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이 걸린 다리의 랩소디~중앙 나라&북쪽 나라~
헤이갈
현자 님의 말씀대로군요. 무서운 소문을 몰고다니는 북쪽의 마법사들도, 마치 천진난만한 멋진 청년들 같았습니다.
현자
(천진난만한 멋진 청년이라니, 너무 좋게 말해주신 거 아닌가...?)
헤이갈
저도, 성에 사는 자들도, 아서 전하처럼 차별 없는 마음을 배워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이 멋진 그랑벨 성에서 건강히 성장해가는 아서 전하께 공부를 가르쳐드리며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차가운 북쪽 나라에서 씩씩하게 자라셨기 때문에야말로, 지금의 아서 전하가 계신 것이겠지요.
헤이갈 씨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눈가에 깊이 주름진 미소인데도 어쩐지 소년 같았다.
헤이갈
현자 님. 저는 마법사들이 좋습니다.
그들은 말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니까요.
궁정학자이며 국문학자인 헤이갈 씨의 말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헤이갈
아서 전하의 말씀은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왕궁의 책상 앞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로 가득 빛나고 있습니다.
오즈의 침묵이나, 말꼬리로 새어나오는 한 마디의 말조차도 깊고 올곧은 철학을 연상케 하여 아름답습니다.
겨우 백년도 살지 못하는 저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나 교훈을, 북쪽의 대지와 오즈가 전하께 가르친 것이겠지요.
현자
헤이갈 씨...
헤이갈
아서 전하의 실종사건에서 마법사에 대한 편견의 마음이 싹트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하께서 그랑벨 성으로 돌아오시고 인간과 마법사에 차별 없는 말씀을 하실 때마다...
말을 자신의 손발 다루듯이 중요하게 여기는 마법사들에 대한 친애와 존경의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서 전하와 오즈의 만남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기까지 말하고나서 헤이갈 씨는 뜻밖에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헤이갈
...그렇다고 해서 저의 죄가 줄어들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현자
...헤이갈 씨의 죄?
되묻자, 헤이갈 씨는 퍼뜩 표정을 바꾸었다. 상냥히 웃으며 희미하게 고개를 젓는다.
헤이갈
...답지 않게 부주의했군요. 면목 없습니다.
그럼, 현자 님.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성에서 준비해준 차와 과자는 고급스럽고 섬세한 맛이라 몇 개라도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리케
잘 먹었습니다! 전부 무척 맛있었어요.
파티에서의 요리도 기대되네요.
카인
아하하, 벌써 저녁 식사를 생각하는거야?
아서
맞다, 리케. 노트는 잘 챙겨왔어?
현자
노트?
리케
네. 제가 공부할 때 쓰고있는 노트를 헤이갈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그런데 갑작스러운 부탁인데도 봐주실까요?
아서
물론 괜찮을거야. 그는 네가 언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을 결코 헛되게할 사람이 아니야.
카인
나조차도 그 분과 얘기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경어가 나오니까 말이지. 가르치는 것도 분명 잘하실 거야.
현자
확실히, 무척 정중한 언행을 사용하셨죠.
아서
현자 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기뻐요.
그러고보니 아까 헤이갈과 무슨 얘기를 하신 건가요?
현자
그게... 아서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었어요.
헤이갈 씨는 지금도 아서를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파티에서 많이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서
현자 님...
네, 그와는 쌓인 얘기가 많아요. 최근 성에서 있었던 일이나 제가 아주 좋아하는 친구에 대해서...
그리고 『별의 노래』의 이야기도.
리케
별의 노래?
아서
내가 어릴 때 무척이나 좋아했던 말장난이야. 분명, 밤하늘의 별을 세는 노래였어.
헤이갈에게서 배웠지만 지금은 희미하게밖에 기억나지 않아서... 정말 어릴 때였으니까.
그래서 작별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알려주지 않을지 부탁해볼 생각이야.
그렇게 말하고 아서는 작게 미소 짓는다. 지금은 아직 없는 별을 찾듯이, 창문 밖의 맑은 푸른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차를 마신 후 아서 일행이 먼저 식당을 나가자, 나는 오즈와 둘만 남게 되었다.
헤이갈 씨의 말을 떠올린다. 그는 오즈가 아서를 납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과묵하고 쌀쌀맞은 얼굴인 오즈는 확실히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가 있다. 마왕이라 불린 과거도 납득이 된다.
그렇지만 아서에 관한 일에서는, 오즈는 악한 자가 아니라 생명의 은인일 터였다.
내 시선을 눈치채고 오즈가 얼굴을 든다. 시선만으로 『뭐지』라고 그는 물었다.
눈 딱 감고, 나는 입을 연다.
현자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요. 어릴 적 아서가 이 성에서 사라진, 그 사건에 관해서.
오즈가 한 쪽 눈썹을 움직인다. 희미하게 흥미를 보이고, 그는 끄덕였다.
현자
성 사람들 중에는 오즈가 아서를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는 당신이 아서의 생명의 은인인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걸 듣고 슬펐어요.
아서도 분명 슬프다고 생각할 거예요. 오해를 풀 생각은 없나요?
내 이야기가 끝날 무렵, 처음에는 흥미를 보인 오즈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관심을 잃은 얼굴이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인간들의 평가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냉혹하고 잔인한 마왕의 소문이 부풀어지게 된 것은 그의 무관심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자
...오즈.
제대로 들어주시지 않겠어요. 범인과 생명의 은인은 차이가 크니까요.
오즈는 귀찮은 듯이 나를 한 번 보았다. 이러한 태도는 임무를 싫어하는 북쪽의 마법사와 똑같았다.
오즈
민중들이 나에 관해 어떠한 얘길 하든, 나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다.
현자
오즈는 그럴지도 모르지만요... 아서는 슬퍼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아서는 오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소중한 사람이 오해받는 건, 분명 괴로울거예요.
오즈
...너는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거지.
현자
...다시 한 번 질문할게요. 오해를 풀 생각은 없는 건가요?
아서를 납치한 것이 아니라, 아서를 도운 거라고.
오즈
구한 적 따위 없다. 키우고 돌로 만들어서 먹을 생각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완강한 대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민감한 주제에 너무 간섭한 것일지도 모른다.
현자
...알겠어요. 이상한 이야기를 해서 죄송해요.
오즈
.......
아니다...
현자
그래도 오즈가 성 사람들에게 악담을 듣고 아서가 슬퍼하는 모습은 별로 보고싶지 않아요...
당신이 악담을 듣지 않도록 조금만, 정말 조금만, 신경 써주는 건 불가능한가요?
오즈
...예를 들면?
현자
마왕같지 않은 일... 사람들을 도와본다던가...
오즈
.......
오즈가 약간 눈썹을 찌푸린다. 한 소리 들을 것 같아서 나는 고개를 움츠렸다.
현자
...죄송해요, 함부로 말해서.
오즈
아니... 생각해두지.
의외의 대답에 고개를 든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오즈는 어딘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현자
감사합니다, 오즈.
짧게 끄덕이고, 오즈는 눈을 내리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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