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중앙 나라&동쪽 나라~

 

카인

기사의, 망령...

이름부터 그렇듯이, 그 녀석은 사람을 습격하는 건가.

 

현자

네. 부상 당한 사람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해요.

숲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공포에 떨면서 『포학의 기사』라고 부르고 있다는 듯해서...

 

아서

하지만 그뿐만이 아냐.

이 이변에 관해서는 또 하나 큰 걱정거리가 있어.

침묵의 숲을 빠져나오면 작은 마을이 있는데, 그곳의 주민들은 숲을 지나가지 않으면 주변의 거리나 마을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불가능해.

그렇지만 숲에 들어가면 포학의 기사에게 습격당하게 돼. 그 결과, 외부와의 교역이나 교류가 멈춰버렸다고 해.

 

카인

즉, 이대로면 가까운 시일 내에 기아나 내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인가...

 

아서

맞아. 그것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막지 않으면 안 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심각한 상황을 상상한 것인지, 아서가 괴로운 듯 눈을 아래로 깔았다.

 

리케

아서 님, 안심하세요.

약한 자들을 구원하는 것이 저희, 신비한 힘을 가진 자의 역할이니까요.

곧바로 현지로 가서 이변을 해결해 버리죠.

 

아서

그래. 고마워, 리케.

 

시노

사정은 알겠어.

아까도 말한 것처럼, 이번 임무는 우리들 동쪽의 마법사도 동행한다.

오즈는 밤에 마법을 쓸 수 없어. 손은 많은 편이 좋겠지.

 

오즈

.......

 

현자

(특별히 반론하지 않는구나...)

 

카인

동쪽의 마법사들이 함께라면 든든하지!

 

시노

훗, 나한테 전부 맡겨둬.

 

히스클리프

아하하...

우선 파우스트 선생님과 네로에게도 상담하고 올게요.

 


 

시노

기다렸지.

 

파우스트・네로

.......

 

현자

(꽤 무리하게 데려온 느낌이다...)

 

네로

어... 히스 일행에게서 사정은 들었어. 우리도 동행해주었으면 한다고?

포학의 기사, 라고 하는 놈의 토벌...

 

현자

네, 네. 갑작스럽게 죄송하지만,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파우스트

시노와 히스클리프만 가게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할 수 없군. 이번 임무, 우리들도 협력한다.

네로도 그거면 괜찮겠나.

 

네로

뭐어, 내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현자

(그리고 엄청나게 떨떠름해 한다...)

 

파우스트

바로 출발한 건가?

 

아서

그래. 사태는 일각을 다투니까.

 

파우스트

.......

《사틸크나트 물크리드》

 

현자

와앗...!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우자 순식간에 우리들 전원의 옷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했다.

 

시노

...!

 

히스클리프

깜짝 놀랐네... 이 옷은 대체...

 

세련된 검은색과 회색을 바탕으로 한 옷은 두꺼운 천으로 튼튼하게 되어 있었다.

가느다란 자수와 장식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파우스트

클로에에게서 맡아두었던 거다. 이번 임무는 위험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아.

이걸 입고 가는 편이 나아.

 

시노

파우스트가 클로에에게서? 왜?

 

네로

의외네. 설마 파우스트가 디자인 상담이라도 해준 건가?

 

파우스트

반은 맞다. 상담에 어울려준 건 천의 강도를 올려줄 기술이 없을까 하는 내용이었지만 말이지.

 

리케

강도, 말인가요?

 

파우스트

...중앙과 동쪽의 마법사는 임무 중에 상처를 입는 일이 많으니까.

그걸 좀 더 지원해줄 방법이 없을까 그는 고민하고 있었다고 한다.

 

히스클리프

클로에...

 

카인

그 녀석에게는 엄청 걱정을 끼치고 말았네...

 

파우스트

그러니까 옷에 수호를 더하는 마법을 알려줬다. 그 뿐이다.

 

옷에 입혀진 클로에의 배려와 상냥함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현자

나중에 클로에에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아서

맞습니다. 클로에의 배려를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모두들 무사히 돌아오도록 하죠.

 


 

우리는 오즈의 마법으로 침묵의 숲 바로 근처에 위치하는 작은 마을의 입구로 향했다.

석조바닥과 우물, 벽돌집이 늘어서 있고, 마을을 둘러싸는 것처럼 커다랗게 펼쳐진 숲이 보인다.

 

히스클리프

이 마을의 바깥에 펼쳐져 있는 게 침묵의 숲인 것 같네요.

 

카인

맞아. 그건 그렇고, 마을에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걸...

 

시노

보이지 않아도 아는구나.

 

카인

알다마다. 이 정도로 마을 전체가 슬픈 분위기에 휩싸여 있으면 말이지.

 

아서

저건...

 

오즈

왜 그러지.

