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는 느닷없이

 

가을을 향해 기운을 보충하기 위한 휴식, 『썸머위크』.

이 시기의 우마무스메들은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고 재충전한다.

학원 내에도 서머위크 예정으로 설레고 있는 아이들 뿐! ...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메지로 맥퀸

뭐, 뭔가요, 이건~~~!?

저, 이렇게나 디저트 얘기만 했던 기억은... 아니, 조금은 했을지도 모르지만...

 

골드쉽

오우 뭔 일이야? 갑자기 엄청 큰 소리를 내고. 합창 콩쿨 연습인가? 아니면 시음(詩吟)에 눈을 뜬거야!?

 

메지로 맥퀸

아니에요! 요전에 받은 인터뷰 기사를 확인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건 중대한 사태예요...!

 


 

메지로 맥퀸

휴일을 지내는 방법 말인가요? 친구들과 다과회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기자

역시, 우아하시군요~! 참고로 좋아하는 홍차는 있으신가요?

 

메지로 맥퀸

그렇네요, 밀크티에 맞는 홍차 같은... 최근에는 『할로우스』의 바닐라 블랜드를 좋아해요.

풍부하고 달콤한 향과 그에 지지 않는 확실한 떫은 맛이 구움과자와 생과자에도 잘 어울려서... 무척 맛있거든요.

 

기자

흠흠... 듣는 것만으로도 맛있을 것 같네요!

 

메지로 맥퀸

네, 무척이나...! 특히 딸기 쇼트케이크와의 상성은 최고예요! 틀림없이 최고의 마리아주... 핫!

크, 크흠! 저는, 그리 자주 먹진 않지만요. 다과회에 올라오는 건 음미하고 있기에...

 


 

골드쉽

어디보자~ '거기다, 메지로 맥퀸 씨는 후키야의 슈크림도 좋아해서 한 번에 7개를 먹은 적이...'

 

메지로 맥퀸

앗, 읽지 말아주세요!

 

골드쉽

아, 이거 저번 달에 같이 뷔페 갔을 때 먹었던 거잖아. 엄청나게 맛있었지~!

 

메지로 맥퀸

네, 무척이나...! 아니, 그게 아니구요! 이건 제가 『디저트 완전 좋아함』처럼 보이잖아요.

 

골드쉽

완전 좋아하잖아.

 

메지로 맥퀸

으읏...! 그렇지만... 그대로 적어버리면...

아무튼! 이건 NG예요. '디저트 얘기는 컷해주시면 안 될까요' 라고...

 


 

기자

그럼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컷... 벌꿀 얘기도 컷하는 걸로. 이렇게 되면 분량이 조금 부족할 것 같네요~

대신에 라이언 씨와의 얘기를 추가해도 될까요? 팬 분들도 좋아하실 법한 주제라서요!

 

메지로 맥퀸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로서도 감사하죠. 그런데, 괜찮으신 건가요? 대폭 수정해야 하는 게...?

 

기자

아뇨아뇨, 그게 저희들이 할 일이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반드시 납득하실 수 있는 최고의 기사를 써보일 테니까요!

 

메지로 맥퀸

어머... 정말 감사드려요. 저 때문에, 그게... 폐를 끼쳐드렸네요.

.......

 


 

메지로 맥퀸

...정말로 괜찮은걸까? 디저트 얘기는 분명 내 입에서 나온 건데...

아뇨!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돼요. 그대로 세상에 나와버리면 곤란해요...!

하지만... 고집, 이었지... 앞으로는 메지로 가의 우마무스메로서 더욱 자중하지 않으면—!

 

사쿠라 치요노 오

있다있다~! 『스플래쉬 레크리에이션』 안내문!

여기 붙어 있었구나~ 어라? 안녕하세요! 맥퀸 씨도 안내문을 보러 오셨나요?

 

메지로 맥퀸

아뇨, 저는 지나가던 참이었어요. 『스플래쉬 레크』...말인가요. 치요노 오 씨는 참가하시나요?

 

사쿠라 치요노 오

에헤헤, 고민하고 있어요♪ 이 썸머위크 기획, 매년 인기가 많은 데다 단골도 많다는 것 같아요~!

