번 수업과 똑같이 다리 위에서 아서 일행은 배운 것을 의식하며 마법의 성과를 오즈에게 보였다.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

 

아서가 주문을 외우자 다리를 중심으로 빛의 막 같은 것이 주변을 감쌌다.

 

아서

어떻습니까?

 

오즈

....... 나쁘지 않다.

이전보다도 강고한 수호 마법이 걸렸군.

 

아서

감사합니다! 오즈 님.

 

카인

잘했네, 아서! 그러면, 다음은 내 차례인가.

 

현자

(무척 열심히고 재밌어 보여. 진지하게 끊임없이 몰두하는 건 중앙 마법사들의 장점이겠지)

(북쪽의 마법사들이 있는 쪽에서 들려오네. 상태를 보러 가볼까...)

 


 

현자

스노우, 화이트. 여기에 있었군요!

 

스노우

오오, 현자여. 봉사활동하는 걸 보러 와줬구먼.

 

현자

네. 아까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괜찮나요?

 

스노우

늘 있는 일일세. 지금은 저렇게 장작패기를 이렇게나 열심히...

...아니, 어떻게 봐도 땡땡이치는 중이구먼.

 

화이트

이보게, 그대들! 사면을 원한다면 더 열심히 일해야하지 않겠나.

 

브래들리

시끄러워. 마법을 써도 이런 귀찮은 짓을 혼자서 할 수 있겠냐고.

그보다 미스라, 오웬. 네놈들 뭐하러 온 거냐!

멍하니 서있지 말라고.

 

미스라

《아르시무》

 

브래들리・오웬

!?

 

미스라가 천천히 주문을 외우자, 브래들리와 오웬의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도끼가 지나가고 그의 손으로 빨려들어갔다.

 

현자

(위, 위험...!)

 

브래들리

이 자식... 위험하잖아!

무슨 생각이냐, 임마!

 

 

미스라

당신이 하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장작 패기를 하면 되는거죠?

 

오웬

그럼 나도 똑같은 걸 해줄게. 거기서 절대로 움직이지 마.

 

스노우

이놈들! 그만 싸우거라!

 

화이트

이런이런, 곤란한 애들일세. 앞날이 막막하구먼...

 

현자

아하하... 으, 응원할게요...!

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아서

내가 북쪽 나라에서 성으로 돌아오고부터는 소원해지게 된 거야.

오늘 대화한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고...

 

리케

그런 거였나요?

 

아서

응. 옛날엔 더 친했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내가 마법사라는 걸 알게 되어서, 그를 당황하게 만든 걸지도 모르겠어.

 

현자

마법사라는 걸 알아서...?

 

아서

네. 오즈 님의 성에서 돌아왔을 때에는 제가 마법사라는 걸 다들 알고 있었던 것 같았거든요.

...저는, 그의 수업이 좋았습니다. 그에게서 배운 아름다운 말들도.

분명, 그에게서 배운 말장난이 있어서...

 

살짝 쓸쓸한 듯이 말하는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담화실 밖에서 탁탁 가벼운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그림 속의 스노우・화이트

아서쨩 찾았다!

 

오즈

.......

 

구두 소리의 주인은 오즈였다. 왜인지 스노우와 화이트의 그림을 옆에 끼고 있다.

 

아서

오즈 님.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도, 무슨 일이신가요?

 

그림 속의 스노우

가끔은 그대와 느긋하게 대화를 하고싶어서 말이야. 요 근래 계속 공무나 의뢰로 바빴잖는가.

 

그림 속의 화이트

함께 오즈의 방에서 차라도 어떤가?

 

그림 속의 스노우・화이트

오즈 쨩도 '꼭 같이가자'고 말하고 있고~~!

 

오즈

...역시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다.

 

그림 속의 스노우

호호호. 그대도 평소 바쁜 아서를 신경쓰고 있었지 않나.

