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현자

...!

 

화이트

...호오.

 

샤일록

이건...

 

라스티카

정말 멋져...

 

세상의 별이 전부 이곳에 모여있다. 한 순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넘쳐흐르는 빛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동굴 한편이 하늘 가득한 별로 바뀌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어딜 봐도 빛이 이어져있다.

그것은 어느 밤, 파우스트의 방에서 보았던, 그의 꿈과 같은 풍경이었다.

 

시노・미틸

...멋지다...

 

네로

이거 전부 돌이 빛나고 있는거야...?

 

오웬

.......

 

천장에서부터 끊임없이 선명한 빛이 쏟아진다. 소리도 없이, 차갑지도 않은, 상냥한 빗방울처럼.

우리들은 잠시 동안 시간도 장소도 목적도, 그 무엇도 잊어버린 채, 동굴에 펼쳐진 몽환적인 별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파우스트

.......

 

파우스트는 반짝이는 빛 속에서 손을 펼쳐, 발광하는 돌 하나를 손에 놓았다.

차분히 살펴보고서 확신을 담아 끄덕인다.

 

파우스트

역시...

이 돌은 가지고 있으면 조금이지만 행운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어떤 소원이든 이뤄주는 게 아냐.

 

오웬

뭐...?

 

파우스트

말했던대로 이 돌에 기적같은 힘은 없다는 뜻이다.

 

진지한 얼굴로 돌을 응시하는 오웬의 곁에서 미틸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미틸

소원이 이뤄지는 돌이 아닌 건 유감이네요.

하지만 시노 씨의 소원이 이뤄진 건 뭐였을까요?

 

오웬

그래 맞아. 그 레몬파이, 뭐였던거야?

 

파우스트

단순한 우연이었겠지.

 

오웬・시노

엑.

 

화이트

그때 네로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안 좋았구먼. 아니, 이런 경우엔 다행이라고 해야할런지.

 

네로

진짜냐고...

 

라스티카

아주 조금, 이 돌이 행운을 모아준 것일지도 몰라요.

네로가 가져와준 행운이라도, 이 돌이 가져와준 행운이라도, 단순한 우연이라도, 아주 멋진 체험이 되었네요.

 

시노

레몬파이는 맛있었고 말이지.

 

시노의 말에 미소지으며 나는 동굴을 올려다보았다.

 

현자

그럼 성로의 잼에 얽힌 전설은...

 

파우스트

사실 행운을 부르는 물건이긴 하니까. 터무니없이 지어낸 이야기랄 것도 아니지.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전해지는 사이에 행운이 높아진다는 효과가, 소원을 이루어주는 돌이 되어 서서히 과장되었겠지.

 

화이트

옛날 이야기에는 자주 있는 일이구먼.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살이 붙게 되니까 말일세.

 

화이트의 웃음소리가 동굴에 울린다.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에 들린 것은 오웬의 커다란 한숨이었다.

 

오웬

기대해서 손해봤어.

 

샤일록

후후. 배신당해버렸군요.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원하는 걸 얻는다니, 그렇게 쉬운 일은 없다고 의심하고는 있었지만요.

 

현자

엑. 그런가요?

그런데도 따라와주셨군요.

 

샤일록

네. 꿈이나 기대를 부풀릴 수 있는 건 미지라고 하는 재산을 가진, 우리들의 특권이니까요.

 

화이트

조그만 가능성에 걸기도 하고, 희망에 매달리려고 하는 건 마법사도 인간도 똑같은 것일세.

우리들도 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소원을 이뤄주는 돌 같은 게 없다는 것은 단정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화이트는 동굴의 돌을 하나 나에게 건네주었다.

 

화이트

그대가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고 하는 소원이 이루어졌다면 좋았겠지만... 힘이 되지 못해 미안하구먼.

 

현자

(아...)

 

내 소원을, 화이트는 파우스트에게서 들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 안타까운 듯한 시선에 무심코 입을 열었다.

 

현자

그런, 사과하지 마세요...! 저는...

 

화이트

응?

 

현자

...미틸이 말했었어요. 소중한 사람과 함께 같은 것을 보고, 함께 그때의 기분을 나누고 싶다고.

저도 똑같은 기분이예요.

그러니까, 이 풍경을 여러분과 함께 본 것 만으로 충분해요.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거예요.

