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중앙 나라&동쪽 나라~

 

현자

...카인이 말한 대로 로랑은 멋진 기사였네요.

 

카인

하하, 그렇지?

 

아서의 손에 이끌려 원래의 장소로 돌아온 검은, 깨닫고 보니 원래의 녹슨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카인은 그 앞에 서서 검에 말을 건다.

 

카인

아주 먼 옛날, 이 땅에 살았던 기사 로랑. 한 때였지만 동경의 대상인 당신과 검을 겨룰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

당신은 앞으로도 내가 동경하는 기사야. 부디 편하게 잠들길.

 

카인의 말에 호응하듯 나무들이 흔들린다.

한 순간, 유달리 강한 바람이 빠져나가고, 카인은 덜컥 얼굴을 들었다.

 

카인

...!

방금 그건...

 

아서

왜그래, 카인?

 

카인

...목소리가, 들린 느낌이 들었어.

 

현자

목소리...?

 

카인

분명하게 들렸던 건 아니지만, 언젠가 나에게 힘을 빌려주겠다고...

어쩌면 그 녀석... 로랑의 목소리였을지도 모르겠네.

 

현자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분명 카인에게는 확실하게 들렸겠지.

동경하는 기사, 로랑의 목소리가.

카인은 존경의 마음을 전하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한순간 검이 예리하게 반짝였다.

그것은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대가 연결된 증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도적들을 마을로 연행하여 신병을 마을 관리에게 넘긴 후...

 

현자

여러분, 이번에도 수고하셨어요. 슬슬 마법관으로 돌아가도록 할까요.

 

카인

그래, 마을 녀석들에게도 웃음이 돌아와서 다행이야.

...맞다, 리케.

 

리케

네, 무슨 일... 으왓!?

카인!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지 마세요!

 

카인

아키라에게서 들었다고. 이번에 내 힘이 되어주려고 엄청 열심히 했다며.

 

리케

혀, 현자 님! 카인에게 말하셨나요...?

 

현자

아, 죄송해요... 혹시 비밀이었나요...?

 

리케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아서

고마워, 리케. 도적들을 붙잡을 수 있었던 건 네 덕분이야.

 

리케

에헤헤... 현자 님과 둘이서 열심히 했어요!

 

루스타

어이, 당신들!

 

카인

루스타! 당신, 뛰어도 괜찮은거야?

상처가 심해지는 건...

 

루스타

고통은 괜찮아지고 있다고.

그리고 당신들의 동료가 걸어준 마법이 효과가 있었나봐.

저기, 정말로 고마워.

당신들이 포학의 기사를... 도적들을 퇴치해준 덕에 드디어 안심하고 지낼 수 있게 됐어.

 

카인

그건 다행이야. 물류도 조금씩 회복될 거야.

얼른 마을이 원래대로 돌아오면 좋겠네.

그래도, 루스타. 상처가 완치되기 전까진 너무 무모한 짓은 하지 말라고.

그리고...

 

카인은 말을 끊고, 루스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카인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로랑의 묘는 소중하게 모셔주면 안 될까?

도적들에게 오명을 뒤집어쓰였고, 이번 사건은 그 녀석도 피해자 같은 게 되어버렸으니 말야.

 

루스타

그래, 알겠어. 로랑은 앞으로도 전설의 기사로서 모실게.

그래도... 그건 로랑이 누명을 뒤집어썼기 때문이 아니야.

우리들은, 앞으로도 계속 전할거야.

전설의 기사 로랑의 이야기에도 지지 않을 정도로, 현자의 마법사들도 멋지다고 말이야.

정말 고마워, 현자의 마법사 님들!

 

루스타 씨의 말에 이어, 배웅하러 와준 다른 마을 사람들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들의 감사에 카인은 눈을 반짝이며...

 

카인

별말씀을.

 

그리고 자신의 검에 손을 갖다대고, 기사다운 늠름한 미소를 띄웠다.

그것은 무척이나 믿음직한 동료의, 멋지고 가장 좋아하는 표정이었다.

 

현자

저기, 카인.

 

카인

응, 왜 그래?

 

현자

마법관에 돌아가면 로랑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카인이 동경하는 전설의 기사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알고싶어요.

 

리케

확실히. 저번에는 이야기 도중에 끊겼으니까요.

 

카인

아하하, 물론 좋지!

다만 밤새도록 얘기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시노

상관없어. 그리고 나는 그게 더 듣고싶군.

카인이 어릴 때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면서 기사놀이를 했던 이야기.

 

아서

기사놀이...? 그건 나도 자세히 듣고싶은걸.

 

카인

아니, 그건... 아서 님께 들려드리는 건, 역시 부끄러운데...

 

아서

부끄러워할 것 없어.

참고로 나는 어릴 적, 자주 오즈 님 놀이를 했었지.

그립네요. 그렇죠, 오즈 님?

 

오즈

........

 

히스클리프

오즈 님 놀이... 어떤 놀이일까...

 

카인

알겠어, 알겠어! 돌아가면 모두들 실컷 얘기하자.

그 대신, 너희들의 어릴 적 부끄러운 일들도 말해줘. 아키라도 말이야.

 

카인은 쑥스러운 얼굴이다.

이번에는 기사인 그가 아닌...

우리들의 소중한 친구인 카인 나이트레이로서, 웃어주었다.

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중앙 나라&동쪽 나라~

 

네로

계속해서 나타나네... 끝이 없어.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블프 스노스》!

 

히스클리프가 마도구를 쥐고 주문을 외우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망령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히스클리프

시노, 지금이야!

 

시노

맡겨둬!

 

날렵함을 무기로 대낫을 휘두르는 시노는 한 번에 많은 망령들을 베어넘기며, 히스클리프와 호흡을 맞춰 연계를 보였다.

하지만 얼마나 쓰러뜨려도 망령들이 나타나는 숫자는 멈추지 않는다.

 

네로

선생. 이거 어떻게 못 해?

이대로면 우리 마력이 먼저 바닥나겠어.

 

파우스트

.......

로랑이 이 장소에 존재하는 한, 망령들은 계속 늘어나겠지.

그러니 지금 당장 내가 없애주지. 망령의 기사 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망령들 전부 말이야.

 

카인

기다려줘!

 

로랑의 망령과 대치하던 카인은 파우스트의 말을 가로막듯 불렀다.

 

카인

이 녀석은 분명 긍지가 더럽혀져서, 자신의 중요한 걸 짓밟혀서 화가 났을 뿐이야!

내가 반드시 이 녀석을 멈출게. 그러니까 로랑을 없애는 건 조금만 더 기다려줘!

 

파우스트

하지만...

 

파우스트가 망설이듯 눈살을 찌푸린다.

대신 대답한 것은, 오즈였다.

 

오즈

하도록.

너의 진가를 보여주도록 해라. 중앙의 기사 카인이여.

 

망령의 신음소리와 도적들의 비명이 겹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결코 크지는 않을 터인 오즈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강하게 울린다.

그것을 들은 순간, 암흑 속에서 카인의 눈이 반짝 빛나듯 보였다.

 

카인

...그래!

 

파우스트

...그렇지만 기다리는 건 정말 조금만이다. 더이상 시간이 없어.

 

카인

괜찮아, 금방 끝낼게.

 

무겁게, 공기를 가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로랑의 공격은 용서없이 카인을 겨냥한다.

하지만 휙 몸을 돌려 피한 뒤, 카인도 다시 민첩한 움직임으로 로랑에게 검을 휘두른다.

그 참격은 달빛조차 찢어버릴 듯이 예리했다.

 

현자

(대단해...)

