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뿌리내린 진료소의 랩소디~남쪽 나라&동쪽 나라~
피가로
지하에 묻혀있는 산의 늪은 마법사의 저주에 이끌리듯 이동하고 있어.
이 주변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게 그 증거야.
마을의 주거구역에까지 영향이 미치면 큰일이야. 늦기 전에 손을 써두는 게 좋을거라 생각해.
레녹스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망설이는 와중, 레녹스가 무겁게 묻는다.
레녹스
...그건, 이 진료소를 없앤다는 뜻입니까...?
피가로
그렇게 되겠네.
현자
그럴수가....
피가로
벌써 여기저기서 피해가 나오고 있어. 우물쭈물해 있을 시간이 없으니까 말야.
파우스트・레녹스
.......
우리는 할 말을 잃고 침묵에 잠겼다.
방금 전까지 진료소의 미래에 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훈훈한 실내 공기가 확 차가워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피가로가 하는 말은 옳을지도 모른다. 이 이상으로 피해가 넓어지기 전에 이변을 방지하는 것이 마땅할 터.
현자
(...하지만)
이 풍경을 반갑다며 기뻐하던 루틸과, 언젠가 이 곳에서 피가로와 함께 일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으며 꿈을 이야기하던 미틸.
그리고 피가로를 의지하여 방문한 부부의 얼굴. 그들이 피가로의 모습을 보았을 때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웃음꽃이 피던 모습이 눈꺼풀 뒷편에 떠오른다.
아주 짧은 체류 중에도 이곳이 둘도 없는 장소라는 것을 그들은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현자
(그런 소중한 장소를 없앤다니...)
정말 괜찮을까.
이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쉽게 결정해버리면 후회하지 않을까.
피가로
그렇게 무겁게 받아들이지 마. 진료소를 포기할 뿐인 거야.
미틸
잠시만요!
루틸
어떻게 된 건가요!?
레녹스
미틸, 루틸.
파우스트
너희들, 벌써 돌아온 건가?
히스클리프
죄송해요. 시노가 도중에 배가 고프다고 해서...
시노
갑자기 생각났다. 아직 점심을 먹지 않은 게.
네로
것보다 방금 그 이야기는 어떻게 된 거야? 진료소를 포기한다니...
피가로
말 그대로야. 진료소는 처분하기로 했어.
미틸
그럴수가, 대체 왜...
피가로
이변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어. 나도 이 진료소에는 애착이 있고 추억도 아주 많아.
그래도 이대로 있다간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슬퍼할지도 몰라.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하는 일이란다.
미틸
어, 어떻게든 없애지 않는 건 안 되나요? 여기는 저희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추억이 아주 많은데...
미틸의 목소리에서 감출 수 없는 동요가 느껴졌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피가로가 극히 차분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대답한다.
피가로
없애지 않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위험이 동반되고 제법 손이 많이 가.
여기는 미틸의 휴식도 겸해서 온 거니까 말이야. 의뢰는 빨리 끝내고 다같이 느긋하게 쉬고 싶잖아.
미틸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의 말을 듣고 미틸은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
피가로는 아주 오랫동안 살아온 마법사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집을 없앤다는 것은 별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진료소도 오랜 시간을 살아오는 동안 잃거나 얻은 것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미틸에게 있어서는 어릴 적 추억이 많이 남아있는 장소이고, 방금 전까지도 다같이 평화롭게 지내던 곳이다.
그런 장소를 갑자기 없앤다고 들으면 망설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의 눈동자에서 슬픔과 반발심이 느껴졌다.
미틸
게다가... 제가 장래에 약사가 되면 여기서 일하게 해주신다고, 아까...
피가로
...미틸. 너는 현명하니까 알겠지?
미틸
.......
모르겠어요.
무척 슬픈 듯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미틸은 고개를 저었다.
미틸
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알고싶지 않아요...!
시노・히스클리프
미틸!
루틸
잠깐만, 미틸.
죄송해요, 진료소에 관한 건 선생님께서 결정하실 일인데. 하지만 미틸에게도 생각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아요.
미틸을 쫓아 세 명이 달려나갔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잠시 동안 진료소는 조용해졌다.
피가로
...납득하지 못한 걸까. 역시 남쪽의 젊은 마법사는 토지에 집착이 있네.
레녹스
지금은 당신도 남쪽의 마법사입니다.
레녹스가 낮은 목소리로 던졌다. 한숨을 내쉬는 듯한 태도에 피가로가 천천히 그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레녹스
저도 미틸과 같은 의견입니다.
현자
레녹스...
피가로
뭐야. 레녹스까지 반대하는 거야?
레녹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나서 포기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는 쓸데없는 일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피가로
시간이 있다면 쓸데없는 일이나 수고가 들어도 사랑할 수 있는 법이야. 지금은 그렇지 않고.
다소의 희생은 따르기 마련이야. 수수방관한 채 나무를 시들게 할 바에, 난 차라리 병든 가지를 꺾을거야.
레녹스
가지도 아픔을 느낍니다. 그 가지에 앉아 쉬는 작은 새들도 있을 거고요.
이런 일을 반복하니까 잃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게 아닙니까. 저는 당신처럼 딱 잘라버리진 못합니다.
레녹스의 목소리는 조용하고도 반항적이었다.
피가로
너도 제법 잘 말하는구나.
그에 비해 피가로는 싫증난 왕자처럼 입꼬리를 올렸다.
두 사람 사이에 험악한 분위기가 흐른다.
네로
...저기 말야, 잘은 모르겠지만 수단은 그거 하나밖에 없는 거야?
네로의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파우스트에게로 모인다.
레녹스는 파우스트 쪽으로 완전히 몸을 틀었다.
레녹스
파우스트 님. 달리 저주를 없앨 방법은 없을까요.
조금 생각에 잠긴 뒤, 파우스트는 입을 열었다.
파우스트
.......
없는 건 아냐.
우선 당시 산의 늪과 그 마법사를 묻은 현장으로 가서, 그 토지를 파내고 원흉이 된 물건을 찾는다.
피가로는 무언가에 원한이 깃들었다고 말했지만, 아마 마법사가 지녔던 물건이나 마도구가 원인이겠지. 별로 좋은 물건은 아닐거다.
주물이 된 그걸 찾아서 정화하면 이변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몰라.
현자
정말인가요...!?
희망이 보여 그 순간 가슴이 북받쳤다. 하지만 피가로의 한숨이 그것을 싹 지워버렸다.
피가로
지상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산의 늪은 상당히 깊은 지하에 묻었어. 주물을 찾는다면 엄청난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 해.
그럴 동안에도 저주가 산의 늪을 이끌고 마을로 오지 않는다고는 장담할 수 없어.
보아하니 앞으로 남은 건 이틀 정도야.
주물이 나올 가능성은 낮고, 애초에 발견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레녹스
.......
모두에게 설명하면서도 피가로의 눈은 레녹스를 향하고 있다.
현자
(...설마 이 두 사람이 대립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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