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과 축제의 프렐류드~동쪽 나라&북쪽 나라~

 

자샤를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고, 교회에는 우리들만이 남았다.

새벽이 오기 전까지 시노와 히스클리프도 꽤 회복해 있었다.

마을 주변에 마법진 준비를 갖춘 파우스트와 네로도 돌아왔다.

성스러운 축제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파우스트

그럼 시작하지. 무슨 일이 생길 때는 부탁하겠다.

 

미스라

알겠습니다.

 

파우스트는 눈을 감았다.

 

파우스트

《사틸크나트 물크리드》

 

현자

.......!

 

세상에서 빛이 사라지고, 쿵하며 몸이 무거워졌다.

느껴본 적 없는, 거친 충격이 엄습한다.

몸이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은, 쭈욱 길게 늘려지는 것 같은, 작은 폭발이 여러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엄청나게 무서워져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척 외로워져서 고립된 불안감과, 초연한 단단함을 느꼈다.

 혼자만의 시간에서만 알 수 있는, 갈고닦인 자신의 감각이 강해져간다. 자신과 비슷한 기척이 가까이 다가온다.

 

현자

.......!

 

확 눈을 뜨자, 그곳은 신전이었다.

별과 달빛밖에 없는 고독한 신전이다. 그런데도 들어본 적 없는 음색이 들려온다.

성스러운 축제의 음색이다.

동쪽의 마법사들이 소리 높이 주문을 외우자 그들의 몸이 희미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시노

《맛차 스디파스》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블프 스노스》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파우스트

《사틸크나트 물크리드》

 

어느새 나타난 북쪽의 마법사들도 동쪽이 마법사들을 지원하듯 주문을 외운다.

 

미스라

《아르시무》

 

오웬

《크레 메미니》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슴》

 

스노우・화이트

《노스콤니아》

 

그러자 별들의 빛보다도 눈부시게 태고의 신전이 빛나기 시작했다.

커다란 빛의 기둥이 신전 중앙에 우뚝 선다.

마법사들을 감싸는 희미한 빛이 반짝반짝 빛나며, 유성처럼 커다란 기둥으로 빨려들어갔다.

번쩍거리는 눈부심에 시야가 하얗게 희미해져간다...

이렇게해서, 동쪽 나라의 성스러운 축제는 끝났다.

 


 

네로

하아... 드디어 마법관으로 돌아갈 수 있어...

 

파우스트

시노, 히스, 부상은 괜찮아졌나?

 

시노

아아.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히스클리프

자샤도 사과했고, 괜찮아요.

 

파우스트

...부상을 입게해서 미안했다. 너희들을 위험한 임무에 데려가는 건 앞으로 보류하도록 하지.

 

히스클리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다음부터는 더욱 열심히 할 테니까...

 

시노

너는 선생이잖아. 그럼 좀 더 우리에게 훈련을 시켜서, 우리를 강하게 만들라고.

 

파우스트

.......알겠다.

다음 수업부턴 더욱 엄하게 하지.

 

네로

난 쉬운 쪽이 좋은데...

 

스노우

마을 사람들도 마을로 돌아왔다네! 하지만 몇 번이나 설명해도 현자의 마법사라는 걸 믿어주지 않아.

 

화이트

자기들이 <거대한 재앙>으로부터 세상을 지켜냈다고 굳게 믿어버린 모양일세.

 

스노우

지금도 저렇게, 멀찍이 둘러싸서 우리들을 보고 있다네.

 

네로

.......

저기, 당신들!

 

촌장

...뭐, 뭐냐...

 

네로

지금까지 고생했어. 당신들 덕분에 살았다고.

세상을 구해줘서 고마워.

 

촌장

........

 

네로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들이 맡게 됐어. 더이상 무서운 생각은 안 해도 돼.

당신들은 자유야. 이 마을을 개척하는 것도, 이 마을을 나가 자유롭게 사는 것도 가능해.

 

촌장

...미... 믿을 것 같냐... 마법사의 말 따윌...

 

자샤

믿어요!

 

촌장

...자샤...

 

자샤

전 믿어요... 현자의 마법사 분들...