확실하진 않지만, 예선 대회는 수영장에서 수중운동회를 하고, 결승전은 어딘가 멀리 나가서 『물총 배틀』을 한다고 해요!

어디보자... 『올해의 결승전 회장은 태평양의 외딴 섬, "마키미지마"!』

 

메지로 맥퀸

뭐어, 명당으로 유명한 휴양지는 아니에요. 조용하고 아름다운 섬이라고 들었어요.

 

사쿠라 치요노 오

와아, 좋네요♪ 예선에서 져도 결승전을 관전할 수 있다고 하니까, 섬의 광경도 한껏 즐길 수 있겠어요!

이건 체크 해놔야지. 왠지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그야말로 『가기 전이야말로 바캉스, 돌아오는 게 소풍』이네요!

 

메지로 맥퀸

그, 그렇군요...? 멋진 썸머위크를 보내면 좋겠네요.

 


 

???

큭큭큭! 자, 네 차례다. 와라...! 여기서 『엎드리기』가 정해지면 너의 역전승리라고?

 

???

제정신이냐? 이대로 『기다려』를 하면 네녀석의 승리였을텐데. 재밌구만, 받아주지! 후회해도 난 모른다!

 

메지로 맥퀸

저 목소리는...?

 


 

골드쉽

오라오라오라아——앗!! 『멀리 짖기』다아앗! 그 위에 스킬 『탈주』 발동! 목줄을 잡아뜯어주지!!

 

나카야마 페스타

뭐라고!? 여기서 『탈주』라고! 거기다 그 녀석은 『귀소본능』 특성! 젠장, 패가 없어! 완패다...!

 

메지로 맥퀸

정말이지... 여전히 소란스럽네요.

 

골드쉽

옷, 뭐야 보고 있었으면 말 걸라고~ 오늘의 『개 게임』은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니까!

헷헷헷, 아슬아슬하게 호의가 원수가 되었구마안, 나카야마? 약속대로 네녀석도 『스플래쉬 레크』에 가줘야겠어!

 

나카야마 페스타

칫, 어쩔 수 없지. 다같이 사이좋게 물놀이... 라니, 전혀 흥미는 없지만 내기는 내기니까. 참가해주지.

 

메지로 맥퀸

어라, 그런 조건으로 내기를... 『스플래쉬 레크』, 당신도 참가하시는 건가요?

 

골드쉽

그럼! 바다하면 배! 배라고 하면 나잖아! 아, 맥퀸 쨩의 참가서도 벌써 제출했어☆

 

메지로 맥퀸

네? 지금 뭐라고!?

 

골드쉽

좋아! 올해는 강적이 다 모일 것 같구만! 잠깐 다다미 가게에서 수련하고 있을게! 골풀 소믈리에가 되어주지!

 

메지로 맥퀸

무슨... 제 참가서를 멋대로!? 잠깐! 기다리세~~~요!

 