 

끊임없이 검이 교차하는 소리가 울리고, 그들 주변에는 불꽃이 흩날렸다.

 

카인

...윽...! 로랑...!

 

멈추지 않는 검격을, 카인은 몇 번이나 피하고, 검을 휘두른다.

로랑의 마음에 강하게 외치듯, 카인은 큰 소리로 외쳤다.

 

카인

로랑! 당신은 기사잖아!

당신 자신의 바람을, 긍지를 떠올려내!

 

로랑

...!

 

카인의 말에 반응한 것일까, 한 순간 로랑의 움직임이 둔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카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으로 크게 베어넘긴다.

 

카인

하아아아앗!!

 

리케

검이...!

 

로랑의 손에서 검이 날아간다. 그 검은 달빛을 반사하며 공중을 날며, 아서의 근처에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파우스트

아서, 검에 정화 마법을 걸고 묘로 돌려놓도록!

 

아서

알겠어!

 

아서가 검을 재빨리 손에 넣자, 로랑은 괴로워하며 혼이 찢긴 듯 절규를 내지른다.

그러자 호응하듯이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해, 다수의 덩굴과 망령들이 아서를 노리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현자

아서, 위험해...!

 

아서

윽...!

 

---그때, 아서의 앞에 뛰어든 그림자가 있었다.

 

카인

아서 님!

무사하십니까...!

 

아서

고마워, 카인! 덕분에 살았어!

 

아서는 카인에게 등을 향하며, 아래에 있는 묘석을 확인한다. 그리고 검을 겨누며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아서

옛 영웅, 기사 로랑이여. 지금, 다시금 땅에 잠들어라!

《파르녹턴 닉스지오》!

 

달빛 속에서, 아서가 다시 주문을 외운다.

그 순간, 커다란 바위에 깊이 꽂혀있는 검이 보였다.

순도 높은 금속이 부딪친 듯한 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진다.

 

현자

...!

 

그리고 순식간에 주변은 새하얀 빛에 둘러싸여, 눈부심에 무심코 눈을 감았다.

 

마을 사람

로랑 님! 저희들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랑 님이 계셔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병사

로랑 님은 저의 우상입니다! 아들도, 당신처럼 훌륭한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구요.

 

주군

로랑, 항상 고맙네.

자네가 옆에 있어서, 나는 안심할 수 있어.

자네 같은 기사가 곁에 있어주다니, 난 정말로 행복하다네. 앞으로도 내 옆에 있어주게나.

의지하고 있다네, 나의 기사 로랑.

 

눈부신 빛이 천천히 사라지자, 방금까지의 격렬함이 거짓이었던 것처럼 침묵이 주변을 채우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자, 어느샌가 로랑의 망령은 모습을 감췄다.

아까까지 끊임없이 솟아나오던 망령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현자

방금 건...

 

파우스트

...생전의 로랑의 모습이겠지.

 

현자

(방금 게, 로랑의 진짜 모습...)

 

타오를 것 같던 붉은 머리와 눈을 한 장신의 청년은, 어딘지 카인과 비슷한 분위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중앙 나라&동쪽 나라~

 

네로

어이, 이 녀석은 진심이라고. 아직 말할 수 있는 입이 있을 때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낫지 않겠냐.

거기다 마법사가 동료로 있었으니 알잖아? 반항해봤자 쓸모없는 짓이야.

우리는 마법으로 기억을 무리하게 꺼내도 되는 걸 일부러 물어본 것 뿐이라고.

 

언변은 뛰어났지만, 네로의 눈에서는 위협이 느껴진다.

우리의 위협이 충분히 전해진 것일까. 도적들은 마지못한 모습으로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도적

...<거대한 재앙> 때문에 원래 살던 아지트가 무너져버려서 거점을 이 숲으로 바꿨어.

처음엔 그냥 얼굴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놈들, 웃길 정도로 좋은 반응을 해서 말야...!

 

도적들의 말로는, 갑옷을 입은 도적에게 습격받은 마을 사람은 그들을 기사 로랑의 망령이라고 굳게 믿어서 포학의 기사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것이 도적들에게도 형편이 좋았기에 그대로 거짓으로 로랑이라 칭하며 금품을 빼앗아 마을 사람들을 놀리며 지냈다고 한다.

 

히스클리프

너무해...

 

파우스트

상상이상으로 악독하군.

 

도적

이걸로 만족했냐. 그럼 슬슬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시노

뭐? 뭐라는거...

 

도적

얘들아, 지금이다! 금발 꼬맹이랑 그 옆에 있는 놈을 인질로 잡아!

 

그 말과 함께 수풀의 그림자에서 두 사람의 도적이 뛰어들어 그대로 나를 향해 왔다.

 

현자

어...!?

 

리케

혀, 현자 님! 제 뒤로... 윽!

《산레티아...》

 

그러나 그 순간. 빛의 막 같은 것이 우리를 둘러싸듯 눈 앞에 펼쳐졌다.

 

도적

뭐야 이건!?

 

결계처럼 펼쳐졌던 빛에 도적이 닿은 순간 탁탁하는 전격 같은 소리가 터지며, 그들을 멀리 날려보냈다.

 

도적

크악...!?

 

현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리케

아...! 분명 클로에와 오즈의 수호마법인 거예요, 현자 님.

그렇죠, 오즈! 감사합니다!

 

오즈

...아아.

 

도적

젠장...!

 

그들은 도망치듯 수풀 깊은 곳으로 향한다.

 

시노

로랑의 묘 방향으로 갔어! 쫓아간다!

 

네로

자, 잠깐 기다려...

으음, 이 포로들은 어쩌게? 방치해도 되나?

 

파우스트

어쩔 수 없지. 눈을 떼면 위험하다.

전원 데리고 간다.

 

네로

엑... 어떻게?

 

파우스트

너, 마법사잖냐. 마법을 써라.

귀찮게 굴지 마.

 

히스클리프

네로, 나도 도울게!


도적

젠장, 이쪽으로 오지 마!

 

수풀을 빠져나가자, 도적 한 명이 검처럼 보이는 무언가의 앞에 서서 우리들을 노려보았다.

 

도적

네놈들 전부, 이걸로 죽여주마!

 

시노

흥, 그런 걸로 우리에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거기다 겨우 두 명이서.

 

아서

단념해라. 너희들에게 승산은 없어.

 

도적들은 둘이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억지로 검을 뽑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 검은 커다란 바위에 꽂힌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도적

젠자앙...! 안 뽑히잖아 이거.

장난치냐고!

 

화풀이하듯 검에 침을 뱉는다. 그 순간---.

 

현자

어...!?

 

갑자기 중력이 증가한 것처럼 숲이 삐걱대고, 주변에서 단말마 같은 섬뜩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현자

(뭐야... 갑자기 공기가 무거워졌어...!?)

 

아서

이건...

 

이변을 눈치 챈 아서가 나를 감싸듯 한 걸음 물러섰다.

그 때, 녹슨 검이 꽂힌 곳에서 갑자기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뿜어져 솟아나와, 도적들은 허둥대며 검을 놓는다.

 

도적

힉...!

 

이윽고 연기가 묘 전체를 덮자, 안에서 한 순간 은색의 빛이 예리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오즈

검을 더럽힌 건 시작에 불과하다. 놈들은 오랫동안 죽은 자의 존엄을 모독해 왔다.

저건, 지금 강한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 틀림없이 포학의 기사다.

 

현자

그 말은...

 

카인

저건... 진짜 롤랑인건가...?

 

모두가 숨 죽인 가운데, 검은 연기가 흩어져간다.

그러자 그곳에는 불길한 안개를 두른 갑옷투구의 기사가 서 있었다.

