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 귀로의 아침Ⅰ

 

조금 전까지 지상에 깔려있던 노선은 예고도 없이 지하노선으로 바뀌었다.

전철은 인공의 빛을 흩뿌리면서 어둠 속을 헤엄치듯 나아간다.

 

삐걱거리는 차량 소리. 같은 간격으로 지나가는 인공등.

시트 너머로 전해져오는 진동을 초침 삼아 거리와 시간의 경과를 생각해본다.

 

아침, 오전 6시 33분.

이 전철에 탄 지 30분 정도 지났다.

이제는 돌아갈 일 없는, 오랫동안 신세를 진 사람들의 집을 나온 지 그 정도뿐인 시간과 거리가 지났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인간으로서의 정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일지도 모른다.

 

『아직 그 정도뿐』이라며 멀지않은 거리라고 느끼는 것인가,

『이제 이걸로 끝』이라며 정리하게 되는 거리인 것인가.

 

자신은 어느 쪽일까 생각해본다.

고심한 끝에 그 어느 쪽도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8인용 좌석에는 나 혼자만이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아무도 없었다.

승객은 한 손에 꼽을 정도인, 옆 열의 좌석에서 졸고있는 정장차림의 남성과 문 앞에 서있는 소녀 뿐이었다.

이른 아침의 전철이라는 것도 있어서 차량 내부는 꽤 조용했다.

 

생각에 잠긴 탓인지, 차량 밖의 구동음은 신기하게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막연히 어두운 우주를 날아다니는 우주선이 떠올랐다.

난잡한 외계의 소리는 닿지 않는다.

이곳에 있는 것은 쓸모없는 내 공상과, 혈액을 토해내는 심장소리와, 불과 한 시간 전에 지나갔던 추억 뿐.

 

그것은 우연한 이야기였다.

"토오노 마키히사가 죽었다. 그 집에 맡겨두었던 토오노 시키는 본가로 돌아오도록."

7년 가까이 소식이 없던 본가에서의 연락은, 그런 내용이었다고 한다.

 

토오노 본가의 결정에는 거스르지 않는다. 나는 아직 학생이며 양육비를 받고있는 신분이기도 하다.

저택으로 돌아갈 날을 전날 밤이 아니라 당일 아침으로 정한 것은 고집 비슷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살았던 집에 조금이라도 더 있고싶다―――

본가의 결정이라고는 해도 아무런 연관도 없는 나를 가족으로 맞아준 아리마 가(家)사람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예의였다.

 

"잘 먹었습니다. 오늘 아침도 맛있었어요."

해가 뜨기 전에 아침밥을 다 먹고 식탁을 뒤로한 채 내 방 앞에서 손을 모았다.

 

오랜 세월에 대한 감사치고는 무미건조했지만, 마음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미련이 된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밝은 일들 뿐이었다. 가져가는 짐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리마 가를 나올 때 배웅해준 것은 케이코 씨 혼자였다.

최대한 조용히 다른 가족을 깨우지 말아달라 부탁했던 것은 나였다.

 

"지금까지 신세 많이 졌습니다. 아버님과 미야코에게도 잘 지내라고 전해주세요."

7년 간――내 친모 역을 맡았던 사람은, 무척이나 슬픈 눈이었다. 이 사람의 그런 얼굴을 보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토오노 저택에서의 생활은 힘들겠지만 힘 내. 넌 몸이 약하니까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걱정이 담긴 말을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이 7년 동안은 정말이지 평온했다. 아리마 가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내가 있던 시간이 고통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그 정도로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7년이나 지나면 대부분 다시 건강해져요. 이래보여도 은근히 튼튼하다고요, 제 몸은."

"맞아, 그랬지. 토오노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 뿐이지만, 특히 너는 겁이 없었지. 어릴 때부터 줄곧 우리가 놀랄 정도로 동요하지 않는 아이였어."

 

쓴웃음 섞인 말에 나도 똑같이 웃음이 지어졌다.

케이코 씨 안에서는 아직 내가 "우리 애"인 것이 기뻤다.

 

"그건 과대평가예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도 건강하세요."

"그래. 너도 건강하렴, 시키."

다녀오렴, 이라고 대답하지 않는 것이 케이코 씨 다웠다.

그녀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눈에 눈물이 맺힌 채로 나를 배웅해주었다.

 

그것이 불과 40분 전의 일.

내가 새로운 생활을 맞이할 시점이며,

토오노 시키라는 인간의 지금까지의 인생이었다.

 

밖의 경치가 조금씩 바뀌어간다.

강 건너편 교외인 야시로기를 지나 도시인 소우야로 들어온 것일 터.

 

선로는 다시 지상을 향해간다. 완만하게 경사를 올라가는 감각.

인공 불빛에 익숙해진 눈을 일깨우듯이 햇살이 비쳐들었다.

