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마법사들은 동굴에 흩어져서 성로의 잼 원석을 열심히 모으기 시작했다.

그 중 파우스트는 모두와 조금 떨어진 장소에 서서 동굴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리운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있다.

다가가자, 말을 거는 것보다 빨리 파우스트가 나를 눈치챘다.

 

파우스트

...현자인가.

 

이쪽을 향한 그의 시선은 나에게서 벗어나 반짝임으로 가득 찬 동굴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파우스트

아주 먼 옛날, 이곳에 온 적이 있다.

 

현자

...혼자서 말인가요?

 

파우스트

...맨 처음은. 반쯤 헤맨 형태에 가까웠지.

두번째에 왔을 때는, 친구와. 그 녀석에게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자고 생각해서...

그 애와 똑같았군.

 

파우스트는 곁눈으로 미틸 쪽을 보았다.

 

파우스트

무모한 놈이었으니까 말이지. 아무데나 머리를 처넣고서는 멋대로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오고.

그래서 이 돌로 부적을 만들어줬다.

 

얼굴보다 높은 위치에서 빛나는 돌을 올려다보며, 파우스트는 그것을 움켜쥐었다.

 

파우스트

...그런 일, 이젠 잊고 있었어.

네가 내 방을 찾아온 날 그 꿈을 꾸지 않았더라면, 이 장소를 떠올리는 일도 영원히 없었겠지.

 

파우스트의 손 안에서 작은 돌이 빛나고 있다. 하늘에서 떨어지고서도 더욱 빛을 잃지 않은 별들처럼.

그 빛은 그에게 있어서 애달픈 발자취였을까.

아니면 잊고싶은 상처자국이었을까.

 

현자

혹시 쓸데없는 짓을 해버렸나요...?

 

파우스트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파우스트

네 부적은 내가 만들도록 하지. 이번에야말로 무사히 지켜낼 수 있도록, 축복을 담아서.

어떤 재앙에서도 네 육체와 정신을 지켜줄 수 있도록.

 


 

성로의 잼 원석을 양손에 든 우리들이 마법관에 돌아온 것은 해가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안뜰에 산떠미 같은 전리품은 흡사 보물 같았다. 모두들 만족한 듯이 그 반짝임을 내려다보았다.

 

네로

장관이구만.

 

샤일록

조금 욕심내버렸네요.

 

이 돌에 소원을 이루어줄 정도의 힘은 없다고 파우스트는 말했다.

 

현자

(그래도, 이만큼 있으면...)

 

화이트

이만큼 있으면 하나 정도는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구먼.

 

마치 마음을 읽은 것처럼 화이트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쪽을 올려다보고 순수하게 묻는다.

 

화이트

현자여.

만약 소원이 하나 이루어진다면, 그대는 지금 무엇을 빌 텐가? 그 마음은 역시 정해져있는 것인가?

 

현자

...한 가지, 바란다면.

 

나는 대답을 망설이고 생각에 잠겼다.

 

화이트

...음? 이런, 슬슬 밤이 되겠구먼.

스노우가 있는 곳으로 가야겠네!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당황한 화이트는 마법관 쪽으로 향했다.

 

리케

현자 님!

 

클로에

다들, 어서와!

 

우리들이 돌아온 것을 눈치챈 마법사들이 안뜰로 마중 나와주었다.

산떠미처럼 쌓인 성로의 잼을 둘러싸고 와앗하고 이야기 꽃이 피어난다.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여. 밤이 오기 전에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구먼.

 

그림 속의 화이트

그렇다네. 위험하게 하늘을 날고있는 도중에 그림 속으로 들어갈 뻔 했네.

 

그림 속의 스노우

그보다도 풍년이로구먼. 선물에 관한 이야기도 기대할 수 있겠지?

 

그림 속의 화이트

물론, 듬뿍 들려주도록 하겠네. 스노우는 어땠나?

 

그림 속의 스노우

그게 그 후에 또 사건이 일어나서 말일세.

 

그림 속의 화이트

호오, 그건 이야기를 듣는 게 기대되는구먼. 천천히 이야기 나누게나.

 

히스클리프

...시노, 어서와.

 

시노

히스.

 

히스클리프

저기, 전의 일 말이야...

 

시노

이걸 봐.

 

히스클리프

어? 와...

멋지다, 빛나고 있어.

 

시노

내가 찾은 것 중에서 가장 큰 돌이다. 히스에게 주지.

그거랑, 전의 일은 미안했어. 내가 말을 심하게 했다.

 

히스클리프

...응. 나도 미안.

돌, 고마워. 무척 아름다워.

어디서 찾은거야?

 

시노

흐흥. 듣고싶어?

아까 파우스트 일행과...

 

오웬

있지, 네로. 기억력은 좋은 편이야?

잊어버렸다면 떠올리게 해줄까?

 

네로

안 잊어버렸다니까. 질퍽질퍽하게 달디단 걸 만들라는 얘기잖아.

 

오웬

전혀 아니야. 엄청나게 달고, 입 안이 질척질척하게 될만한 거.

 

네로

똑같잖아...?

 

오웬

됐으니까 빨리. 돌 대신에 내 소원을 이뤄줘.

 

클로에

뭐야 이거, 대단해...! 엄청나게 빛나고 있어...!

 

라스티카

우리가 가져온 선물이야.

 

샤일록

행운을 부르는 돌이라는 듯해요.

 

클로에

그렇구나, 확실히. 이렇게 예쁜 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 같아.

나, 지금 행복해졌어!

 

샤일록・라스티카

.......

 

라스티카

응. 나도 지금, 행복해졌어.

 

샤일록

네, 저도요.

 

클로에

그래? 잘됐다!

나중에 무르에게도 보여주자.

 

리케

와아...!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까요.

떨어져 내려온 별이 빛나고 있는 것 같아요.

 

미틸

에헤헤, 다행이다. 저, 어떻게든 이 돌이 빛나는 모습을 리케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리케

...혹시 저에게 가장 먼저 보여준 건가요?

 

미틸

네. 제가 예쁘다고 생각한 걸 리케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요.

 

리케

미틸... 저도, 예쁜 걸 발견한다면 미틸에게 가장 먼저 보여줄게요!

 

미틸

네!

 

마법사들이 웃거나, 서로 주고받으며, 안뜰에는 평소의 풍경이 흘러넘치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풍경도 있었다.

 

현자

(...아)

 

안뜰의 구석에서 파우스트가 피가로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 보였다.

 

파우스트

...이전엔 고마웠다.

 

피가로

응? 뭘 말이야?

 

파우스트

미틸이 전해준 매개 말이다. 내용물을 봤을 때는 너에게 들여다보인 것 같아서 분했었지만...

이번 일에 관해서, 나는 감사해야했어.

고마워. 다시 한 번 예를 표하지.

 

피가로

성실하구나. 난 너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지만 말이야.

그래서, 오늘 밤은 나랑 마시고 싶어졌어?

 

파우스트

어째서 곧바로 얼버무리는 거야. 뭐 됐어.

이 이야기는 그만하지. 없었던 일로 하자고.

 

피가로

어어? 농담이야, 파우스트.

자, 이야기 제대로 들을테니까.

 

빛나는 돌에 힘은 없다고해도, 소원이 이루어지는 일은 언젠가 올지도 모른다.

마법사들을 바라보면서 주머니에 넣어둔 성로의 잼을 꽉 쥔다.

 

현자

(...혹시나,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별에, 밤하늘에, 몇 번이고 생각해도, 답은 언제나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기도하는 것은 단 하나.

상처투성이인 세상을 살아가는 그들이, 부디 행복하기를.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현자

...!

 

화이트

...호오.

 

샤일록

이건...

 

라스티카

정말 멋져...

 

세상의 별이 전부 이곳에 모여있다. 한 순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넘쳐흐르는 빛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동굴 한편이 하늘 가득한 별로 바뀌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어딜 봐도 빛이 이어져있다.

그것은 어느 밤, 파우스트의 방에서 보았던, 그의 꿈과 같은 풍경이었다.

 

시노・미틸

...멋지다...

 

네로

이거 전부 돌이 빛나고 있는거야...?

 

오웬

.......

 

천장에서부터 끊임없이 선명한 빛이 쏟아진다. 소리도 없이, 차갑지도 않은, 상냥한 빗방울처럼.

우리들은 잠시 동안 시간도 장소도 목적도, 그 무엇도 잊어버린 채, 동굴에 펼쳐진 몽환적인 별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파우스트

.......

 

파우스트는 반짝이는 빛 속에서 손을 펼쳐, 발광하는 돌 하나를 손에 놓았다.

