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캄란의 날
"대승리야!"
"이걸로 전쟁은 끝났어!"
"돌아가면 당장 밭을 갈아야겠네!"
"그래, 가족들이 기다린다고."
"로마와 조약을 맺었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은 오지 않겠지."
"...!"
"모드레드 경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보고가! 일곱 호족, 여덟 제후는 반역에 찬동, 카멜롯이 함락되었답니다...!"
그것이 그녀가 쌓은 공훈의 보답이었다.
모르건의 자식이자 아서 왕의 복제품인 원치 않는 아이, 모드레드.
그, 아니, 그녀는 아서 왕의 부재 동안 반란분자를 모아 카멜롯을 점령하고 귀환 중인 왕의 군대를 괴멸시키고자 해안선에 포진해 있었다.
후세에 불리리라. 아서 왕의 마지막 전투, 기사도가 내버려진 황혼의 전장, 많은 빛들이 사라진 시체들의 산.
캄란 언덕의 전투라고.
로마 원정에 지친 왕의 군사를 모드레드의 군대가 진형을 짜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서 왕과 그 측근들이 상륙할 수 있었던 것은 브리튼에 남아있던 가웨인과 케이의 조력 덕분이었다.
전쟁의 불길은 사방으로 뻗어나갔고 국토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졌다.
그 과정 동안 철수와 추격을 반복하면서 그녀는 반역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모드레드의 반역에 찬동한 병사들은 누구도 아서 왕을 증오하여 단결한 것은 아니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전란, 지력이 약해지는 토지,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
그들은 계속 견뎌왔다. 이 이상은 견딜 수 없다고 매번 호소했다.
"내일 이기기 위한 조치다. 다들 견뎌줬으면 한다."
그녀는 기사들에게 그렇게 말해왔다. 왕은 정말 이상적인 왕이었다.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청렴결백하게 살기를 모두에게 요구했다. 그러면 반드시 풍요로운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언제까지, 그 인내는 언제가 되면 끝나는 것인가.
"모두들 이미 한계였구나... 나만 혼자 아무렇지 않았어..."
이상적인 왕은, 그러나 이상적이었기에 사람들이 약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누구라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녀의 마음이 이때 꺾였다는 것을.
7일째 아침. 전투는 캄란의 언덕에 도달했다. 양쪽 군대의 격돌은 해질 녘까지 계속되었다.
아군도 적군도 대부분 전멸하고 이제 생존해 있는 자는 꼽을 수 있을 정도인 시체들로 된 산. 피투성이가 된 캄란의 언덕에서 그녀는 어느 기사의 말을 떠올렸다.
'왕은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그 말을 인정하면서 그녀는 꺾인 마음을 일으켜세워 창을 쥐었다.
성검은 이미 빛을 잃었다. 그녀의 마음이 꺾였을 때 지상의 별이 완전히 꺼졌기 때문이다.
어느새 전장에 남은 기사는 둘. 왕의 앞에 나타난 것은 이형의 갑주를 입은 자였다.
피로 번들거리는 검, 클라렌트를 땅에 끄는 모습은 망령 그 자체였다. 나라를 빼앗고 병사를 죽이고 형태 없는 것에 굶주린 망령은 말한다.
"이제 끝을 낼 때가 됐군, 아서 왕."
"모드레드인가."
"...길었어. 여기 도달할 때까지 오랫동안 전장 속을 헤맸어. 어때? 당신의 나라는 이걸로 끝났어. 끝나버리고 말았어. 내가 이기든 당신이 이기든, 이젠 모든 게 멸망해버렸어. 어째서 내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았나. 어째서 나를 자식이라 인정하지 않았나! ...어째서 나는, 이런 식으로 태어나야 했나! ......왜 대답하지 않지!?"
아서의 성창이 반역자의 복부를 꿰뚫고 쓰러뜨렸다. 반역자의 마검은 왕의 투구를 깨드렸고 두개골을 갈라 그 한쪽 눈과 여명을 빼앗았다.
아서 왕, 아르토리아는 무릎을 꿇은 채 더는 의미가 없는 성검에 의지하여 언덕이 된 기사들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분명 누구도 본 적 없을 맨 얼굴.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고, 눈물이 나려는 것을 억누르며, 슬픔에 호흡이 막히면서, 그녀는 브리튼의 종말을 내려다보고, 통곡했다.
"나는 많은 싸움을 일으키고 많은 목숨을 빼앗았다... 그러니 나는 누구보다도 비참히 죽으리라고, 누군가에게 증오를 받아 죽으리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지막에 고통 받는 건 나만이 아니었단 말인가...! 어리석은 죽음을 맞이하는 건 어리석은 왕 혼자만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건 아니야. 이럴 생각이 아니었어. 이런 끝을... 나는 추구하지 않았어! 브리튼이 끝날 것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좀 더 평화로운... 잠들 수 있을 끝이라 믿었는데! ...이건 아냐. 결단코 아니다. 나는, 나의 죽음은 용인되어도 이 광경은 용인할 수 없다!"
실의의 밑바닥에 있는 그녀는 그 목소리를 정확하게 들었다.
'기회를 주겠다. 그 바람의 성취와 맞바꿔 그 사후를 가지고 싶다.'라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가 모를리 없었는데도. 그래도 왕은 의지하고 말았다.
이 멸망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원한들 상관없다고.
아아, 악랄한 기적이 그녀의 마음을 구원한다. 왕은 브리튼의 멸망을 증오한 나머지 자신의 구원을 거절했다.
왕의 성배탐색은 이때 시작되었다.
그녀는 미래영겁 구원받을 수 없는 루프에 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