마을을 구해줘서 고마워요.

 

시노

또 보자, 자샤. 중앙 나라에 올 일이 생기면 마법관을 방문해.

 

히스클리프

블랑솃에도 놀러와.

 

시노와 히스클리프가 자샤에게 손을 흔든다. 맑은 눈동자로 자샤도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브래들리

그러면, 돌아가볼까.

 

미스라

그런데 오웬. 강한 마력의 기척이 당신의 트렁크에서 납니다만, 희소가치가 높은 마나석이라도 들어있나요?

 

오웬

몰라. 기분 탓 아냐?

너야말로 그 커다란 물고기의 시체는 어떡하게?

 

미스라

마법관에서 구워볼까해서.

 

네로

어이어이, 부엌은 쓰지 말라고...

 

힘들었던 임무가 끝난 직후이지만, 화목한 대화에 나는 무심코 웃었다.

올려다보니 선명한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되살려야 하는 태고의 신전은 앞으로 2개...

기적과 축제의 프렐류드~동쪽 나라&북쪽 나라~

 

현자

시노! 시노, 정신 차려요...!

 

시노

...윽, 히스는...?

 

현자

무사해요. 오웬, 시노를 도와주세요!

 

오웬

헤에. 이 마법사의 돌, 대단한 마력이잖아.

왜 부서지지 않았을까? 죽기 직전에 마법으로 형태를 유지한걸까?

혼자서 돌이 되는 건 외로우니까 누군가가 눈치채주길 바란 걸지도 모르겠네. 후후.

나, 여기서 죽었어 라고.

 

현자

오웬...! 시노가...!

 

자샤

...저, 상처를 지혈할게요. 시노...

시노, 힘을 내.

 

현자

자샤... 고마...

.......!

...물고기 머리가, 3개나 나타났어...!

 

자샤

...헉, 이... 이젠 끝났어...

 

오웬

다수의 레모라... 마력이 약해져서 마법사의 돌을 노리고 왔구나.

안 줄 거야. 이건 내 거니까.

 

현자

어디 가는 건가요, 오웬!

 

오웬

이 돌을 숨길거야. 미스라가 보면 빼앗을테니까.

그런 건 절대로 싫으니까 말이지.

 

현자

부탁드려요! 도와주세요!

지금은 그럴 때가...

 

내 말을 듣지 않은 채 돌이 된 마법사와 함께 오웬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그가 사라진 장소를 바라보며, 나는 망연히 서 있는다.

 

현자

...자, 장난이지...?

 

자샤

.......! 이쪽을 향해 온다...!

 

현자

.......!

 

나는 순간적으로 떨어져있던 시노의 대낫을 주웠다.

 

현자

자샤, 물러나세요! 여... 여긴 제가...!

 

자샤

다, 당신도 마법을 쓸 수 있는건가요!?

 

현자

못 써요! 하지만 어떻게든 될 거예요!

이건 영웅의 대낫이니까...!

 

영웅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말했던 시노를 떠올리며, 기도하듯 대낫의 자루를 쥐었다.

그러자...

 

시노

...으윽, ...그 말대로다...

 

쓰러질 듯 하면서도 시노가 일어섰다. 볼이 선혈로 물들었어도 생기를 잃지 않은, 예리한 눈동자로 괴어를 노려본다.

 

시노

그걸 넘겨줘... 당신은 내가 지킨다.

그게 내 역할이야.

 

히스클리프

...현자 님... 위험해요, 도망치세요...

 

시노에 이어 히스클리프도 몸을 일으킨다. 너덜너덜하게 상처입었으면서도, 두 사람은 우리를 지키려고 했다.

가슴이 꽉 조여온다. 하지만 고맙다고도, 도망가라고 말할 틈도 없이 세 마리 거대어의 머리가 쫓아왔다.

찰나, 어둠에 달빛이 스며들듯이 늠름한 목소리가 울려왔다.

 

파우스트

《사틸크나트 물크리드》

 

눈을 뜨자, 마도구인 거울을 공중으로 치켜든 파우스트가 우리를 감싸듯이 서 있었다.

