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샤일록이 꺼내준 과일경에 쭈뼛쭈뼛 손을 대면서 미틸이 성로의 잼을 넣는다.

 

샤일록

《인비벨》

 

한숨 같은 주문이 흩어지고 나자, 순간적으로 과일경이 진동하더니 바의 모습이 변했다.

 

미틸

어?

 

시노

뭐지...?

 

천장, 마루, 벽... 모든 것이 별하늘로 덮이고 반짝인다.

그 경치는 본 기억이 있었다.

 

현자

(엇. 이건...)

 

파우스트

...

 

미틸

멋지다...

 

화이트

이건 멋지구먼...

 

아름다운 경치에 모두가 압도되어 있을 때, 과일경이 폭발음을 냈다.

직후, 확하고 별하늘이 사라진다. 바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과일경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화이트

...고장난 것 같구먼.

 

미틸

호, 혹시 이 돌을 넣어서 잘못된 걸까요?

 

새파래진 얼굴의 미틸에게 샤일록은 고개를 젓고 한숨을 내쉬었다.

 

샤일록

적당히만 고쳐서 그럴 거예요. 꽤 거친 일도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신경쓰지 마시길. 무르라면 금방 고칠거라 생각하니까요. 

 

시노

영상이 보였던 건 방금 한 순간뿐이었지.

 

스노우

아름다운 경치였다만.

 

화이트

아마도 저 돌이 과거에 보았던, 별하늘 중 하나였을걸세.

 

오웬

어이없어...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었잖아.

 

짜증난 듯이 그 말만을 남기고 오웬은 오랫동안 모습을 감췄다.

 

미틸

돌이 있는 장소의 단서가 될만한 건 비춰지지 않았네요...

 

시노

아쉽네.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네로

뭐어 뭐어, 기운 내라고. 레몬파이 먹을거지?

오늘은 특별히 크게 잘라줄테니까.

 

아쉬움과 흥분의 여운이 바에 남아있다. 그 중에서 나는 조금 전 과일경이 보여준 영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현자

(...그 별하늘...)

 

미틸

현자 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현자

아, 미안해요. 아무것도 아니예요.

 

샤일록

그건 그렇고 유감이군요. 수수께끼의 돌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라스티카

매혹적이고 가슴 뛰는 한때였네. 모처럼이니까 좀 더 다같이 즐기고 싶었는데.


 

그날 밤, 나는 파우스트의 방을 방문했다.

 

파우스트

무슨 일이지. ...설마 또 꿈이 새어나왔나?

새로운 매개는 문제없이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자

아, 매개의 문제는 해결하신 거군요. 다행이예요.

 

파우스트

...뭐 그렇지.

 

현자

(왜 그렇게 복잡한 듯한 얼굴을...)

결계도 걱정했지만, 방문한 건 결계에 대한 게 아니예요.

오늘 얘기하고 싶었던 건 낮에 샤일록의 바에서 본 돌의 기억에 관한 거예요.

 

파우스트

...그건 그냥 그 돌이 봤던 과거의 밤하늘 영상이었겠지.

 

현자

그럴지도 모르죠.

그저, 어제 제가 봤던 파우스트에게서 흘러나온 꿈의 풍경과도 무척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파우스트

.......

 

그렇게 고하는 파우스트는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아주 조금 당황하면서도, 나는 솔직한 마음을 그에게 전한다.

 

현자

쏟아져내릴 것 같은 빛의 갯수도, 밤하늘에 둘러싸인 것 같은 감각도...

마치, 파우스트의 꿈을 재현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혹시... 파우스트는 성로의 잼이 있는 장소를 알고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단순히, 제 착각일지도 모르지만요...

혹시나 과거의 오래된 기억이 꿈으로 나타난다던가, 그런 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파우스트

...그렇군. 어제의, 꿈...

 

파우스트가 생각에 잠긴 사이에 노크 소리가 났다.

 

파우스트

누구지.

 

미틸

앗, 안녕하세요. 파우스트 씨.

이런 시간에 죄송해요. 저기, 조금 얘기를 하고 싶어서...

 

파우스트

...문은 열려있다.

 

미틸

네, 네. 실례합니다.

...어라, 현자 님?

 

미틸은 내 얼굴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어젯밤과 똑같은 상황에 왠지 우스워졌다. 파우스트도 희미하게 미소짓고 미틸을 맞이했다.

 

파우스트

오늘은 무슨 일이지. 약이라면 효과가 있었다.

몸상태도 이젠 괜찮아.