 

도적

이, 이쪽으로 오지 마! 이 괴물!

 

도적은 필사적으로 로랑에게서 도망치려고 한다.

하지만 갑옷투구의 무거움 같은 건 전혀 느끼지 않는 듯한 속도로 그는 도적 가까이 서 있었다.

로랑은 짐승처럼 포효하며 주저 없이 검을 내려친다. 도적의 목숨이 지금이라도 끊어질 것 같을 때.

 

카인

멈춰!

 

카인은 투구갑옷 기사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받아내어 쳐 넘겼다.

 

망령

그아아아아....!

 

도적

우, 우와아악! 죽는다...! 도, 도와줘!

 

아서

이건...

 

히스클리프

검은 그림자가 지면에서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어...!

 

오즈

로랑의 사악한 기운에 이끌린 죽은 자들의 혼인가.

 

아서

큭... 《파르녹턴 닉스지오》 !

 

주문을 외우자 아서가 손에 든 단검이 밝은 빛을 내뿜는다.

그리고 그는 도적들이 다치지 않도록 민첩한 몸놀림으로 망령만을 베어넘겼다.

 

망령

그으으으으...

 

가냘픈 신음소리를 낸 망령은 아서에게 베인 부분부터 희미한 빛을 띠어간다.

그것은 서서히 망령의 몸에 스며들어, 이윽고 그들은 세빙처럼 반짝이며 조용히 사라져갔다.

 

리케

《산레티아 에디프》!

 

검에 빛을 휘감은 리케는 아서를 따라 검을 겨눈다. 그 동작은 약간 어설프고 그의 눈동자에는 두려운 기색도 섞여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른다. 그 모습에, 카인과 똑같이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중앙 나라&동쪽 나라~

 

리케

교단의 가르침에 따른다면, 폭력을 생업으로 하는 자는 근본부터 사악하다고 단정짓고 있었어요.

하지만 마법관에 오고서 기사의 일에 긍지를 가진, 모두를 지키려고 하는 카인의 모습을 보고...

기사는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나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카인은 제 간식도 가끔 착각해서 먹어버리고, 방도 그닥 깨끗한 경우가 별로 없는 덜렁이이지만...

 

현자

(그 부분은 할 말이 많은 것 같네...)

 

리케

저도 카인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자신이 되자고 생각하는 게 똑같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말에는 선망이 담겨있었고, 눈동자에는 강한 의지가 어려있었다.

 

현자

리케라면 분명 될 거예요. 왜냐면 지금도 우리를 이렇게나 지탱해주고 지켜주고 있잖아요.

 

리케

네! 전 말이나 기도, 저 나름의 방법으로 모두를 도와서 이끌어주고 싶어요.

 

우리가 얼굴을 마주보고 웃던 그 때---.

 

현자

...!

 

리케

지금 건...!

 

수풀에서 들려온 수상한 소리가 난 방향으로, 두 사람은 시선을 향했다.

 

현자

엇....

 

그러자 낡은 갑옷을 입은 커다란 그림자가 위압감을 내뿜으며 지그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까만 숲 속에 나타난 뚜렷한 이형의 존재. 그것은 틀림없이 무서운 망령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오오 오오오....

 

현자

(이, 이게 포학의 기사...!)

 

리케

...윽, 현자 님...!

 

맞잡은 손에 리케가 꽈악 힘을 준다. 눈치채니 서로의 손바닥에 흥건히 땀이 번지고 있었다.

 

현자・리케

........

 

팽팽한 상황 속에서 한 순간 리케와 아이컨택을 한다.

도적을 발견했을 때에 동료들에게 알릴 신호를, 우리는 여기 오기 전에 모두와 정해뒀었다.

 

???

내 이름은 포학의 기사, 로랑...

 

포학의 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대고, 손에 들고 있던 예리한 검을 이쪽으로 향했을 때---.

 

현자・리케

와아아악!

 

나와 리케는 깊이 숨을 쉬고, 힘껏 신호를 보냈다.

 

카인

《그라디아스 프로세라》 !

 

카인의 주문이 들린 순간, 우리의 방패가 되듯 격렬한 모래폭풍이 휘몰아쳤다.

 

???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카인

아키라, 리케! 괜찮아?!

 

현자・리케

네!

 

시노

나왔구나, 도적놈들. 당장 전원 토벌해주지!

 

???

우, 우왓...!?

 

시노가 휘두른 대낫을 피하려고 했기 때문일까, 포학의 기사의 자세가 무너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히스클리프가 주문을 외웠다.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블프 스노스》 !

 

그러자 마법이 걸린 나뭇가지들이 움직여, 그 투구를 벗김과 동시에 신체를 묶어 올렸다. 

 

???

크윽...! 이거 놔!

 

예상대로 갑옷을 입고 있던 것은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네로의 예상이 맞았던 것이다.

 

현자

(역시 로랑의 망령이 한 짓이 아니었어...)

 

시노

흥, 악당의 얼굴이네. 이 놈이 도적인 건 틀림없겠지.

 

네로

시노 군. 악당의 얼굴이란 건 동의하지만 편견은 좋지 않다고.

 

도적

뭘 느긋하게 이야기 하고 앉았냐!

얕보기는... 이놈들, 적이다! 싹 다 죽여버려!

 

도적들

우오오오옷!

 

그 목소리에 호응하듯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던 수풀에서 수십명의 도적들이 나타난다.

 

현자

이, 이렇게나 숨어 있었다니...

 

리케

현자 님, 저에게서 절대로 떨어지지 마세요!

 

담배를 피우던 몸집이 큰 장년의 도적이 아서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법사 도적

네놈들 마법사냐? 재밌네, 이 은발 놈은 내가 상대해주지.

 

아서

너도 같은 마법사인 것 같네...

하지만 약한 자들을 상처 입히기 위해 신비한 힘을 사용하는 건, 결코 용서받을 일이 아냐.

대가를 치러줘야겠어.

 

마법사 도적

하, 대가라고? 그딴 거 알바냐!

 

도적이 주문같은 말을 외자, 아서의 옆에 있던 커다란 바위가 떠올랐다.

하지만---.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마법사 도적

으아아악!

 

아서의, 벼락과도 같은 공격마법은 아주 간단히 상대 마법사에게 맞았다.

방금까지의 위세가 거짓인 것처럼 싱거웠다.

제어를 잃은 바위가 아무도 없는 장소로 떨어지고 커다란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도적

젠장, 저 놈, 마법사인 주제에 쉽게 지고 말이야...

 

오즈

《복스...》

 

도적

!

 

오즈

........

 

도적

크악!

 

히스클리프

이, 있는 힘껏 칼자루로 때리다니... 아프겠다...

 

시노

특이한 사용방법이군.

 

그 후에도 현자의 마법사들은 압도적으로 도적들을 쓰러뜨려 갔다.

도적들은 전원 기절해서, 승패가 결정되는 데에 그닥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노

이걸로 끝인가.

 

히스클리프

응. 제법 많은 숫자네...

마법사가 있었다고 해도, 잘도 지금까지 정체가 들키지 않았네.

 

로프로 둘둘 말린 채 욕지거리를 내뱉는 도적들 앞에서 아서가 냉엄한 시선을 향한다.

 

아서

너희들이 이 숲에서 한 일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듣도록 하지.

 

도적들

.......

 

시노

싫다면 무리하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힘으로 말하게 해줄 테니까.

 

시노가 뻔뻔스럽게 웃으며 그들의 눈 앞에 아슬아슬하게 대낫을 휘둘러 꽂았다.

 

도적

힉...!?