 

화이트는 웃으며 작게 끄덕였다.

 

화이트

그런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우리들의 바람은 한 가지 이뤄졌구먼.

 

라스티카

소원이 이루어지는 힘은 없어도 꿈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모두와 함께 나눌 수 있었어요.

성로의 잼이 저희에게 준, 멋진 시간이예요.

 

오웬

어디가 멋지다는 거야. 결국 상처는 낫지도 않았고...

네로. 책임을 지고 마법관에 돌아가면 엄청나게 달고, 입 안이 질척질척해질 만한 거, 잔뜩 만들어줘.

 

네로

엑, 내가 잘못한거야...?

 

네로에게 따지기는 했지만, 오웬은 말하는 것처럼 불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마법사들도 실망하기는 했어도 진심으로 기운이 빠진 사람은 없었다.

분명 이 세계에도 아름다운 광경에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마법사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니까.

 

현자

(그렇구나, 분명...)

(파우스트도 화이트도,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걸 보여주려고 한 거야...)

 

아름다운 돌을 소중한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한, 미틸처럼.

 

미틸

...저기, 성로의 잼은 행운을 불러오는거죠?

그러면 원석을 들고 돌아가서 부적을 만들지 않을래요? 엄청 예쁜데다, 모두들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요.

 

파우스트

부적인가.

 

현자

그거 멋지네요...!

 

화이트

좋은 생각이구먼. 이거라면 소재로써 더할나위 없겠어.

 

시노

좋아. 한가득 들고가서 잔뜩 만들어보자고!

 

미틸

네! 마법관에 있는 모두의 몫인 부적을 만들어봐요.

 

네로

이렇게 된 거, 파우스트 선생에게 부적 만드는 법을 배워볼까.

전문가니까 기초를 배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젊은 녀석들에겐 좋은 훈련이고.

 

파우스트

전문가라니, 난 저주술사니까 정반대라고 생각하지만...

 

네로

하하, 됐어됐어. 사소한 건 신경쓰지 말자고.

 

라스티카

다같이 부적을 만드는 거야? 그거 재밌을 것 같네.

 

샤일록

다음 수업 내용은 정해졌네요.

 

화이트

오웬도 수업에 나올거지?

 

오웬

왜 나올거라 생각해?

 

시노

휴식시간에 레몬파이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오웬

...마음이 내키면 말이야.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화이트

파우스트는 말이지, 조금 어려운 면이 있지만 근본은 성실하고 올바른 남자일세.

하지만 자신의 기질과는 반대로 오랫동안 마음을 닫고 타인과 관련되는 것을 피해왔어.

...필시 과거에 인간들에게 끔찍한 배신을 당했기 때문이겠지.

 

현자

.......

 

화이트

그 상태는 무척 안타깝다네. 우리에겐 깊은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상처입히기 위해 오래 살아가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어.

 

똑 똑. 전방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물소리가 울린다.

 

화이트

...하지만 그대가 오고, 모두가 마법관에 모여 살게 되고부터는 저 녀석도 조금씩 변해왔을지도 모르겠네.

 

화이트는 행렬의 선두에서 걷는 파우스트 쪽을 바라봤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 시선을 따라갔다.

미틸 일행에게 둘러싸여 있는 그의 모습이 랜턴 빛 속에서 희미하게 보인다.

 

시노

그러고보니 미틸과 파우스트는 언제 친해졌지?

 

미틸

어?

 

샤일록

호오, 그런가요? 허투루 들을 순 없겠군요.

 

네로

민감한 부분을 팍팍 묻는구나, 너...

그래서, 어떤데? 선생.

 

파우스트

결국 묻는거냐.

 

네로

그야, 흥미롭잖아.

 

파우스트

...언제랄 것도 없어. 그는 얼빠진 선생을 닮지 않고, 성실하고 친절하다.

친해질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어.

 

미틸

...에헤헤.

 

시노・네로

헤에.

 

샤일록

후후.

 

파우스트

뭐냐 그 부담스러운 웃음은...

 

파우스트의 옆얼굴에는 쓴웃음이 띠어져 있다. 가시도 갑옷도 없는, 온화한 표정으로 보였다.