掌に刻まれている
테노히라니 키자마레테이루
손바닥에 새겨져있는
 
ツギハギのようなその線に触れて
츠기하기노 요-나 소노센니 후레테
누덕누덕한 그 선에 닿아서
 
ひび割れそうな頭と
히비와레소-나 아타마토
깨질 듯한 머리와
 
硝子が刺さった心で前へ 走る
가라스가 사삿타 코코로데 마에에 하시루
유리가 박힌 마음으로 앞을 향해 달려가
 
壊れかけの世界 崩れそうで目眩
코와레카케노 세카이 쿠즈레소-데 메마이
부서져가는 세계 무너질 것 같아서 어지러워
 
空っぽな体で 歪な視界
카랏포나 카라다데 이비츠나 시카이
텅 빈 몸과 일그러진 시야
 
ゾクリと脈を打つ 命の線
조쿠리토 먀쿠오우츠 이노치노센
오싹하게 맥박이 뛰는 생명의 선
 
ナイフでなぞって 伸ばしてしまえたら
나이후데 나좃테 노바시테 시마에타라
나이프로 따라긋고 이어버리면
 
ねぇ 誰か教えて 月が見えるなら
네- 다레카 오시에테 츠키가 미에루나라
누군가 알려줘 달이 보인다면
 
消さないで まだ消さないで
케사나이데 마다 케사나이데
지우지 말아줘 아직 지우지 말아줘
 
消えないで まだ消えないで
키에나이데 마다 키에나이데
사라지지 말아줘 아직 사라지지 말아줘
 
 
消さないで 消えないで
케사나이데 키에나이데
지우지 말아줘 사라지지 말아줘
 
消さないで 消えないで
케사나이데 키에나이데
지우지 말아줘 사라지지 말아줘
 
文学的で 退廃的で
분가쿠테키데 타이하이테키데
문학적이고 퇴폐적이고
 
現実的で 空想的で
겐지츠테키데 쿠-소-테키데
현실적이고 공상적이고
 
感情的で 感傷的で
칸죠-테키데 칸쇼-테키데
감정적이고 감상적이고
 
快楽的で 壊滅的で
카이라쿠테키데 카이메츠테키데
쾌락적이고 괴멸적이고
 
絶対的で 普遍的で
젯타이테키데 후헨테키데
절대적이고 보편적이고
 
不自然な「今」の見方を
후시젠나 이마노 미카타오
부자연스러운 「지금」의 관점을
 
壊れかけの世界 崩れそうで目眩
코와레카케노 세카이 쿠즈레소-데 메마이
부서져가는 세계 무너질 것 같아서 어지러워
 
空っぽな体で 歪な視界
카랏포나 카라다데 이비츠나 시카이
텅 빈 몸과 일그러진 시야
 
時には月を 月には愛を
토키니와 츠키오 츠키니와 아이오
시간에는 달을 달에는 사랑을
 
愛には罪を 罪には罰を
아이니와 츠미오 츠미니와 바츠오
사랑에는 죄를 죄에는 벌을
 
罰には人を 人には夢を
바츠니와 히토오 히토니와 유메오
벌에는 사람을 사람에는 꿈을
 
夢には貴方を 貴方には誓いを
유메니와 아나타오 아나타니와 치카이오
꿈에는 당신을 당신에게는 맹세를
 
ゾクリと脈を打つ 命の線
조쿠리토 먀쿠오우츠 이노치노센
오싹하게 맥박이 뛰는 생명의 선
 
ナイフでなぞって 伸ばしてしまえたら
나이후데 나좃테 노바시테 시마에타라
나이프로 따라그어 이어버린다면
 
ねぇ 誰か教えて 月が見えるなら
네- 다레카 오시에테 츠키가 미에루나라
누군가 알려줘 달이 보인다면
 
消さないで まだ消さないで
케사나이데 마다 케사나이데
지우지 말아줘 아직 지우지 말아줘
 
消えないで まだ消えないで
키에나이데 마다 키에나이데
사라지지 말아줘 아직 사라지지 말아줘

DAY-1 / 귀로의 아침Ⅰ

 

조금 전까지 지상에 깔려있던 노선은 예고도 없이 지하노선으로 바뀌었다.

전철은 인공의 빛을 흩뿌리면서 어둠 속을 헤엄치듯 나아간다.

 

삐걱거리는 차량 소리. 같은 간격으로 지나가는 인공등.

시트 너머로 전해져오는 진동을 초침 삼아 거리와 시간의 경과를 생각해본다.

 

아침, 오전 6시 33분.

이 전철에 탄 지 30분 정도 지났다.

이제는 돌아갈 일 없는, 오랫동안 신세를 진 사람들의 집을 나온 지 그 정도뿐인 시간과 거리가 지났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인간으로서의 정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일지도 모른다.

 

『아직 그 정도뿐』이라며 멀지않은 거리라고 느끼는 것인가,

『이제 이걸로 끝』이라며 정리하게 되는 거리인 것인가.

 

자신은 어느 쪽일까 생각해본다.

고심한 끝에 그 어느 쪽도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8인용 좌석에는 나 혼자만이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아무도 없었다.

승객은 한 손에 꼽을 정도인, 옆 열의 좌석에서 졸고있는 정장차림의 남성과 문 앞에 서있는 소녀 뿐이었다.

이른 아침의 전철이라는 것도 있어서 차량 내부는 꽤 조용했다.