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중앙 나라&동쪽 나라~

 

카인

도적?

 

오즈

살아있는 자의 짓이란 말인가.

 

네로

그래. 인기척 없는 으슥한 곳에 몇 사람의 발자국을 지운 흔적이 있었어.

나무 뿌리에는 밟힌 듯한 흔적이 겨우 남아 있었을 뿐이야.

 

카인

그렇구나... 잘도 알아챘네.

 

네로

빈틈없이 숨기려고 한 흔적은 있었지만 완벽하게 숨기지는 못했다고.

그렇기 때문에 그건 도적의 소행이라고 가르쳐주는 것과 같은 거지.

 

아서

숲에 도적의 모습은 없었어?

 

시노

우리가 갔을 땐 인기척도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네로

아마 훔친 물건을 팔러 간 것인지, 침묵의 숲에는 밤에만 오는 것 같아.

들은 얘기에 의하면, 포학의 기사는 밤에만 나타난다는 것 같아.

 

카인

네로. 다음에 그놈들이 움직인다면 언제일까.

 

네로

가장 빠르다면 오늘 밤이려나. 다만...

 

네로는 생각하듯 입가에 손을 갖다대었다.

 

네로

지금까지 피해가 많이 나와버렸어. 평범한 도적이라면 훨씬 전에 정체가 들켜서 더욱 소란스러워졌을 거야.

그런데도 지금까지 들키지 않은 걸 보면, 도적 중에 증거인멸이 특기인 마법사라도 있는 걸까.

 

현자

(도적 중에 마법사가...)

 

네로의 말에 긴장이 흐른다.

 

리케

그렇다고 해도, 저희가 반드시 잡겠어요.

 

시노

리케의 말대로다. 도적이든 마법사이든 관계없어.

전부 토벌해주지.

 

파우스트

토벌은 하지 마.

우선은 어떻게 도적을 붙잡을지가 관건이다. 어중간한 인원수로 마을을 돌아다니면 눈치채고 도망칠 가능성도 있어.

 

카인

마법으로 기척을 지워서 숲에 숨어서 매복하는 건 어떨까.

 

아서

아니, 도적 중에 마법사가 있다면 우리들이 마법으로 기척을 지운 시점에 눈치챌지도 몰라.

 

시노

그럼 간단하군. 미끼를 써서 도적을 유인하면 돼.

내가...

 

리케

미끼 역할은 제가 하게 해주세요!

 

리케가 씩씩한 얼굴로 이름을 댔다.

 

시노

네가? 그렇게나 약한데?

 

리케

야, 약하지 않아요! 오즈의 훈련으로 쓸 수 있는 마법도 꽤 많아졌으니까요.

 

시노

뭐어, 약한 녀석인 편이 미끼 역할에는 어울리긴 하지.

상대도 방심할테고.

 

히스클리프

시노! 그 이상 리케에게 실례되는 말 하지 마.

 

시노

사실일 뿐인걸. 그렇지, 오즈.

 

오즈

...적은 주저없이 네 목숨을 노리고 올 거다. 그래도 그 역할을 맡을건가.

 

리케

네. 저도 현자 님의 마법사이니까요.

다수의 위험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카인

.......

 

현자

(약한 편이 미끼에 알맞다... 그렇다면...)

저기! 저도 리케와 함께 가게 해주세요.

 

리케

현자 님...

 

현자

저는 평범한 인간이고, 도적들의 표적에 알맞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빨리 이변을 해결하기 위해서, 저도 뭔가 힘이 되고 싶어요. 부탁드려요...!

 

곤혹스러운 분위기 속, 처음으로 끄덕여준 것은 카인이었다.

 

카인

 나는 맡기자고 생각해. 두 사람의 말도 각오도 믿음직해.

분명 작전도 잘 해낼거야.

 

리케

물론이예요! 현자 님과 함께 도적들을 멋지게 유인해낼게요.

 

파우스트

...알겠다. 그렇지만 두 사람 다 무모한 짓만은 하지 않도록.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우리를 부르고.

 

현자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

 

오즈

《복스노크》

 

현자・리케

와앗...!?

 

그러자 나와 리케에게 걸쳐져 있던 옷이 한순간 강한 빛을 발산하고, 뒤덮듯이 가느다란 온기를 머금었다.

 

현자

오즈, 무슨 마법을 걸어준 건가요?

 

오즈

클로에가 옷에 건 수호마법을 강화했다. 결계와 똑같이 밤이 되어도 효과는 지속된다.

 

현자

그런 일도 가능하군요...!

 

리케

오즈, 감사합니다.

하지만 오즈도 좀 있으면 마법을 쓸 수 없게 되니까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오즈

.......

 

아서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리케. 오즈 님은 내가 지킬테니까.

그렇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만약을 대비해 제 검을 들고 가 주세요.

 

아서가 공중에 손을 뻗자 단검이 나타난다. 싱긋 미소 지으며 그것을 오즈에게 건넸다.

 

시노

어이, 당신. 검을 쓸 줄 알아?

 

오즈

다소 물리공격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아직 잘 다루진 못한다.

 

파우스트

당신 입에서 물리공격이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신선하군...

 

네로

그래도 최강의 마법사가 검을 들면 심상치 않은 박력이 있네...

 

시노

흥. 분명히 내 대낫이 더 멋있다고.

 

히스클리프

넌 왜 오즈 님과 대결하고 있냐고...

 

그렇게해서 우리들은 도적 체포를 위해 몇 개인가의 작전을 세우고 밤이 오는 것을 숲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리케

현자 님, 길이 구불구불하니까 주의하세요.

 

현자

고마워요, 리케.

 

밤도 깊어지고 포학의 기사가 나온다고 하는 시각.

나와 리케는 도적을 유인하기 위해 울창한 침묵의 숲속을 그저 조용히 걷고 있었다.

 

현자

(리케의 랜턴이 없으면 새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지도 몰라.

좀 무섭네...)

 

리케

현자 님. 떨어지지 않도록 제가 손을 잡아드릴게요.

 

꼬옥 내 손을 쥔 그 힘은, 평소보다 조금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건 리케도 똑같을지도 모른다. 그런 리케의 버팀목이 되고 싶어서 손을 마주잡았다.

 

현자

힘내자구요, 리케...

 

리케

...네.

저어, 현자 님.

저, 어떻게 해서라도 이 이변을 해결하고 싶어요.

 

현자

그건 카인을 위해서인가요?

 

리케

아... 어떻게 아셨어요?

 

현자

이 의뢰를 받고나서 리케는 자주 카인을 보고 있던 것 같아서요.

거기다 저도 같은 마음이니까요.

 

리케

...로랑에 관해 나쁘게 말해서 카인이 슬퍼하는 건 싫었어요.

거기다 기사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할 때, 왠지 카인에게 악담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리케는 걱정하듯 눈썹을 찌푸리며 밤의 산길로 시선을 향했다.

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중앙 나라&동쪽 나라~

 

아서

《파르녹턴 닉스지오》

 

루스타

...!

통증이 없어졌어...?

 

아서

일시적인 처치는 되었지만 통증을 완화시키는 마법을 걸었어.

 

루스타

...그렇군. 고맙다.

아주 좋아졌어.

 

아서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렇지만 당신에게는 확실한 치료가 필요해.

그 팔의 상처는 깊어보여.

 

루스타

.......

 

그는 망설이는 기색을 보인 뒤, 이윽고 머뭇거리며 왼팔을 보여준다.

방금 전까지 감겨있던 붕대는 길이가 부족한지 상처를 완전히 감싸지 못한 채,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리케

윽, 아프겠다...