 


 

좁은 길을 끝없이 걸은 지 꽤 되었을 무렵, 드디어 조금 열린 장소가 나왔다. 더이상은 길이 없었기에, 아무래도 막다른 곳인 것 같았다.

 

라스티카

가장 안쪽에 도착한 것 같네요.

 

네로

그럼 여기가 그곳인거야?

 

모두들 랜턴을 들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울퉁불퉁 굽이치는 암벽이 펼쳐져있을 뿐이었다. 떨어지는 돌도 눈에 띄는 곳은 없다.

 

시노

...그 돌은, 없는 것 같네.

 

미틸

어디도 빛나거나 하진 않네요...

 

현자

(확실히, 평범한 동굴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혹시 이 장소가 아닌건가)

 

오웬

장난치지 말라고. 힘들게 이런 축축한 구멍 속을 걷게 만들고, 아무것도 없다고?

 

파우스트

.......

 

오웬

파우스트는 우리를 속인거야. 너희 선생은 최악의 거짓말쟁이구나.

 

악의의 시럽을 듬뿍 끼얹인 듯한 짓궂은 목소리가 파우스트 일행을 힐난했다.

 

오웬

인간들을 저주의 화염으로 너무 말린 탓에, 네 성격도 같이 눌러붙게 돼서 다 타버린 거 아니냐고.

 

시노

어이! 이 이상 지껄인다면 내가 상대하지.

 

오웬

해봐. 약하고 비굴한 동쪽의 마법사 따위가.

 

화이트

오웬. 그렇게 털을 곤두세우지 말거라.

시노도 침착하게나.

 

그들에게 충고한 화이트는 손짓하듯 동굴 벽을 매만졌다.

 

화이트

이 동굴이 성로의 잼 원석으로 되어있는 건 틀림없다네.

지금은 모두 잠들어있는 것이려나.

 

미틸

잠들었다...?

 

파우스트

그래. 반짝임을 잃어버린 것은 돌이 잠들었기 때문이다.

 

시노

그럼 두드려서 일어나게 만들면 되겠군.

 

네로

그렇게 말해도 돌을 깨우는 방법 같은 건 모른다고.

 

라스티카

클로에가 있다면 좋았을텐데.

 

샤일록

그 애는 당신을 깨우는 걸 무척 잘하니까요.

 

오웬

귀찮아. 화려한 마법이라도 먹이면 눈뜨는 거 아냐?

 

현자

그, 그러면 동굴에서 생매장되는 우리가 잠들거라구요...!

 

파우스트

위험한 짓을 하지 않아도 깨울 방법이라면 있다.

 

오웬

.......

 

파우스트의 한 마디로 동굴에 울리던 잡담이 가라앉는다.

 

화이트

성스러운 축제를 기억하는가? 그때와 비슷한 의식을 치르면 된다네.

 

미틸

성스러운 축제...

 

자연스럽게 나는 떠올렸다. <거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혼란해진 토지를 진정시키기 위해 각지에 있는 정령을 소환했던 때의 일을.

 

현자

이전에 저희들이 다섯 나라에서 치뤘던 의식말이죠.

 

화이트

음. 이 동굴에 살고있는 정령들을 소환해 축복을 부여하고, 토지가 가진 본래의 힘을 되돌리는 것일세.

그러면 잠들어있는 돌들도 되살아날 걸세.

여기에 중앙의 마법사들은 없지만 상대는 원시의 정령들 정도로 강하진 않아. 그들이 좋아하는 옷으로 호소하면...

 

네로

그렇구만. 우리들이 이 의상인 것도 그런 이유인가.

 

파우스트

그래. 이럴 가능성도 생각해서 이 토지의 정령이 좋아할 것 같은 옷을, 일단 입었다.

 

샤일록

역시 용의주도하군요. 모든 걸 내다본 건가요?

 

파우스트

확신은 없었지만 혹시나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빛이 사라진 그 돌은 소원을 이뤄서 힘을 잃은 것이 아니라, 그저 잠이 든 것 뿐일지도 모른다고. 여기 동굴의 돌들과 똑같이 말이지.

 

화이트

자, 파우스트.

 

파우스트

그래.

 

끄덕인 파우스트는 살짝 귓속말하는 것처럼 주문을 외웠다.