거기다 아까, 아서의 은사가 중앙의 성을 떠난다고 투덜댄 것도 그대일세.

아서가 슬퍼하진 않는지 걱정됐던 것이지?

 

아서

오즈 님, 감사합니다...

 

카인

하하, 잘됐네 아서. 모처럼의 권유야.

다녀오라고.

 

리케

저희들은 신경쓰지 마세요.

 

현자

네, 느긋하게 다녀오세요.

 

아서

감사합니다. 그럼, 감사히 호의를 받겠습니다.

 

아서는 한결 마음을 푼 듯이 웃으며 오즈 일행과 함께 담화실을 나갔다.

아서가 없어지자 방은 조금 조용해졌다. 이 틈을 타서 나는 조금 전의 대화에서 생긴 의문점에 대해 물어보았다.

 

현자

저기, 카인. 방금 전의 대화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헤이갈 씨는 마법사를 대하는 걸 힘들어 하시나요?

 

카인

아니...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마법사를 차별 없이 대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리케

그런건가요? 그럼, 어째서 아서 님과 헤이갈 선생님은 소원해지게 된 걸까요.

 

카인

그건 나도 신경 쓰였어. 그래서 똑같은 질문을 헤이갈 경에게 한 적이 있어.

어째서 아서 님을 피하는지, 당신은 아서 님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말이지.

 

현자

엄청나게 직설적으로 물어봤네요!

 

카인

물론, 나 개인으로서는 그를 좋아하고,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지만 아서 님의 신변에 부자연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녀석이 있으면 그 이유를 확인하는 게 내 일이니까 말이야.

아서 님에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입막음 당해서 전하진 못했지만...

 

카인은 말을 끊은 뒤, 조금 망설이면서도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카인

아무래도 헤이갈 경은 어린 아서 님이 실종됐던 건,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듯해.

 

현자

자기 책임...?

(확실히, 아서는 왕비 님의 지시로 북쪽 나라에 버려졌을 터. 아서 본인에게서도 그렇게 들었는데...)

 

주제가 주제인만큼 머뭇거리는 나를 보고, 카인은 이해한 듯이 끄덕였다.

 

카인

헤이갈 경의 주장은 이거야. 그는 아서 님이 실종되기 전에 마귀를 쫓아내는 부적을 건넸다는 듯해.

오즈의 영혼 파편이라 불리는 건데, 그 때문에...

 

오웬

오즈의 영혼 파편이 뭐야?

 

카인

우왓!?

 

리케・현자

!?

 

깨닫고보니, 어느샌가 오웬이 카인의 뒤에 서 있었다.

 

카인

깜짝 놀랬어... 기척을 지우고 가까이 오지 말라고.

 

오웬

그것보다 오즈의 영혼 파편이라니 뭘 말하는 거야.

살짝 알려줘. 나한테만.

 

브래들리

다 들린다고, 오웬. 뭐야 그 불길한 이름은.

듣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기 짝이 없다고.

 

미스라

나도 듣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요. 독차지할 생각인가요?

죽고 난 다음 뺏기는 게 좋나요?

 

오웬

칫... 기사 님이 늦장부리니까 귀찮은 것들한테 잡혀버렸어.

 

카인

내 탓이 아니잖아...

 

브래들리와 미스라까지 계속 모여들더니, 흥미진진한 얼굴로 카인을 둘러싼다.

 

현자

(뭐라고 할까... 행실 나쁜 불량배들한테 걸린 듯한 구도인걸...)

 

카인

오즈의 영혼 파편이라는 건, 어린 아서에게 가정교사가 건네준 마귀 퇴치의 부적을 말하는거야.

다만, 오즈의 영혼 조각이라 말해도 아마...

 

미스라

그거, 어디에 있는 건가요?

 

브래들리

어이, 나도 알고싶은걸.

 

오웬

있지... 안내해줄 거지, 기사 님.

 

카인

잠...! 너희들 정말 내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있는거야!?