차분히 살펴보고서 확신을 담아 끄덕인다.

 

파우스트

역시...

이 돌은 가지고 있으면 조금이지만 행운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어떤 소원이든 이뤄주는 게 아냐.

 

오웬

뭐...?

 

파우스트

말했던대로 이 돌에 기적같은 힘은 없다는 뜻이다.

 

진지한 얼굴로 돌을 응시하는 오웬의 곁에서 미틸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미틸

소원이 이뤄지는 돌이 아닌 건 유감이네요.

하지만 시노 씨의 소원이 이뤄진 건 뭐였을까요?

 

오웬

그래 맞아. 그 레몬파이, 뭐였던거야?

 

파우스트

단순한 우연이었겠지.

 

오웬・시노

엑.

 

화이트

그때 네로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안 좋았구먼. 아니, 이런 경우엔 다행이라고 해야할런지.

 

네로

진짜냐고...

 

라스티카

아주 조금, 이 돌이 행운을 모아준 것일지도 몰라요.

네로가 가져와준 행운이라도, 이 돌이 가져와준 행운이라도, 단순한 우연이라도, 아주 멋진 체험이 되었네요.

 

시노

레몬파이는 맛있었고 말이지.

 

시노의 말에 미소지으며 나는 동굴을 올려다보았다.

 

현자

그럼 성로의 잼에 얽힌 전설은...

 

파우스트

사실 행운을 부르는 물건이긴 하니까. 터무니없이 지어낸 이야기랄 것도 아니지.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전해지는 사이에 행운이 높아진다는 효과가, 소원을 이루어주는 돌이 되어 서서히 과장되었겠지.

 

화이트

옛날 이야기에는 자주 있는 일이구먼.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살이 붙게 되니까 말일세.

 

화이트의 웃음소리가 동굴에 울린다.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에 들린 것은 오웬의 커다란 한숨이었다.

 

오웬

기대해서 손해봤어.

 

샤일록

후후. 배신당해버렸군요.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원하는 걸 얻는다니, 그렇게 쉬운 일은 없다고 의심하고는 있었지만요.

 

현자

엑. 그런가요?

그런데도 따라와주셨군요.

 

샤일록

네. 꿈이나 기대를 부풀릴 수 있는 건 미지라고 하는 재산을 가진, 우리들의 특권이니까요.

 

화이트

조그만 가능성에 걸기도 하고, 희망에 매달리려고 하는 건 마법사도 인간도 똑같은 것일세.

우리들도 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소원을 이뤄주는 돌 같은 게 없다는 것은 단정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화이트는 동굴의 돌을 하나 나에게 건네주었다.

 

화이트

그대가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고 하는 소원이 이루어졌다면 좋았겠지만... 힘이 되지 못해 미안하구먼.

 

현자

(아...)

 

내 소원을, 화이트는 파우스트에게서 들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 안타까운 듯한 시선에 무심코 입을 열었다.

 

현자

그런, 사과하지 마세요...! 저는...

 

화이트

응?

 

현자

...미틸이 말했었어요. 소중한 사람과 함께 같은 것을 보고, 함께 그때의 기분을 나누고 싶다고.

저도 똑같은 기분이예요.

그러니까, 이 풍경을 여러분과 함께 본 것 만으로 충분해요.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거예요.

 

화이트는 웃으며 작게 끄덕였다.

 

화이트

그런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우리들의 바람은 한 가지 이뤄졌구먼.

 

라스티카

소원이 이루어지는 힘은 없어도 꿈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모두와 함께 나눌 수 있었어요.

성로의 잼이 저희에게 준, 멋진 시간이예요.

 

오웬

어디가 멋지다는 거야. 결국 상처는 낫지도 않았고...

네로. 책임을 지고 마법관에 돌아가면 엄청나게 달고, 입 안이 질척질척해질 만한 거, 잔뜩 만들어줘.

 

네로

엑, 내가 잘못한거야...?

 

네로에게 따지기는 했지만, 오웬은 말하는 것처럼 불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마법사들도 실망하기는 했어도 진심으로 기운이 빠진 사람은 없었다.

분명 이 세계에도 아름다운 광경에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마법사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니까.

 

현자

(그렇구나, 분명...)

(파우스트도 화이트도,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걸 보여주려고 한 거야...)

 

아름다운 돌을 소중한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한, 미틸처럼.

 

미틸

...저기, 성로의 잼은 행운을 불러오는거죠?

그러면 원석을 들고 돌아가서 부적을 만들지 않을래요? 엄청 예쁜데다, 모두들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요.

 

파우스트

부적인가.

 

현자

그거 멋지네요...!

 

화이트

좋은 생각이구먼. 이거라면 소재로써 더할나위 없겠어.

 

시노

좋아. 한가득 들고가서 잔뜩 만들어보자고!

 

미틸

네! 마법관에 있는 모두의 몫인 부적을 만들어봐요.

 

네로

이렇게 된 거, 파우스트 선생에게 부적 만드는 법을 배워볼까.

전문가니까 기초를 배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젊은 녀석들에겐 좋은 훈련이고.

 

파우스트

전문가라니, 난 저주술사니까 정반대라고 생각하지만...

 

네로

하하, 됐어됐어. 사소한 건 신경쓰지 말자고.

 

라스티카

다같이 부적을 만드는 거야? 그거 재밌을 것 같네.

 

샤일록

다음 수업 내용은 정해졌네요.

 

화이트

오웬도 수업에 나올거지?

 

오웬

왜 나올거라 생각해?

 

시노

휴식시간에 레몬파이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오웬

...마음이 내키면 말이야.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화이트

파우스트는 말이지, 조금 어려운 면이 있지만 근본은 성실하고 올바른 남자일세.

하지만 자신의 기질과는 반대로 오랫동안 마음을 닫고 타인과 관련되는 것을 피해왔어.

...필시 과거에 인간들에게 끔찍한 배신을 당했기 때문이겠지.

 

현자

.......

 

화이트

그 상태는 무척 안타깝다네. 우리에겐 깊은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상처입히기 위해 오래 살아가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어.

 

똑 똑. 전방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물소리가 울린다.

 

화이트

...하지만 그대가 오고, 모두가 마법관에 모여 살게 되고부터는 저 녀석도 조금씩 변해왔을지도 모르겠네.

 

화이트는 행렬의 선두에서 걷는 파우스트 쪽을 바라봤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 시선을 따라갔다.

미틸 일행에게 둘러싸여 있는 그의 모습이 랜턴 빛 속에서 희미하게 보인다.

 

시노

그러고보니 미틸과 파우스트는 언제 친해졌지?

 

미틸

어?

 

샤일록

호오, 그런가요? 허투루 들을 순 없겠군요.

 

네로

민감한 부분을 팍팍 묻는구나, 너...

그래서, 어떤데? 선생.

 

파우스트

결국 묻는거냐.

 

네로

그야, 흥미롭잖아.

 

파우스트

...언제랄 것도 없어. 그는 얼빠진 선생을 닮지 않고, 성실하고 친절하다.

친해질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어.

 

미틸

...에헤헤.

 

시노・네로

헤에.

 

샤일록

후후.

 

파우스트

뭐냐 그 부담스러운 웃음은...

 

파우스트의 옆얼굴에는 쓴웃음이 띠어져 있다. 가시도 갑옷도 없는, 온화한 표정으로 보였다.

 


 

좁은 길을 끝없이 걸은 지 꽤 되었을 무렵, 드디어 조금 열린 장소가 나왔다. 더이상은 길이 없었기에, 아무래도 막다른 곳인 것 같았다.

 

라스티카

가장 안쪽에 도착한 것 같네요.

 

네로

그럼 여기가 그곳인거야?

 

모두들 랜턴을 들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울퉁불퉁 굽이치는 암벽이 펼쳐져있을 뿐이었다. 떨어지는 돌도 눈에 띄는 곳은 없다.

 

시노

...그 돌은, 없는 것 같네.

 

미틸

어디도 빛나거나 하진 않네요...

 

현자

(확실히, 평범한 동굴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혹시 이 장소가 아닌건가)

 

오웬

장난치지 말라고. 힘들게 이런 축축한 구멍 속을 걷게 만들고, 아무것도 없다고?

 

파우스트

.......

 

오웬

파우스트는 우리를 속인거야. 너희 선생은 최악의 거짓말쟁이구나.

 

악의의 시럽을 듬뿍 끼얹인 듯한 짓궂은 목소리가 파우스트 일행을 힐난했다.

 

오웬

인간들을 저주의 화염으로 너무 말린 탓에, 네 성격도 같이 눌러붙게 돼서 다 타버린 거 아니냐고.