 

도시를 바라보며 전철은 달린다.

마을은 아직 대부분이 눈을 뜨지 않았다.

밖은 냉기를 품은 대기가 가득했다.

여름의 모습이 사라진 10월의 가을 아침 그 자체였다.

 

생각해보니 이 풍경을 1년하고도 반 년을 바라봐왔다.

전철에서의 등교풍경도 이걸로 끝이다.

지나쳐가는 풍경에 겹쳐보듯이, 이 7년 간을 되돌아본다.

 

10살 무렵――보통이라면 즉사였을 중상에서 회복하고,

선생을 만나고,

아리마 가에서 살게 되고,

이렇게, 고등학교 2번째의 가을을 맞이했다.

 

그때――헤어질 때 선생님이 말했던 특별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기도 했고, 선생님이 주신 안경을 쓰고 있는 한 『선』을 볼 일은 없었다.

토오노 시키는 평범하지만, 좀처럼 얻기 어려운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오늘부터는 그것이 좀 더 소중해지게 되었다.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신분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이다.

본가...... 토오노 가의 가풍은 일반가정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귀찮...... 너무 무거운 감이 있다.

 

「......애초에 학교보다 넓은 서양식 저택이라니 상상도 안 가는데...」

어린 시절엔 '잘도 견뎠구나' 하고 감탄이 나왔다.

'그런 시대착오적인 생활로 돌아갈까보냐' 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고민은 안 되어도 주눅이 들게 되는 것이다.

 

전철은 큰 역에 도착해 몇 분 간 정차했다.

완행이어서 옆 급행열차가 지나가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홈에 사람 그림자는 없었다.

이 시간이면 정장차림의 샐러리맨이 몇 명인가 있을 법했지만 오늘 아침은 특히나 조용했다.

 

옆 선로를 급행열차가 지나간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다음 정거장은――

익숙한 안내음. 공석으로 닫히는 자동문.

학교가 있는 소우야 역까지 앞으로 네 정거장인 것을 확인하고,

 

「으아아, 잠깐 잠깐!」

 

「하아~ 위험했다 위험했어, 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했어」

 

자동문 틈새로 미끄러지듯 나타난 것은 우리 고등학교 여학생이었다.

초록색 리본이므로 3학년이다.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손에 든 가방은 부 활동 도구일까.

 

――――

문득 시선이 겹쳤다.

상급생인 여학생은 물끄러미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뿐 아니라 터벅터벅 가까이 오나 싶더니,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해요

「아, 아뇨, 저야말로 죄송해요. 흘깃흘깃 쳐다봐서

상대방의 미소에 따라 무심코 사과하게 되었다.

 

「아뇨 아뇨, 눈에 띄는 행동을 한 제가 잘못한 거예요. 선배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요. 그나저나 아침에 약하다던 얘기, 정말이었네요

 

쿡쿡 웃는 상급생.

그 행동에 멍해있자,

 

「저기. 저예요, 저라구요. 저번주에 봤으면서 벌써 잊어버린 건가요?

 

「어라...... 시엘 선배...?

일순간 기억이 흔들렸다.

분명 본 기억이 있다. 이 사람과는 학교에서 몇 번인가 만났다.

애초에 우리학교 학생인 시엘 선배를 모르는 녀석은 없을 것이다.

 

누가 불렀는가, 소우야 고등학교의 만능 선배를.

1학년에 고민하는 학생이 있으면 긍정적으로 상담해주며,

2학년에 방황하는 학생이 있으면 문제 그 자체를 해결하며,

3학년에 곤란한 학생이 있으면 후배 괴롭히기를 멈춰준다.

 

교사들과 학생회보다도 믿음직하기 때문에 진정한 학생회장이라 부르는 학생도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분명 나도 저번주에 사소한 일에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정말이지, 멍하니 있는 것도 정도가 있지.

선배의 말대로 아침에 약한 것과 7년만에 본가로 돌아가는 걸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나는,


1. 아쉽지만 말을 거는 일은 없었다.

2. 살짝 의문이 생겼다.

3. 모처럼이니 차분하게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말을 거는 일은 없었다.

말문이 막힌 나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선배는 미소 띤 얼굴 그대로였다.

 

「어... 선배는 전철로 통학하시나요?

「그렇네요. 때에 따라 이용해요. 토오노 군은? 집이 먼가요?

「멀어요, 기점에서 오거든요. 그래도 이제 그것도 끝이네요. 전철로 통학하는 건 오늘로 끝이라

「오호. 집이 이사를 한다거나?

「........

 

그럴듯한 설명이 잘 떠오르지 않아 말끝을 흐렸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것으로 "사정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주었는지, 시엘 선배는 더 묻지 않았다.

 

15분의 시간 동안 적당한 대화를 계속했다.

전철은 금방 목적지인 소우야 역에 도착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