 

파우스트

《사틸크나트 물크리드》

 

그러자, 주변부터 우지직하며, 마치 돌에 금이 가는 듯한 작은 소리가 몇 번 울리기 시작했다.

 

파우스트

《사틸크나트 물크리드》

 

파우스트가 다시 한 번 주문을 입에 담았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그에 따라하듯이 마법사들도 주문을 외운다.

 

화이트

우리도 이어가겠네.

《노스콤니아》

 

오웬

《크레 메미니》

 

라스티카

《아모레스트 뷔엣세》

 

샤일록

《인비벨》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시노

《맛차 스디파스》

 

미틸

《올토닉 세아르시스필체》

 

마법사들의 주문이 겹치는 것과 동시에 주변이 한 순간, 눈부신 빛으로 둘러싸인다.

너무나도 눈부셔서, 무심코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1초 전과는 완전히 다른 광경이었다.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미틸

엑?

 

현자

파우스트, 역시 짚이는 곳이 있는 건가요?

 

파우스트는 옅게 쓴웃음을 지었다.

 

파우스트

...그래. 내가 태어난 고향 근처다.

꽤 오래됐기 때문에 모호하지만, 그 장소가 어딘지는 알아.

 


 

다음날 아침. 우리는 모두에게 말을 걸어서 큰 방에 모였다.

 

시노

그 돌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고?

 

오웬

틀림없어? 이 이상으로 나를 실망시키면 이 장소에 있는 전원, 살아있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줄건데?

 

스노우

음. 파우스트가 떠올려냈구먼.

옛날, 초록이 무성했던 장소라는 것 같단 말이지.

 

화이트

그래서 다함께 가자는 얘기가 됐구먼. 어제 같은 마무리는 용두사미니까 말일세.

 

스노우와 화이트는 인솔 선생님처럼 파우스트의 옆에 섰다.

신중한 파우스트는 지금부터 목적지에 관해 연장자인 두 사람과 상담하는 듯했다.

 

미틸

샤일록 씨 일행도 함께 와주신대요!

 

샤일록

네. 유혹과 자극에는 탐욕적이거든요, 저희.

 

라스티카

그 아름다운 돌의 고향이 어떤 장소인지, 꼭 이 눈으로 보고싶어서 말이야.

 

어제 봤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시끌시끌 소리를 낸다. 그 뒤에서는 네로가 싫은 기색으로 나타났다.

 

네로

...역시, 이 조합으로 가는 거구만.

 

현자

앗. 네로도 와주셨네요!

 

파우스트

내가 불러뒀다. 보호자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네로

그럴거라 생각했어! 보모냐고.

 

시노

네로도 간다면 딱 좋네. 내 활약을 히스에게 정확히 전해주는 역할, 그 2를 맡아줘.

 

네로

그 1은 누군데.

 

시노

나다.

 

네로

그 2의 역할, 필요해?

 

현자

그런데 파우스트. 돌이 있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파우스트

설명하기 보다 보는 편이 빠르겠지.

 

종이와 깃펜을 꺼내든 파우스트는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공중에 뜬 깃펜이 경쾌하게 움직이기 시작해, 새하얀 종이에 술술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현자

...앗, 지도!

 

아무래도 파우스트는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지도를 만들고 있는 듯했다. 이윽고, 움직이던 깃펜이 뚝 멈춘다.

 

파우스트

목적지는... 여기다.

 

종이 위에 정갈한 필체로 지도가 그려져있다. 그 중심 부분을 파우스트는 가리켰다.

흥미로워하는 시선이 집중된다.

 

네로

헤에? 이 장소는...

 

샤일록

중앙 나라의 변경인 것 같군요.

 

파우스트

그래. 성로의 잼 원석은 이 동굴 속에 있다.

 

오웬

흐응...

 

라스티카

성로의 잼은 그곳에서 온 것이군요.

 

미틸

지도를 단서로 나아가다니, 왠지 보물찾기 같아요!

 

시노

너무 들뜨지 마. 보물찾기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보물을 지키는 괴물이 나올지도 모르지.

 

미틸

엣...!

 

시노

걱정하지 마, 내가 쓰러뜨려주지. 성로의 잼에 괴물의 머리를 더한다면 히스에게 줄 좋은 선물이다.

 

시노와 미틸은 사이좋게 모험의 예감에 흥분한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레는 고양감이 방 전체를 둘러싸고 있던 그 순간---.

