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뿌리내린 진료소의 랩소디~남쪽 나라&동쪽 나라~
침대에 눕혀도 아기는 불에 데인 것처럼 계속 울었다.
피가로
좋아좋아. 착하지.
피가로는 아기를 달래면서 목구멍과 눈의 색을 관찰하고 상태를 확인했다.
피가로
...응. 어디가 아픈 건 아니야.
피가로는 작은 몸에 손을 대고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흐느껴 울던 아이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져갔다.
피가로
조금 나쁜 게 들어간 것 같아. 회복 마법을 걸어뒀으니 금방 좋아질거야.
오늘 밤 푹 자고나면 내일 아침에는 분명 건강해져 있을거야.
남성
정말인가요!?
여성
아아, 다행이다...!
눈물을 흘리며 부부는 아이를 안아올렸다. 몇 번이나 머리를 숙인다.
여성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 아이에게 큰 일이 생겼으면 어쩌지 싶어서...
피가로
괜찮아. 쉽게 지지 않는 강한 애야.
그렇지? 아가씨.
아기의 코를 상냥하게 쿡 찔렀다. 아기가 웃자 부부도 긴장이 풀린 것인지 따라 웃었다.
남성
맞다, 피가로 선생님. 일이 끝나시면 꼭 저희 마을에 들러주세요.
마을 녀석들을 불러서 환영해드릴테니까요.
여성
맞아요. 꼭 대접하게 해주세요.
제 어머니도 선생님께 진료 받고나서 복통이 좋아졌다고, 저에게 몇 번이나 말씀하세요. 선생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세요.
피가로
아하하. 고마워.
다음에 천천히 들를게.
왔을 때는 불안해 보였던 부부는 이제 완전히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이를 안은 손에서도 안도감이 느껴진다.
피가로를 신뢰하는 그 모습을 눈앞에 두고, 나는 미틸의 말을 떠올렸다.
현자
(...든든하고 소중한 장소...)
오늘뿐만 아니라 부부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피가로에게 도움을 받아온 것이겠지.
그것은 분명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현자
(이곳은 모두에게 있어서 안심을 주는 소중한 장소구나...)
부부가 진료소를 떠나고 드디어 진정된 무렵.
피가로
그럼 본격적으로 조사를 진행해볼까.
미틸
피가로 선생님, 뭘 하면 될까요?
루틸
저희, 뭐든 할게요!
피가로
응. 두 사람에게 맡기고 싶은 일이 있어.
그리고 시노와 히스클리프와 네로에게도.
다섯명은 우선 이 주변을 날아서 뭔가 눈에 띄는 이변이 없는지 확인해줬으면 좋겠어. 그 동안 우리도 조금 조사하고 싶은게 있어서.
루틸・미틸・히스클리프
네!
시노・네로
알겠어.
현자
여러분, 조심하세요.
루틸
감사합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다섯명이 타다닥 밖으로 나가고 진료소의 문이 닫힌다.
적당한 때를 기다리던 것처럼 파우스트가 말을 꺼냈다.
파우스트
...너, 벌써 이 이변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챈 거 아닌가?
현자
어... 그런가요?
피가로는 어깨를 으쓱였다.
피가로
짐작일 뿐이지만, 이 지진의 원인은 산의 늪이야.
레녹스
...산의 늪?
피가로
풀과 나무는 물론, 닿는 건 뭐든 녹여버리는 귀찮은 늪이야. 남쪽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생물에게 맹독 그 자체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지반은 안정되지 않고 다양한 재해를 일으켜. 처치 곤란하단 말이지.
현자
그런 무서운 늪이 있다는 건가요...?
피가로
정확하게는 있었다, 라고 할까. 아주 먼 옛날에 덮어버렸으니까.
개척하기 시작했던 무렵의 오래된 이야기인데, 덮어버리기 전, 산의 늪 주변에는 다양한 이변이 일어났었어.