거대어들은 거울에서 흘러나온 빛에 맞아, 어떠한 힘에 짓눌린 것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현자

파우스트...!

 

파우스트

늦어서 미안하다.

 

파우스트는 상처투성이인 시노와 히스클리프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을 질책하듯이 괴로운 얼굴을 한다.

 

파우스트

시노... 히스...

내가 있었는데도, 이런 꼴로...

...마무리 해주지! 지옥의 괴어놈들!

 

네로

파우스트!

 

네로의 목소리가 울리고 나는 얼굴을 들었다. 빗자루로 하늘을 날면서 네로는 파우스트의 옆에 내려선다.

상처투성이인 시노와 히스클리프를 지키듯이 등을 맞대는, 파우스트와 네로의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동쪽의 마법사들은 홀로 있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상처입은 동료가 있을 때면, 동료가 위험할 때면, 망설이지 않고 달려나가서 하나로 뭉친다.

혼자서 도망치는 것도, 혼자서 숨을 수 있는데도.

그들의 그런 점이 좋다.

 

시노

...파우스트, 네로...

 

네로

열심히 했어. 이젠 괜찮아.

집으로 돌아가면 비장의 레몬파이를 구워줄게.

 

시노

...좋았어...

 

파우스트

이걸로 끝이다.

《사틸크나트 물크리드》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용솟음치는 눈부신 빛 속에서 무서운 거대어의 머리가 순식간에 검은 먼지가 되어 사라져간다.

시노의 상처를 지혈하면서 자샤는 숨 죽이며 그 광경에 넋을 놓았다.


 

거대어 세 마리가 소멸한 무렵, 남은 북쪽의 마법사들도 교회로 달려왔다.

 

스노우

마을 사람들은 안전한 장소로 피난시켰다! 현자여, 괜찮은가!?

 

미스라

다른 물고기들도 한꺼번에 죽여뒀습니다.

 

화이트

시노! 히스클리프!

아아, 이렇게 크게 다쳐선... 안타깝구나...

지금 낫게해주마.

 

시노

...꼴불견이었어...

 

쌍둥이의 치유마법을 받으면서 시노가 작게 중얼거린다. 시노는 피를 많이 흘려서 축 늘어져 있었다.

나는 시노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현자

멋있었어요. 줄곧.

지켜줘서 고마워요, 시노...

 

시노가 살짝 웃는다. 시노가 걱정하듯이 바라본 끝에는, 히스클리프도 새파래진 얼굴로 미소짓고 있다.

 

히스클리프

나, 폐 끼친 걸까...

도중부터 기억이 애매해서...

 

시노

도끼에 베여서 의식을 잃었어.

 

히스클리프

...그것 뿐이야? 뭔가...

기묘한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

 

시노

그것 뿐이다.

 

시노는 아직 말하지 않을 듯하다.

기적과 축제의 프렐류드~동쪽 나라&북쪽 나라~

 

현자

시노! 시노...!

 

기분 나쁜 거대어에게 물려서 어딘가로 끌려가는 시노를, 나는 필사적으로 뒤쫓았다.

 

시노

...큭, 도망쳐, 현자...

 

현자

싫어요...! 시노, 마법을 써요...!

 

시노

《맛차-...》

...윽, 크윽...

 

물보라와 작은 돌을 흩뿌리면서 시노를 문 거대어가 엄청난 속도로 교회 바닥 아래로 기어들어가려 한다.

나는 있는 힘껏 달렸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이제 곧, 시노에게 손이 닿을 것 같다.

 

현자

(분명 시노를 구할 수 있을거야. 지금까지 마법사에게 닿았더니 신비한 힘을 얻은 적이 있잖아)

(난 시노를 구할 수 있어! 그러지 않으면, 안 돼...!)

 

손끝을 필사적으로 시노에게 뻗는다.

그러나 닿을 것 같던 순간, 등 뒤에서 충격을 받아 나는 넘어졌다.

 

현자

...윽. ...히스...

 

내 위에 올라탄 히스클리프가 차가운 두 눈으로 입맛을 다신다.

금발이 반대로 검게 변해간다.