 

현자

(엄청 심한 상처야...)

 

곪은 상처는 눈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보기 힘든 것이었다.

 

오즈

그 상처는 포학의 기사에게 당한 건가.

 

씁쓸함과 괴로움이 번진 얼굴로 루스타 씨는 주저하며 말을 계속했다.

 

루스타

아아, 그래. 이건... 포학의 기사에게 당한 거야.

 

카인・리케・아서

.......

 

루스타

약을 사려고 해도 마을의 비축품은 이젠 없어. 다른 마을이나 도시와의 교류가 끊겼으니까 조달이 오는 것도 불가능해.

 

아서

그렇구나... 당신에게는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했구나.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이변을 해결해서 금방 물자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할게.

그러니까 부디 그때까지 버텨줘.

 

루스타

.......

 

아서의 진지한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루스타 씨는 아까보다 경계심이 풀어진 것 같았다.

 

루스타

저기 말이야... 당신들 나에게 포학의 기사에 대해서 듣고 싶었었지?

 

그리고 그는 무언가를 망설이듯 잠시 눈을 굴린 뒤, 천천히 우리를 본다.

 

루스타

.......

내가 알고 있는 거라도 괜찮다면 말할게.

 

카인

괜찮겠어?

 

루스타

더이상 두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건 진짜야.

그래도 이대로면 또다시 누군가가 습격받을지도 모르니까...

 

카인

루스타... 고마워.

 

루스타 씨는 카인의 말에 작게 끄덕이곤 띄엄띄엄 말하기 시작했다.

 

루스타

...그건 내가 마을에서 채집하는 수확물을 가까운 마을에 팔러 갔다가 돌아왔을 때의 일이야.

 


 

루스타

...응? 뭐야, 이 소리.

금속 같은... 우왓!?

 

포학의 기사

오오 오오오....

나는, 나야말로... 포학의 기사, 로랑...

...여주마... 죽여주마, 죽여주마...!

 

루스타

우와아아악!!


오즈

.......

 

루스타

처, 처음에, 나는 공포로 눈앞이 새까매져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어...

하지만 검에 베인 통증에 정신이 돌아온 나는 짐을 전부 버리고 미친듯이 도망쳤어.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면 죽었을거야.

 

카인

........

 

이야기 해준 처참한 사건에 말문이 막혔다.

루스타 씨는 왼팔에 손을 뻗으면서 모호한 말을 계속했다.

 

루스타

마을로 돌아왔을 때의 나는 피투성이어서 무척이나 핼쑥한 얼굴이었다더군...

마을 놈들에게 내가 망령이라고 착각될 정도로 말이야.

 

아서

그랬구나... 무척 괴로운 일이었겠네.

 

루스타

...나 뿐만이 아냐. 나보다 피해를 심하게 입은 녀석들도 많이 있어.

그 중엔 지금도 혼수상태인 녀석도 있어... 포학의 기사는 절대로 용서 못해.

 

루스타 씨의 목소리에서는 괴로움과 함께 강한 분노도 느껴졌다.

피해 입은 마을 사람들 중에는 그의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루스타

하지만 상대는 괴물이다. 내 힘으로는 어차피 이길 수 없어.

언젠가 그 놈에게 죽게 될 것을 기다릴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당신들은 포학의 기사를 쓰러뜨려 줄 건가...?

 

카인

그건...

 

리케

네. 저희가 반드시 포학의 기사를 쓰러뜨리겠습니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절실함이 흘러넘치던 루스타 씨의 말을 듣고 리케가 누구보다도 먼저 끄덕였다.

 

리케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위해를 가하는 짓을, 신에 맹세코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거기다 제가 아는 기사란, 사람을 슬프게 하는 일 같은 건 절대로 하지 않으니까요.

 

아서

맞아. 리케의 말대로 진짜 기사는 고상하고 긍지 높은, 멋진 존재야.

그렇지, 카인?

 

카인

.......

 

두 사람의 말에 카인이 눈을 동그랗게 뜬 뒤, 햇살처럼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크게 끄덕였다.

 

카인

아아, 물론. 루스타, 실은 나도 기사야.

 

루스타

어...

 

카인

라고 말해도, 정확하게는 전 기사지. 전에는 중앙 나라의 기사단에 있었어.

그러니까 나는 로랑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로랑이 어떤 최후를 맞았더라도, 가장 사랑하는 주군을 지켜냈다면 분명 망령따위 되지 않았을 거야.

 

카인은 흔들림 없는 신념을 담아 단언한다.

그것은 그가 기사단을 나온 지금도 기사라는 일에 긍지를 가지고,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루스타

.......

 

루스타 씨는 처음으로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리고 깊게 머리를 숙였다.

 

루스타

제발 부탁이야. 우리들에게 재앙을 가져온 저 두려운 망령을 물리쳐줘...

 

카인

그래, 맡겨줘!

 


 

히스클리프

현자님, 돌아왔습니다.

 

현자

어서오세요, 여러분.

 

리케

숲 속에 망령의 정체를 밝힐 단서가 있었나요?

 

시노

어. 커다란 수확이 있었던 것 같다고.

 

네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사 씨, 당신이 말했던 건 틀리지 않았던 것 같아.

 

카인

...무슨 소리야?

 

파우스트

포학의 기사의 정체는 로랑이 아냐.

 

현자・중앙의 마법사들

!!

 

파우스트

포학의 기사는... 아니, 숲 속에서 무차별하게 인간을 습격한 것의 정체는, 아마도 도적이 틀림없다.

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중앙 나라&동쪽 나라~

 

네로

일단 좀 더 조사는 계속하는 게 좋겠네.

포학의 기사라는 놈을 토벌하려면 역시 실제로 포학의 기사를 만난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싶어지잖아.

정체가 무엇이든, 그 위험한 망령을 토벌하기 위한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고.

 

파우스트

그럼 일단 두 팀으로 나뉘도록 하지. 로랑의 묘가 있는 숲의 조사와 주민들의 탐문조사다.

 

아서

그게 좋겠네. 그럼 중앙의 마법사들은 계속해서 주민들에게 탐문조사를 하자.

현자님께서도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현자

물론이죠!

 

아서

동쪽의 마법사들에게는 침묵의 숲 조사를 부탁해도 될까?

 

시노

알겠어. 큰 배에 탔다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히스클리프

나중에 또 합류하자. 카인 일행도 조심해.

 

시노를 선두로 숲을 향해 걸어가려는 동쪽의 마법사들.

그 맨 뒤를 걸어가던 파우스트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카인을 보았다.

 

파우스트

카인.

 

카인

응? 왜그래.

 

파우스트

...네가 동경하는 기사를 일부러 깎아내려던 건 아니다.

로랑이 긍지 높은 기사였다는 건 나도 들은 적 있다.

다만 때론 진실은 이야기나 전설따위보다 훨씬 괴롭고, 잔혹하다. 그것만은 기억해둬라.

 

카인

...그래, 알고있다고. 고마워, 파우스트.

걱정 끼쳐서 미안.

전부터 생각했지만 당신은 의외로 상냥한 녀석이구나!

 

파우스트

뭐? 착각 하지마라. 나는...

 

시노

파우스트, 빨리 와! 두고 간다.

 

카인

자, 부르고 있네.

 

파우스트

하아...

 


 

네로

그건 그렇고, 이름대로 정말 조용한 숲이구만. 울창하다곤 해도 생물의 기척도 별로 없고...

 

시노

그래도 묘한 냄새가 나.

 

파우스트

...우선은 로랑의 묘라는 게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해 두는 게 좋겠지. 가자.

 

네로

응?