 

시노

어이! 이 이상 지껄인다면 내가 상대하지.

 

오웬

해봐. 약하고 비굴한 동쪽의 마법사 따위가.

 

화이트

오웬. 그렇게 털을 곤두세우지 말거라.

시노도 침착하게나.

 

그들에게 충고한 화이트는 손짓하듯 동굴 벽을 매만졌다.

 

화이트

이 동굴이 성로의 잼 원석으로 되어있는 건 틀림없다네.

지금은 모두 잠들어있는 것이려나.

 

미틸

잠들었다...?

 

파우스트

그래. 반짝임을 잃어버린 것은 돌이 잠들었기 때문이다.

 

시노

그럼 두드려서 일어나게 만들면 되겠군.

 

네로

그렇게 말해도 돌을 깨우는 방법 같은 건 모른다고.

 

라스티카

클로에가 있다면 좋았을텐데.

 

샤일록

그 애는 당신을 깨우는 걸 무척 잘하니까요.

 

오웬

귀찮아. 화려한 마법이라도 먹이면 눈뜨는 거 아냐?

 

현자

그, 그러면 동굴에서 생매장되는 우리가 잠들거라구요...!

 

파우스트

위험한 짓을 하지 않아도 깨울 방법이라면 있다.

 

오웬

.......

 

파우스트의 한 마디로 동굴에 울리던 잡담이 가라앉는다.

 

화이트

성스러운 축제를 기억하는가? 그때와 비슷한 의식을 치르면 된다네.

 

미틸

성스러운 축제...

 

자연스럽게 나는 떠올렸다. <거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혼란해진 토지를 진정시키기 위해 각지에 있는 정령을 소환했던 때의 일을.

 

현자

이전에 저희들이 다섯 나라에서 치뤘던 의식말이죠.

 

화이트

음. 이 동굴에 살고있는 정령들을 소환해 축복을 부여하고, 토지가 가진 본래의 힘을 되돌리는 것일세.

그러면 잠들어있는 돌들도 되살아날 걸세.

여기에 중앙의 마법사들은 없지만 상대는 원시의 정령들 정도로 강하진 않아. 그들이 좋아하는 옷으로 호소하면...

 

네로

그렇구만. 우리들이 이 의상인 것도 그런 이유인가.

 

파우스트

그래. 이럴 가능성도 생각해서 이 토지의 정령이 좋아할 것 같은 옷을, 일단 입었다.

 

샤일록

역시 용의주도하군요. 모든 걸 내다본 건가요?

 

파우스트

확신은 없었지만 혹시나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빛이 사라진 그 돌은 소원을 이뤄서 힘을 잃은 것이 아니라, 그저 잠이 든 것 뿐일지도 모른다고. 여기 동굴의 돌들과 똑같이 말이지.

 

화이트

자, 파우스트.

 

파우스트

그래.

 

끄덕인 파우스트는 살짝 귓속말하는 것처럼 주문을 외웠다.

 

파우스트

《사틸크나트 물크리드》

 

그러자, 주변부터 우지직하며, 마치 돌에 금이 가는 듯한 작은 소리가 몇 번 울리기 시작했다.

 

파우스트

《사틸크나트 물크리드》

 

파우스트가 다시 한 번 주문을 입에 담았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그에 따라하듯이 마법사들도 주문을 외운다.

 

화이트

우리도 이어가겠네.

《노스콤니아》

 

오웬

《크레 메미니》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뷔엣세》

 

샤일록

《인비벨》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시노

《맛차 스디파스》

 

미틸

《올토닉 세아르시스필체》

 

마법사들의 주문이 겹치는 것과 동시에 주변이 한 순간, 눈부신 빛으로 둘러싸인다.

너무나도 눈부셔서, 무심코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1초 전과는 완전히 다른 광경이었다.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미틸

엑?

 

현자

파우스트, 역시 짚이는 곳이 있는 건가요?

 

파우스트는 옅게 쓴웃음을 지었다.

 

파우스트

...그래. 내가 태어난 고향 근처다.

꽤 오래됐기 때문에 모호하지만, 그 장소가 어딘지는 알아.

 


 

다음날 아침. 우리는 모두에게 말을 걸어서 큰 방에 모였다.

 

시노

그 돌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고?

 

오웬

틀림없어? 이 이상으로 나를 실망시키면 이 장소에 있는 전원, 살아있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줄건데?

 

스노우

음. 파우스트가 떠올려냈구먼.

옛날, 초록이 무성했던 장소라는 것 같단 말이지.

 

화이트

그래서 다함께 가자는 얘기가 됐구먼. 어제 같은 마무리는 용두사미니까 말일세.

 

스노우와 화이트는 인솔 선생님처럼 파우스트의 옆에 섰다.

신중한 파우스트는 지금부터 목적지에 관해 연장자인 두 사람과 상담하는 듯했다.

 

미틸

샤일록 씨 일행도 함께 와주신대요!

 

샤일록

네. 유혹과 자극에는 탐욕적이거든요, 저희.

 

라스티카

그 아름다운 돌의 고향이 어떤 장소인지, 꼭 이 눈으로 보고싶어서 말이야.

 

어제 봤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시끌시끌 소리를 낸다. 그 뒤에서는 네로가 싫은 기색으로 나타났다.

 

네로

...역시, 이 조합으로 가는 거구만.

 

현자

앗. 네로도 와주셨네요!

 

파우스트

내가 불러뒀다. 보호자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네로

그럴거라 생각했어! 보모냐고.

 

시노

네로도 간다면 딱 좋네. 내 활약을 히스에게 정확히 전해주는 역할, 그 2를 맡아줘.

 

네로

그 1은 누군데.

 

시노

나다.

 

네로

그 2의 역할, 필요해?

 

현자

그런데 파우스트. 돌이 있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파우스트

설명하기 보다 보는 편이 빠르겠지.

 

종이와 깃펜을 꺼내든 파우스트는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공중에 뜬 깃펜이 경쾌하게 움직이기 시작해, 새하얀 종이에 술술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현자

...앗, 지도!

 

아무래도 파우스트는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지도를 만들고 있는 듯했다. 이윽고, 움직이던 깃펜이 뚝 멈춘다.

 

파우스트

목적지는... 여기다.

 

종이 위에 정갈한 필체로 지도가 그려져있다. 그 중심 부분을 파우스트는 가리켰다.

흥미로워하는 시선이 집중된다.

 

네로

헤에? 이 장소는...

 

샤일록

중앙 나라의 변경인 것 같군요.

 

파우스트

그래. 성로의 잼 원석은 이 동굴 속에 있다.

 

오웬

흐응...

 

라스티카

성로의 잼은 그곳에서 온 것이군요.

 

미틸

지도를 단서로 나아가다니, 왠지 보물찾기 같아요!

 

시노

너무 들뜨지 마. 보물찾기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보물을 지키는 괴물이 나올지도 모르지.

 

미틸

엣...!

 

시노

걱정하지 마, 내가 쓰러뜨려주지. 성로의 잼에 괴물의 머리를 더한다면 히스에게 줄 좋은 선물이다.

 

시노와 미틸은 사이좋게 모험의 예감에 흥분한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레는 고양감이 방 전체를 둘러싸고 있던 그 순간---.

 

전원

!?

 

격렬한 폭발음이 울렸다.

 

현자

...지, 지금 건.

 

미틸

위쪽에서 들린 것 같은...?

 

오웬

혹시, 그거일려나.

 

샤일록

뭔가 짚이는 게?

 

오웬

아까 지나왔을 때 복도에서, 미스라와 오즈가 옥신각신하고 있었어. 양쪽 다 사이좋게 마도구까지 꺼내서 말이야.

 

파우스트

그거구만.

 

네로

오히려 그거밖에 없겠지.

 

스노우와 화이트는 얼굴을 마주보고 크게 숨을 내뱉었다.

 

화이트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놈들일세.

 

스노우

내버려두면 마법관이 구멍투성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어. 내가 남아서 응석꾸러기들을 돌보겠네.

화이트, 잠시 작별일세. 그쪽 일은 맡기겠네.

 

화이트

알겠네.

 

스노우는 화이트와 이별을 아쉬워하면서도 폭발음이 난 곳으로 떠났다.

 

시노

얼른 가자고. 또 방해가 들어올지도 몰라.

 

현자

그래요. 스노우가 없는 건 유감이지만, 가도록 하죠.

 

화이트

이런, 그 전에 사전준비를 해야겠지.

 

미틸

사전준비?

 

화이트

《노스콤니아》

 

화이트의 주문과 함께 전원의 복장이 변했다.