 

시노

...현자...! 히스...

 

괴로워하는 시노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더이상 안 될 것 같다, 라고 생각했다.

그 때...

사납게 우는 개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현자

.......!

 

3개의 머리를 가진 커다랗고 늠름한 개가, 옅은 어둠을 빠져나가 거대어의 목덜미를 물었다.

 

현자

(뭐야!? 저 개...!?)

 

거대어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격렬하게 몸을 뒤틀었다. 그리고 커다란 입을 쩌억 벌린다.

피투성이의 시노가 그곳에서 굴러떨어졌다.

 

시노

...으, 으윽...!

 

현자

시노...!

 

시노의 곁으로 달려가려고 해도, 히스클리프에게 눌려있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 때에, 탁하는 소리를 울리면서 내 머리 옆에 검은 구두가 보였다.

뒤이어 털썩 트렁크가 놓인다.

그 트렁크를 나는 알고 있었다.

오웬의 마법도구다.

 

현자

...오웬...!

 

오웬은 기분 좋아보이는 듯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웬

안녕, 현자 님. 도와줄까?

 

나는 번개같은 속도로 끄덕였다. 오웬은 시시한 듯이 눈썹을 치켜뜬다.

 

오웬

그렇게 쉽게 부탁받으면 재미없어.

 

그 순간 목구멍에서 울음소리를 내지른 히스클리프가 오웬에게 뛰어들었다.

오웬은 가볍게 모습을 감췄다가 다시 나타나서, 히스의 손목을 잡았다. 예리한 발톱을 확인하고 재밌는듯이 웃는다.

 

오웬

다시 짐승이 되었구나. 동쪽의 귀공자는.

하지만 아직 나랑 놀기에는 이르려나. 다음에 또 보자.

《크레 메미니》

 

주문을 듣자마자 히스클리프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털썩하고 바닥 위에 무너져내린다.

 

현자

히스...!

 

쓰러진 히스클리프의 반대편에는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개가 게걸스럽게 거대어의 머리를 먹고있다.

세 머리 중 하나가 오웬을 돌아보며 크르릉하며 울기 시작한다. 이윽고 다른 두 머리도 엄니를 드러내고 위협했다.

 

현자

어... 어째서 오웬을 위협하는 건가요?

 

오웬

내가 싫은거야. 항상 트렁크에 가두니까.

잡아먹히기 전에 빨리 끝내버리자.

 

무서운 포효를 울리며 오웬에게 덤벼든다. 오웬은 트렁크 뚜껑을 열면서 다시 주문을 외웠다.

 

오웬

《크아레 모리트》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개는 환상처럼 트렁크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마을 사람

꺄아아아악!

 

네로

빨리 도망쳐! 지반이 두꺼운 곳으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

 

마을 사람

으아아아악! 여기에도...!

 

네로

...이런! 또 한 마리가...

 

브래들리

《아도노포텐슴》 !

흥! 별 거 아닌 놈이구만!

 

네로

브래드...

 

브래들리

여어.

 

네로

....... 그쪽을 맡길게! 난 마을 녀석들을 유도한다!

 

브래들리

그래, 맡겨두라고!


 

미스라

이런이런. 앞으로 몇 마리나 더 남은 건가요?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귀찮네요...

...응?

 

촌장

그만둬라! <거대한 재앙>의 분노에 닿아선 안 돼!

이대로면 세상이 멸망...

 

마을 사람

촌장 님! 촌장 님의 바로 뒤에 거대한 입을 연 <거대한 재앙>의 화신이!

 

촌장

.......!

 

마을 사람

촌장 님을 노리고 있어요! 움직이지 마세요...!

 

촌장

...으으...

 

미스라

어쩔까요? 죽일까요? 죽이지 않아도 괜찮나요?

당신은 먹힐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촌장

.......으윽.

구... 구해주게...

 

미스라

《아르시무》

 

촌장

하... 하아...

거... <거대한 재앙>이...

 

미스라

이거, 먹을 수 있을까요. 흙냄새가 날 것 같은데.

........? 살아남은 레모라가 교회 쪽으로 모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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