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중앙 나라&동쪽 나라~

 

네로

어이, 이 녀석은 진심이라고. 아직 말할 수 있는 입이 있을 때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낫지 않겠냐.

거기다 마법사가 동료로 있었으니 알잖아? 반항해봤자 쓸모없는 짓이야.

우리는 마법으로 기억을 무리하게 꺼내도 되는 걸 일부러 물어본 것 뿐이라고.

 

언변은 뛰어났지만, 네로의 눈에서는 위협이 느껴진다.

우리의 위협이 충분히 전해진 것일까. 도적들은 마지못한 모습으로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도적

...<거대한 재앙> 때문에 원래 살던 아지트가 무너져버려서 거점을 이 숲으로 바꿨어.

처음엔 그냥 얼굴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놈들, 웃길 정도로 좋은 반응을 해서 말야...!

 

도적들의 말로는, 갑옷을 입은 도적에게 습격받은 마을 사람은 그들을 기사 로랑의 망령이라고 굳게 믿어서 포학의 기사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것이 도적들에게도 형편이 좋았기에 그대로 거짓으로 로랑이라 칭하며 금품을 빼앗아 마을 사람들을 놀리며 지냈다고 한다.

 

히스클리프

너무해...

 

파우스트

상상이상으로 악독하군.

 

도적

이걸로 만족했냐. 그럼 슬슬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시노

뭐? 뭐라는거...

 

도적

얘들아, 지금이다! 금발 꼬맹이랑 그 옆에 있는 놈을 인질로 잡아!

 

그 말과 함께 수풀의 그림자에서 두 사람의 도적이 뛰어들어 그대로 나를 향해 왔다.

 

현자

어...!?

 

리케

혀, 현자 님! 제 뒤로... 윽!

《산레티아...》

 

그러나 그 순간. 빛의 막 같은 것이 우리를 둘러싸듯 눈 앞에 펼쳐졌다.

 

도적

뭐야 이건!?

 

결계처럼 펼쳐졌던 빛에 도적이 닿은 순간 탁탁하는 전격 같은 소리가 터지며, 그들을 멀리 날려보냈다.

 

도적

크악...!?

 

현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리케

아...! 분명 클로에와 오즈의 수호마법인 거예요, 현자 님.

그렇죠, 오즈! 감사합니다!

 

오즈

...아아.

 

도적

젠장...!

 

그들은 도망치듯 수풀 깊은 곳으로 향한다.

 

시노

로랑의 묘 방향으로 갔어! 쫓아간다!

 

네로

자, 잠깐 기다려...

으음, 이 포로들은 어쩌게? 방치해도 되나?

 

파우스트

어쩔 수 없지. 눈을 떼면 위험하다.

전원 데리고 간다.

 

네로

엑... 어떻게?

 

파우스트

너, 마법사잖냐. 마법을 써라.

귀찮게 굴지 마.

 

히스클리프

네로, 나도 도울게!


도적

젠장, 이쪽으로 오지 마!

 

수풀을 빠져나가자, 도적 한 명이 검처럼 보이는 무언가의 앞에 서서 우리들을 노려보았다.

 

도적

네놈들 전부, 이걸로 죽여주마!

 

시노

흥, 그런 걸로 우리에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거기다 겨우 두 명이서.

 

아서

단념해라. 너희들에게 승산은 없어.

 

도적들은 둘이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억지로 검을 뽑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 검은 커다란 바위에 꽂힌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도적

젠자앙...! 안 뽑히잖아 이거.

장난치냐고!

 

화풀이하듯 검에 침을 뱉는다. 그 순간---.

 

현자

어...!?

 

갑자기 중력이 증가한 것처럼 숲이 삐걱대고, 주변에서 단말마 같은 섬뜩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현자

(뭐야... 갑자기 공기가 무거워졌어...!?)

 

아서

이건...

 

이변을 눈치 챈 아서가 나를 감싸듯 한 걸음 물러섰다.

그 때, 녹슨 검이 꽂힌 곳에서 갑자기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뿜어져 솟아나와, 도적들은 허둥대며 검을 놓는다.

 

도적

힉...!

 

이윽고 연기가 묘 전체를 덮자, 안에서 한 순간 은색의 빛이 예리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오즈

검을 더럽힌 건 시작에 불과하다. 놈들은 오랫동안 죽은 자의 존엄을 모독해 왔다.

저건, 지금 강한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 틀림없이 포학의 기사다.

 

현자

그 말은...

 

카인

저건... 진짜 롤랑인건가...?

 

모두가 숨 죽인 가운데, 검은 연기가 흩어져간다.

그러자 그곳에는 불길한 안개를 두른 갑옷투구의 기사가 서 있었다.

 

도적

이, 이쪽으로 오지 마! 이 괴물!

 

도적은 필사적으로 로랑에게서 도망치려고 한다.

하지만 갑옷투구의 무거움 같은 건 전혀 느끼지 않는 듯한 속도로 그는 도적 가까이 서 있었다.

로랑은 짐승처럼 포효하며 주저 없이 검을 내려친다. 도적의 목숨이 지금이라도 끊어질 것 같을 때.

 

카인

멈춰!

 

카인은 투구갑옷 기사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받아내어 쳐 넘겼다.

 

망령

그아아아아....!

 

도적

우, 우와아악! 죽는다...! 도, 도와줘!

 

아서

이건...

 

히스클리프

검은 그림자가 지면에서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어...!

 

오즈

로랑의 사악한 기운에 이끌린 죽은 자들의 혼인가.

 

아서

큭... 《파르녹턴 닉스지오》 !

 

주문을 외우자 아서가 손에 든 단검이 밝은 빛을 내뿜는다.

그리고 그는 도적들이 다치지 않도록 민첩한 몸놀림으로 망령만을 베어넘겼다.

 

망령

그으으으으...

 

가냘픈 신음소리를 낸 망령은 아서에게 베인 부분부터 희미한 빛을 띠어간다.

그것은 서서히 망령의 몸에 스며들어, 이윽고 그들은 세빙처럼 반짝이며 조용히 사라져갔다.

 

리케

《산레티아 에디프》!

 

검에 빛을 휘감은 리케는 아서를 따라 검을 겨눈다. 그 동작은 약간 어설프고 그의 눈동자에는 두려운 기색도 섞여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른다. 그 모습에, 카인과 똑같이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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