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헤이갈
처음에는 상인의 소문이었습니다. 아서 님을 잡아간 것은 북쪽 끝의 성에 사는 마왕 오즈라고.
헤이갈 씨는 복잡한 듯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주변의 공기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때, 바람을 타고 드높은 주문이 들려왔다.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
다리 방향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무심코 시선을 향한다. 헤이갈 씨도 똑같이 고개를 들고 중얼거렸다.
헤이갈
아서 님...
다리 기슭에 아주 작은 등뿐이었지만, 훈련을 하는 중앙의 마법사들이 보인다.
아서의 곁에 서서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마법을 가르치는 오즈의 행동은, 가족과도 같이 학생을 지켜보는 선생님처럼 보였다.
다시 한 번 아서가 주문을 외운다.
부드러운 빛이 퍼진 뒤, 그는 오즈를 돌아보고 기쁜 듯이 웃는다.
웃음소리가 다시 바람을 타고 뺨을 간질였다.
헤이갈
.......
헤이갈 씨는 천천히 고개를 젓고 다시 시선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망설이듯이 입을 연다.
헤이갈
...북쪽 나라로 가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마왕의 성으로 향하는 길까지 이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국왕 폐하께서 병으로 쓰러지시고, 한눈에 아서 전하를 보고싶다고 바라는 폐하의 마음에 결사대가 모여...
천년에 한 번의 기적을 일으켜서 마왕 오즈의 성으로부터 아서 님을 데리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현자 님... 저, 저는...
오즈를 스승이라 받드는 아서 님께, 마주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아서 전하께서 고난의 나날을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전부 제가...
현자
헤이갈 씨...?
헤이갈 씨가 작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무언가를 말하려고 필사적으로 입술이 떨린다. 그렇지만 그는 심호흡을 하고 안타까운 듯한 눈으로 작게 고개를 저었다.
헤이갈
...죄송합니다, 현자 님. 저도 늙은지라, 옛날 기억을 떠올리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부디, 잊어주십시오...
나는 그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조금 전의 헤이갈 씨처럼 성을 올려다본다. 수십년 전, 왕자님을 잃은 이 성은 천지를 뒤흔든 듯한 소동이었을 것이다.
역사의 이면을 바라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발밑의 화단에는 아서의 눈동자와 비슷한 색의 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리케
오즈, 봐주세요! 아까보다도 수호 마법이 잘 걸렸어요!
이번엔 오즈에게도 깨지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시험삼아 조금만 마법으로 힘을 줘보면...
미스라
《아르시무》
리케
와앗!? 깨, 깨졌다... 미스라에게...
카인
미스라. 무슨 일이야.
봉사활동을 하고있던 거 아니었어?
미스라
질렸습니다.
그보다 아까부터 오즈가 약한 마법사의 수호 마법을 콕콕 파괴하면서 놀고 있으니까 나도 시험해 봤습니다만...
이거, 재밌나요? 대단히 성격이 나빠졌네요. 오즈.
오즈
.......
《복스노크》
미스라
위험...!? 갑자기 평소같은 짓 하지 마세요!
오즈
닥쳐라.
아서
.......
카인
뭐야, 아서. 웃고있다고.
아서
아하하, 그래? 설마 이 성에서 이런 식으로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거든.
카인
그러게. 수년 전엔 생각할 수도 없는 광경이지.
이 성의 분위기도 꽤나 바뀌었네. 오즈나 북쪽의 마법사들까지 성내에 있는 게 허용되다니 말이야.
아서
...그렇네. 성에 막 돌아왔을 무렵에는 오즈 님이 나를 조종해서 이 나라를 빼앗으려 한다는, 근거없는 소문도 있었어.
카인
당시 왕실에서 성 사람들에게 알려준 건, 아서 왕자가 그랑벨 성으로 돌아왔다라는 것 뿐이었어.
누구도 아서 님이 없어진 진짜 이유를 알지 못했던거야.
그 이상의 일을 물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도 있었고 말이지...
아서
듣지 못한 건 나를 배려해줬기 때문일거야.
하지만 지금은 오즈 님께서 성에 계셔도, 마법을 써도, 다들 아무말 하지 않고 지켜봐주고 있어.
카인
그래. 이전보다도 훨씬 마법사가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나도 느끼고 있어.
아서
물론, 아직 마법사와 마주하기 어려워하는 자들도 있어. 그래도...
카인
...? 아서, 뭘 보고...
아서
.......
카인
(저건 왕비 님의 방인가...)
괜찮다고. 언젠가 왕비 님도 너를 이해해주실 거야.
아서
...맞아. 고마워, 카인.
그런데 현자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카인
어라, 진짜네. 방금까지 근처에 있었는데...
아서
현자 님, 여기 계셨군요!
현자
아서! 찾으러 와준 건가요?
아서
네. 훈련이 일단락 되어서 휴식하는 김에 다같이 차라도 마실까 생각해서요.
헤이갈도 함께였구나. 혹시 현자 님의 안내를 해준 건가?
헤이갈
네, 우연히 만나 정원 산책을 함께하던 참이었습니다.
성을 떠난다면 이 풍경도 마지막이 되어서...
아서
...그렇군.
브래들리
오, 거기 있는 건 현자에 중앙의 왕자랑... 누구야 이 할아범.
아서
어릴 적 내 가정교사야. 오늘 성에서 행해지는 송별회는, 퇴직하는 그를 배웅하기 위한 거야.
헤이갈
처음 뵙겠습니다, 궁정학자인 헤이갈이라 합니다.
브래들리
...헤에, 가정교사 말이지.
아서
그런데 브래들리, 왜 여기에?
브래들리
쌍둥이에게 불려서 미스라와 오웬을 찾으러 온 거다. 그놈들, 땡땡이치는 것만으로도 짜증나 죽겠는데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아서
그랬군... 미스라라면 오즈 님과 함께 있어.
브래들리
뭐? 오즈?
그놈 뭘 놀고자빠진 거야... 목적을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뭐 됐어, 그럼 다음은 오웬인가. 귀찮구만...
어이, 중앙의 왕자, 마침 잘됐으니 안내해.
아서
내가? 앗... 기다려줘!
현자 님, 나중에 식당으로 와주세요. 저도 오웬을 찾으면 가겠습니다!
헤이갈도 괜찮으면...!
브래들리가 아서를 데리고 오웬을 찾으러 향한다.
아서의 뒷모습을 헤이갈 씨는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헤이갈
활기차게 달려나가시는 전하의 모습을 이렇게 다시 볼 수 있게 되다니...
그것도 북쪽의 마법사와 함께 계시다니... 참으로 신기하군요.
현자
북쪽의 마법사들은 난폭하고 성질 급한 부분도 있지만,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아주 많아요.
아서는 차별 없는 사람이니까 감각적으로 알고있는 게 아닐까요. 그... 오즈에 대해서도...
무심코 북쪽의 마법사들을 지지해버린 나를 향해, 헤이갈 씨는 상냥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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