 

히스클리프

왜그래? 네로. 저쪽에 뭔가...

 

네로

으음, 글쎄...

일단 난 잠깐 저쪽을 보고와도 될까.

 

파우스트

...나도 같이 가는게 낫나?

 

네로

아냐, 나 혼자서도 충분해. 선생 일행은 묘지 찾는 걸 부탁할게.

금방 합류할테니까.

 

파우스트

...알겠다. 다칠 일은 하지 말고.

 

네로

하하, 알고 있다니까. 나중에 보자.

 


 

히스클리프

꽤나 탁 트인 장소네요. 거기다 왠지, 아까와는 공기가 다른 듯한...

 

파우스트

그렇군. 히스, 상태는 괜찮나?

 

히스클리프

네. 이 주변은 신성 때문에 맑은데도, 카인이 검술 연습을 하던 때처럼 예리하고 팽팽한 느낌이 들어서...

침착해진달까, 왠지 안심되네요. 망령이 나타난다는 숲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요.

 

파우스트

...

 

시노

어이, 저기에 뭔가가 꽂혀있어. 저건, 검이군.

 

히스클리프

정말이다... 왜 이런 장소에...

 

시노

이 검, 꽤 녹슬고 풍화돼 있어. 한동안 손질된 흔적도 없고.

 

파우스트

시노, 함부로 만지지마라.

아마도 이게, 롤랑의 묘인 것 같다.

 

시노

이게...?

 

히스클리프

우왓, 뭐, 뭐야!?

 

네로

하아, 드디어 찾았다. 꽤 먼 곳까지 왔었구나.

 

히스클리프

네로였구나... 다행이다...

 

시노

망령이 아니라 다행이지?

 

히스클리프

시, 시끄러.

 

파우스트

자자, 싸우지 말고. 그럼, 네로.

뭔가 수확은 있었나?

 

네로

뭐어 그래. 그보다도 그 검 같이 생긴 건 설마...

 

파우스트

그래. 이게 롤랑의 묘다.

하지만 들었던 얘기랑은 좀 달라.

이 묘에 잠든 롤랑이 사람을 습격하는 망령이 되었다면 이 주위에서 좀더 사악한 느낌이 있었을 터.

그런데 오히려 반대다. 히스도 방금 말했지만 이 주변 일대에 신성하고 청아한 기운이 감돌고 있어.

 

네로

...과연. 그렇다면 퍼즐조각이 맞춰진 것 같네.

 

히스클리프

퍼즐조각?

 

네로

모두가 모이면 말해줄게. 우선 현자 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동쪽의 마법사들과 두 팀으로 갈라진 후. 나는 중앙의 마법사들과 함께 주민들에게 탐문을 계속했다.

 

카인

다들 좀처럼 우리와 얘기해주질 않네.

 

리케

앗... 설마 오즈의 얼굴이 무서워서 그런걸까요.

 

오즈

......

주민들의 마음에 불안과 공포가 휘몰아치고 있다. 그 영향이다.

 

리케

아, 알고있어요. 방금 건 농담이예요.

 

오즈

그런가.

 

아서

전 처음부터 농담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오즈님께서는 무척이나 상냥한 얼굴이시니까요.

 

현자

아하하.

어라, 저쪽에 루스타 씨가 계시네요.

 

아서

그렇네요. 하지만 주저 앉아 있고, 조금 상태가 이상한 듯한...

 

리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라요. 가보죠!

 

그는 우리를 눈치채지 못한 모습으로, 아픈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왼팔의 붕대를 다시 감고 있었다.

 

현자

저기... 괜찮으신가요?

 

루스타

앗! 당신들은...!

 

거부하듯 시선을 돌리는 루스타 씨에게, 카인과 아서가 상냥히 말을 건다.

 

카인

아까는 미안했어. 당신의 마음도 모르고 무례한 태도를 취해서...

 

아서

하지만 우리는 너에게 상처를 줄 생각이 없어. 주저앉아 있는 것 같길래 걱정이 들었어.

 

루스타

그건...

 

루스타 씨는 망설이는 표정을 띠며 자신의 팔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리케

팔의 상처가 아픈가요?

 

루스타

...!

 

리케의 질문에 그는 숨을 삼킨다. 아서가 걱정하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그 손을 잡아서 주문을 외웠다.

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중앙 나라&동쪽 나라~

 

카인

소매에 가려져서 확실히 확인하진 못했지만 팔에 붕대가 감겨 있었어.

 

아서

그의 반응을 보면 포학의 기사에게 습격받은 피해자일지도 몰라.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무서운 경험을 한 거겠지...

 

카인

그런데도 루스타에게는 힘든 일을 떠올리게 해서...

다음에 만나면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

 

카인은 미안한 듯이, 그러면서도 그 자신도 상처 입은 듯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현자

(포학의 기사가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기사라는 이름이 붙는 자가 악한 짓을 하고 있다고 듣고 있으니, 역시 카인은 신경이 쓰이겠지...)

 

카인

왜그래, 아키라?

 

현자

앗, 아뇨...!

좀 더 조사를 계속하죠.

 


 

그 뒤로도 우리는 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왜인지 혼자인 할머니에게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노파

너희는 포학의 기사에 대해서 알고 싶은 거냐?

 

카인

그래, 할머니. 미안하지만 뭔가 알고 있다면 우리에게 알려줄 수 없을까.

 

노파

내가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로랑에 대한 것 뿐이야.

 

현자・리케

로랑...?

 

할머니가 알려준 익숙하지 않은 이름에 리케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카인

설마, 그 전설 속의 로랑 말인가.

 

시노

카인은 알고 있는 건가.

 

카인

잘 알지. 하지만 할머니, 왜 갑자기 로랑의 이야기를...

 

노파

...그 전설 속 로랑의 망령이 포학의 기사의 정체니까.

 

카인

...!

 

리케

저기, 카인. 저는 로랑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어떤 사람인가요?

 

카인

...로랑은 옛날에, 중앙의 나라에서 활약했다고 불리는 기사야.

 

노파

그래. 검술은 제일, 인망도 두터운, 로랑은 누구나가 존경하는 긍지 높은 기사라고 여겨지고 있었지.

하지만 진실은 잔혹한 법. 뭐가 긍지 높은 기사냐.

벌써 몇 명이나 그 놈에게 죽었어.

 

카인

...할머니. 정말로 포학의 기사는 로랑의 망령인가?

 

노파

포학의 기사는 밤이 되면 생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침묵의 숲에 나타난다고 했다. 틀림없어.

거기다 저 숲에는 로랑의 묘도 있지.

 

카인

.......

 

노파

놈은 옛날 적습을 당한 주군과 함께 이 침묵의 숲에 왔다던데.

로랑은 어떻게든 주군을 도망치게는 했지만, 최후는 저 숲에서 적에게 목을 베였어.

그 원한이 둔갑해서 나온 것이겠지. 놈은 정말로... 무서운 망령이야.

 

할머니는 혐오를 품은 숨을 깊게 내쉬고 천천히 멀어져 갔다.

 

리케

저기, 카인. 괜찮나요..?

 

카인

응, 미안해. 아까는 이상한 태도를 취해서...

설마 로랑이 이변의 원흉이었다니, 생각지도 못해서 말이야.

 

시노

뭐야. 그 녀석, 그렇게나 대단한 녀석인가.

 

카인

...여기에 오기 전에 잠깐 이야기 했었지.

내가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전설의 기사가 있다고.

그게 로랑이야.

 

현자・리케

엣...

 

아서

로랑의 이름은 나도 알고 있어. 검술은 국내에서도 제일이었고, 오래된 문헌에 쓰여 있었어.