 

생각에 잠긴 탓인지, 차량 밖의 구동음은 신기하게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막연히 어두운 우주를 날아다니는 우주선이 떠올랐다.

난잡한 외계의 소리는 닿지 않는다.

이곳에 있는 것은 쓸모없는 내 공상과, 혈액을 토해내는 심장소리와, 불과 한 시간 전에 지나갔던 추억 뿐.

 

그것은 우연한 이야기였다.

"토오노 마키히사가 죽었다. 그 집에 맡겨두었던 토오노 시키는 본가로 돌아오도록."

7년 가까이 소식이 없던 본가에서의 연락은, 그런 내용이었다고 한다.

 

토오노 본가의 결정에는 거스르지 않는다. 나는 아직 학생이며 양육비를 받고있는 신분이기도 하다.

저택으로 돌아갈 날을 전날 밤이 아니라 당일 아침으로 정한 것은 고집 비슷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살았던 집에 조금이라도 더 있고싶다―――

본가의 결정이라고는 해도 아무런 연관도 없는 나를 가족으로 맞아준 아리마 가(家)사람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예의였다.

 

"잘 먹었습니다. 오늘 아침도 맛있었어요."

해가 뜨기 전에 아침밥을 다 먹고 식탁을 뒤로한 채 내 방 앞에서 손을 모았다.

 

오랜 세월에 대한 감사치고는 무미건조했지만, 마음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미련이 된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밝은 일들 뿐이었다. 가져가는 짐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리마 가를 나올 때 배웅해준 것은 케이코 씨 혼자였다.

최대한 조용히 다른 가족을 깨우지 말아달라 부탁했던 것은 나였다.

 

"지금까지 신세 많이 졌습니다. 아버님과 미야코에게도 잘 지내라고 전해주세요."

7년 간――내 친모 역을 맡았던 사람은, 무척이나 슬픈 눈이었다. 이 사람의 그런 얼굴을 보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토오노 저택에서의 생활은 힘들겠지만 힘 내. 넌 몸이 약하니까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걱정이 담긴 말을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이 7년 동안은 정말이지 평온했다. 아리마 가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내가 있던 시간이 고통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그 정도로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7년이나 지나면 대부분 다시 건강해져요. 이래보여도 은근히 튼튼하다고요, 제 몸은."

"맞아, 그랬지. 토오노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 뿐이지만, 특히 너는 겁이 없었지. 어릴 때부터 줄곧 우리가 놀랄 정도로 동요하지 않는 아이였어."

 

쓴웃음 섞인 말에 나도 똑같이 웃음이 지어졌다.

케이코 씨 안에서는 아직 내가 "우리 애"인 것이 기뻤다.

 

"그건 과대평가예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도 건강하세요."

"그래. 너도 건강하렴, 시키."

다녀오렴, 이라고 대답하지 않는 것이 케이코 씨 다웠다.

그녀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눈에 눈물이 맺힌 채로 나를 배웅해주었다.

 

그것이 불과 40분 전의 일.

내가 새로운 생활을 맞이할 시점이며,

토오노 시키라는 인간의 지금까지의 인생이었다.

 

밖의 경치가 조금씩 바뀌어간다.

강 건너편 교외인 야시로기를 지나 도시인 소우야로 들어온 것일 터.

 

선로는 다시 지상을 향해간다. 완만하게 경사를 올라가는 감각.

인공 불빛에 익숙해진 눈을 일깨우듯이 햇살이 비쳐들었다.

 

도시를 바라보며 전철은 달린다.

마을은 아직 대부분이 눈을 뜨지 않았다.

밖은 냉기를 품은 대기가 가득했다.

여름의 모습이 사라진 10월의 가을 아침 그 자체였다.

 

생각해보니 이 풍경을 1년하고도 반 년을 바라봐왔다.

전철에서의 등교풍경도 이걸로 끝이다.

지나쳐가는 풍경에 겹쳐보듯이, 이 7년 간을 되돌아본다.

 

10살 무렵――보통이라면 즉사였을 중상에서 회복하고,

선생을 만나고,

아리마 가에서 살게 되고,

이렇게, 고등학교 2번째의 가을을 맞이했다.

