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화원에서
"그랬지! 난 갇혀 있었지. 으음, 뭐 이런 울퉁불퉁한 감옥이 다 있담. 이걸 만든 술자는 분명 세심한 작업은 못 할 것 같네."
남자는 어깨에 얹었던 지팡이를 손에 쥐더니 그 윗부분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그 순간 담의 구조가 더욱 견고해지고, 설령 세계가 끝난다해도 무너지지 않을 첨탑이 되었다.
출입구로 보이는 것은 없다. 이 탑은 이제 외계와는 관련되지 않는 전망대가 된 것이다.
마술사는 여기서 홀로 끝까지 자신의 죄를 지켜보는 길을, 아무렇지 않게 그저 즉흥적인 마음으로 골랐다.
남자는 바위에 앉아 창문을 보고 있다. 멸망한 언덕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가 어떤 상태에 빠진 것인지 남자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원하고 말았다. 브리튼의, 아니, 잃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 결과가 저것이다. 왕은 캄란의 언덕에 머무르며 죽음의 연못에서 온갖 시대에 소환돼 끊임없이 성배를 원하고 있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지금의 그녀는 살아있으면서도 영령인 것이다. 그리고 성배를 손에 넣으면 계약은 성립된다.
그녀는 사후 수호자로서 끝임없이 싸우게 되겠지.
그거면 그거대로 어쩔 수 없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일만큼은 용인할 수 없었다.
그 소녀가 성배에 무엇을 바랄지는 추리할 필요도 없이 알고 있다. 그녀는 언젠가 반드시 선정의 날을 다시 시작하려 할 터.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짓이다. 아르토리아라는 소녀의 지금까지의 싸움, 고통을 없애버리고 마는 계약.
그 소원만큼은 인간이 아닌 마술사도 틀렸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동시에 나는 그녀의 성능을 알고 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배를 손에 넣겠지.
성배를 가지게 되면 그녀는 소원을 이룰 것이다.
구원도 없는 미래를 기다리는 건 이렇게나 괴로운 일이었나.
정원에 시간은 없지만 지금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1초 1초가 견딜 수 없이 영원하다고 느껴진다.
1초 1초가 눈을 돌리고 싶은 찰나라고 느껴진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