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의 캄페지오
네로
쉿.
한쪽 눈을 감은 네로는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암묵적인 이해라는 것일까. 애들의 계획은 이미 어른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둘이서 후우 바람을 불며 느긋하게 허브티를 홀짝였다. 몸이 조금씩 따뜻해진다.
현자
마음이 진정되는 향이네요... 왠지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졌어요.
네로
역시 선생의 보증대로구만.
현자
이 차와 꿈을 먹는 고리가 있으면 더욱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네로
하하, 분명 악몽을 먹어주는 부적이었던가.
그런 괴식가라면 내 것도 입에 맞을지도 모르겠네.
현자
네로도 악몽을 꾸는건가요?
네로
...그래. 뭐어, 요 근래의 일이지만 말이야.
툭, 네로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현자
(최근인가...)
차의 향기를 들이마시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다시 떠올린다.
현자
(나도 그닥 잠을 못 잤네... 브래들리는 지금쯤 괜찮을지 계속 생각나버려서...)
(...아...)
거기서 겨우 깨달았다.
브래들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네로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괜찮다고, 밝게 웃으면서.
하지만 모닥불을 바라보는 지금의 네로는 긴 밤과 어울리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현자
(...사실은 네로도 계속 걱정했구나...)
...동료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얘길 들었으니 무리도 아니죠.
네로
...동료?
큰 생각없이 고른 말이었지만 네로는 조금 놀란 모습으로 되물었다.
현자
어, 그게... 두 사람은 북쪽의 마법사와 동쪽의 마법사니까 별로 관련 없었다고 해도...
브래들리는 맛있는 밥을 좋아하고, 네로는 맛있는 밥을 만드는 걸 잘하잖아요.
지금은 현자의 마법사로서 함께 마법관에서 살고, 함께 네로의 밥을 먹기도 하니까.
그래서 동료나 친구라고 불러도 이상할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좀 이상했나요?
네로
...아니,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걸로 하자.
네로는 복잡한듯이 웃었다. 그 시선에는 씁쓸함과 그리움 같은 것이 있었다.
네로와 브래들리도 또한 많은 것이 얽히고 설켜서, 단순하다고는 할 수 없는 관계로 보인다.
복잡하게 뒤얽혀버린 실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분명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현자
(과거의 일을 나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쌓아올릴 새로운 관계도 이름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것이 될지도 모르지만.
현자
빨리 브래들리가 돌아오면 좋겠네요.
네로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목에 뭔가가 걸린듯이 침묵했다. 앞머리에 가려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천천히 일어선 네로는 침묵을 감추려는 듯이 웃었다.
네로
...미안. 졸리기 시작했어.
당신도 슬슬 돌아가는 게 좋겠네. 불은 꺼둘게.
내일 또 봐, 현자 씨.
다음 날 아침,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이 뜨였다. 텐트 밖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현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었나요?
히스클리프
현자 님! 시노가 없어졌어요...!
현자
엑!?
네로
일단 모든 텐트를 찾아봤는데 자기 자리를 착각한 건 아닌 것 같아.
레녹스
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왔습니다만, 시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루틸
식재료는 아직 남아 있고 아침밥을 조달하러 갔다고 생각되진 않아서...
현자
그럴수가. 대체 어디로...
미틸
시노 씨, 설마 혼자서 신전에 간 건...
전원
!
어젯밤 시노의 모습을 떠올리고 가슴이 철렁인다.
현자
설마, 거대 거미를 퇴치하러...?
네로
그 녀석이라면 그럴 법하네. 일단 보러 가볼까.
무르, 길 안내를 부탁할게. 피가로, 만일을 위해 동행해줘.
무르
좋아!
피가로
으음, 젊은이의 행동력을 얕보고 있었어.
히스클리프
네로, 나도!
네로
아니, 히스는 여기서 기다려줘. 우선 우리들이 상태를 보고 올테니까.
그냥 산책 나간 것뿐이고 아무 일 없을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긴 걸지도 모르잖아!
얌전한 그에게는 드물게 감정적인 목소리였다.
히스클리프
못 견디겠어. 시노가 나를 위해서 몇 번씩이고 다쳐서 피투성이가 되는 게.
난 미숙하고 마법사로서도 미덥지 않아. 그건 나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시노를 구하고 싶어. 쭉 함께하고 싶은 소중한 친구를, 내 손으로 지키고 싶어.
쥐어짜낸 듯한 목소리는, 마지막에 한숨처럼 작게 사그라들었다.
히스클리프
내가 바라는 건, 그것 뿐이야...
현자
히스...
그런 히스클리프의 머리를 네로가 헝클어지도록 쓰다듬는다.
네로
...정말이지, 무대뽀에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친구를 두면 큰일이란 말이야.
마치 누군가를 겹쳐보는 듯한 말에 히스클리프는 눈을 깜빡였다.
히스클리프
으, 응...
네로
좋아, 그럼 같이 갈까! 가서 시노에게 잔뜩 화를 내주자고.
미틸
저어, 저도 가고 싶어요...!
어제 히스클리프 씨와 함께 열심히 하자고 얘기했어요. 그러니까...
히스클리프
미틸...
루틸
그럼 다같이 가는 건 어떨까요? 애초에 모두 함께 신전으로 갈 예정이기도 했구요.
레녹스
그게 더 안전할지도 모르겠어. 현자 님, 괜찮으십니까?
현자
물론이죠. 다같이 가보죠!
무르
히스클리프대, 출발!
루틸・네로・레녹스
히스클리프대...?
히스클리프
시, 신경쓰지 마...!
무르를 따라 숲 깊숙히 헤치고 들어갔다. 나아갈수록 울창한 나무들이 우거지고 바닥도 좋지 않았다.
짐승들이 다니는 길조차 끊겼을 때쯤, 갑자기 신전이 나타났다.
미틸
우왓...
거대한 석조건물이다.
언제쯤 세워진 것일까, 이끼가 낀 모습은 고대의 유적과도 비슷하게 장엄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현자
이 숲에 이런 게...
히스클리프
...시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피가로
그래도 묘한 기척은 느껴져.
레녹스
안으로 들어가보자.
신전 내부는 밖보다 더 황량했다. 초목이 내부를 뒤덮고 있었으며 벽을 덮듯이 담쟁이덩굴이 휘감겨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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