 

시노・미틸・네로

우왓?

 

샤일록・라스티카

호오.

 

갈아입은 옷은 중앙의 마법사들을 생각나게 하는 밤하늘을 품은 듯한 의상이었다.

 

오웬

뭐야 이거.

 

화이트

지금부터 향할 장소에 어울리는 의상일세.

 

현자

특별한 의상을 입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인가요?

 

파우스트

오웬. 어제도 말했지만 그 돌에는 소원을 이뤄주는 힘은 없다.

그래도 같이 갈 건가?

 

오웬

안 속는다고. 소원을 이뤄주는 효과가 없는데 이런 대인원이 여행을 떠날 이유가 없잖아.

 

미틸

예, 예쁜 돌을 원하는 건 이상한가요?

 

라스티카

전혀 그렇지 않아. 나도 무척 좋아하는걸.

다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로 재미있잖아.

 

오웬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했어. 그래도 어쨌든 따라갈게.

 

파우스트

알겠다. 그럼 출발하지.

 


 

파우스트는 그린 지도를 단서로 목적지가 있는 중앙 나라의 변경을 목표로 삼았다.

 

화이트

도착한 것 같구먼. 보도록 하게, 저게 입구일세.

 

화이트는 전방을 가리키며 빗자루의 뒤에 탄 나를 돌아봤다.

 

현자

저것이...

 

동굴 입구는 나무들로 숨겨져 있는 것처럼 고요히 입을 닫고있었다. 지도가 없었으면 절대로 찾지 못했겠지.

 

파우스트

내리도록 하지. 안은 어두우니까 들어갈 때 발 밑을 주의하도록.

 

어둠에 발을 내딛는다. 동굴 안은 두 줄씩 들어가면 딱 맞을 정도의 폭이어서 작은 터널 같았다.

 

미틸

새까맣네요...

 

시노

랜턴이 없으면 똑바로 걸을 수 없겠어.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어둠 깊은 곳에서 차갑고 습한 냄새가 흘러들어온다.

 

오웬

.......

 

라스티카

울려퍼지는 소리가 홀 같아서 멋지네.

그래. 내가 연주하면 오웬이 노래하는 건 어때?

 

오웬

싫어.

 

현자

(...당연하지만 엄청 어두워. 이 길의 끝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손에 든 랜턴은 서로의 얼굴 정도밖에 비춰주지 않는다.

벽을 짚으며 걷고있자, 화이트가 옆에 와서 내 손을 잡는다.

 

화이트

현자는 나와 함께 가는 것이 어떤가. 미아가 되면 곤란하지 않은가?

 

현자

감사합니다, 화이트.

 

긴 동굴 속을 행렬로 걸어간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때때로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와 축축한 물이 떨어지는, 비 같은 소리.

그 은은한 소리에 녹아들듯이 화이트는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샤일록이 꺼내준 과일경에 쭈뼛쭈뼛 손을 대면서 미틸이 성로의 잼을 넣는다.

 

샤일록

《인비벨》

 

한숨 같은 주문이 흩어지고 나자, 순간적으로 과일경이 진동하더니 바의 모습이 변했다.

 

미틸

어?

 

시노

뭐지...?

 

천장, 마루, 벽... 모든 것이 별하늘로 덮이고 반짝인다.

그 경치는 본 기억이 있었다.

 

현자

(엇. 이건...)

 

파우스트

...

 

미틸

멋지다...

 

화이트

이건 멋지구먼...

 

아름다운 경치에 모두가 압도되어 있을 때, 과일경이 폭발음을 냈다.

직후, 확하고 별하늘이 사라진다. 바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과일경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화이트

...고장난 것 같구먼.

 

미틸

호, 혹시 이 돌을 넣어서 잘못된 걸까요?

 

새파래진 얼굴의 미틸에게 샤일록은 고개를 젓고 한숨을 내쉬었다.

 

샤일록

적당히만 고쳐서 그럴 거예요. 꽤 거친 일도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신경쓰지 마시길. 무르라면 금방 고칠거라 생각하니까요. 

 

시노

영상이 보였던 건 방금 한 순간뿐이었지.

 

스노우

아름다운 경치였다만.

 

화이트

아마도 저 돌이 과거에 보았던, 별하늘 중 하나였을걸세.

 

오웬

어이없어...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었잖아.

 

짜증난 듯이 그 말만을 남기고 오웬은 오랫동안 모습을 감췄다.

 

미틸

돌이 있는 장소의 단서가 될만한 건 비춰지지 않았네요...

 

시노

아쉽네.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네로

뭐어 뭐어, 기운 내라고. 레몬파이 먹을거지?

오늘은 특별히 크게 잘라줄테니까.

 

아쉬움과 흥분의 여운이 바에 남아있다. 그 중에서 나는 조금 전 과일경이 보여준 영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현자

(...그 별하늘...)

 

미틸

현자 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현자

아, 미안해요. 아무것도 아니예요.

 

샤일록

그건 그렇고 유감이군요. 수수께끼의 돌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라스티카

매혹적이고 가슴 뛰는 한때였네. 모처럼이니까 좀 더 다같이 즐기고 싶었는데.


 

그날 밤, 나는 파우스트의 방을 방문했다.

 

파우스트

무슨 일이지. ...설마 또 꿈이 새어나왔나?

새로운 매개는 문제없이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자

아, 매개의 문제는 해결하신 거군요. 다행이예요.

 

파우스트

...뭐 그렇지.

 

현자

(왜 그렇게 복잡한 듯한 얼굴을...)

결계도 걱정했지만, 방문한 건 결계에 대한 게 아니예요.

오늘 얘기하고 싶었던 건 낮에 샤일록의 바에서 본 돌의 기억에 관한 거예요.

 

파우스트

...그건 그냥 그 돌이 봤던 과거의 밤하늘 영상이었겠지.

 

현자

그럴지도 모르죠.

그저, 어제 제가 봤던 파우스트에게서 흘러나온 꿈의 풍경과도 무척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파우스트

.......

 

그렇게 고하는 파우스트는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아주 조금 당황하면서도, 나는 솔직한 마음을 그에게 전한다.

 

현자

쏟아져내릴 것 같은 빛의 갯수도, 밤하늘에 둘러싸인 것 같은 감각도...

마치, 파우스트의 꿈을 재현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혹시... 파우스트는 성로의 잼이 있는 장소를 알고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단순히, 제 착각일지도 모르지만요...

혹시나 과거의 오래된 기억이 꿈으로 나타난다던가, 그런 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파우스트

...그렇군. 어제의, 꿈...

 

파우스트가 생각에 잠긴 사이에 노크 소리가 났다.

 

파우스트

누구지.

 

미틸

앗, 안녕하세요. 파우스트 씨.

이런 시간에 죄송해요. 저기, 조금 얘기를 하고 싶어서...

 

파우스트

...문은 열려있다.

 

미틸

네, 네. 실례합니다.

...어라, 현자 님?

 

미틸은 내 얼굴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어젯밤과 똑같은 상황에 왠지 우스워졌다. 파우스트도 희미하게 미소짓고 미틸을 맞이했다.

 

파우스트

오늘은 무슨 일이지. 약이라면 효과가 있었다.

몸상태도 이젠 괜찮아.

 

미틸

아뇨, 오늘은 피가로 선생님의 심부름이 아니라 제 용무로 왔어요.

파우스트 씨, 낮에 오웬 씨에게서 감싸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우스트는 한 순간 당황하고 민망한 듯이 모자를 내렸다.

 

파우스트

...감사받을 정도의 일은 아냐.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한 것 뿐이다.

 

미틸

네. 그래도 저는 무척 기뻤어서 어떻게든 감사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미틸은 한 번 고개를 숙이고, 조금 머뭇거리면서 얼굴을 들었다.

 

미틸

...실은 성로의 잼에 소원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몰래 파우스트 씨와 친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지금 이렇게 파우스트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고 생각한 게, 그 잼의 힘일지도 모르겠네요.

에헤헤. 그 돌은 정말로 제 소원도 이뤄줬다고 내일 시노 씨에게도 알려줘야겠어요!

 

쑥쓰러워하면서도 미틸은 용기를 내서 자신의 말을 마지막까지 전했다.

포근한 것을 보는 듯이 파우스트는 눈을 가늘게 하고, 상냥하게 미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파우스트

...그렇구나.

 

미틸

그래도 성로의 잼이 있는 장소를 알 수 없는 건 유감이었어요. 오웬 씨도 무척 원하는 것 같았고...

 

파우스트

너는... 그 돌을 원하는 건가?

이미 소원은 이뤘다고 말했는데...

