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과 축제의 프렐류드~동쪽 나라&북쪽 나라~
우리는 마을과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해가 저물기를 기다렸다.
네로가 전해주었던 정보는 불쾌하고 무서운 이야기였다.
네로
마을 연못으로 향하는 비탈길에 그게 여러 개나 꽂혀 있었어.
현자
그거라니?
네로
마법사의 빗자루야. 마치 묘지라는 것처럼 흔들렸어.
부러진 빗자루도, 피투성이인 빗자루도, 녹슨 빗자루도 말이야.
어두운 밤에 습한 바람이 불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빗자루 수만큼의 마법사가 방문했고, 어떠한 이유로 버렸다는 것이 된다.
현자
(살해당해서...? 그래도 인간이 마법사를 어떻게?)
답답함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봐도 두터운 구름에 덮여서 달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듯한 어둠이 무서웠다.
<거대한 재앙>의 빛이 그립다는 생각이 든다.
현자
(달을 그리워하다니, 무르 같아.
다른가... 무르는 줄곧 달을 좋아했어. 무서워하거나 싫어하지는 않아.)
(아까 그 아이... 자샤도 그랬어.
히스클리프에게 동경을 품어도 마법사라는 걸 듣고 금방 깬 얼굴이었어.)
(갖고 싶어하거나, 무서워하거나, 우리는 참 편리하네...
전에 파우스트가 말한 것처럼...)
파우스트
냄새와 소리에 익숙해져서 감각이 돌아왔다. 교회에서 강한 마력이 느껴져.
마법사의 것이 아닌 느낌이 들지만...
히스클리프
신비한 생물인가요?
파우스트
아니... 살아있는 기척은 아니지만...
일단 상황을 보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라.
시노
나도 갈게.
네로
내가 갈게. 시노와 히스는 여기서 현자 씨를 지켜줘.
마을 사람이 다가오면 모습을 숨겨.
시노
기다려. 마물 퇴치라면 내 특기 분야다.
파우스트
너희는 대기해라. 어떤 게 숨어있을지 몰라.
시노
그렇다면 더더욱 사람이 많은 편이 좋겠지. 나도 따라 가겠다.
파우스트
내 말을 안 듣는거냐.
시노
내 말을 듣지 않는 건 당신이야. 내가 있는 편이 좋아.
도움이 돼.
파우스트
알겠다. 지금 당장 마법관으로 돌아가.
냉엄한 파우스트의 목소리에 시노는 침묵했다. 어둠 때문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시노의 상심과 안타까움이 전해져온다.
파우스트는 조용히 시노를 타일렀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평소의 우울함뿐만이 아니라, 위엄과 진지함이 감돌고 있었다.
파우스트
너는 영웅이 될 수 있는 남자다. 하지만 공에 목매서 용기를 헛되게 하면 목숨을 잃는다.
그런 자들을 몇 사람이나 봐왔다.
네 능력과 미래를 헛되게 만들고싶지 않아. 네 힘이 필요할 때는, 내가 명령 하겠다.
다시 한 번 묻지. 내 말을 들을 수 있겠나?
시노
...알았어.
파우스트
좋아.
파우스트는 숨을 내뱉고, 시노의 머리에 스윽 아무렇게나 손을 두었다.
파우스트
히스, 시노와 현자를 부탁한다.
히스클리프
아...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떠나려는 순간에 네로가 쓴웃음을 지었다.
네로
엿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구만. 혁명군의 지도자였다던가 하는, 옛날의...
파우스트
사람 잘못 본 거다. 가지.
어둠에 녹아들듯 두 사람은 사라져갔다.
현자
괜찮을까요, 두 사람 다...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과 네로라면...
...시노. 너도 주눅 들지 마.
시노
주눅든 거 아냐.
시노는 등을 돌리고 어둠을 눈여겨보았다.
시노
처음 들어봤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네로
당신도 과보호구만.
파우스트
너에게 들을 정도는 아니다.
...저 곳이 교회로군. 조금 전에는 말하지 않았지만 교회에 있는 건, 아마...
네로
...! 마을 녀석들이다...
마을 사람
...마법사들은? 벌써 마을에서 벗어난 건가?
마을 사람
아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몰라. 그 놈들을 붙잡아서 마을의 사명을 다하지 않으면...
<거대한 재앙>에게서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파우스트
<거대한 재앙>에게서, 세상을 지킨다고...?
너희들, 대체 무슨 짓을... 으웁웁.
네로
쉿. 나한테 맡겨.
잘 맞춰달라고.
파우스트
잘 맞춰달라니...
네로
---어이! 저 마을 사람이야?
마을 사람
...!
네로
들고왔던 식료품이 떨어져버려서... 저녁 식사를 거절해서 미안한데, 물 만이라도 나눠줄 수 없을까?
마을 사람
무... 물론입니다. 마침 물통이 있습니다.
이쪽으로...
파우스트
...! 이런 걸 마실 리가 없잖아.
이 물에는...
네로
이것 참 고마워!
파우스트
네로!
네로
...후아, 맛있어! 목이 바싹 말랐었거든, 잘 마셨어!
당신도 마셔봐, 파우스트.
파우스트
......알겠다.
마을 사람
...
네로
...윽...! 뭐야...!? 모, 몸이... 갑자기 저려서...
으윽, 움직일 수가...
........
파우스트
네로...!
마을 사람
.......
파우스트
...어이, 웃기지마. 잘 맞춰달라고?
절대로 안 할 거다. 난 그런 일 해본 적이 없다고.
일어나. 어이, 네로!
네로
.......
마을 사람
.......
파우스트
.......
으... 으으, 몸이...
.......
마을 사람
.......
다행이다... 독이 이제야 돈 모양이야.
꽤 효과가 늦어졌지만...
남은 두 명을 놓친 건 아쉽지만, 그들을 짐수레에 태워서 성지로 옮기도록 하자...
<거대한 재앙>에서 세상을 지키는, 우리들의 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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