 

그때――헤어질 때 선생님이 말했던 특별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기도 했고, 선생님이 주신 안경을 쓰고 있는 한 『선』을 볼 일은 없었다.

토오노 시키는 평범하지만, 좀처럼 얻기 어려운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오늘부터는 그것이 좀 더 소중해지게 되었다.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신분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이다.

본가...... 토오노 가의 가풍은 일반가정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귀찮...... 너무 무거운 감이 있다.

 

「......애초에 학교보다 넓은 서양식 저택이라니 상상도 안 가는데...」

어린 시절엔 '잘도 견뎠구나' 하고 감탄이 나왔다.

'그런 시대착오적인 생활로 돌아갈까보냐' 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고민은 안 되어도 주눅이 들게 되는 것이다.

 

전철은 큰 역에 도착해 몇 분 간 정차했다.

완행이어서 옆 급행열차가 지나가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홈에 사람 그림자는 없었다.

이 시간이면 정장차림의 샐러리맨이 몇 명인가 있을 법했지만 오늘 아침은 특히나 조용했다.

 

옆 선로를 급행열차가 지나간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다음 정거장은――

익숙한 안내음. 공석으로 닫히는 자동문.

학교가 있는 소우야 역까지 앞으로 네 정거장인 것을 확인하고,

 

「으아아, 잠깐 잠깐!」

 

「하아~ 위험했다 위험했어, 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했어」

 

자동문 틈새로 미끄러지듯 나타난 것은 우리 고등학교 여학생이었다.

초록색 리본이므로 3학년이다.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손에 든 가방은 부 활동 도구일까.

 

――――

문득 시선이 겹쳤다.

상급생인 여학생은 물끄러미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뿐 아니라 터벅터벅 가까이 오나 싶더니,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해요

「아, 아뇨, 저야말로 죄송해요. 흘깃흘깃 쳐다봐서

상대방의 미소에 따라 무심코 사과하게 되었다.

 

「아뇨 아뇨, 눈에 띄는 행동을 한 제가 잘못한 거예요. 선배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요. 그나저나 아침에 약하다던 얘기, 정말이었네요

 

쿡쿡 웃는 상급생.

그 행동에 멍해있자,

 

「저기. 저예요, 저라구요. 저번주에 봤으면서 벌써 잊어버린 건가요?

 

「어라...... 시엘 선배...?

일순간 기억이 흔들렸다.

분명 본 기억이 있다. 이 사람과는 학교에서 몇 번인가 만났다.

애초에 우리학교 학생인 시엘 선배를 모르는 녀석은 없을 것이다.

 

누가 불렀는가, 소우야 고등학교의 만능 선배를.

1학년에 고민하는 학생이 있으면 긍정적으로 상담해주며,

2학년에 방황하는 학생이 있으면 문제 그 자체를 해결하며,

3학년에 곤란한 학생이 있으면 후배 괴롭히기를 멈춰준다.

 

교사들과 학생회보다도 믿음직하기 때문에 진정한 학생회장이라 부르는 학생도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분명 나도 저번주에 사소한 일에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정말이지, 멍하니 있는 것도 정도가 있지.

선배의 말대로 아침에 약한 것과 7년만에 본가로 돌아가는 걸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나는,


1. 아쉽지만 말을 거는 일은 없었다.

2. 살짝 의문이 생겼다.

3. 모처럼이니 차분하게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말을 거는 일은 없었다.

말문이 막힌 나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선배는 미소 띤 얼굴 그대로였다.

 

「어... 선배는 전철로 통학하시나요?

「그렇네요. 때에 따라 이용해요. 토오노 군은? 집이 먼가요?

「멀어요, 기점에서 오거든요. 그래도 이제 그것도 끝이네요. 전철로 통학하는 건 오늘로 끝이라

「오호. 집이 이사를 한다거나?

「........

 

그럴듯한 설명이 잘 떠오르지 않아 말끝을 흐렸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것으로 "사정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주었는지, 시엘 선배는 더 묻지 않았다.

 

15분의 시간 동안 적당한 대화를 계속했다.

전철은 금방 목적지인 소우야 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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