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중앙 나라&동쪽 나라~

 

카인

도적?

 

오즈

살아있는 자의 짓이란 말인가.

 

네로

그래. 인기척 없는 으슥한 곳에 몇 사람의 발자국을 지운 흔적이 있었어.

나무 뿌리에는 밟힌 듯한 흔적이 겨우 남아 있었을 뿐이야.

 

카인

그렇구나... 잘도 알아챘네.

 

네로

빈틈없이 숨기려고 한 흔적은 있었지만 완벽하게 숨기지는 못했다고.

그렇기 때문에 그건 도적의 소행이라고 가르쳐주는 것과 같은 거지.

 

아서

숲에 도적의 모습은 없었어?

 

시노

우리가 갔을 땐 인기척도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네로

아마 훔친 물건을 팔러 간 것인지, 침묵의 숲에는 밤에만 오는 것 같아.

들은 얘기에 의하면, 포학의 기사는 밤에만 나타난다는 것 같아.

 

카인

네로. 다음에 그놈들이 움직인다면 언제일까.

 

네로

가장 빠르다면 오늘 밤이려나. 다만...

 

네로는 생각하듯 입가에 손을 갖다대었다.

 

네로

지금까지 피해가 많이 나와버렸어. 평범한 도적이라면 훨씬 전에 정체가 들켜서 더욱 소란스러워졌을 거야.

그런데도 지금까지 들키지 않은 걸 보면, 도적 중에 증거인멸이 특기인 마법사라도 있는 걸까.

 

현자

(도적 중에 마법사가...)

 

네로의 말에 긴장이 흐른다.

 

리케

그렇다고 해도, 저희가 반드시 잡겠어요.

 

시노

리케의 말대로다. 도적이든 마법사이든 관계없어.

전부 토벌해주지.

 

파우스트

토벌은 하지 마.

우선은 어떻게 도적을 붙잡을지가 관건이다. 어중간한 인원수로 마을을 돌아다니면 눈치채고 도망칠 가능성도 있어.

 

카인

마법으로 기척을 지워서 숲에 숨어서 매복하는 건 어떨까.

 

아서

아니, 도적 중에 마법사가 있다면 우리들이 마법으로 기척을 지운 시점에 눈치챌지도 몰라.

 

시노

그럼 간단하군. 미끼를 써서 도적을 유인하면 돼.

내가...

 

리케

미끼 역할은 제가 하게 해주세요!

 

리케가 씩씩한 얼굴로 이름을 댔다.

 

시노

네가? 그렇게나 약한데?

 

리케

야, 약하지 않아요! 오즈의 훈련으로 쓸 수 있는 마법도 꽤 많아졌으니까요.

 

시노

뭐어, 약한 녀석인 편이 미끼 역할에는 어울리긴 하지.

상대도 방심할테고.

 

히스클리프

시노! 그 이상 리케에게 실례되는 말 하지 마.

 

시노

사실일 뿐인걸. 그렇지, 오즈.

 

오즈

...적은 주저없이 네 목숨을 노리고 올 거다. 그래도 그 역할을 맡을건가.

 

리케

네. 저도 현자 님의 마법사이니까요.

다수의 위험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카인

.......

 

현자

(약한 편이 미끼에 알맞다... 그렇다면...)

저기! 저도 리케와 함께 가게 해주세요.

 

리케

현자 님...

 

현자

저는 평범한 인간이고, 도적들의 표적에 알맞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빨리 이변을 해결하기 위해서, 저도 뭔가 힘이 되고 싶어요. 부탁드려요...!

 

곤혹스러운 분위기 속, 처음으로 끄덕여준 것은 카인이었다.

 

카인

 나는 맡기자고 생각해. 두 사람의 말도 각오도 믿음직해.

분명 작전도 잘 해낼거야.

 

리케

물론이예요! 현자 님과 함께 도적들을 멋지게 유인해낼게요.

 

파우스트

...알겠다. 그렇지만 두 사람 다 무모한 짓만은 하지 않도록.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우리를 부르고.

 

현자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

 

오즈

《복스노크》

 

현자・리케

와앗...!?

 

그러자 나와 리케에게 걸쳐져 있던 옷이 한순간 강한 빛을 발산하고, 뒤덮듯이 가느다란 온기를 머금었다.

 

현자

오즈, 무슨 마법을 걸어준 건가요?

 

오즈

클로에가 옷에 건 수호마법을 강화했다. 결계와 똑같이 밤이 되어도 효과는 지속된다.

 

현자

그런 일도 가능하군요...!

 

리케

오즈, 감사합니다.

하지만 오즈도 좀 있으면 마법을 쓸 수 없게 되니까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오즈

.......

 

아서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리케. 오즈 님은 내가 지킬테니까.

그렇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만약을 대비해 제 검을 들고 가 주세요.

 

아서가 공중에 손을 뻗자 단검이 나타난다. 싱긋 미소 지으며 그것을 오즈에게 건넸다.

 

시노

어이, 당신. 검을 쓸 줄 알아?

 

오즈

다소 물리공격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아직 잘 다루진 못한다.

 

파우스트

당신 입에서 물리공격이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신선하군...

 

네로

그래도 최강의 마법사가 검을 들면 심상치 않은 박력이 있네...

 

시노

흥. 분명히 내 대낫이 더 멋있다고.

 

히스클리프

넌 왜 오즈 님과 대결하고 있냐고...

 

그렇게해서 우리들은 도적 체포를 위해 몇 개인가의 작전을 세우고 밤이 오는 것을 숲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리케

현자 님, 길이 구불구불하니까 주의하세요.

 

현자

고마워요, 리케.

 

밤도 깊어지고 포학의 기사가 나온다고 하는 시각.

나와 리케는 도적을 유인하기 위해 울창한 침묵의 숲속을 그저 조용히 걷고 있었다.

 

현자

(리케의 랜턴이 없으면 새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지도 몰라.

좀 무섭네...)

 

리케

현자 님. 떨어지지 않도록 제가 손을 잡아드릴게요.

 

꼬옥 내 손을 쥔 그 힘은, 평소보다 조금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건 리케도 똑같을지도 모른다. 그런 리케의 버팀목이 되고 싶어서 손을 마주잡았다.

 

현자

힘내자구요, 리케...

 

리케

...네.

저어, 현자 님.

저, 어떻게 해서라도 이 이변을 해결하고 싶어요.

 

현자

그건 카인을 위해서인가요?

 

리케

아... 어떻게 아셨어요?

 

현자

이 의뢰를 받고나서 리케는 자주 카인을 보고 있던 것 같아서요.

거기다 저도 같은 마음이니까요.

 

리케

...로랑에 관해 나쁘게 말해서 카인이 슬퍼하는 건 싫었어요.

거기다 기사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할 때, 왠지 카인에게 악담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리케는 걱정하듯 눈썹을 찌푸리며 밤의 산길로 시선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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