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낙양

 

카멜롯 성이 완성되고 원탁의 자리가 채워졌으며, 왕은 기네비어를 왕비로 맞아들였다. 기네비어 왕비는 진상을 알면서도 왕을 잘 보필하며 왕비로서 행동했다.

원탁의 기사 이야기가 꽃피는 것은 바로 이 시기다.

사실 아무리 브리튼이 황폐해져도 카멜롯만은 계속 웃음과 희망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서 왕의 위광이라 믿었고, 기사들은 자신들의 노력의 결실이라 자랑했으며, 왕은 홀로 현실을 마주하고 고뇌하고 있었다.

영원히 피어있는 꽃은 없다. 카멜롯의 위광은 건재하더라도 브리튼은 쇠퇴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면 국토의 황폐화는 이민족들의 침공 때문만이 아니란 뜻입니까?"

"유감이지만 말야. 이 섬은 본토에서 떨어진 이방이야. 서력(西歷)이 되어 신비가 사라져가는 이 행성에서 아직까지 짙은 신(神)대의 공기가 남아 있어. 픽트족이나 용, 몽마가 실존하는 것도 그 때문이야. 그리고 브리튼인들도 이 부류에 속하지."

"백성들도 그렇다는 겁니까."

"침략은 이민족만의 문제가 아니야. 토지 그 자체가 변하고 있어. 흉작은 너희들이 멸망할 때까지 계속될 거야."

"다른 생활 방식을 모색하라? 외래종을 심고 다른 피를 받아들여 섬의 존재 방식을 바꾸라는 겁니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말이야."

"...어찌됐든 시간이 필요합니다. 유지하든 변화하든, 모든 것은 이민족의 침공을 막고 나서입니다."

"승산은 있는 거야? 아서 왕."

"물론입니다."

 

"안장을 준비해 주십시오. 브리튼을 짓밟는 외적, 그 모든 것을 섬멸하겠다."

 


 

아서 왕이 달려나갔던 열두 번의 전투, 그 종반. 운명의 언덕으로 이어지는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군사 회의가 없는 날이 없었고 야영하지 않는 밤이 없었다. 항상 그녀가 선두에 섰던 것은 결의를 표명하기 위해서였을까.

전투에 나서기 위해서는 수많은 백성을 내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투에 나선 후에는 모든 적을 베어버려야만 했다.

섬을 지키는 전투를 위해 작은 마을을 징발하여 군비를 모으는 일은 흔했다.

"내일을 이기기 위한 조치다. 모두들 참아주길 바란다."

그녀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원한을 받은 기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장에 나서는 그녀의 모습에 망설임은 없다. 옥좌에 몸을 맡길 때조차 근심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없다.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 인간을 지킬 수 없다. 그 맹세를 그녀는 엄격히 지켜갔다.

그리고 몇 번의 승리 후, '아서 왕은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고 원탁의 기사 한 명이 그리 말하며 떠났다.

거기다 몇 명인가 이름 있는 기사들이 자신들의 영지로 돌아갔다. 그조차도 왕은 당연한 일이라 받아들이고 통치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각자의 영지에 틀어박혀 있으면 이민족들과의 전투에서 미끼가 되어줄 것이라고.

그 판단은 한층 더 기사들을 두렵게 했다. 아름다우면서도 기사들의 명예였던 왕은 그렇게 고립되어 갔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카멜롯을 뒤로하고서 1년 후. 이민족들과의 운명을 가르는 결전에서 아서 왕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모든 기사들이 내일의 생(生)을 위해 싸웠지만, 그녀는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전략을 세우고 결단해 왔으니까.

이미 멸망만을 기다리던 나라는 이렇게해서 한순간의 평화를 얻었다.

그 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건 조금 힘들다.

그녀는 섬의 비밀을 신뢰할 수 있는 비서관에게 밝히고 해결을 시도해 보았다. 비서관은 섬에서 신비가 사라진다면 그에 필적하는 기적을 손에 넣어야 한다고 진언하여 왕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것이 후세에 일화로 남는 원탁의 성배 탐색에 관한 이야기이다.

왕이 말하는 성배를 구하고자 수많은 기사들이 여정에 올랐고 빈 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서 왕이 옥좌에 오르고서 10년째 되던 마지막 해. 란슬롯 경과 왕비 기네비어의 부정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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