 

미틸은 조금 생각하고 나서 끄덕였다.

 

미틸

가능하면 한 번 더 갖고 싶어요.

모두가 괴로워하는 <거대한 재앙>의 상처가 나을 수 있다면, 이번에야말로 그 소원에 사용하고 싶어요. 파우스트 씨의 상처도 나을지도 모르구요.

 

파우스트

.......

 

미틸

거기다 역시 진짜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예쁜 돌이 있었다고 말하기만 해도 전해질지도 모르지만...

특히 리케와는 똑같은 걸 보고 같이 그 때의 기분을 나누고 싶어요. 소중한 친구니까요.

함께 본다면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때 아름다웠지'라며 나중에 둘이서 떠올릴 수 있잖아요?

 

파우스트

...후후. 자신의 소원이 아니라 타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돌이 필요하다니, 넌 욕심이 없는건지, 욕심이 많은 건지 모르겠군.

 

미틸

어, 어떨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서...

 

파우스트

현자. 너도 이루고 싶은 소원이...

라니, 듣지 않아도 알겠군.

너의 소원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겠지.

 

현자

그렇죠...

 

파우스트

현자, 미틸. 그 돌은 소원을 이뤄주지는 않아.

그래도 상관없다고 한다면... 소원을 이루고 싶어서가 아닌, 친구와 함께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다고 한다면.

성로의 잼의 원석을 찾으러 가자. 내가 안내하지.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시노

...미안, 미틸. 내가 써버린 탓이야.

 

미틸

그런, 신경쓰지 마세요...! 시노 씨 때문이 아니에요.

거기다 네로 씨의 레몬파이는 저도 엄청 좋아하니까요. 시노 씨의 소원이 이뤄져서 기뻐요!

 

방긋 웃는 미틸에게, 미안해하던 시노도 미소로 답한다.

그런 두 사람을 날이 선 목소리가 찔렀다.

 

오웬

바보아냐? 정말로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들이 고통받고 있는 기묘한 상처를 낫게하는 데 썼어야지.

헛되게 낭비해버리다니 멍청하네. 상처가 없는 놈들은 태평해서 좋겠어. 

 

미틸

앗...

죄송해요. 저, 전혀 깨닫지 못해서...

 

미틸은 냉수를 뒤집어쓴 것처럼 깜짝 놀라며 부끄러운 듯 작게 쭈그러들었다.

 

시노

어이, 오웬.

 

발끈하고 대꾸하려던 시노의 목소리를 파우스트가 막는다.

 

파우스트

사과하지 않아도 돼. 돌에 소원을 이뤄주는 힘이 있었다해도 처음부터 미틸의 것이었잖아.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 아이의 자유다.

 

오웬

허세부리지 마. 네 상처도 상당히 지독하잖아.

동쪽의 마법사는 비굴하고 음침하니까 본심은 어떨지 모르지. 사실은 미틸을 증오할지도.

 

파우스트

시끄러워.

애초에 이 돌에는 소원을 이뤄줄 정도의 효력은 없다. 아주 조금, 행운을 모을 뿐이다.

 

오웬

시노는 소원을 이뤘잖아?

 

파우스트

우연히겠지.

 

오웬

우연? 인간 행세를 하는 마법사의 변명 같아.

 

네로

인간 행세를 하는 마법사는 더 변명을 잘한다고.

 

라스티카

재밌네. 소량의 행운을 모으는 돌 행세를 한 소원을 이뤄주는 돌도, 우연히 빛을 잃었을지도 모르지.

 

오웬

역시 소원을 이뤄주는 돌이지?

 

시노

혼란해졌어...

 

네로

...저기, 현자 씨. 새삼스럽지만 이거, 도대체 무슨 상황인거야?

 

현자

그게, 가게 주인에게서 받은 상품이 소원을 이뤄준다고하는, 엄청난 돌이었던 것 같아서...

 

네로

진짜로? 소원을 이뤄주는 돌 말이지...

그런걸 그냥 주다니, 대단히 호기로운 점주구나.

 

우리의 대화를 듣고있던 오웬의 눈이 번뜩이는 것처럼 빛난다.

 

오웬

그 돌을 팔았던 가게를 알려줘. 내가 전부 빼앗아올게.

 

라스티카

오웬도 가보고 싶은거니? 무척 멋진 가게여서 말이지, 중앙의 수도 어딘가에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오웬

중앙의 수도? 그럼 금방이잖아.

안내해.

 

파우스트

마법사 전용인 수상한 노점 같았다. 그 무서워하던 모습으로 봐선 진작에 가게를 접고 사라졌겠지.

 

오웬

이 놈도 저 놈도 쓸모없어...

 

기묘한 상처로부터 해방될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일까, 오웬은 초조해하면서도 전에 없이 적극적이었다.

평소에 귀찮아하던 모습을 봐왔던 마법사들은 조금 의외인 듯이 그를 보았다.

 

라스티카

꽤 흥미를 보이네, 오웬. 그러고보니 네 상처 이야기는 아직 들은 적이 없었는데, 도대체 어떤 상처야?

 

오웬은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오웬

별로... 내 상처따윈 아무래도 좋잖아.

난 그저 상처로 고통받는 불쌍한 북쪽의 마법사들을 도와주고 싶을 뿐이야.

미스라는 잘 수가 없고, 브래들리는 재채기 할 때마다 날아가버려. 그런 상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동정심이 생기잖아.

 

파우스트

네가 동정심...?

 

현자

(...오웬, 그런 거짓말은 상당히 괴로운 게...)

 

의혹이 씻겨지지 않는 발언을 순수하게 기뻐한 것은, 스노우와 화이트였다.

 

스노우

호오, 그건 좋은 마음가짐이로구먼.

 

화이트

아름다운 우정이로구먼.

 

오웬

뭐 그렇지. 그 둘하고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니까.

가끔은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스노우・화이트

오웬, 장~하다! 동료를 생각하다니~!

무척 착하구나~~!

 

오웬

시끄러워.

그래서, 성로의 잼 원석이 있는 장소는 어디야? 이놈도 저놈도 믿을 수 없으니까 이젠 내가 직접 다녀오겠어.

 

스노우와 화이트는 사랑스럽게 웃으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스노우・화이트

글쎄, 모른다네.

 

오웬

뭐?

 

화이트

존재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뿐일세. 성로의 잼이 있는 곳까지는 공교롭게도 파악하지 못했다네.

 

스노우

우리는 무언가를 탐하던 때에는 힘으로 어떻게든 했으니까. 

 

오웬

....... 여기엔 도움 안 되는 것들만 있는거야?

 

결국 오웬의 기분이 안 좋아진다. 위험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한다고 생각할 때, 라스티카가 느긋하게 목소리를 냈다.

 

라스티카

성로의 잼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고싶다는 얘기일까?

그거라면 알지도 모르겠어.

 

파우스트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이 라스티카를 돌아봤다.

 

파우스트

....... 어떻게?

 

라스티카

나를 따라와.


 

라스티카가 모두를 데리고 온 곳은 샤일록의 바였다.

카운터에서 글라스를 닦고있던 샤일록은 우리들 일행을 보고 신기한 듯이 미소를 띠웠다.

 

샤일록

이런, 여러분 어쩐일로.

 

현자

죄송해요, 샤일록. 준비중인데.

 

네로

나도 모르게 따라와버렸지만, 어이. 이런 시간부터 바에 가냐고.

 

파우스트

술의 힘을 빌리자는 건 아니겠지. 아이가 있으니까.

 

라스티카

그것도 재밌을 것 같지만, 지금 빌리고 싶은 건 지혜자 무르의 힘이예요.

 

파우스트

무르?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라스티카

샤일록. 이전에 무르가 고쳐준 과일경은 있나요?

 

샤일록

있어요. 여긴 창고가 아니라고 그에게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말이죠.

 

미틸

과일경...?

 

샤일록

무르의 발명품 중 하나예요. 『사물』이 보고온 기억을 영상으로 비춰주는 마법과학 장치예요.

 

전에 나도 과일경을 본 적이 있다. 서쪽의 마법사들이 자갈을 이용해서 오래된 거리의 기억을 영화처럼 즐긴 적이 있다.

그때 고장나버렸지만, 나중에 무르가 수리해서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스노우

호오.

 

화이트

『사물』의 과거를 볼 수 있는 장치인가.

 

오웬

도움이 되는 일도 있구나, 그 괴짜. 평소에는 얼빠진 짐승인데.

 

샤일록

후후. 동감이예요.

 

시노

그런가. 그 마법과학 장치로 성로의 잼의 출처를 찾는 거군.