 

미틸

아뇨, 오늘은 피가로 선생님의 심부름이 아니라 제 용무로 왔어요.

파우스트 씨, 낮에 오웬 씨에게서 감싸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우스트는 한 순간 당황하고 민망한 듯이 모자를 내렸다.

 

파우스트

...감사받을 정도의 일은 아냐.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한 것 뿐이다.

 

미틸

네. 그래도 저는 무척 기뻤어서 어떻게든 감사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미틸은 한 번 고개를 숙이고, 조금 머뭇거리면서 얼굴을 들었다.

 

미틸

...실은 성로의 잼에 소원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몰래 파우스트 씨와 친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지금 이렇게 파우스트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고 생각한 게, 그 잼의 힘일지도 모르겠네요.

에헤헤. 그 돌은 정말로 제 소원도 이뤄줬다고 내일 시노 씨에게도 알려줘야겠어요!

 

쑥쓰러워하면서도 미틸은 용기를 내서 자신의 말을 마지막까지 전했다.

포근한 것을 보는 듯이 파우스트는 눈을 가늘게 하고, 상냥하게 미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파우스트

...그렇구나.

 

미틸

그래도 성로의 잼이 있는 장소를 알 수 없는 건 유감이었어요. 오웬 씨도 무척 원하는 것 같았고...

 

파우스트

너는... 그 돌을 원하는 건가?

이미 소원은 이뤘다고 말했는데...

 

미틸은 조금 생각하고 나서 끄덕였다.

 

미틸

가능하면 한 번 더 갖고 싶어요.

모두가 괴로워하는 <거대한 재앙>의 상처가 나을 수 있다면, 이번에야말로 그 소원에 사용하고 싶어요. 파우스트 씨의 상처도 나을지도 모르구요.

 

파우스트

.......

 

미틸

거기다 역시 진짜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예쁜 돌이 있었다고 말하기만 해도 전해질지도 모르지만...

특히 리케와는 똑같은 걸 보고 같이 그 때의 기분을 나누고 싶어요. 소중한 친구니까요.

함께 본다면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때 아름다웠지'라며 나중에 둘이서 떠올릴 수 있잖아요?

 

파우스트

...후후. 자신의 소원이 아니라 타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돌이 필요하다니, 넌 욕심이 없는건지, 욕심이 많은 건지 모르겠군.

 

미틸

어, 어떨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서...

 

파우스트

현자. 너도 이루고 싶은 소원이...

라니, 듣지 않아도 알겠군.

너의 소원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겠지.

 

현자

그렇죠...

 

파우스트

현자, 미틸. 그 돌은 소원을 이뤄주지는 않아.

그래도 상관없다고 한다면... 소원을 이루고 싶어서가 아닌, 친구와 함께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다고 한다면.

성로의 잼의 원석을 찾으러 가자. 내가 안내하지.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시노

...미안, 미틸. 내가 써버린 탓이야.

 

미틸

그런, 신경쓰지 마세요...! 시노 씨 때문이 아니에요.

거기다 네로 씨의 레몬파이는 저도 엄청 좋아하니까요. 시노 씨의 소원이 이뤄져서 기뻐요!

 

방긋 웃는 미틸에게, 미안해하던 시노도 미소로 답한다.

그런 두 사람을 날이 선 목소리가 찔렀다.

 

오웬

바보아냐? 정말로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들이 고통받고 있는 기묘한 상처를 낫게하는 데 썼어야지.

헛되게 낭비해버리다니 멍청하네. 상처가 없는 놈들은 태평해서 좋겠어. 

 

미틸

앗...

죄송해요. 저, 전혀 깨닫지 못해서...

 

미틸은 냉수를 뒤집어쓴 것처럼 깜짝 놀라며 부끄러운 듯 작게 쭈그러들었다.

 

시노

어이, 오웬.

 

발끈하고 대꾸하려던 시노의 목소리를 파우스트가 막는다.

 

파우스트

사과하지 않아도 돼. 돌에 소원을 이뤄주는 힘이 있었다해도 처음부터 미틸의 것이었잖아.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 아이의 자유다.

 

오웬

허세부리지 마. 네 상처도 상당히 지독하잖아.

동쪽의 마법사는 비굴하고 음침하니까 본심은 어떨지 모르지. 사실은 미틸을 증오할지도.

 

파우스트

시끄러워.

애초에 이 돌에는 소원을 이뤄줄 정도의 효력은 없다. 아주 조금, 행운을 모을 뿐이다.