 

브래들리가 카인의 팔을 끌어올리고 그대로 문 쪽을 향한다.

미스라와 오웬도 주변을 둘러싸더니, 도망칠 틈도 없이 카인은 세 사람에게 끌려가버렸다.

 

리케

가버렸네요...

 

현자

괘, 괜찮을까...

 

리케

...현자 님. 아서 님이 버려졌던 사건은 모두가 알고 있던 게 아닌 걸까요?

 

현자

그렇네요... 헤이갈 씨도 착각하고 있었고, 모르는 사람이 많을지도 몰라요.

 

이 화제를 들을 기회도 적은데다 아서가 없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인식이 다른 것 같다.

 

현자

(아서 본인에게는 역시 물어보진 않겠지만, 다음 번에 성에서 누군가에게 물어볼까...)

 


 

브래들리

결국 중앙의 기사에게서는 쓸만한 정보 같은 건 안 나왔구만.

 

미스라

못 써먹겠네요, 브래들리.

 

브래들리

뭐? 죽여버린다.

애초에 오즈의 영혼 파편이 어떤 마물이든 물리칠 수 있는 마귀퇴치의 부적이라고? 믿을 리가 없잖아.

마물을 끌어들인다면 모를까. 어차피 그 녀석이 말한대로 가짜겠지.

오즈의 손톱이라느니, 오즈의 슈가라느니 하는 것과 똑같아.

 

오웬

그럼 오즈가 아서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신경쓰는 이유는 뭐야?

분명히 오즈는 영혼을 어딘가에 숨기려고 했을 때 아서에게 들켜서 뺏긴거야. 그러니까 오즈는 아서에게 거스를 수 없는거고.

 

미스라

아니면 무심코 어떤 약속이라도 한 걸지도 모르죠. 정말로 무심코, 그만, 흐름상.

그래서 마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 영혼의 일부를 마귀 대신에 아서에게 건넨 건 아닐까요.

 

브래들리

어느 쪽도 느낌이 팍 안 오는데. 확실히, 아서에 대해 다른 녀석들과는 태도가 다른 부분도 있어.

하지만 마왕이라 불린 그놈이 자신의 일부를 타인에게 맡기고 태연하게 있을리가 없어.

자신의 운명을 타인에게 맡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즈는 마법으로 최강인 거다.

오즈가 약속? 설령 진짜라 해도 어이가 없어.

스스로 약점을 만드는 거잖아.

그렇게까지 오즈가 자신의 팔다리를 잘랐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미스라

《아르시무》

 

브래들리

무슨 짓이야!? 위험했잖냐!?

 

미스라

약속을 한 마법사에 대해 악담하는 건 거기까지입니다.

 

브래들리

왜?

 

오웬

그렇네...

만약 영혼의 파편을 빼앗겼다고 해도, 어딘가에 숨겼다고 해도, 두터운 수호 마법을 걸어뒀을 게 틀림없어.

빼앗은 놈이 어딘가에서 객사하거나, 숨긴 장소가 소멸하거나 해서 영원히 없어지면 곤란한 법이야.

 

미스라

아, 그러고보니...

 

브래들리

뭐냐고.

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새들이 지저귀는 날의 일.

중앙의 마법사들과 나는 그랑벨 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즈

《복스노크》

 

오즈가 주문을 외우자 부드러운 빛이 퍼지며 다리 전체를 감쌌다.

 

카인

대단한걸... 이걸로 다리에 강력한 수호 마법이 걸린건가.

 

오즈

다리는 적들이 침입하기 쉽다. 주의해서 지켜야 할 필요가 있어.

이걸로 어떤 공격을 해오더라도 쉽게 뚫릴 일은 없겠지.

 

리케

저기, 오즈! 시험삼아 마법으로 공격해봐도 될까요?

 

카인

나도 어느 정도의 공격까지 버틸 수 있는지, 걸려있는 수호 마법의 강도를 봐두고 싶어.