 

라스티카

어디에서 온 것인지는 이 돌에게 물어보면 가장 좋으니까 말이야.

 

네로

근데 무르 녀석은 없는거지?

 

현자

주인이 없는 곳에서 장치를 사용하는 건 좀 그렇죠...

 

샤일록은 미소를 띠웠다.

 

샤일록

과일경이라면 특별히 문제 없을거예요.

수리할 때는 열중해서 마구 들쑤셨지만, 끝났더니 흥미를 잃었는지 마음대로해도 상관없다며 내팽개친 건 그였으니까요.

 

파우스트

뭐어, 책임자가 그렇다면야...

 

샤일록

무엇의 책임자인가요?

 

파우스트

장치의?

 

네로

무르의?

 

샤일록

그건 거절할게요.

 

현자

(어느 쪽의 대답일까...)

 

시노

어쨌든 얼른 해보자고.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파우스트

이건...

 

한 눈에 봐도 마음이 사로잡히는 아름다운 돌이었다. 별의 반짝임을 가둬둔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라스티카

멋지죠? 이걸 준 주인은 성로의 잼이라고 불렀어요.

 

현자

성로의 잼...

 

미틸

멋지다...! 정말, 별처럼 예뻐요.

 

미틸이 흥미로운 듯 말하자, 라스티카는 생긋 웃으며 돌이 놓인 손을 내밀었다.

 

라스티카

지금부터 이 돌은 네 거란다.

 

미틸

네? 그래도 라스티카 씨가 받은건데...

 

라스티카

나는 지금 똑같을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는 미틸의 눈을 봤으니까. 그 답례란다.

 

미틸

...! 네, 네.

감사합니다.

 

성로의 잼을 건네받은 미틸은 기쁜 듯이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현자

잘됐네요, 미틸.

 

미틸

에헤헤. 돌아가면 리케에게 보여줄거예요.

물론 형님들에게도!

 

시노

떨어뜨리지 않게 꽉 붙잡고 있으라고.

 

아름다운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느끼는 미틸의 마음씨는 그가 손에 들고있는 돌처럼 아름답고도, 신기하게도 자랑스러워진다.

그대로 발걸음도 가볍게, 우리는 목적지인 가게로 향했다.

 


 

중앙의 거리에서 차를 마신 우리는 만족한 채로 마법관에 돌아왔다.

모두들 담화실로 향하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스노우

...그러자 벽에 비친 거대한 그림자가 부르짖는 것이었습니다.

 

화이트

어흥-!

 

오웬

와앗. 무서워...!

 

화이트

이런, 너무 놀라게 해버렸나.

 

오웬

으응, 재밌었어. 한 번 더 해줘, 방금 거.

 

스노우・화이트

어흥-!

 

오웬

아하하. 어흥-!

 

스노우와 화이트 사이에 있던 오웬에게, 두 사람은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그 모습은 밝고 천진난만해서, 평소의 차가운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다.

 

현자

(...저건 상처의 오웬?)

 

<거대한 재앙>의 상처를 짊어진 오웬은 때때로 기사에게 동경을 품은 순진무구하게 어린 인격이 된다.

또한 어린 인격으로 변했을 때 일어난 일은 그의 기억 속에 남지 않는다는 것 같다.

 

라스티카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 오웬, 셋이서 사이좋게 얘기하고 계셨군요.

 

파우스트

쌍둥이는 그렇다쳐도, 오웬이...?

 

미틸

기분탓일까요. 평소와는 분위기가 다른 듯한...

 

현자

그, 그런가요?

 

모두의 이상하다는 시선에 나는 속으로 당황했다.

북쪽 마법사의 자부심일지, 무방비한 상태를 걱정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오웬은 자신의 상처를 숨기려하고 싶어한다.

그가 어떤 상처를 짊어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마법사 중에 일부 뿐이다. 

 

오웬

저기, 다음 거 빨리 읽어줘...

.......?

 

어떻게 얼버무려야할지 식은 땀을 흘리고 있으니, 갑자기 오웬이 미소를 잃었다. 급속히 눈이 떠진 것처럼 멍하게 있다.

 

스노우

오오, 돌아와버렸나.

 

화이트

착한 아이의 시간은 끝나버렸구먼.

 

그림책을 덮는 두 사람을 보고 사태를 파악한 것이겠지. 오웬은 질린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웬

최악이야. 무슨 상황이었는지 상상하기도 싫어.

 

현자

(위, 위험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자, 쌍둥이가 동그란 눈동자를 굴리며 이쪽을 향했다.

 

스노우

이런, 그대들도 와 있었구먼.

 

화이트

또다시 참으로 드문 조합일세.

 

오웬

.......

 

환영하는 분위기인 쌍둥이와는 정반대로 오웬은 경계심을 나타내며 노려본다.

침착하지 않을 마음 속이 짐작되어, 나는 엄지손가락을 세워가면서 어필했다.

 

현자

(오웬, 괜찮아요...! 안 들켰어요...!)

 

오웬

...칫.

 

찝찝한 듯이 혀를 찼지만, 뜻은 전달된 듯했다.

 

화이트

오호, 미틸. 특이한 걸 갖고 있구먼.

 

미틸

무척 예쁜 돌이죠! 아까 라스티카 씨에게서 받았어요.

 

라스티카

마법도구 가게의 주인이 친분의 표시로 저에게 선물해준 것이랍니다.

 

파우스트

미묘하게 얘기가 바뀌지 않았나?

 

시노

성로의 잼이라고 하는 돌이다.

 

그것을 들은 스노우와 화이트는 '오오'하며 감탄했다.

 

스노우

그거 참 운이 좋았구먼!

 

화이트

성로의 잼은 주인의 소원을 이뤄준다는,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희귀한 돌이라네!

 

현자

소원을 들어준다?

 

라스티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대단한 힘을 간직한 돌이었군요.

 

시노

미틸. 시험삼아서 아무거나 빌어보면 어때?

그 얘기가 진짜라면 이뤄질지도 모른다고.

 

미틸

소원이라...

 

미틸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곤란한듯이 어깨를 축 떨어뜨렸다.

 

미틸

당장은 생각나지 않아요. 시노 씨라면 어떤 소원을 빌 건가요?

 

시노

난 돌에는 빌지 않아. 내 소원은 나 스스로 이루는 거니까.

 

미틸

머, 멋있어...!

 

시노

굳이 말하자면 레몬파이를 먹고싶다. 그 정도다.

 

파우스트

가게에서 그만큼이나 과자를 먹어놓고 또 먹는거냐...

 

시노

레몬파이는 없었잖아!

 

그때, 발소리와 함께 두둥실 달콤한 향기가 담화실로 풍겨온다.

 

네로

오, 있었네.

아까 갑자기 레몬파이를 만들고 싶은 기분이어서 만들어봤는데, 괜찮으면 먹을래?

내 입으로 말하는 건 그렇지만 딱 맞게 구워져서 바삭바삭하고 맛있을거라고.

 

전원

!

 

스노우

레몬파이라고?

 

미틸

정말인가요!?

 

네로

어, 뭐야...? 이 분위기.

나, 뭔가 잘못 말했어?

 

현자

(화이트의 말대로 소원이 이루어졌다...?)

 

성로의 잼의 효과를 눈앞에서 목격하고 우리는 웅성거렸다.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하는 전설은 진짜인가라며, 돌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이 돌연 진지함을 띤다.

 

미틸

...앗.

 

하지만 아름답게 빛나던 잼은 우리의 눈앞에서 그 빛을 잃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회색으로 바뀌더니 미틸의 손 위에서 단순한 돌처럼 변하고 그대로 침묵했다.

그것은 마치 소원을 이루어줌으로써 힘을 다한 것처럼 보였다.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시노

방금 엄청 큰 말 조각상 봤어? 분명 왕자의 증표일거라고.

사서 마법관에 장식하자.

 

파우스트

안 살거다.

 

시노

왜지. 멋있는데.

두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지?

 

미틸

엑? 확실히 멋지긴 한데요...

 

현자

가지고 가기에는 좀 크다고 할까...?

 

시노

크니까 좋은거다. 적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어.

 

파우스트

뭐냐 그 용도는... 됐으니까 간다.

오늘은 뭘 사러 온 게 아니니까.

 

파우스트의 방을 방문한 다음 날.

어제의 보답이라며 파우스트에게 권유받은 미틸과 나는 차를 대접받기 위해 중앙의 수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중에 복도에서 시노와 딱 마주쳐, 그도 다과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시노

그렇다 쳐도, 파우스트가 스스로 외출하다니 별일이네.

 

파우스트

시끄러. 나도 가끔은 외출 정도는 해.