커다란 지진이 자주 일어나거나, 지면에 갑자기 구멍이 뚫리거나 말이야.
파우스트
이번 이변과 거의 똑같군.
피가로
그래. 우연의 일치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매립한 늪이 이제와서 장난을 치고 있어.
현자
.......
무의식 중에 시선을 발밑으로 떨어뜨린다. 땅 밑에 묻힌 꺼림칙한 늪을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그런 위험한 장소에 이 진료소를 세운 겁니까?
피가로
설마!
섭섭하다고 말하듯이 피가로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피가로
산의 늪이 있었던 건 여기가 아니야. 아주 먼, 사람이 사는 곳에서 떨어진 장소야.
애초에 생물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토지였지만 그냥 놔두는 것도 위험하니까. 지하 깊숙히 묻고 봉쇄한거지.
그래서 지금은 안전하고,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 있는 진료소 주변까지 영향 같은 건 있을 리가 없어.
파우스트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이변이 발생하고 있어. 짚이는 게 있을텐데.
아주 잠깐 난처한 듯이 피가로는 팔꿈치를 긁었다.
피가로
나에 대한 복수이려나.
레녹스
복수, 말인가요.
피가로
그래. 당시 사람을 속이거나, 마법으로 도둑질을 하는 마음가짐이 나쁜 마법사가 있어서 말이지.
돌로 만들어서 늪과 함께 묻어버렸어. 한꺼번에 처리했다고나 할까.
피가로의 말에 나는 철렁했다.
현자
처, 처리?
시원스러운 말투는 주눅 든 기색도 없다.
현자
(평소 분위기로 보면 금방 잊어버렸을 것 같은데...)
피가로는 수천 년을 살아온 마법사다. 낙숫물이 목덜미에 떨어진 것처럼 오싹한 감각이 들었다.
레녹스
그럼 이번 이변은 그 마법사가 일으켰다는 건가요.
피가로
그렇다고 생각해. 방아쇠는, 아마 〈거대한 재앙〉이겠지.
저 달의 영향으로 마법사가 남긴 원한이 무언가에 깃들어 산의 늪의 정령과 결합된 게 아닐까.
약한 만큼, 집념이 강한 남자였으니까 말이야.
자아 같은 건 벌써 사라졌을텐데도, 나를 찾으러 지맥을 기어다니고 이 진료소 지하까지 이동해 온 거겠지.
정말이지, 한결같은 놈이야.
그렇게 말하고 피가로는 주문을 외웠다.
피가로
《폿시데오》
현자
...우왓?
또다시 커다랗게 지면이 흔들렸다.
동시에 검은 안개 같은 것이 눈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현자
(...어? 뭐지...?)
레녹스
이건...
갑자기 낮은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음산한 소리가 울리고, 무심코 귀를 막았다.
온몸에 휘감기는듯한 불안감. 듣는 것만으로 기분이 안 좋아진다.
실제로 목소리가 들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 소리에서 강한 원망과 증오가 느껴졌다.
괴로워하고 발버둥쳐라... 뭐든 빼앗아주겠다, 라고.
피가로
미안해, 무섭게해서.
딱, 하고 피가로의 손가락이 울린다.
그러자 검은 안개도, 원망하던 느낌도 꿈처럼 확 사라졌다.
현자
...방금 그건...
파우스트
아까 느낀 저주의 기운은 이거였나...
레녹스
파우스트 님. 눈치채고 계셨습니까?
파우스트
왠지 불온함을 느끼고 있던 정도다. 이 남자처럼 뭐든 알고있는 건 아냐.
파우스트는 힐끗 피가로를 보았다.
파우스트
거기까지 알고 있었으면 해결책도 있는 거겠지.
피가로
그렇네...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집념의 대상은 나야. 나와 토지의 결합이 강한 걸 매개로 하면 금방이라도 소멸시킬 수 있어.
즉, 이 진료소야.
현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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