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현자

(셋을 돌보는 건 스노우와 화이트가 봐줄 것 같으니 중앙의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볼까)

 

그때, 나는 헤이갈 씨를 발견했다.

이후 파티의 주인공인데도 혼자서 감회가 깊은 듯이 성을 올려다본다.

오랫동안 일한 성을 떠나는 것이다. 내가 상상도 못할 만큼의, 다양한 추억이 마음을 떠돌고 있는 거겠지.

 

현자

(그러고보니, 헤이갈 씨는 아서의 모습이 사라진 건 자신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이유를 들어보고 싶네... 지금 말을 거는 건 무례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고)

 

내가 쉽게 발을 들여도 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걸로 오해가 풀린다고 한다면, 말을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자신을 책망한 채로 아서와 성을 떠난다면, 쓸쓸할테니까.

 

현자

헤이갈 씨, 안녕하세요.

 

헤이갈

현자 님.

 

헤이갈 씨는 나를 돌아보자, 진지하고 온화한 인품 그대로 상냥한 웃음을 띠워주었다.

 

현자

오늘은 바쁘신 와중에 저희의 송별회를 위해 파티에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헤이갈

현자 님께서 배웅해주신 것은 죽을 때까지 아이들이나 자손들에게 계속 이야기되어, 긍지가 될 것입니다.

 

현자

그런, 과찬이세요.

제 배웅은 관계없이 헤이갈 씨는 무척이나 훌륭하시니까요.

오랫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는 총명해 보이는 눈동자를 눈부신 듯이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주름진 눈가에는 천재 학자라고 불린 무르와는 달리, 겸허하고 건실한 지성이 깃들어 있었다.

내 말을 음미하듯이 한 번 끄덕이고 헤이갈 씨는 천천히 정중한 인사를 한다.

 

헤이갈

감사합니다, 현자 님. 현자 님의 따뜻한 말씀에, 오랫동안의 고생도 보답받는 기분입니다.

애당초 고생이라 말씀드렸습니다만, 쑥스러울 정도로 멋진 일에 힘을 쓰게 되었습니다.

유일하게 마음에 걸렸던 아서 님의 무사한 모습도, 4년 전에 뵐 수 있게 되어서...

 

헤이갈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망설이면서 신중하게 입을 연다.

 

현자

아서를, 줄곧 걱정하고 계셨군요.

 

헤이갈

그럼요. 저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왕자님의 무사를 바라지 않을 수 있을까요...

 

현자

그렇네요... 왕자 님이 갑자기 그대로 사라져버리면, 나라 전체가 큰 소동이었을테고요...

 

뜻밖에도 헤이갈 씨는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 망설이듯, 사려 깊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표정을 바라보면서 그의 말을 계속 기다렸다.

 

헤이갈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성에 오랫동안 일한 자라면 다들 알고있는 것입니다.

아서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그 사실을 알게된 사람은 왕궁에 있는 극히 일부의 자들뿐이었습니다.

왕족 분들, 일부의 높은 귀족들, 그리고 아서 님을 모시던 시종들만이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특별히 알게되었다기 보단, 저도 용의자 중 한 명이었겠지요.

 

현자

아서는 유괴되었다고 여겨지고 있었나요?

 

헤이갈

물론이죠. 왕위계승권을 가진 왕자니까요.

도적들이 몸값을 요구하는 건 아닐까, 여러 외국에서 꼭두각시로 길러져 침략전쟁의 구실이 되는 건 아닐까.

혹은 무서운 마법사가 아서 전하를 납치하러 온 것은 아닐까... 다들, 의심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아서 전하께서 마법을 사용하신다는 것을 알고있는 극히 일부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개구쟁이에 용감한 아서 전하가 하늘을 나는 새를 순진무구한 시선으로 올라다보고, 아무것도 모른 채 그 모습에 이끌려...

마법으로 날아가버린 것은 아닐까라며... 무사하게 계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당시의 일을 떠올린 것인지 헤이갈 씨의 눈가가 빨갛게 번졌다.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왕자님... 유괴나 사건으로 목숨에 위협을 받기보다는, 새와 함께 하늘을 여행하길 바란다.

그렇게 바라는 헤이갈 씨에게서는 아서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현자

(이렇게나 아서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어째서 아서에 대해 조심스러운 걸까...)

(심지어 헤이갈 씨는 아서의 실종을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아서 수색의 전말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서는 13살 때까지 돌아오지 못했을텐데...

 

헤이갈 씨는 희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헤이갈

결국 국내외에 공표하여 대규모로 수색대를 출발시킬 예정을 수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갑자기 국왕 폐하의 명령으로 아서 님의 수색 건은 소규모로 비밀리에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현자

어째서...

 

묻고나서 나는 아차 싶었다. 어린 아서가 사라진 이유를, 나는 알고있다.

적국에 붙잡힌 것도, 새를 쫓아서 실종된 것도 아니다.

아서는 왕비 님에게 버려진 것이었다.

 

헤이갈

당시 폐하의 심중에 어떠한 변화가 찾아왔는지는, 지금도 저에겐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는 직접 수색 지휘를 하셨는데, 갑작스럽게 태도도 모호해지셔서...

 

현자

태도가 모호해 졌다...

왕비 님은 어떤 상태셨나요?

 

헤이갈 씨는 슬픈듯이 눈썹을 찌푸리고 주저하듯이 입을 열었다.

 

헤이갈

...그 무렵부터 왕비 님께서는 방에 틀어박혀 계셨습니다.

무리도 아니었습니다. 아서 님의 실종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왕비 님께서는 터무니없는 소문에 휩싸여 계셨습니다.

아서 님이 마법사인 건, 왕비 님의 정체도 국왕 폐하를 속인 마녀가 틀림없다는...

중앙 나라를 빼앗기 위해서 마법사인 아이를 갖기 위해 이상한 약을 먹었다던가...

 

마법사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로부터 왕비 님에게 던져진 잔혹한 말들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서를 버린 왕비 님을, 마음 속 어딘가에서 지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처음 아이를 낳은 젊은 여성이 영문도 모른채 다수에게 비난받은 것이다.

눈의 대지에 아이를 버리는 잔혹한 어머니가 되어버린 것은, 그녀를 책망한 잔혹한 말들 때문일 것이다.

소년이면서도 왕자의 품격이 있는, 관대하고 상냥한 아서가 왕비 님을 탓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 때문일까.

 

현자

(왕비 님이 아서를 버린 것을 다들 알고있다고 생각했어...)

(쿡로빈 씨나 드라몬드 씨, 마법부 사람들과 중신들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잘 생각해보면 국민의 어머니라고도 불리는 왕비 님이 자식을 버렸다니, 알려지면 좋을 게 아니었네...)

 

헤이갈

국왕 폐하께서는 아서 전하의 실종 사건에 관해 공표하시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 왕태자 전하가 왕궁의 의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에서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몸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이미 돌아가신 건 아닌지, 왕비 님이 탑에서 던져버린 건 아닌지.

저는 아서 전하의 무사를 기도하기 위해 모든 짓을 했습니다. 그러던 사이 신기한 소문이 들려온 것입니다.

 

현자

...신기한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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