 

전원

!?

 

격렬한 폭발음이 울렸다.

 

현자

...지, 지금 건.

 

미틸

위쪽에서 들린 것 같은...?

 

오웬

혹시, 그거일려나.

 

샤일록

뭔가 짚이는 게?

 

오웬

아까 지나왔을 때 복도에서, 미스라와 오즈가 옥신각신하고 있었어. 양쪽 다 사이좋게 마도구까지 꺼내서 말이야.

 

파우스트

그거구만.

 

네로

오히려 그거밖에 없겠지.

 

스노우와 화이트는 얼굴을 마주보고 크게 숨을 내뱉었다.

 

화이트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놈들일세.

 

스노우

내버려두면 마법관이 구멍투성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어. 내가 남아서 응석꾸러기들을 돌보겠네.

화이트, 잠시 작별일세. 그쪽 일은 맡기겠네.

 

화이트

알겠네.

 

스노우는 화이트와 이별을 아쉬워하면서도 폭발음이 난 곳으로 떠났다.

 

시노

얼른 가자고. 또 방해가 들어올지도 몰라.

 

현자

그래요. 스노우가 없는 건 유감이지만, 가도록 하죠.

 

화이트

이런, 그 전에 사전준비를 해야겠지.

 

미틸

사전준비?

 

화이트

《노스콤니아》

 

화이트의 주문과 함께 전원의 복장이 변했다.

 

시노・미틸・네로

우왓?

 

샤일록・라스티카

호오.

 

갈아입은 옷은 중앙의 마법사들을 생각나게 하는 밤하늘을 품은 듯한 의상이었다.

 

오웬

뭐야 이거.

 

화이트

지금부터 향할 장소에 어울리는 의상일세.

 

현자

특별한 의상을 입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인가요?

 

파우스트

오웬. 어제도 말했지만 그 돌에는 소원을 이뤄주는 힘은 없다.

그래도 같이 갈 건가?

 

오웬

안 속는다고. 소원을 이뤄주는 효과가 없는데 이런 대인원이 여행을 떠날 이유가 없잖아.

 

미틸

예, 예쁜 돌을 원하는 건 이상한가요?

 

라스티카

전혀 그렇지 않아. 나도 무척 좋아하는걸.

다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로 재미있잖아.

 

오웬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했어. 그래도 어쨌든 따라갈게.

 

파우스트

알겠다. 그럼 출발하지.

 


 

파우스트는 그린 지도를 단서로 목적지가 있는 중앙 나라의 변경을 목표로 삼았다.

 

화이트

도착한 것 같구먼. 보도록 하게, 저게 입구일세.

 

화이트는 전방을 가리키며 빗자루의 뒤에 탄 나를 돌아봤다.

 

현자

저것이...

 

동굴 입구는 나무들로 숨겨져 있는 것처럼 고요히 입을 닫고있었다. 지도가 없었으면 절대로 찾지 못했겠지.

 

파우스트

내리도록 하지. 안은 어두우니까 들어갈 때 발 밑을 주의하도록.

 

어둠에 발을 내딛는다. 동굴 안은 두 줄씩 들어가면 딱 맞을 정도의 폭이어서 작은 터널 같았다.

 

미틸

새까맣네요...

 

시노

랜턴이 없으면 똑바로 걸을 수 없겠어.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어둠 깊은 곳에서 차갑고 습한 냄새가 흘러들어온다.

 

오웬

.......

 

라스티카

울려퍼지는 소리가 홀 같아서 멋지네.

그래. 내가 연주하면 오웬이 노래하는 건 어때?

 

오웬

싫어.

 

현자

(...당연하지만 엄청 어두워. 이 길의 끝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손에 든 랜턴은 서로의 얼굴 정도밖에 비춰주지 않는다.

벽을 짚으며 걷고있자, 화이트가 옆에 와서 내 손을 잡는다.

 

화이트

현자는 나와 함께 가는 것이 어떤가. 미아가 되면 곤란하지 않은가?

 

현자

감사합니다, 화이트.

 

긴 동굴 속을 행렬로 걸어간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때때로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와 축축한 물이 떨어지는, 비 같은 소리.

그 은은한 소리에 녹아들듯이 화이트는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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