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현자

앗. 아뇨, 아무것도 아니예요.

(위, 위험해... 브래들리가 행방불명인 건 다들 모르는 상태였지)

 

시노

정말로 괜찮은건가?

 

히스클리프

안색도 좋지 않아 보이고... 무리하진 마세요.

 

현자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걱정하는 두 사람에게 나는 어떻게든 미소를 지어보였다.

 

시노

잠이 안 오는 게 걱정되면 현자도 같이 가는 건 어때.

 

현자

간다니, 어디를요?

 

시노

남쪽 나라다. 아까 『꿈을 먹는 고리』를 만들러 가자고 히스와 얘기했거든.

 

현자

꿈을 먹는...?

 

무르

고리!

 

현자

!?

 

익숙하지 않은 말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자, 눈앞에서 거꾸로 떠 있는 무르가 불쑥 나타났다.

 

시노・히스클리프

무르!

 

뱅글 공중제비를 넘은 무르는, 내 옆 의자 위에 고양이처럼 앉았다.

 

무르

현자 님도 원해? 꿈을 먹는 고리.

 

현자

까, 깜짝이야... 무르, 꿈을 먹는 고리를 알고 있나요?

 

무르

알아! 남쪽 나라에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소재를 고리 모양으로 만든 오래된 부적이야.

그걸 지니고 자면 꿈을 먹는 고리가 악몽을 우적우적 먹어치운다고 옛날부터 전해져왔어.

 

히스클리프

저희도 꿈을 먹는 고리에 대한 걸 무르에게서 들었어요.

 

시노

악몽을 고리가 먹어치우면 분명 잠을 잘 수 있게 되겠지?

 

현자

헤에, 숙면의 부적인거네요.

앗. 그렇다는 건... 혹시 두 사람도 잠을 못 자서 곤란한 건가요?

 

시노

우리가 아냐. 파우스트에게 줄거다.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 가끔씩 잠을 못 주무시는 날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꿈을 먹는 고리의 부적이 있으면, 조금은 편히 쉴 수 있는 게 아닐까 해서.

 

시노

파우스트에게는 말하지 마. 비밀로 해서 놀래켜줄거다.

그러는 편이 더 고마워할 거고.

 

현자

아하하. 파우스트, 무척 기뻐할걸요.

 

시노

그렇지? 그 녀석, 울지도 모르겠어.

 

히스클리프

우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

 

겁이 없는 시노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는 소극적인 히스클리프도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다.

파우스트를 따르는 두 사람의 마음이 느껴져서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히스클리프

꿈을 먹는 고리를 만드는 소재는 남쪽과 동쪽의 국경 근처 작은 섬에서밖에 구할 수 없는, 희소한 것이라는 듯해요.

어떤 소재를 사용하는지 무르에게 물어봐도 '도착지에서의 즐거움'이라며 알려주지 않아서요.

 

시노

궁금해지잖아. 좀 멀리 나가야 한다고 들었지만, 빨리 섬으로 가서 확인해보고 싶어.

 

무르

엄청나게 두근두근 설레는 재밌는 섬이야! 분명 현자 님의 걱정도 없어져버릴걸.

그 섬에서 우리와 함께 바캉스를 즐겨보자구?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망설였다.

그들의 권유는 솔직히 기쁘다. 하지만 가슴에 퍼져가는 근심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망설이게 만든다.

 

현자

(이런 때에 즐겨도 되는걸까. 브래들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무르

현자 님. 아~

 

현자

...!?

 

느닷없이 옆에 앉아있던 무르가 숟가락으로 수프를 떠서 내 입 속으로 들이밀었다.

 

무르

어두운 얼굴로 지내도, 밝은 얼굴로 지내도 맛 볼 수 있는 인생은 한 번 뿐이라구?

거기다 그의 안부를 걱정하는 건 그의 강함을 의심하는 것이기도 해. 북쪽의 마법사라면 오히려 모욕이라 느낄지도!