 

오즈

그렇다면 너희들 셋이서 시험해봐라.

 

아서

알겠습니다. 그럼...

《파르녹턴 닉스지오》 !

 

리케

《산레티아 에디프》 !

 

카인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

 

세 사람의 주문이 울린 순간, 눈앞에서 거대한 회오리가 일기 시작해, 쌩쌩 소리를 내며 다리로 향했다.

 

아서・리케・카인

아...!

 

하지만 회오리는 다리에 닿자마자, 무언가 강한 벽에라도 부딪친 것처럼 튕겨지며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현자

정말로 조금의 공격도 통하지 않는, 이게 바로 오즈의 수호마법이군요...

 

카인

맞아. 우리들이 사용한 마법은 저 다리를 날려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는데...

그걸 아주 간단히 튕겨내다니, 역시 오즈의 마력은 대단하구나.

 

아서

거기다 오즈 님께서 마법을 건 장소는 공기도 팽팽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걸로 다리의 수호는 완벽해.

 

리케

오즈, 이번엔 저도 도전하게 해주세요!

 

오즈

해봐라.

 

오즈는 수호 마법을 푼 듯했다. 리케가 침착하게 심호흡한다.

 

리케

《산렌티아 에디프》 !

 

리케가 주문을 외우자 유리를 손톱으로 튕긴 듯한, 높고 맑은소리가 들려왔다.

 

리케

아싸, 해냈어요!

 

오즈

.......

 

상태를 살피던 오즈가 천천히 다리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현자

으왓!

 

리케

아...!

오즈, 왜 제 수호 마법을 깬 거예요!

 

오즈

끊어진 곳은 없으나 아직 수호의 힘이 약하다. 마력을 긴밀하게 잇는 것을 의식해라.

 

리케

제대로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카인

자자, 그렇게 초조해하지 말라니까. 다음번엔 더 강한 수호 마법을 걸 수 있도록 같이 힘내자고.

 

아서

아직 훈련은 막 시작한 참이니까. 하지만 리케의 수호 마법은 확실하게 걸려 있었어.

이대로라면 분명 금방 숙달해서...

 

그 때, 성 쪽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카인

헤이갈...? 헤이갈 경이잖아.

 

헤이갈

...! 카인, 그리고 아서 님도.

오랫동안 격조했습니다.

본래라면 제가 먼저 인사를 드리러 찾아뵀어야 하는데... 대단히 죄송합니다.

 

카인

그런가. 성을 떠나신다고 하셨죠.

 

아서

신경쓰지 마. 정말로 오랜만이야.

다시 얼굴을 보게 돼서 기뻐.

 

리케

어어, 이 분은...?

 

오즈

.......

 

아서

아아. 현자 님과 리케, 그리고 오즈 님도, 그를 보는 건 처음이셨죠.

그는 궁정학자 헤이갈입니다. 어릴 때 이 성에서 가정교사를 했던 제 은사입니다.

무척 우수한 국문학자이자 언어학자이기도 하며, 저도 학문의 기본은 그에게서 배웠습니다.

 

헤이갈

그런... 과분한 말씀을 해주시니 송구할 따름입니다.

 

흰 머리가 섞인 회색 머리카락에 옅은 갈색 눈동자를 가진 헤이갈 씨가 부드러운 언행으로 우리에게 인사한다.

 

헤이갈

현자 님, 리케 님... 오즈 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헤이갈이라고 합니다.

 

오즈

아아.

 

리케

아서 님의 가정교사를 하셨었군요. 그렇다면 저도, 헤이갈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리케

헤이갈 경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거야? 오즈는?

 

오즈

.......

 

리케

오즈에게는 마법을 배우고 있지만, 제가 그를 인도하는 입장인 건 변하지 않아요. 카인이야말로 헤이갈 경이라는 건 뭔가요?

 

카인

그거야, 아서 님의 은사니까 말이지.