 

파우스트는 시노에게 응수하며 긴장한 기색으로 걷는 미틸을 봤다.

 

파우스트

너는 희귀한 차에 흥미가 있었지.

지금 갈 가게는 어젯밤 내가 마셨던 것 같은 차나,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찻잎 같은 것도 취급하고 있어. 마음대로 시험해봐도 된다.

 

미틸

...네!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씨.

 

미틸의 얼굴이 파앗 빛났다.

자신에게 맞춰서 가게를 골라준 것이 기뻤던 것이겠지. 어제 미틸이 차에 흥미를 보인 것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자

(배려가 세심하달까... 진지하고 상냥한 파우스트다워)

 

시노

차만? 먹을 건 없는건가.

 

파우스트

정말이지, 너는 먹을 생각 뿐이로군... 다과 정도는 있겠지.

 

시노

레몬파이는?

 

파우스트

글쎄. 그것까진 기억 안 나는군.

 

시노

흐응. 뭐 됐어.

파우스트와 차를 마시고 왔다고 나중에 히스에게 자랑해주지.

 

미틸

히스클리프 씨는 마법관에 안 계신가요?

 

그 순간, 시노는 어린애처럼 입을 삐죽 내밀었다.

 

시노

그 녀석은 본가에 용무가 있어서 블랑솃으로 돌아갔어.

나도 갈 생각이었는데 딱히 필요없다고 거절당했다. 호위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도 히스 녀석, 혼자서도 괜찮다고 무뚝뚝하게 말해서...

 

현자

싸운건가요...?

 

시노

싸운 게 아냐. 의견 차이라는 거다.

좀 심한.

 

파우스트

싸운 거잖아, 그건.

 

시노

그 녀석은 화를 잘 내는데다 고집이 너무 세.

...나도 좀 심하게 말하긴 했지만.

 

풍선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시노의 말이 약해진다. 화는 이미 없어졌고 지금은 단지 삐진 것뿐이라고, 그 목소리가 말하고 있었다.

 

미틸

그럼 히스클리프 씨가 돌아올 때를 위해서 맛있는 과자를 준비해두지 않을래요?

힘들게 돌아왔을 때 달콤한 게 있으면 행복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니까요.

 

시노

좋네, 그거. 좋은 생각이다!

 

미틸

저도 리케랑 싸웠을 때는 간식을 가지고 사과하러 가거든요.

 

시노

우선 과자로 회유하는 건가. 꽤 하는 걸, 미틸.

리케는 달콤한 걸 엄청 좋아하니까 말이지.

 

미틸

아, 아니예요! 화해의 증표라구요.

시노 씨도 화해를 위해 힘내도록 하죠.

 

시노

...그렇지. 맛있는 과자를 골라보자고.

 

소중한 친구를 가진 동지라서일까. 성격은 전혀 다른데도 시노와 미틸은 상성이 좋아 보였다.

어리면서도 순수한 그들의 대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파우스트

.......

 

파우스트도 똑같이 느낀 것인지, 흐뭇한 듯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

 

현자

오늘 외출, 시노가 함께해서 다행이네요.

 

파우스트

그럴지도 모르지.

 

현자

그러고보니 피가로를 부르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요? 미틸은 두 사람이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요.

 

파우스트

일단 권유는 했지만 자기는 됐으니까 미틸과 재밌게 다녀오라더군.

 

현자

앗, 그랬군요. 뭔가 달리 용무라도 있었던 걸까요.

 

파우스트

글쎄. 단순히 나 같은 저주상과 외출하는 게 싫었던 것뿐일지도 모르지.

 

현자

(조금 목소리가 차가워졌어...)

죄, 죄송해요.

 

파우스트

아, 아니 그게... 사과하지 않아도 돼.

나도 어른스럽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라스티카

자, 두 사람도 같이 웃자. 악수를 하고 화해하도록 하죠.

 

파우스트・미틸・시노

!?

 

놀라서 뒤돌아보자 라스티카가 서 있었다. 마법관의 복도에서 마주친 것처럼,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미소짓는다.

 

라스티카

그런데 다과회라면 나도 함께해도 될까?

 

현자

라, 라스티카?

 

시노

혼자라니 별일이네.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라스티카

좋아하는 가게에 홍차를 사러 왔어요.

멋진 의상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클로에가 아침부터 작업에 몰두하고 있어서 저는 맛있는 홍차를 내려서 응원하자고 생각했거든요.

 

현자

그랬었군요.

 

미틸

라스티카 씨는 상냥하시네요.

 

라스티카

후후, 고마워.

그보다도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야.

설마 운명의 만남을 이룬 뒤에 이렇게 현자 님 일행과 만나다니.

 

파우스트

...운명의 만남?

 

우리는 조건반사처럼 라스티카가 손에 들고 있는 새장을 봤다. 안에는 한 마리의 작은 새가 있다.

 

현자

그, 그건...?

 

라스티카

네. 제 신부예요.

 

현자

(똑같은 패턴이다...!)

 

시노

또 저질러버렸나, 사람 잘못 보고.

 

미틸

라, 라스티카 씨. 그 새는 정말로 신부가 맞나요?

 

파우스트

내 직감이 정확하다면, 백 퍼센트 아니다.

 

라스티카

그런가요? 말하고 보니 다른 것 같네요.

자, 나오렴. 《아모레스트 뷔엣세》

 

라스티카가 경쾌하게 주문을 외우자 작은 새는 금세 남성의 모습이 되었다.

 

남성

...!

 

미틸

괜찮으세요?

 

남성

히익...!

 

남성은 백발이 섞인 노인으로, 마법사처럼 로브를 몸에 걸치고 있었다. 새로 변했어서 그런지 매우 무서워한다.

 

현자

라스티카, 이 분은 누구...?

 

라스티카

제가 아까 들렀던 마법도구를 취급하는 가게의 마법사 주인이예요.

지나가는 길에 상품을 보고 있었더니 저에게만 특별하게 해준다고 손짓하며 비장의 상품을 추천해주셨어요.

그게 한 눈에 보고 기뻐할 정도로 아름다운 물건이었어서...

 

남성

『이렇게나 멋진 걸 골라주시다니, 분명 제 신부가 틀림없군요!』라며, 눈 깜짝할 사이에 나를 새로 만들었어!

그, 그렇게나 원한다면 줄 테니까, 목숨만은 살려줘...!

 

창백해진 남성은 손에 쥐고있던 무언가를 라스티카에게 떠맡기듯이 건네고 쏜살같이 도망쳐버렸다.

 

미틸

가버렸네요...

 

라스티카

제 신부가 아닌데도 선물을 주다니, 무척 친절한 분이네요.

 

파우스트

서쪽 나라에서는 저걸 선물이라고 해석하는 건가...?

 

시노

뭘 받은거지?

 

라스티카

이거야.

 

라스티카가 손바닥을 펼치자 거기에는 작은 돌이 있었다. 우리는 무심코 숨을 삼켰다.

 

시노・미틸

...!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미틸

아, 안녕하세요.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파우스트는 문을 열었다.

 

현자

미틸?

 

미틸

앗... 현자 님도 계셨네요.

 

조금 긴장한 모습의 미틸은 파우스트의 뒤에 있는 내 얼굴을 보고 안심한 듯이 표정을 풀었다.

 

파우스트

무슨 용무라도?

 

미틸

피가로 선생님에게서 약을 맡아 가지고 왔어요. 저녁 시간 때 파우스트 씨의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면서.

 

파우스트

...약?

...윽.

 

건네받은 종이봉투를 의심스러운 듯이 들여다본 파우스트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돌이라도 씹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파우스트

.......

 

미틸

파우스트 씨?

 

파우스트는 퍼뜩 종이봉투의 입구를 닫았다. 곧바로 그답게 차분하고 상냥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파우스트

...고맙다. 밤 늦게 미안하구나, 현자도.

 

현자

아뇨, 그런.

 

미틸

도움이 됐다면 기뻐요.

 

예상치 못하게 목소리가 겹쳐서 미틸과 나는 에헤헤하며 민망한 듯이 웃었다.

 

미틸

앗, 예쁜 꽃이...

 

파우스트

꽃?

 

미틸

예쁜 유리병을 장식해 둔 게 보여서...

병 안에 있는 거 꽃이죠? 파우스트 씨는 꽃을 좋아하시나요?

 

미틸의 시선을 좇아 파우스트가 돌아본다. 테이블에 놓인 유리 항아리 속에는 수조의 금붕어처럼,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

 

파우스트

아아. 이건 꽃이라기 보단 차다. 기분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자기 전에 마시는 일이 많아서...