 

현자

(...확실히, 그럴지도 몰라)

 

브래들리는 강하고, 믿음직하고, 재앙의 상처로 어떤 곳으로 날아가버려도 반드시 마법관으로 돌아와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스노우 일행의 말대로, 브래들리가 살이있다고 믿고서 그가 무사히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 뿐이다.

 

현자

...그렇네요. 저도 남쪽 나라의 섬에 가보고 싶어요!

 

무르

아싸-!

 

히스클리프

현자 님과 동행하게 되어 기뻐요.

 

시노

좋아. 이걸로 히스클리프대의 멤버는 네 명이 되었군.

 

히스클리프

에엑!? 뭐야 그 이름!

 

시노

편리상, 있는 게 좋잖아.

 

히스클리프

절대로 필요 없을 거라고!? 거기다 현자 님이 계시니까, 현자대가 훨씬...

 

현자

네? 아, 아뇨아뇨 그런.

이번에는 히스 일행의 제안이기도 하고, 히스클리프대인 게 좋다고 생각해요.

 

시노

거봐. 현자도 이렇게 말하잖아.

 

히스클리프

현자 님마저...!

 

무르

있지, 히스클리프대는 전부 합쳐서 네 명이야? 아니면 좀 더 동료를 모을래?

 

시노

동료는 많아도 좋지. 다른 녀석들에게도 말을 걸어볼까.

 

히스클리프

그러면 남쪽의 마법사들에게 권유해보면 어떨까. 남쪽 나라의 섬에 가는 거기도 하고.

 

시노

좋아. 지금부터 히스클리프대의 멤버를 모집해올게.

무르와 현자는 출발할 준비를 해 둬.

 

히스클리프

그러니까, 히스클리프대라고 하지 말라고...!

 


 

네로

.......

후아암...

 

파우스트

수면부족인가?

 

네로

우왓!

뭐야, 선생인가. 놀래키지 말라고.

 

파우스트

평소처럼 들어온 것 뿐이다만...

 

네로

무슨 일로... 아아, 커피인가.

 

파우스트

괜찮다면 너도... 아니, 수면부족일 때 권할 게 아니군.

 

네로

수면부족이라기 보단...

아주 조금, 악몽을 꿨을 뿐이야. 답지않게 옛날 꿈 같은 걸 꿔서.

 

파우스트

...악몽인가.

 

네로

뭐어, 그런 거지.

이런 류의 꿈은 커피보다도 쓴맛이 남는구만.

 

파우스트

.......

맡으면 마음이 진정되는 향기가 있어. 괜찮으면 그걸...

 

피가로

안녕, 네로. ...이런, 파우스트도 있었구나.

 

네로

엑, 피가로?

 

파우스트

...미안하지만 급한 일이 생각났다. 향기는 나중에 방으로 전해주지.

그럼.

 

네로

앗, 어이.

 

피가로

유감, 가버렸네. 뭐 괜찮아, 여기 온 목적은 그에게는 비밀이니까 말이지.

 

네로

하아...

 

피가로

너에게 맡기고 싶은 일이 있어. 괜찮아, 힘든 건 아니야.

악몽을 꾸는 너희들에게는, 좋은 이야기야.

 


 

그리고 며칠 후,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 찾아왔다.

 

시노

전원 모인건가?

 

히스클리프

응. 다들 모인 것 같아.

 

피가로

잊은 물건은 없지?

 

루틸・미틸

완벽해요!

 

레녹스

예정보다 빨리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현자

다들, 예정 시간보다 빨리 모였네요.

 

무르

내가 제일 빨리 왔다구. 날이 밝기 전부터 여기서 기다렸어!

 

네로

즉, 여기서 잤다는 말이야?

 

장기 여행을 눈앞에 둔 마법사들이 들뜬 모습으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모여있다.

그 얼굴들 중에는 뜻밖에도 네로의 모습도 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