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하루가 끝나가는 밤일 무렵. 왠지 목이 말라서 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들려온 즐거운 목소리에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현자

(...응? 이 목소리...)

 


 

네로

술 상대라면 다른 놈을 찾으라고. 그럴 기분 아냐.

 

브래들리

바보, 잘 보라고. 좀 드문 녀석을 손에 넣었어.

 

네로

...헤에. 좋은 술이잖아.

어딘가에서 슬쩍해온 건가.

 

브래들리

단골가게에서 만난 귀가 어두운 할멈이 이 몸에게 넘긴거다. 잘생겼던 옛날 할아범이랑 닮았다든가 하면서.

 

네로

그 할머니, 눈도 안 좋았던 거 아냐?

 

브래들리

닥쳐. 이럴 때는 눈이 높다고 하는 거다.

됐으니까 같이 어울리라고. 한 잔 줄테니까.

 

엿보자, 브래들리와 네로의 모습이 보였다. 브래들리의 손에는 고가인 듯한 술병과 잔이 들려 있었다.

말을 걸려고 한 것보다 빠르게 두 사람은 내 인기척을 눈치챈 듯했다.

가볍게 대화하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진다.

 

브래들리

...마음이 변했어. 역시 안 할란다.

어울릴 줄 모르는 어둡고 음침한 동쪽의 마법사 따위에게 권유하다니, 어떻게 됐었다고.

 

브래들리는 태도를 확 바꾸고, 어떻게 봐도 흥이 깨진 얼굴을 했다.

 

네로

그렇네... 나 같은 미천한 놈은 당신 같은 사람이 상대할만한 놈이 아니라고.

 

네로도 또 쌀쌀맞은 어조로 브래들리와 거리를 두었다.

 

브래들리・네로

.......

 

현자

저기, 죄송해요. 엿들을 생각은...

 

네로

신경쓰지 마. 들으면 안 되는 말 같은 건 안 했어.

 

브래들리

우연히 이 놈밖에 없었으니까 괴롭혀줄까 했을 뿐이다.

 

서로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험악해져 간다. 어색한 분위기에 나는 초조해졌다.

 

현자

(안 좋은 타이밍에 와버린 걸지도...)

그, 그랬었군요. 확실히, 누군가와 술을 마시고 싶어지는 때가 있는 법이죠.

맞다, 이걸 기회로 친해져보는 건 어때요?

 

네로

친해져?

 

현자

네.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함께 술을 마시면서 사이가 좋아진다는 얘기도 있고...

내일 브래들리는 아침부터 임무가 있으니까, 돌아오면 회식을 여는 건 어떨까요?

'임무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위로의 의미도 포함해서...!

 

가능한 밝은 목소리로 제안하자, 떨떠름한 얼굴이던 브래들리의 한쪽 눈썹이 휙 치켜올라간다.

 

브래들리

듣고보니 좋네! 좋은 아이디어구만.

 

브래들리는 발 빠르게 접근하여 내 어깨를 안았다. 개를 칭찬하듯이 마구 머리를 쓰다듬는다.

 

브래들리

이왕이면 너도 오라고. 현자 님에게도 위로는 필요하잖아?

네로, 그런거다. 맛있는 안주를 준비해두라고.

 

네로

현자 씨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 당신, 무리하게 어울리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현자

어어...

(브래들리와 네로의 술자리는 어떤 느낌일까. 좀 신경 쓰이네...)

저도 참가하고 싶어요. 물론, 민폐가 아니라면요.

 

슬쩍 시선을 향하자, 네로는 조금 생각한 후에 끄덕여주었다.

 

네로

.......

현자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요리 준비를 해둘게.

 

브래들리

하핫. 그렇게 나와야지!

 

브래들리는 굉장히 기분 좋아보이는 얼굴로 나와 네로의 등을 팡팡 쳤다.

 

현자

아야!

 

네로

아프다고!

 

브래들리

뭐 기다리라고. 임무 따윈 이 브래들리 님이 한 번에 정리해줄테니까!

 


 

그리고 며칠 후. 임무를 끝낸 북쪽의 마법사들이 마법관으로 돌아왔다.

 

현자

여러분, 어서오세요.

 

스노우・화이트

다녀왔어-!

 

미스라

하아.

 

오웬

드디어 끝났어.

 

현자

...어라? 분명 임무에는 5명 전원이 간다고...

브래들리는...?

 

북쪽의 마법사들

.......

 

돌아온 북쪽의 마법사들 중에 브래들리의 모습만 보이지 않았다.

 


 

그 후, 교사 회의가 열려 나도 참석하게 되었다. 왜인지 미스라의 모습도 있었다.

교사 역할의 마법사들은 차례차례 의제에 따라 보고와 연락, 의논을 진행했다.

 

피가로

최근 레노가 키우고 있는 양들 중에 탈주벽이 있는 애가 있다는 듯해. 중앙 마법사들의 수업에도 난입했다던데.

 

오즈

아아. 변신 마법을 시험하던 직후였기 때문에 리케가 누군가를 실수로 양으로 만들어버렸나 당황해했다.

 

파우스트

안뜰을 지날 때, 그가 양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던 건 그것 때문이었나...

 

샤일록

후후, 흐뭇한 이야기군요.

 

피가로

만약 또다시 양을 만나면 알려주었으면 한대. 이후로 우리도 계속 조심하겠습니다.

수업에 관해서는 이상이야.

 

샤일록

그럼 이번 본제로 들어가도록 하죠. 임무 도중에 행방불명이 된 브래들리에 관해서.

 

파우스트

...확실히 그의 모습을 한동안 못 봤군. 임무중에 무슨 일 있었나?

 

스노우

이 건은 우리 미스라가 이야기하겠네.

 

화이트

자, 미스라.

 

미스라

......

 

회의 중 졸린 듯이 티스푼을 씹고 있던 미스라는 쌍둥이의 재촉에 입에서 스푼을 떨어뜨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곳에서 미스라는 한마디 선언했다.

 

미스라

내가 죽였습니다.

 

파우스트

죽였...?

 

시원하게 자백한 미스라에게 홍차를 마시려던 파우스트는 사레가 들리고, 나는 엉겁결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현자

미, 미스라, 정말인가요...!?

 

피가로

죽여버린거야?

 

미스라

그렇네요. 아마.

 

샤일록

꽤 모호하네요.

 

오즈

.......

 

파우스트

감을 못 잡겠군. 스노우, 화이트.

순서대로 설명해줘.

 

스노우・화이트

호호호... 미스라쨩은 말하는 게 서투르니 말일세.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두 사람은 이번 임무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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