 

오웬

시노는 소원을 이뤘잖아?

 

파우스트

우연히겠지.

 

오웬

우연? 인간 행세를 하는 마법사의 변명 같아.

 

네로

인간 행세를 하는 마법사는 더 변명을 잘한다고.

 

라스티카

재밌네. 소량의 행운을 모으는 돌 행세를 한 소원을 이뤄주는 돌도, 우연히 빛을 잃었을지도 모르지.

 

오웬

역시 소원을 이뤄주는 돌이지?

 

시노

혼란해졌어...

 

네로

...저기, 현자 씨. 새삼스럽지만 이거, 도대체 무슨 상황인거야?

 

현자

그게, 가게 주인에게서 받은 상품이 소원을 이뤄준다고하는, 엄청난 돌이었던 것 같아서...

 

네로

진짜로? 소원을 이뤄주는 돌 말이지...

그런걸 그냥 주다니, 대단히 호기로운 점주구나.

 

우리의 대화를 듣고있던 오웬의 눈이 번뜩이는 것처럼 빛난다.

 

오웬

그 돌을 팔았던 가게를 알려줘. 내가 전부 빼앗아올게.

 

라스티카

오웬도 가보고 싶은거니? 무척 멋진 가게여서 말이지, 중앙의 수도 어딘가에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오웬

중앙의 수도? 그럼 금방이잖아.

안내해.

 

파우스트

마법사 전용인 수상한 노점 같았다. 그 무서워하던 모습으로 봐선 진작에 가게를 접고 사라졌겠지.

 

오웬

이 놈도 저 놈도 쓸모없어...

 

기묘한 상처로부터 해방될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일까, 오웬은 초조해하면서도 전에 없이 적극적이었다.

평소에 귀찮아하던 모습을 봐왔던 마법사들은 조금 의외인 듯이 그를 보았다.

 

라스티카

꽤 흥미를 보이네, 오웬. 그러고보니 네 상처 이야기는 아직 들은 적이 없었는데, 도대체 어떤 상처야?

 

오웬은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오웬

별로... 내 상처따윈 아무래도 좋잖아.

난 그저 상처로 고통받는 불쌍한 북쪽의 마법사들을 도와주고 싶을 뿐이야.

미스라는 잘 수가 없고, 브래들리는 재채기 할 때마다 날아가버려. 그런 상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동정심이 생기잖아.

 

파우스트

네가 동정심...?

 

현자

(...오웬, 그런 거짓말은 상당히 괴로운 게...)

 

의혹이 씻겨지지 않는 발언을 순수하게 기뻐한 것은, 스노우와 화이트였다.

 

스노우

호오, 그건 좋은 마음가짐이로구먼.

 

화이트

아름다운 우정이로구먼.

 

오웬

뭐 그렇지. 그 둘하고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니까.

가끔은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스노우・화이트

오웬, 장~하다! 동료를 생각하다니~!

무척 착하구나~~!

 

오웬

시끄러워.

그래서, 성로의 잼 원석이 있는 장소는 어디야? 이놈도 저놈도 믿을 수 없으니까 이젠 내가 직접 다녀오겠어.

 

스노우와 화이트는 사랑스럽게 웃으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스노우・화이트

글쎄, 모른다네.

 

오웬

뭐?

 

화이트

존재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뿐일세. 성로의 잼이 있는 곳까지는 공교롭게도 파악하지 못했다네.

 

스노우

우리는 무언가를 탐하던 때에는 힘으로 어떻게든 했으니까. 

 

오웬

....... 여기엔 도움 안 되는 것들만 있는거야?

 

결국 오웬의 기분이 안 좋아진다. 위험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한다고 생각할 때, 라스티카가 느긋하게 목소리를 냈다.

 

라스티카

성로의 잼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고싶다는 얘기일까?

그거라면 알지도 모르겠어.

 

파우스트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이 라스티카를 돌아봤다.

 

파우스트

....... 어떻게?

 

라스티카

나를 따라와.


 

라스티카가 모두를 데리고 온 곳은 샤일록의 바였다.

카운터에서 글라스를 닦고있던 샤일록은 우리들 일행을 보고 신기한 듯이 미소를 띠웠다.

 

샤일록

이런, 여러분 어쩐일로.

 

현자

죄송해요, 샤일록. 준비중인데.

 

네로

나도 모르게 따라와버렸지만, 어이. 이런 시간부터 바에 가냐고.

 

파우스트

술의 힘을 빌리자는 건 아니겠지. 아이가 있으니까.