 

헤이갈

전하의 가정교사를 분부받은 것은 벌써 오래전의 일입니다.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 주십시오.

 

아서

갑자기 불러세워서 미안했어. 어딘가로 나가려던 거지.

시간은 괜찮나?

 

헤이갈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딸 부부가 근처에 와 있어서 만나려던 참이었습니다.

아서 님께서 계신다는 걸 알지 못한 채, 이런 장소에서 보고드리게 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요전에 몸상태가 조금 좋지 않아져서... 크게 관계는 없지만 나이가 있기도 하여, 이를 기회로 은거해서 중앙의 수도를 떠날까 합니다.

 

아서

그런가... 유감이긴 하지만, 그대가 결정한 일을 나는 존중하고 싶어.

 

헤이갈

감사합니다, 아서 님. ...지금까지 정말 신세 많이 졌습니다.

 

아서

오히려 신세를 진 건 나인걸. 그대가 내 가정교사라서 다행이었어.

 

헤이갈

저에게는 과분한 말씀입니다. 오히려 저는...

 

현자

(오히려...?)

 

무척 작게 이어진 말은 나에게밖에 닿지 않은 것 같다. 그 뒷얘기를 듣기 전에, 아서는 웃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아서

맞다, 헤이갈. 그대가 성을 떠나기 전에 송별회를 열어도 괜찮을까?

관련된 자들을 불러서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게 했으면 해.

 

헤이갈

아서 님...

 

아서의 의견에 헤이갈 씨는 눈웃음을 지으며 기쁜 듯한 표정을 보인다.

하지만 금방 무언가를 떠올린 것인지, 슬픈 듯한 시선으로 눈을 피했다.

 

헤이갈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무척이나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서 님도 바쁘실테니 부디 마음만으로...

 

헤이갈 씨는 깊이 절을 하고 떠나간다. 아서는 그 모습을, 어딘지 쓸쓸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오즈

.......

 


 

마법관에 돌아와 저녁을 먹은 후. 담화실에 가자 오즈를 제외한 중앙의 마법사들이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현자

좋은 밤이에요. 혹시 오늘 훈련의 반성회인가요?

 

카인

맞아. 결국 우리가 건 수호 마법은 전부 오즈에게 깨져버렸으니까 말이지.

 

리케

다음번에야말로 오즈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수호 마법을 걸고 싶어요!

 

현자

리케라면 분명 할 수 있을거예요. 저도 응원할게요!

맞다, 혹시 괜찮다면 다음 훈련도 견학할 수 있을까요?

 

아서

네, 부디! 현자 님이 계신 것만으로도 무척 힘이 되니까요.

 

카인

다음 훈련에도 헤이갈 경을 만나면 좋을텐데. 중앙의 마을을 떠난다고 하니.

 

아서

아아. 그 일 말인데...

헤이갈은 나를 걱정해 주었지만, 역시 파티를 열고 싶어.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민폐이진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카인

그렇진 않아. 너와 얘기하던 헤이갈 경은 기뻐보였어.

분명 기뻐할거야.

 

현자

헤이갈 씨는 아서의 가정교사였죠.

 

아서

네. 헤이갈에게서 학문의 기본이나 왕족으로서의 언행을 배웠습니다.

국사와 전승을 어린 저에게도 알기 쉽게 들려주기도 해서...

헤이갈의 수업은 항상 재밌었고, 어렴풋하지만 그를 무척 따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카인

그러고보니 나도 자주 드라몬드 님에게 헤이갈 경의 정중한 언행을 배우라고 한소리 들었었지.

헤이갈 경은 학자여도 까다롭지 않고, 언제나 친절하게 말을 걸어줬어.

 

리케

멋진 선생님이네요... 저도 배워보고 싶었어요.

 

아서

맞아, 그렇기 때문에 파티를 열어서 성대하게 배웅하고 싶었어.

단지...

 

아서는 복잡한 듯한 얼굴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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