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시노

방금 엄청 큰 말 조각상 봤어? 분명 왕자의 증표일거라고.

사서 마법관에 장식하자.

 

파우스트

안 살거다.

 

시노

왜지. 멋있는데.

두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지?

 

미틸

엑? 확실히 멋지긴 한데요...

 

현자

가지고 가기에는 좀 크다고 할까...?

 

시노

크니까 좋은거다. 적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어.

 

파우스트

뭐냐 그 용도는... 됐으니까 간다.

오늘은 뭘 사러 온 게 아니니까.

 

파우스트의 방을 방문한 다음 날.

어제의 보답이라며 파우스트에게 권유받은 미틸과 나는 차를 대접받기 위해 중앙의 수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중에 복도에서 시노와 딱 마주쳐, 그도 다과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시노

그렇다 쳐도, 파우스트가 스스로 외출하다니 별일이네.

 

파우스트

시끄러. 나도 가끔은 외출 정도는 해.

 

파우스트는 시노에게 응수하며 긴장한 기색으로 걷는 미틸을 봤다.

 

파우스트

너는 희귀한 차에 흥미가 있었지.

지금 갈 가게는 어젯밤 내가 마셨던 것 같은 차나,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찻잎 같은 것도 취급하고 있어. 마음대로 시험해봐도 된다.

 

미틸

...네!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씨.

 

미틸의 얼굴이 파앗 빛났다.

자신에게 맞춰서 가게를 골라준 것이 기뻤던 것이겠지. 어제 미틸이 차에 흥미를 보인 것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자

(배려가 세심하달까... 진지하고 상냥한 파우스트다워)

 

시노

차만? 먹을 건 없는건가.

 

파우스트

정말이지, 너는 먹을 생각 뿐이로군... 다과 정도는 있겠지.

 

시노

레몬파이는?

 

파우스트

글쎄. 그것까진 기억 안 나는군.

 

시노

흐응. 뭐 됐어.

파우스트와 차를 마시고 왔다고 나중에 히스에게 자랑해주지.

 

미틸

히스클리프 씨는 마법관에 안 계신가요?

 

그 순간, 시노는 어린애처럼 입을 삐죽 내밀었다.

 

시노

그 녀석은 본가에 용무가 있어서 블랑솃으로 돌아갔어.

나도 갈 생각이었는데 딱히 필요없다고 거절당했다. 호위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도 히스 녀석, 혼자서도 괜찮다고 무뚝뚝하게 말해서...

 

현자

싸운건가요...?

 

시노

싸운 게 아냐. 의견 차이라는 거다.

좀 심한.

 

파우스트

싸운 거잖아, 그건.

 

시노

그 녀석은 화를 잘 내는데다 고집이 너무 세.

...나도 좀 심하게 말하긴 했지만.

 

풍선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시노의 말이 약해진다. 화는 이미 없어졌고 지금은 단지 삐진 것뿐이라고, 그 목소리가 말하고 있었다.

 

미틸

그럼 히스클리프 씨가 돌아올 때를 위해서 맛있는 과자를 준비해두지 않을래요?

힘들게 돌아왔을 때 달콤한 게 있으면 행복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니까요.

 

시노

좋네, 그거. 좋은 생각이다!

 

미틸

저도 리케랑 싸웠을 때는 간식을 가지고 사과하러 가거든요.

 

시노

우선 과자로 회유하는 건가. 꽤 하는 걸, 미틸.

리케는 달콤한 걸 엄청 좋아하니까 말이지.

 

미틸

아, 아니예요! 화해의 증표라구요.

시노 씨도 화해를 위해 힘내도록 하죠.

 

시노

...그렇지. 맛있는 과자를 골라보자고.

 

소중한 친구를 가진 동지라서일까. 성격은 전혀 다른데도 시노와 미틸은 상성이 좋아 보였다.

어리면서도 순수한 그들의 대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파우스트

.......

 

파우스트도 똑같이 느낀 것인지, 흐뭇한 듯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

 

현자

오늘 외출, 시노가 함께해서 다행이네요.

