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무르

...푸하-!

이거봐 이거봐, 엄청난 걸 발견했어! 클로에 얼굴보다 커!

 

히스클리프

그, 그거 정말 조개 맞아...? 캬악대고 있는데?

 

네로

지금 입 같은 거 벌린거 아니냐?

 

무르

아하하, 물렸다-!

 


 

시노・레녹스

.......

 

루틸

.......

 

무르가 수수께끼의 조개를 잡았을 무렵, 조금 떨어진 해안에는 루틸과 레녹스, 시노, 이 셋이 모여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작은 나뭇가지를 손에 든 루틸을 레녹스와 시노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루틸

...앗.

 

레녹스

붙었어?

 

루틸

아뇨, 나무가 부러져 버렸어요.

 

시노

무슨 일이지.

 

현자

저기,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시노

모닥불 준비다. 야영할 때 우리들은 마법으로 불을 피우지만, 인간은 나무판자와 나뭇가지를 비벼서 불씨를 만들잖아.

 

레녹스

그걸 루틸이 해보고 싶다고 해서 도전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현자

앗, 그렇군요...! 엄청 무인도 같네요.

 

 

루틸

그렇죠? 저, 서바이벌스럽게 불을 피우는 걸 옛날부터 동경해서...!

좋아! 다시 한 번 도전해볼게요.

 

의욕 가득한 루틸은 소매를 걷고 다시 나뭇가지를 쥔다.

 

루틸

.......

 

시노・레녹스・현자

.......

 

루틸

...후우. 역시 어렵네요.

《올토닉 세토마오제》

 

시노・레녹스

앗.

 

현자

(결국 마법으로 불을 피웠어...)

 

개방적인 해변에 마법사들의 밝은 목소리가 울린다. 아무도 없는,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은 만큼 무엇을 해도 자유다.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이건 이것대로 재밌는 바캉스가 될지도 모른다.

 


 

레녹스

현자 님. 날이 저물기 전에 저녁밥에 들어갈 식재료를 조달하려고 합니다만.

 

현자

그렇네요. 어두워지기 전에 준비를 끝내둘까요.

 

피가로

모두가 식재료를 조달하러 갈 생각이라면 그 동안 내가 거점을 만들어둘게. 미틸, 도와줄래?

 

미틸

네. 맡겨주세요!

 

네로

거점은 둘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식재료 조달반이구만.

 

무르

난 꿈을 먹는 고리의 소재를 찾으러 갔다올게-!

 

히스클리프

엑? 무르?

 

루틸

벌써 가버렸네요... 혼자서 괜찮을까요?

 

시노

무르라면 괜찮겠지. 이 섬을 가장 자세히 아는 것 같으니까.

 


 

우리들은 식재료를 구하러 일단 숲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네로

자, 이 섬에서 먹을만한 게 있다고 한다면...

 

시노

고기.

 

네로

그건 먹을만한 게 아니라 먹고싶은 거 아니냐.

 

시노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짐승 발자국도, 둥지가 지어진 흔적도 봤어.

이 숲에는 엄청 큰 사냥감이 있다고. 내가 사냥해오지.

 

레녹스

시노가 그렇게 말한다면 틀림없겠지. 거대한 동물이 있다면 먹이도 풍부하다는 게 되겠네.

 

루틸

물고기나 과일을 손에 넣을지도 몰라요. 아까 미틸이 만들고있던 낚시 도구를 빌리는 건 어떨까요?

 

레녹스

그거 좋겠네. 나랑 루틸은 물고기를 낚아올게.

 

현자

물고기 기대할게요!

 

히스클리프

두 사람 모두 조심해서 다녀와.

 

루틸

커다란 놈을 낚아 올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다녀올게요!

 

시노

우리들도 지고있을 순 없어. 네로, 거물을 사냥하러 간다.

 

네로

네네.

 

히스클리프

그렇다면 나도...

 

시노

히스는 안 와도 돼. 네가 있으면 걸리적거려.

 

히스클리프

...윽. 뭐야 그 말.

 

시노

사냥은 나와 네로만으로 충분해. 넌 현자와 과일이라도 찾으러 가.

 

히스클리프

.......

알겠어.

가볼까요, 현자 님.

 

현자

앗... 네.

 

네로

정말이지 너희는... 이런 데서까지 싸우냐고.

 

시노

딱히 싸우고 싶었던 건 아냐.

걸리적거리는 건 사실이다. 그 녀석은 피를 보는 것도, 냄새도 익숙하지 않아.

생명을 죽이는 것에 맞지 않아.

처음 수렵을 나갔을 때도, 히스는 눈앞에 있는 사냥감을 마지막까지 쏘지 못했어.

 

네로

그 녀석은 상냥하니까 말이지.

 

시노

그래. 상냥하고 현명하고 훌륭하다.

사냥따위는 못해도 괜찮아.

그런 건 내가 할 일이니까. 그 녀석이 못하면 내가 사냥감의 목을 따면 되는 것 뿐이다.

 

네로

.......

 

시노

히스는 나와 달라. 히스밖에 할 수 없는 일을 하면 돼.

그저, 그것 뿐일 이야기인데 그 녀석은 언제까지 이해하지 못할 셈인지.

 

네로

...그렇구만 그렇구만.

 

시노

머리 쓰다듬지 마. 난 어린애가 아니라고.

 

네로

하하. ...응?

(...뭐지? 지금 기척...)

(이거, 설마...)

 

시노・네로

.......!

 

시노

들었어? 짐승의 울음소리다.

 

네로

짐승...

 

시노

저쪽 방향이군. 가자.

 

네로

어... 어어.

(...젠장, 심각하게 생각했네)

 


 

히스클리프

아. 저 나무...

 

숲 속을 걷기 시작하고 시간이 조금 지났을 무렵, 히스클리프가 공중을 가리켰다.

바라보니 키 높은 나무의 가지에 빨간 열매가 가득 매달려있다.

 

히스클리프

도감에서 본 적 있어요. 분명, 남쪽 나라 일부에서 구할 수 있는 과일이에요.

새가 먹은 흔적도 있어서 저희가 먹어도 괜찮을거라 생각해요.

 

현자

와아, 해냈네요! 새가 먹을 정도는 남겨두고 가져가도록 하죠.

...아. 그런데 과일이 있는 위치가 좀 높은 것 같은데.

나무를 타면 딸 수 있을까요?

 

히스클리프

아하하. 현자 님,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전 마법사니까요.

《레프세바이블프 스노스》

 

히스클리프가 주문을 외우자, 상냥한 비가 내리는 것처럼 과일이 천천히 우리의 손으로 떨어진다.

 

현자

와아... 감사합니다.

달콤한 향기가 나요. 살짝 먹어볼까.

 

옷으로 과일을 문지른 뒤 덥석 깨문다. 입 안에서 상큼한 달콤함이 번졌다.

 

현자

맛있어...! 시원하고 아삭아삭해서 수박 샤베트를 먹는 것 같아.

히스도 하나 먹어보지 않을래요?

 

히스클리프

음... 그렇네요, 그럼 저도...

 

히스클리프는 익숙하지 않은 손짓으로 내가 했던 것을 흉내내듯이 쭈뼛쭈뼛 과일을 깨물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