 

아서

집의 그림자에 주민이 있습니다.

 

현자

아, 정말이다. 우선은 마을의 상황을 자세히 아는 편이 좋을 듯하니, 말을 걸어보죠.

 

아서

갑작스럽게 미안. 잠깐 괜찮을까?

 

청년

......!

뭐, 뭐야, 누구야 당신들.

 

카인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카인. 현자 님의 마법사입니다.

 

카인이 아서를 아무렇지도 않게 감싸는 것처럼, 곤혹스러워 하는 청년의 사이에 끼어들어 악수를 구하듯이 손을 내밀었다.

 

청년

당신들이, 그 현자의 마법사...?

 

카인

그래, 맞아. 괜찮다면 당신의 이름을 듣고싶어.

 

루스타

...나는 루스타다.

 

카인

고마워, 루스타.

실은 우리들은 침묵의 숲에서 일어나는 이변을 조사하러 온 거야.

『포학의 기사』라는 망령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뭔가 아는 거 있어?

 

루스타

포, 포학의 기사...!

 

그 이름을 꺼낸 순간, 루스타 씨의 표정이 명확하게 굳었다.

그는 무언가 커다란 것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우리들에게서 떨어지고 목소리를 떤다.

 

루스타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다른 녀석에게 물어봐줘...!

 

카인

어, 잠깐...!

 

리케

...가버렸네요.

 

현자

왠지 우리를 엄청 무서워하는 것 같았어...

 

카인

아니, 저 녀석이 무서워하는 건 우리가 아냐.

분명 포학의 기사야.

 

현자・리케

어?

기사와 신의의 콘체르토 ~중앙 나라&동쪽 나라~

 

현자

으음, 안 보이네요...

 

리케

이 시간에는 숲에서 자주 단련을 하고 있다고 카인에게서 들은 적 있는데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는 어느 날의 일.

나와 리케는 마법관 근처의 숲에서 카인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리케

어라? 수풀 방향에 있는 것, 카인일까요?

 

현자

아, 정말이네요!

 

리케가 가리킨 쪽을 보자 진지한 표정으로 검을 들고 자세를 취하는 카인의 모습이 있었다.

 

카인

하앗!

읏, 타앗!

 

그의 주변 공기는 잘 손질된 날붙이처럼 팽팽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날카로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현자・리케

...멋있어...

 

시노

나도 저 정도는 단련한다고. 다음번에 보여주도록 할까.

 

리케

와앗!?

 

현자

시노...? 거기다 히스도!

 

히스클리프

안녕하세요, 현자님, 리케.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현자

아뇨, 괜찮아요. 혹시, 두 사람도 훈련 중이었나요?

 

시노

그래. 어제 파우스트에게 배웠던 마법을 시험삼아 해보고 있었어.

 

히스클리프

현자님 일행은 카인에게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가요?

 

현자

그렇긴 한데요...

카인의 진지한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할까, 그만 넋을 놓고 보게 되었네요.

 

리케

아, 아뇨. 저는 저런 야만적인 걸...

 

카인

뭐야, 두 사람 다. 고마운 말을 해주고 말이야.

 

현자・리케

카인!

 

카인

근처에 누군가가 있는 건 기척이 나서 알고 있었지만, 현자님 일행이었을 줄이야.

 

생글거리게 웃으면서 카인이 가까이 온다.

털털한 몸짓으로 오른손을 드는 그에게 모두들 하이파이브를 했다.

 

현자

죄송해요, 훈련을 방해해버렸네요.

 

카인

신경쓰지마. 마침 슬슬 휴식하려고 하던 참이야.

 

리케

카인은 항상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가 있는 걸 알아차리는군요...

 

카인

익숙한 것 뿐이야. 기사단에 있던 시절에는 캄캄한 숲 속에서 마물과 싸우는 일도 있었으니까.

 

히스클리프

아서 님에게서 들은 적 있어. 기사단에 있던 시절부터 카인은 대단한 기사로 국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시노

흥.

즉, 카인은 최강의 기사였다는 건가.

 

카인

글쎄 어떨까. 이 세계는 넓고 나보다 더 강한 녀석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겸손한 것처럼도 말한 카인은 어딘가 만족한 듯한 모습으로, 마치 자신의 소중한 비밀을 알려주려는 것처럼도 보였다.

 

현자

그건 오즈나 북쪽의 마법사들에 관한 것인가요?

 

카인

확실히 그 녀석들은 나보다 강해. 마법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지.

 

리케

그럼, 마법 없이라면 카인이 강한가요?

 

카인

글쎄... 검술만으로 싸우면 나한테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말이야, 줄곧 동경하는 기사가 있어.

사람들 사이에서는 전설의 기사, 라고 불리는 녀석인데...

 

현자

전설의 기사, 말인가요?