 

미틸

와아, 차인가요? 그런 차가 있다니 몰랐어요.

편안하게 잘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면 약 대신에도 좋을 것 같네요! 일어나거나 수면에 효과가 있는 차는 저도 가끔 만들지만요...

앗. 죄송해요.

파우스트 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시끄럽게 떠들어서...

 

파우스트

...아냐.

 

미틸

현자 님도, 파우스트 씨의 상태가 걱정돼서 오신거죠.

 

현자

아... 네. 맞아요.

신경 쓰여서, 조금 상태를 보러.

(좀 다르지만, 틀리진 않으니...)

 

파우스트

난 괜찮으니까 두 사람은 방으로 돌아가도 돼. 벌써 잘 시간이니.

 

현자

그렇네요. 미틸, 돌아가죠.

 

미틸

네. 저, 현자 님을 방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현자

고마워요. 그럼 파우스트.

안녕히 주무세요.

 

미틸

파우스트 씨, 몸조심 하세요.

 

파우스트

그래. 잘 자라.


 

미틸

...저기, 현자 님.

제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약을 건넸을 때 파우스트 씨, 좀 놀란 것 같아 보여서...

어떤 약을 건넸는지 제대로 피가로 선생님에게 확인하는 편이 좋았던 걸까요.

피가로 선생님은 수완이 좋은 의사 선생님이고, 파우스트 씨가 곤란해할 만한 물건을 주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요...

 

현자

(확실히 방금 파우스트의 반응은 나도 조금 신경 쓰였어.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예요.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파우스트는 그 자리에서 말할거라 생각하구요.

분명 미틸에게도 피가로에게도 고마워하고 있을 거예요.

 

미틸

그, 그런가요...? 그럼 다행이예요.

 

안심한 것인지 미틸에게 웃음이 돌아온다.

 

미틸

그러고보니 현자 님과 파우스트 씨는 친하시죠. 아까도 왠지 친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현자

정말인가요? 그렇게 보였다면 기뻐요.

 

미틸

레노 씨나 시노 씨하고도, 파우스트 씨는 사이가 좋아 보였어요. 같이 있는 모습을 가끔 보거든요.

피가로 선생님과 파우스트 씨도 사이가 좋아지면 좋을텐데...

피가로 선생님이 말을 걸면 화를 내게 만드는 것 같아서...

 

현자

(피가로...)

 

미틸

거기다 저도 파우스트 씨와 사이가 좋아지고 싶어요.

시노 씨나 히스클리프 씨가 좋은 선생님이라고 항상 말하시거든요. 그러니까 제대로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막상 눈이 마주치면 긴장해버려서... 아까도 잘 얘기 못했어요.

 

현자

미틸다운 페이스로 말을 걸면 괜찮을 거예요. 천천히해도 분명 친해질 수 있어요.

 

미틸

네...!


 

파우스트

.......

젠장, 그 자식... 신면수의 향나무라니, 이거라면 불평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거기다 친절하게 슈가까지 동봉하다니...

.......

《사틸크나트 물크리드》

어쨌든 이걸로 결계 걱정은 없어졌군. 동쪽 나라에 가지 않고 끝낼 수 있겠어.

오늘 밤은 별이 가득하군.

...그리운 꿈을 꿨어.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현자

구름이 없어서 그런가 오늘 밤은 하늘이 예쁘네...

 

창밖은 완전히 밤이었다. 반짝이는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혼자서 조용한 밤을 보내고 있으면 때때로 이렇게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맑은 밤하늘은 곁에 있지만 과묵해서 무엇이든 들어주는 것 같다. 별에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현자

(...지금 별에 소원을 빈다면 어떤 걸 빌까)

(역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아니면...)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겨 있자, 문득 시선 끝에 기묘하게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현자

...응?

 

시선을 향하니 창밖에 나풀나풀 불티 같은 것이 바람을 타고 날아온다.

 

현자

엑. 이거...

 

고개를 갸웃하다가, 확 떠올랐다.

 

현자

(...설마 파우스트!?)

 

그는 꿈이 밖으로 흘러나와 버린다는 <거대한 재앙>의 상처를 짊어지고 있다.

밤에 흩날리는 빛의 입자는 이전에 본 적이 있는, 파우스트의 꿈의 단편과 닮았다.

 

현자

(꿈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방에 결계를 둘렀다고 말했었는데...)

(그러고보니 파우스트는 한 숨도 안 자고 임무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지)

 

어쩌면, 그때 그의 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고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낀 나는 파우스트의 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현자

파우스트, 있어요!? 아키라예요!

 

노크해도 응답은 없다. 반사적으로 문 손잡이를 돌리자 의외로 잠겨있지 않은 채, 시원하게 돌아갔다.

 

현자

죄송해요, 들어갑니다...!

 

마음을 굳히고 문을 연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예상치 못한 풍경이었다.

 

현자

...응?

 

방 안에 펼쳐져 있던 것은 타오르는 불티가 아닌, 반짝반짝 빛나는 수많은 별들.

아까 올려다봤던 밤하늘보다도 훨씬 더 빛이 흘러넘치고 있다. 마치 보석을 흩뿌린 듯 눈부셨다.

 

현자

(이건 대체...?)

 

당황하면서도 그 아름다움에 멍하니 넋을 놓게 된다.

 

파우스트

....

 

하지만 테이블에 엎드려 있던 파우스트가 눈에 들어온 순간, 제정신이 들었다.

 

현자

파우스트!

 

달려가서 그의 몸을 크게 흔든다. 그러자 방을 뒤덮고 있던 별이 가득한 하늘은 사라졌다.

 

현자

(...사라졌어!?)

파... 파우스트, 눈을 뜨세요!

 

파우스트

...으응.

 

현자

괜찮아요!?

 

파우스트

현자...! 네가 왜 여기에...

 

현자

죄송해요, 말도없이 방에 들어와버려서.

실은 아까 파우스트의 꿈이 새어나온 것 같아서, 무슨 일이 있었나 걱정이 돼서...

 

파우스트

꿈이 새어나왔다? 넌 무언가 본 것인가?

 

현자

아름다운 별들이 수놓인 하늘을 봤어요. 하늘 가득한 별들의...

 

파우스트

별이 수놓인 하늘...? 아아, 너에게는 그렇게 보인 건가...

 

현자

네?

 

파우스트

...아무것도 아니다, 잊어줘.

그렇군. 확실히 방금까지 꾸었던 꿈이다.

하지만 네가 방에 들어온 기척도 눈치채지 못했다니... 매개를 사용해 결계를 둘러놨는데도...

 

현자

몸이 안 좋은 건 아닌가요? 테이블에 엎드려서 쓰러져 있었으니까요.

 

파우스트

.......

 

안색을 살피듯 묻자 파우스트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파우스트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니다. 그...

단순히, 잠이 든 것 뿐이다.

 

현자

네?

 

파우스트

한심한 얘기지만 책을 읽던 사이에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린 것 같다.

 

부끄러운 듯이 파우스트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걸로 간신히 나는 안심했다.

 

현자

그랬었군요...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예요.

 

파우스트

놀래켜서 미안하다.

 

현자

신경쓰지 마세요. 분명 임무 때문에 지쳐서 그런 거예요.

 

파우스트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긴장을 놓고 있었던 것 같아.

 

아무렇지도 않은 파우스트의 말에 나는 놀랐다.

마법관에서 살기 시작했던 당초, 그렇게나 쌀쌀맞던 그의 입에서 『긴장을 놓고 있었다』라는 말이 나온 것에.

조금씩 평온하게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무심코 잠에 든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을까.

 

파우스트

하지만 꿈이 새어나왔다는 건 문제로군. 결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선반에 다가간 파우스트는 오래된 동물의 뿔 같은 것에 손을 올리고 작게 주문을 외웠다.

 

파우스트

...그랬던 거로군. 아무래도 결계에 사용하는 매개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현자

엇... 그거 괜찮은 건가요.

 

파우스트

괜찮다면 괜찮지만... 괜찮지 않다고 하면 괜찮지 않다.

 

현자

어, 어느 쪽이예요?

 

파우스트

결계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면 괜찮아. 고치면 어떻게든 작동하니까.

하지만 길게 보면 그닥 좋진 않아. 어디까지나 응급처치니까.

가까운 시일 내에 동쪽 나라에 매개를 조달하러 가는 게 좋겠군.

 

현자

그렇군요. 파우스트에게 있어서 결계는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니...

 

그때, 노크 소리가 났다. 무심코 둘이서 문쪽을 본다.

 

파우스트

오늘은 손님이 많군.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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