그 강함을 내다보고 왕가에서 기사단에 입단하길 원한다고 제의했다지만...

 

히스클리프

왕가에서 직접...? 그건 대단하네요...

 

카인

맞아. 하지만 로랑은 그걸 거절했어. 자신이 섬기는 주군에의 충성 때문에 말이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검술에도 뛰어난 로랑에게 나는... 계속 동경하고 있었어.

 

카인은 짓씹듯이 중얼거렸다.

카인의 마음은 나의 세계에서 말하는, 동경하는 히어로에 대한 감정처럼 소중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네로

지금 이야기가 진짜라면 이상하지 않아?

기사 씨의 이야기를 듣는 한, 그 로랑이라는 녀석은 도저히 망령 따윈 되지 않을 것 같은데.

 

파우스트

조금 전 노파가 말했잖냐. 전설상에는 고명한 인물이라고 쓰여져 있어도 진실이 어땠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해.

그의 최후가 알려지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지. 반동으로 모든 걸 저주하는 존재가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아.

 

카인

그런걸까...

 

현자

카인...

(동경하는 존재가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니, 생각하기도 싫어...)

하지만 파우스트의 말을 황당무계하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카인

...미안.

나에게는 로랑이 포학의 기사가 되었다고는 어떻게해도 생각할 수 없어.

 

파우스트

동경하는 인물을 믿고싶은 마음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냐.

하지만, 목적을 잊진 마라.

 

카인

알고있어. 제일 구해야 하는 건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야.

로랑이 아니지.

그래도... 나는 조금만 더 내가 동경했던 그의 명예와 긍지 높은 생애를 믿고싶어.

 

오즈

카인.

 

카인

미안해, 오즈. 내가 형편 좋은 말을 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오즈

북쪽 나라에 피는 꽃은 환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 꽃을 눈에 비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

 

카인

...응?

 

오즈

그것을 구하려는 마음이 환상의 꽃을 실물의 꽃으로 만드는 일도 있다.

...그것과 같다.

 

카인

어어....

 

리케

정말, 오즈! 지금은 꽃 이야기는 하고 있지 않다구요.

 

모두가 오즈의 말에 고개를 기울이던 중, 아서가 납득한 듯이 끄덕였다.

 

아서

북쪽 나라는 극한의 땅이니까 꽃 같은 것이 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겠지.

하지만 실제로는 북쪽 나라에 피는 꽃도 조금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선은 꽃이 있다고 믿고 찾기 시작하지 않으면, 그 꽃이 실재하는 것을 깨닫지도 못한다.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것이야말로, 찾을 수 있는 진실도 있는 것이다.

 

오즈

.......

 

아서

오즈님은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 아닐까요.

 

그것은 오즈다운 격려의 말처럼 들렸다.

카인은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조금은 놀란 듯 눈을 깜빡인 뒤, 미소를 띄운 채 오즈의 등을 쳤다.

 

오즈

거리낌 없이 등을 치지 마라.

 

카인

아하하, 미안해. 그래도 고마워, 오즈!

 

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중앙 나라&동쪽 나라~

 

카인

기사의, 망령...

이름부터 그렇듯이, 그 녀석은 사람을 습격하는 건가.

 

현자

네. 부상 당한 사람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해요.

숲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공포에 떨면서 『포학의 기사』라고 부르고 있다는 듯해서...

 

아서

하지만 그뿐만이 아냐.

이 이변에 관해서는 또 하나 큰 걱정거리가 있어.

침묵의 숲을 빠져나오면 작은 마을이 있는데, 그곳의 주민들은 숲을 지나가지 않으면 주변의 거리나 마을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불가능해.

그렇지만 숲에 들어가면 포학의 기사에게 습격당하게 돼. 그 결과, 외부와의 교역이나 교류가 멈춰버렸다고 해.

 

카인

즉, 이대로면 가까운 시일 내에 기아나 내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인가...

 

아서

맞아. 그것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막지 않으면 안 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심각한 상황을 상상한 것인지, 아서가 괴로운 듯 눈을 아래로 깔았다.

 

리케

아서 님, 안심하세요.

약한 자들을 구원하는 것이 저희, 신비한 힘을 가진 자의 역할이니까요.

곧바로 현지로 가서 이변을 해결해 버리죠.

 

아서

그래. 고마워, 리케.

 

시노

사정은 알겠어.

아까도 말한 것처럼, 이번 임무는 우리들 동쪽의 마법사도 동행한다.

오즈는 밤에 마법을 쓸 수 없어. 손은 많은 편이 좋겠지.

 

오즈

.......

 

현자

(특별히 반론하지 않는구나...)

 

카인

동쪽의 마법사들이 함께라면 든든하지!

 

시노

훗, 나한테 전부 맡겨둬.

 

히스클리프

아하하...

우선 파우스트 선생님과 네로에게도 상담하고 올게요.

 


 

시노

기다렸지.

 

파우스트・네로

.......

 

현자

(꽤 무리하게 데려온 느낌이다...)

 

네로

어... 히스 일행에게서 사정은 들었어. 우리도 동행해주었으면 한다고?

포학의 기사, 라고 하는 놈의 토벌...

 

현자

네, 네. 갑작스럽게 죄송하지만,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파우스트

시노와 히스클리프만 가게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할 수 없군. 이번 임무, 우리들도 협력한다.

네로도 그거면 괜찮겠나.

 

네로

뭐어, 내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현자

(그리고 엄청나게 떨떠름해 한다...)

 

파우스트

바로 출발한 건가?

 

아서

그래. 사태는 일각을 다투니까.

 

파우스트

.......

《사틸크나트 물크리드》

 

현자

와앗...!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우자 순식간에 우리들 전원의 옷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했다.

 

시노

...!

 

히스클리프

깜짝 놀랐네... 이 옷은 대체...

 

세련된 검은색과 회색을 바탕으로 한 옷은 두꺼운 천으로 튼튼하게 되어 있었다.

가느다란 자수와 장식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파우스트

클로에에게서 맡아두었던 거다. 이번 임무는 위험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아.

이걸 입고 가는 편이 나아.

 

시노

파우스트가 클로에에게서? 왜?

 

네로

의외네. 설마 파우스트가 디자인 상담이라도 해준 건가?

 

파우스트

반은 맞다. 상담에 어울려준 건 천의 강도를 올려줄 기술이 없을까 하는 내용이었지만 말이지.

 

리케

강도, 말인가요?

 

파우스트

...중앙과 동쪽의 마법사는 임무 중에 상처를 입는 일이 많으니까.

그걸 좀 더 지원해줄 방법이 없을까 그는 고민하고 있었다고 한다.

 

히스클리프

클로에...

 

카인

그 녀석에게는 엄청 걱정을 끼치고 말았네...

 

파우스트

그러니까 옷에 수호를 더하는 마법을 알려줬다. 그 뿐이다.

 

옷에 입혀진 클로에의 배려와 상냥함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현자

나중에 클로에에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아서

맞습니다. 클로에의 배려를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모두들 무사히 돌아오도록 하죠.

 


 

우리는 오즈의 마법으로 침묵의 숲 바로 근처에 위치하는 작은 마을의 입구로 향했다.

석조바닥과 우물, 벽돌집이 늘어서 있고, 마을을 둘러싸는 것처럼 커다랗게 펼쳐진 숲이 보인다.

 

히스클리프

이 마을의 바깥에 펼쳐져 있는 게 침묵의 숲인 것 같네요.

 

카인

맞아. 그건 그렇고, 마을에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걸...

 

시노

보이지 않아도 아는구나.