 

파우스트

그럴지도 모르지.

 

현자

그러고보니 피가로를 부르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요? 미틸은 두 사람이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요.

 

파우스트

일단 권유는 했지만 자기는 됐으니까 미틸과 재밌게 다녀오라더군.

 

현자

앗, 그랬군요. 뭔가 달리 용무라도 있었던 걸까요.

 

파우스트

글쎄. 단순히 나 같은 저주상과 외출하는 게 싫었던 것뿐일지도 모르지.

 

현자

(조금 목소리가 차가워졌어...)

죄, 죄송해요.

 

파우스트

아, 아니 그게... 사과하지 않아도 돼.

나도 어른스럽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라스티카

자, 두 사람도 같이 웃자. 악수를 하고 화해하도록 하죠.

 

파우스트・미틸・시노

!?

 

놀라서 뒤돌아보자 라스티카가 서 있었다. 마법관의 복도에서 마주친 것처럼,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미소짓는다.

 

라스티카

그런데 다과회라면 나도 함께해도 될까?

 

현자

라, 라스티카?

 

시노

혼자라니 별일이네.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라스티카

좋아하는 가게에 홍차를 사러 왔어요.

멋진 의상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클로에가 아침부터 작업에 몰두하고 있어서 저는 맛있는 홍차를 내려서 응원하자고 생각했거든요.

 

현자

그랬었군요.

 

미틸

라스티카 씨는 상냥하시네요.

 

라스티카

후후, 고마워.

그보다도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야.

설마 운명의 만남을 이룬 뒤에 이렇게 현자 님 일행과 만나다니.

 

파우스트

...운명의 만남?

 

우리는 조건반사처럼 라스티카가 손에 들고 있는 새장을 봤다. 안에는 한 마리의 작은 새가 있다.

 

현자

그, 그건...?

 

라스티카

네. 제 신부예요.

 

현자

(똑같은 패턴이다...!)

 

시노

또 저질러버렸나, 사람 잘못 보고.

 

미틸

라, 라스티카 씨. 그 새는 정말로 신부가 맞나요?

 

파우스트

내 직감이 정확하다면, 백 퍼센트 아니다.

 

라스티카

그런가요? 말하고 보니 다른 것 같네요.

자, 나오렴. 《아모레스트 뷔엣세》

 

라스티카가 경쾌하게 주문을 외우자 작은 새는 금세 남성의 모습이 되었다.

 

남성

...!

 

미틸

괜찮으세요?

 

남성

히익...!

 

남성은 백발이 섞인 노인으로, 마법사처럼 로브를 몸에 걸치고 있었다. 새로 변했어서 그런지 매우 무서워한다.

 

현자

라스티카, 이 분은 누구...?

 

라스티카

제가 아까 들렀던 마법도구를 취급하는 가게의 마법사 주인이예요.

지나가는 길에 상품을 보고 있었더니 저에게만 특별하게 해준다고 손짓하며 비장의 상품을 추천해주셨어요.

그게 한 눈에 보고 기뻐할 정도로 아름다운 물건이었어서...

 

남성

『이렇게나 멋진 걸 골라주시다니, 분명 제 신부가 틀림없군요!』라며, 눈 깜짝할 사이에 나를 새로 만들었어!

그, 그렇게나 원한다면 줄 테니까, 목숨만은 살려줘...!

 

창백해진 남성은 손에 쥐고있던 무언가를 라스티카에게 떠맡기듯이 건네고 쏜살같이 도망쳐버렸다.

 

미틸

가버렸네요...

 

라스티카

제 신부가 아닌데도 선물을 주다니, 무척 친절한 분이네요.

 

파우스트

서쪽 나라에서는 저걸 선물이라고 해석하는 건가...?

 

시노

뭘 받은거지?

 

라스티카

이거야.

 

라스티카가 손바닥을 펼치자 거기에는 작은 돌이 있었다. 우리는 무심코 숨을 삼켰다.

 

시노・미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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