 

카인

그래. 어릴 때는 '언젠가 나도 그 정도로 강하고 멋진 기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검이라 생각한 나무 막대기를 휘둘렀다고.

고향 친구 중에도 동경하는 녀석은 많으니까 같이 기사 놀이를 하면서 말이야.

 

현자

와아, 엄청나게 귀여운 추억이네요!

 

리케

카인이 동경하는 기사...

 

히스클리프

분명 무척이나 대단한 사람이겠죠.

어떤 사람인가요? 나도 아는 사람일려나.

 

카인

어떨까? 중앙의 나라에서 유명한 기사였으니까 말이야.

이름은---

 

아서

리케, 현자님! 카인을 찾으셨군요.

 

시노

여어, 아서.

 

히스클리프

안녕하세요, 아서 님.

 

아서

안녕. 시노 일행도 같이 있었구나.

 

현자

죄송해요, 그만 이야기에 열중해버려서...

일부러 찾아와주신 거군요.

 

아서

신경쓰지 마세요. 저도 조금 전에 오즈님을 찾은 참이니까요.

오즈 님께서는 담화실에서 기다리고 계셔.

카인, 너도 오지 않을래?

 

카인

그래. 혹시 무슨 일 있었어?

 

현자

네. 중앙의 마법사 분들께 부탁하고 싶은, 새로운 의뢰가 왔어요.

 

시노

토벌인가.

 

진지한 얼굴이 된 카인과 의뢰내용에 흥미를 표하는 시노에게 아서가 대답했다.

 

아서

...맞아.

요즘 중앙 나라의 변경 숲에서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습격하는 『포학의 기사』라고 불리는 자가 나타났다는 듯해.

 


 

숲에서 돌아온 후.

우리는 담화실에 있던 오즈와 합류해 의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로 했다.

 

시노

여어, 오즈.

 

히스클리프

아, 안녕하세요, 오즈님...

 

오즈

.......

 

시노

토벌이라면 우리도 동행하고 싶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줘.

 

오즈

마음대로 해라.

 

히스클리프

가, 감사합니다.

허가 받아서 다행이네, 시노.

 

시노

히스는 오즈 앞에서 항상 긴장이 심해.

오즈도, 중앙의 마법사들에게도 우리가 있는 편이 도움된다고.

 

히스클리프

아니, 네 마음이 너무 강하다고는 생각하는데...

 

오즈

.......

 

아서

모두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해.

급한 일이지만, 이번 의뢰에 관해 설명을 들어줘.

이번 의뢰는 침묵의 숲이라고 불린 장소에서 출몰한 『포학의 기사』를 토벌해 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야.

보고에 의하면 <거대한 재앙> 이후부터 밤이 되면 숲에 기사의 망령이 빈번히 나타나게 되었다는 듯해.

 

07. 화원에서

 

"좋았어! 아름다워! 이 무슨 기적인가! 어떻게 된 거야, 이 세상은! 설마 이런 결말이 있었다니!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이야기는 원만히 해결됐다. 그녀는 긴 성배탐색을 끝내고 자신의 운명을 인정했다. 싸움에 지쳐 포기했던 것이 아냐. 그녀는 틀림없이 성배를 손에 넣었고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부정한 거야!"

누가 뭐라고 하든 왕은 최선의 길을 선택했다. 멸망하기는 했어도 이 결말은 잘못되지 않았다.

그 인생은 자랑할 만한 것이었다고. 그것을 마지막에 그녀가 받아들였다면 이제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네가 목표로 했던 것. 네가 남긴 것. 네가... 나에게 주었던 것.

그 모든 것들이 나의 보수다.

"그런데 그 고집 센 아가씨가 패배를 인정한 건 놀라운걸. 어지간히도 이상한 만남이 있었나보군. 나에게 보이는 것은 이 시대뿐이니 어떤 시대인지는 모르겠어. 적어도 미래라면 전말이 기대되겠는데."

'고마워요, 멀린.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있어서 당신은 위대한 스승이었습니다.'

"그때는 난처했지. 그런 아무래도 좋을 말이 이렇게 아프게 들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그것도 자업자득인가. 이제 볼 만큼 봤어. ...아니, 충분할 정도로 아름다운 걸 봤군. 자, 가렴, 캐스팔루그. 나는 여기면 돼. 너는 자유롭게 정말로 아름다운 걸 느껴보도록 하려무나."

마술사는 아무런 감개도 없이 마지막 동거인을 창문으로 떠나보냈다.

세상에서 가장 머나멀고 폐쇄된 감옥. 하지만 다른 세계의 어디보다도 꽃이 만발한, 변하지 않는 기억의 동산.

낙원의 정원, 가든 오브 아발론.

죽음을 잊은 남자는 여기서 별의 끝을 기다린다.

왕의 이야기는 이리하여 낙원의 끝에서 이야기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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