 

라스티카

그것도 재밌을 것 같지만, 지금 빌리고 싶은 건 지혜자 무르의 힘이예요.

 

파우스트

무르?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라스티카

샤일록. 이전에 무르가 고쳐준 과일경은 있나요?

 

샤일록

있어요. 여긴 창고가 아니라고 그에게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말이죠.

 

미틸

과일경...?

 

샤일록

무르의 발명품 중 하나예요. 『사물』이 보고온 기억을 영상으로 비춰주는 마법과학 장치예요.

 

전에 나도 과일경을 본 적이 있다. 서쪽의 마법사들이 자갈을 이용해서 오래된 거리의 기억을 영화처럼 즐긴 적이 있다.

그때 고장나버렸지만, 나중에 무르가 수리해서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스노우

호오.

 

화이트

『사물』의 과거를 볼 수 있는 장치인가.

 

오웬

도움이 되는 일도 있구나, 그 괴짜. 평소에는 얼빠진 짐승인데.

 

샤일록

후후. 동감이예요.

 

시노

그런가. 그 마법과학 장치로 성로의 잼의 출처를 찾는 거군.

 

라스티카

어디에서 온 것인지는 이 돌에게 물어보면 가장 좋으니까 말이야.

 

네로

근데 무르 녀석은 없는거지?

 

현자

주인이 없는 곳에서 장치를 사용하는 건 좀 그렇죠...

 

샤일록은 미소를 띠웠다.

 

샤일록

과일경이라면 특별히 문제 없을거예요.

수리할 때는 열중해서 마구 들쑤셨지만, 끝났더니 흥미를 잃었는지 마음대로해도 상관없다며 내팽개친 건 그였으니까요.

 

파우스트

뭐어, 책임자가 그렇다면야...

 

샤일록

무엇의 책임자인가요?

 

파우스트

장치의?

 

네로

무르의?

 

샤일록

그건 거절할게요.

 

현자

(어느 쪽의 대답일까...)

 

시노

어쨌든 얼른 해보자고.

흘러넘친 꿈의 스텔라토

 

파우스트

이건...

 

한 눈에 봐도 마음이 사로잡히는 아름다운 돌이었다. 별의 반짝임을 가둬둔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라스티카

멋지죠? 이걸 준 주인은 성로의 잼이라고 불렀어요.

 

현자

성로의 잼...

 

미틸

멋지다...! 정말, 별처럼 예뻐요.

 

미틸이 흥미로운 듯 말하자, 라스티카는 생긋 웃으며 돌이 놓인 손을 내밀었다.

 

라스티카

지금부터 이 돌은 네 거란다.

 

미틸

네? 그래도 라스티카 씨가 받은건데...

 

라스티카

나는 지금 똑같을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는 미틸의 눈을 봤으니까. 그 답례란다.

 

미틸

...! 네, 네.

감사합니다.

 

성로의 잼을 건네받은 미틸은 기쁜 듯이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현자

잘됐네요, 미틸.

 

미틸

에헤헤. 돌아가면 리케에게 보여줄거예요.

물론 형님들에게도!

 

시노

떨어뜨리지 않게 꽉 붙잡고 있으라고.

 

아름다운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느끼는 미틸의 마음씨는 그가 손에 들고있는 돌처럼 아름답고도, 신기하게도 자랑스러워진다.

그대로 발걸음도 가볍게, 우리는 목적지인 가게로 향했다.

 


 

중앙의 거리에서 차를 마신 우리는 만족한 채로 마법관에 돌아왔다.

모두들 담화실로 향하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스노우

...그러자 벽에 비친 거대한 그림자가 부르짖는 것이었습니다.

 

화이트

어흥-!

 

오웬

와앗. 무서워...!

 

화이트

이런, 너무 놀라게 해버렸나.

 

오웬

으응, 재밌었어. 한 번 더 해줘, 방금 거.

 

스노우・화이트

어흥-!

 

오웬

아하하. 어흥-!

 

스노우와 화이트 사이에 있던 오웬에게, 두 사람은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그 모습은 밝고 천진난만해서, 평소의 차가운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다.

 

현자

(...저건 상처의 오웬?)

 

<거대한 재앙>의 상처를 짊어진 오웬은 때때로 기사에게 동경을 품은 순진무구하게 어린 인격이 된다.

또한 어린 인격으로 변했을 때 일어난 일은 그의 기억 속에 남지 않는다는 것 같다.

 

라스티카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 오웬, 셋이서 사이좋게 얘기하고 계셨군요.