 

카인

알다마다. 이 정도로 마을 전체가 슬픈 분위기에 휩싸여 있으면 말이지.

 

아서

저건...

 

오즈

왜 그러지.

 

아서

집의 그림자에 주민이 있습니다.

 

현자

아, 정말이다. 우선은 마을의 상황을 자세히 아는 편이 좋을 듯하니, 말을 걸어보죠.

 

아서

갑작스럽게 미안. 잠깐 괜찮을까?

 

청년

......!

뭐, 뭐야, 누구야 당신들.

 

카인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카인. 현자 님의 마법사입니다.

 

카인이 아서를 아무렇지도 않게 감싸는 것처럼, 곤혹스러워 하는 청년의 사이에 끼어들어 악수를 구하듯이 손을 내밀었다.

 

청년

당신들이, 그 현자의 마법사...?

 

카인

그래, 맞아. 괜찮다면 당신의 이름을 듣고싶어.

 

루스타

...나는 루스타다.

 

카인

고마워, 루스타.

실은 우리들은 침묵의 숲에서 일어나는 이변을 조사하러 온 거야.

『포학의 기사』라는 망령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뭔가 아는 거 있어?

 

루스타

포, 포학의 기사...!

 

그 이름을 꺼낸 순간, 루스타 씨의 표정이 명확하게 굳었다.

그는 무언가 커다란 것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우리들에게서 떨어지고 목소리를 떤다.

 

루스타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다른 녀석에게 물어봐줘...!

 

카인

어, 잠깐...!

 

리케

...가버렸네요.

 

현자

왠지 우리를 엄청 무서워하는 것 같았어...

 

카인

아니, 저 녀석이 무서워하는 건 우리가 아냐.

분명 포학의 기사야.

 

현자・리케

어?

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 ~중앙 나라&동쪽 나라~

 

현자

으음, 안 보이네요...

 

리케

이 시간에는 숲에서 자주 단련을 하고 있다고 카인에게서 들은 적 있는데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는 어느 날의 일.

나와 리케는 마법관 근처의 숲에서 카인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리케

어라? 수풀 방향에 있는 것, 카인일까요?

 

현자

아, 정말이네요!

 

리케가 가리킨 쪽을 보자 진지한 표정으로 검을 들고 자세를 취하는 카인의 모습이 있었다.

 

카인

하앗!

읏, 타앗!

 

그의 주변 공기는 잘 손질된 날붙이처럼 팽팽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날카로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현자・리케

...멋있어...

 

시노

나도 저 정도는 단련한다고. 다음번에 보여주도록 할까.

 

리케

와앗!?

 

현자

시노...? 거기다 히스도!

 

히스클리프

안녕하세요, 현자님, 리케.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현자

아뇨, 괜찮아요. 혹시, 두 사람도 훈련 중이었나요?

 

시노

그래. 어제 파우스트에게 배웠던 마법을 시험삼아 해보고 있었어.

 

히스클리프

현자님 일행은 카인에게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가요?

 

현자

그렇긴 한데요...

카인의 진지한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할까, 그만 넋을 놓고 보게 되었네요.

 

리케

아, 아뇨. 저는 저런 야만적인 걸...

 

카인

뭐야, 두 사람 다. 고마운 말을 해주고 말이야.

 

현자・리케

카인!

 

카인

근처에 누군가가 있는 건 기척이 나서 알고 있었지만, 현자님 일행이었을 줄이야.

 

생글거리게 웃으면서 카인이 가까이 온다.

털털한 몸짓으로 오른손을 드는 그에게 모두들 하이파이브를 했다.

 

현자

죄송해요, 훈련을 방해해버렸네요.

 

카인

신경쓰지마. 마침 슬슬 휴식하려고 하던 참이야.

 

리케

카인은 항상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가 있는 걸 알아차리는군요...

 

카인

익숙한 것 뿐이야. 기사단에 있던 시절에는 캄캄한 숲 속에서 마물과 싸우는 일도 있었으니까.

 

히스클리프

아서 님에게서 들은 적 있어. 기사단에 있던 시절부터 카인은 대단한 기사로 국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시노

흥.

즉, 카인은 최강의 기사였다는 건가.

 

카인

글쎄 어떨까. 이 세계는 넓고 나보다 더 강한 녀석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겸손한 것처럼도 말한 카인은 어딘가 만족한 듯한 모습으로, 마치 자신의 소중한 비밀을 알려주려는 것처럼도 보였다.

 

현자

그건 오즈나 북쪽의 마법사들에 관한 것인가요?

 

카인

확실히 그 녀석들은 나보다 강해. 마법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지.

 

리케

그럼, 마법 없이라면 카인이 강한가요?

 

카인

글쎄... 검술만으로 싸우면 나한테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말이야, 줄곧 동경하는 기사가 있어.

사람들 사이에서는 전설의 기사, 라고 불리는 녀석인데...

 

현자

전설의 기사, 말인가요?

 

카인

그래. 어릴 때는 '언젠가 나도 그 정도로 강하고 멋진 기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검이라 생각한 나무 막대기를 휘둘렀다고.

고향 친구 중에도 동경하는 녀석은 많으니까 같이 기사 놀이를 하면서 말이야.

 

현자

와아, 엄청나게 귀여운 추억이네요!

 

리케

카인이 동경하는 기사...

 

히스클리프

분명 무척이나 대단한 사람이겠죠.

어떤 사람인가요? 나도 아는 사람일려나.

 

카인

어떨까? 중앙의 나라에서 유명한 기사였으니까 말이야.

이름은---

 

아서

리케, 현자님! 카인을 찾으셨군요.

 

시노

여어, 아서.

 

히스클리프

안녕하세요, 아서 님.

 

아서

안녕. 시노 일행도 같이 있었구나.

 

현자

죄송해요, 그만 이야기에 열중해버려서...

일부러 찾아와주신 거군요.

 

아서

신경쓰지 마세요. 저도 조금 전에 오즈님을 찾은 참이니까요.

오즈 님께서는 담화실에서 기다리고 계셔.

카인, 너도 오지 않을래?

 

카인

그래. 혹시 무슨 일 있었어?

 

현자

네. 중앙의 마법사 분들께 부탁하고 싶은, 새로운 의뢰가 왔어요.

 

시노

토벌인가.

 

진지한 얼굴이 된 카인과 의뢰내용에 흥미를 표하는 시노에게 아서가 대답했다.

 

아서

...맞아.

요즘 중앙 나라의 변경 숲에서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습격하는 『포학의 기사』라고 불리는 자가 나타났다는 듯해.

 


 

숲에서 돌아온 후.

우리는 담화실에 있던 오즈와 합류해 의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로 했다.

 

시노

여어, 오즈.

 

히스클리프

아, 안녕하세요, 오즈님...

 

오즈

.......

 

시노

토벌이라면 우리도 동행하고 싶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줘.

 

오즈

마음대로 해라.

 

히스클리프

가, 감사합니다.

허가 받아서 다행이네, 시노.

 

시노

히스는 오즈 앞에서 항상 긴장이 심해.

오즈도, 중앙의 마법사들에게도 우리가 있는 편이 도움된다고.

 

히스클리프

아니, 네 마음이 너무 강하다고는 생각하는데...

 

오즈

.......

 

아서

모두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해.

급한 일이지만, 이번 의뢰에 관해 설명을 들어줘.

이번 의뢰는 침묵의 숲이라고 불린 장소에서 출몰한 『포학의 기사』를 토벌해 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야.

보고에 의하면 <거대한 재앙> 이후부터 밤이 되면 숲에 기사의 망령이 빈번히 나타나게 되었다는 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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