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기사들의 이야기 - 란슬롯
영지의 성으로 돌아가 내 침실에 들어가자 왕비는 잠들어 있었다. 그 뺨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다른 기사들은 알지 못한다. 왕비가 얼마나 왕을 사모하고 보좌해 왔는지를.
배신, 부정의 오명을 뒤집어쓴 왕비의 마음은 가련한 소녀 그 자체다. 그녀는 지금도 꿈속에서 왕에게 거듭 사과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나는 갑주 차림 그대로 침대에 앉았다. 최소한의 충의로써 그 분이 로마 원정에서 돌아올 때까지는 갑옷을 벗는 일이 없을 것이다.
밤은 길다. 나는 왕비에게 들은 왕의 반평생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의 정체를 아는 자는 극히 일부였다. 그녀는 문자 그대로 철로 자신을 뒤덮어 방해가 될 것을 봉인했다.
물론 왕의 모습에 의심을 품은 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검을 가진 왕은 상처 입지 않고 나이를 먹지도 않는다. 성검에는 호수의 요정의 가호가 있어 가진 자를 불로불사로 만든다고 한다.
사실상, 왕은 무적이었다. 그래서 진실로 왕이 본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추궁하는 자는 없었다.
나는 이국의 기사다. 사랑하는 여성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면 나라를 버리고서라도 그 손을 잡는 것이 프랑스 기사의 신조였다.
그것 때문에 떳떳치 못한 경험도 했지만, 그 덕분에 냉정히 원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왕은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그렇게 말하며 트리스탄 경이 떠난 뒤, 왕의 피로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왕비는 왕을 걱정했고 나도 왕이 동요할 것을 걱정했다.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를 인정하고 의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왕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왕비의 고독을 알게 됐으며, 자신의 미숙함을 깨달았다.
그 순간, 나를 지배한 것은 분노였다. 그것은 깨끗한 모든 것에 대한 분노였다.
나는 그때 브리튼 그 자체에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 것이다.
비서관까지 올라간 기사, 아그라베인은 왕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 그걸 이용하여 왕비를 협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왕비가 모욕 당한 것이 나에게 최후의 결단을 내리게 했다. 나는 많은 기사들을 베고, 동료들의 목숨을 빼앗아, 자신의 영지로 도망쳤다.
나는 부정을 저지른 배신자이자 기사를 칭하는 것조차 우스운 짐승으로 전락했다.
'그거면 됐다'고 마음속에서 외치는 남자가 있었다. 나는 사랑하는 여자를 얻었으니까.
하지만 왕은 '용서한다'고 말했다.
'나의 벗, 나의 긍지, 나의 이상의 기사여. 귀공이 한 일이라면 반드시 연유가 있을 터. 나는 그것을 믿고 있다.'
그렇게 쓰여진 면죄부를 봤을 때, 나는 자신의 영혼이 미치고 곯아 썩게 되는 결말을 예감했다.
그럴 리 없다. 하지만 왕은 진심으로 용서했다. 축복해 주었다. 나와 왕비를.
만약 내가 왕의 입장이었다면 배신자를 용서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 전제는 틀렸다. 왕은 처음부터 우리와는 다르다. 인간이 아닌 데다, 인간으로 자라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 분은 사람으로서 올바르고자 한다.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모르는 자가 사람들의 행복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괴물이다. 보티건에 필적하는 괴물이다.
그렇다. 도망친 것은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왕을 존경하고 경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간으로서 용인할 수가 없다. 해서는 안 된다.
그 삶의 방식을 '훌륭하다'는 말로 끝내버리면, 그것이야말로 성을 버린 기사와 다를 게 없다.
지금 가슴 속에 생긴 공포는 언젠가 분노가 되어, 증오가 되어, 영원히 이상적으로 있을 저 왕을 계속하여 저주할 터.
불길한 미래지만 나 같은 남자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응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