 

파우스트

쌍둥이는 그렇다쳐도, 오웬이...?

 

미틸

기분탓일까요. 평소와는 분위기가 다른 듯한...

 

현자

그, 그런가요?

 

모두의 이상하다는 시선에 나는 속으로 당황했다.

북쪽 마법사의 자부심일지, 무방비한 상태를 걱정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오웬은 자신의 상처를 숨기려하고 싶어한다.

그가 어떤 상처를 짊어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마법사 중에 일부 뿐이다. 

 

오웬

저기, 다음 거 빨리 읽어줘...

.......?

 

어떻게 얼버무려야할지 식은 땀을 흘리고 있으니, 갑자기 오웬이 미소를 잃었다. 급속히 눈이 떠진 것처럼 멍하게 있다.

 

스노우

오오, 돌아와버렸나.

 

화이트

착한 아이의 시간은 끝나버렸구먼.

 

그림책을 덮는 두 사람을 보고 사태를 파악한 것이겠지. 오웬은 질린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웬

최악이야. 무슨 상황이었는지 상상하기도 싫어.

 

현자

(위, 위험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자, 쌍둥이가 동그란 눈동자를 굴리며 이쪽을 향했다.

 

스노우

이런, 그대들도 와 있었구먼.

 

화이트

또다시 참으로 드문 조합일세.

 

오웬

.......

 

환영하는 분위기인 쌍둥이와는 정반대로 오웬은 경계심을 나타내며 노려본다.

침착하지 않을 마음 속이 짐작되어, 나는 엄지손가락을 세워가면서 어필했다.

 

현자

(오웬, 괜찮아요...! 안 들켰어요...!)

 

오웬

...칫.

 

찝찝한 듯이 혀를 찼지만, 뜻은 전달된 듯했다.

 

화이트

오호, 미틸. 특이한 걸 갖고 있구먼.

 

미틸

무척 예쁜 돌이죠! 아까 라스티카 씨에게서 받았어요.

 

라스티카

마법도구 가게의 주인이 친분의 표시로 저에게 선물해준 것이랍니다.

 

파우스트

미묘하게 얘기가 바뀌지 않았나?

 

시노

성로의 잼이라고 하는 돌이다.

 

그것을 들은 스노우와 화이트는 '오오'하며 감탄했다.

 

스노우

그거 참 운이 좋았구먼!

 

화이트

성로의 잼은 주인의 소원을 이뤄준다는,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희귀한 돌이라네!

 

현자

소원을 들어준다?

 

라스티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대단한 힘을 간직한 돌이었군요.

 

시노

미틸. 시험삼아서 아무거나 빌어보면 어때?

그 얘기가 진짜라면 이뤄질지도 모른다고.

 

미틸

소원이라...

 

미틸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곤란한듯이 어깨를 축 떨어뜨렸다.

 

미틸

당장은 생각나지 않아요. 시노 씨라면 어떤 소원을 빌 건가요?

 

시노

난 돌에는 빌지 않아. 내 소원은 나 스스로 이루는 거니까.

 

미틸

머, 멋있어...!

 

시노

굳이 말하자면 레몬파이를 먹고싶다. 그 정도다.

 

파우스트

가게에서 그만큼이나 과자를 먹어놓고 또 먹는거냐...

 

시노

레몬파이는 없었잖아!

 

그때, 발소리와 함께 두둥실 달콤한 향기가 담화실로 풍겨온다.

 

네로

오, 있었네.

아까 갑자기 레몬파이를 만들고 싶은 기분이어서 만들어봤는데, 괜찮으면 먹을래?

내 입으로 말하는 건 그렇지만 딱 맞게 구워져서 바삭바삭하고 맛있을거라고.

 

전원

!

 

스노우

레몬파이라고?

 

미틸

정말인가요!?

 

네로

어, 뭐야...? 이 분위기.

나, 뭔가 잘못 말했어?

 

현자

(화이트의 말대로 소원이 이루어졌다...?)

 

성로의 잼의 효과를 눈앞에서 목격하고 우리는 웅성거렸다.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하는 전설은 진짜인가라며, 돌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이 돌연 진지함을 띤다.

 

미틸

...앗.

 

하지만 아름답게 빛나던 잼은 우리의 눈앞에서 그 빛을 잃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회색으로 바뀌더니 미틸의 손 위에서 단순한 돌처럼 변하고 그대로 침묵했다.

그것은 마치 소원을 이루어줌으로써 힘을 다한 것처럼 보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