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마법사의 약속 - 꽃이 뿌리내린 진료소의 랩소디 6화 번역
꽃이 뿌리내린 진료소의 랩소디~남쪽 나라&동쪽 나라~
평소 온화하고 협조적인 남쪽의 마법사들 간의 충돌은 차가운 긴장감을 불러왔다.
그만큼 서로에게 양보할 수 없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르겠다고 말하며 피가로를 거부한 미틸처럼.
현자
(...미틸, 괜찮을까)
자연스레 문 쪽을 본다. 슬퍼하며 나간 그는 지금쯤 어쩌고 있을까.
현자
...죄송해요. 저, 미틸의 상태를 보러 다녀올게요.
네로
그럼 나도 같이 갈게.
현자
고마워요, 네로.
피가로 일행도 걱정은 되지만 우리는 미틸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
조금 떨어진 나무 그늘에 미틸은 주저앉아 있었다. 루틸이 다가가는 와중, 시노와 히스클리프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을 건다.
미틸
저, 고집 부린 걸까요. 하지만 여기가 없어져 버린다니...
시노
고집이 아니야. 미틸이 장래에 일할 곳이다.
네 허가도 없이 멋대로 없애버리면 곤란하잖아.
히스클리프
그렇지...
나도 갑자기 블랑쉐 성을 없앤다고 들으면, 만약 나에게 결정권이 없더라도 놀라고 상처받을거라 생각해.
시노
그런 짓을 하게 놔둘까보냐. 주인님이 상대라해도 목숨과 바꿔서라도 저항할거다.
히스클리프
곧바로 목숨 걸지 마! 단순히 예시일 뿐이야.
그래도 지금의 미틸은 그런 기분을 품고있는 거지.
미틸
.......
현자
저기...
루틸
현자 님. 와주셨군요.
히스클리프
네로도.
시노
다른 녀석들은?
네로
아-- 아직 안에서 얘기하고 있어.
현자
미틸, 조금 진정 됐나요?
나를 보고 미틸은 작게 끄덕였다. 울었던 것인지, 울음을 참았던 것인지, 예쁜 녹색의 눈동자가 지금은 새빨갛게 젖어있다.
그 어깨를 루틸은 상냥하게 감싸안았다. 늘 명랑하던 형제는, 지금은 슬픈 듯 속눈썹을 내리깔고 같은 아픔을 견디고 있다.
미틸
어떤 사정이 있는지 자세히는 몰라요. 진료소를 포기한다는 말밖에 안 들렸거든요.
그래서 혹시 피가로 선생님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이, 모두를 위한 올바른 일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역시 싫어요.
미틸은 코를 훌쩍였다.
미틸
이런저런 방법을 시험해보고 더이상 다른 수단이 없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이 장소를 없앤다는 방법을 가장 먼저 고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가능성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 방법을 시험해보고 싶어요.
저는, 저 장소를... 피가로 선생님의 진료소를, 지키고 싶어요...
피가로 선생님께서 그걸 허락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현자
미틸...
시노・히스클리프
........
루틸
미틸, 형도 같은 생각이야. 저 장소는 울고 웃던 추억이 가득하니까.
미틸
...형님.
루틸이 미틸의 어깨를 끌어안고, 미틸은 쓸쓸한 듯이 무릎을 꼭 안았다.
피가로를 대신하듯 네로는 미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로
너희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과 똑같이, 피가로도 여기 사는 모두를 지키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거야.
네로는 주변을 바라보고 한숨을 쉬었다. 바람이 약하게 불자 호수 위에 물결이 인다.
남쪽 나라는 자연이 험하고 개척이 어렵다고 여겨지던 땅이다. 이 마을도 이렇게 생활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고난이 있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현자
(...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진료소 쪽을 바라보았을 때, 문득 작은 화단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꽃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꽃의 이름이 쓰여있었을 귀여운 간판이 늘어서있다.
히스클리프
현자 님? ...아아.
저런 곳에 화단이 있었군요.
현자
지금 깨달았어요. 꽃은 없는 것 같지만...
미틸
저건 옛날에 저희가 만든 거예요.
현자
그런가요?
루틸
네. 레노 씨에게도 도움을 받아서 흙을 옮기거나 모종을 심기도 했어요.
구름 사이로 빛이 비추듯이 미틸과 루틸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미틸
물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흙이 맞지 않았는지, 꽃이 금방 시들어버렸지만요...
피가로 선생님이 다음에 또 심자고 화단을 그대로 남겨두셨어요.
시노
헤에.
네로
그래서 간판도 그대로 남아있구나.
루틸
저건 미틸이 쓴 거예요. 글자를 막 배운 참이었어서 자기가 쓰겠다고 의욕이 넘쳐서.
히스클리프
아하하. 그렇게 작을 때 만든 거구나.
미틸
저, 어릴 때부터 피가로 선생님의 진료소에 자주 신세를 졌어요.
열이 내려가지 않을 때나, 몸상태가 안정되지 않을 때는 몇 번이나 여기서 지내게 해주셨던 적도 있어요.
현자
진료소에 입원했던 적이 있나요?
미틸
네. 가끔이지만요.
루틸
집에서 금방 나아지지 않아서 피가로 선생님께 진찰을 받으면서 한동안 지내고 있었죠.
미틸
그래도 괴로웠던 것뿐만 아니라, 즐거웠던 추억도 많이 있어요!
숙박회를 하면서 형님과 함께 진료소에서 묵기도 하고.
루틸
어릴 적에 자주 했었지. 그런 날은 다함께 밥을 해먹고 밤에는 반드시 담력시험을 하고...
귀신 역할이었던 피가로 선생님이 너무 겁을 줘서 미틸을 울렸던 적도 있었지.
미틸
하지만, 엄청 무서웠다구요! 찬장을 열었더니 피가로 선생님의 머리가 떠 있어서...
히스클리프
그, 그건 무섭네.
네로
너무 의욕이 들어갔잖아.
루틸
그때 피가로 선생님은 무척 당황하셨었지. '미안해, 괴물이 아니야'라면서 미틸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필사적으로 사과하고.
미틸
레노 씨도 안심시키려 웃어줬지만 그 얼굴이 무서워서 더 울어버렸어요.
현자
아하하. 상상이 가요.
레녹스도 함께 담력시험을 했군요.
미틸
네! 양치기 일이 없을 시기에 몇 번인가 함께 진료소에 얼굴을 비춰주셨어요.
미틸과 루틸은 진료소에서의 추억을 아주 많이 들려주었다.
두 사람에게 얼마나 애착있는 곳인지, 그 신난 표정을 보면 누구라도 알 것이다.
소중한 누군가와 울거나 웃거나 응석부리거나. 되돌아보면 전부 빛으로 가득 찬, 분명 보물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미틸
아직 말하기 부족할 정도로 이곳에는 추억이 가득해요.
저희에게 있어 둘도 없는 정말로 소중한 장소예요.
피가로
그런 일도 있었지. 그립네.
미틸
피가로 선생님!
루틸
어느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