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마법사의 약속 -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 6화 번역
모정이 타오르는 바닷마을의 랩소디~서쪽 나라&남쪽 나라~
클로에
무르?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는 눈앞의 미지만을 좇고 있다.
라스티카
무르는 지금, 무르의 세계에 있는 것 같네.
샤일록
이쪽 세계로 돌아오는 걸 기다려볼까요.
불탄 흔적을 바라보거나 만져보거나 하던 무르는 이윽고 깡총하고 일어났다.
무르
틀림없어. 마나석을 소모해서 불을 만들어낸 흔적이 있어.
이건 마법과학병기의 소행이야!
현자
엣...!?
클로에
마법과학병기라니... 그거 진짜야?
무르
진짜!
라스티카
무르가 그렇게 말한다면 틀림없겠네.
무르야말로 마법과학병기의 아버지다. 그 이상으로 자세히 아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
현자
화재의 원인이 마법과학병기라고 한다면, 범인은...
다들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마법사라면 마법과학병기를 사용할 수 없다.
샤일록
...그들이 말했던 인간들이 마법사를 쫓아내려고 한다는 가정도, 완전히 빗나갔다고 할 순 없겠군요.
클로에
그런...
클로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나도 따라서 침울해진다.
원인불명 화재의 정체는 인간인가, 마법사인가. 어느 쪽이 범인이라 해도 똑같이 비극적이고, 이 마을은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 후, 몇 개인가의 그을린 자국을 확인해봤지만 모두 똑같이 마법과학병기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빗자루에 올라 차례로 현장을 돌아다닌다. 그렇게 이동하는 사이, 다시 한 번 하늘 위에서 거리가 늘어서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세련된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조금 멋들어진 건축물이 줄지어 선 모습은, 토지 그 자체를 꾸민 것처럼 보인다.
현자
(...그래도 높은 건물이 많아서 그런지 바다가 잘 안 보이네...)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샤일록이 돌아본다.
샤일록
옛날에 이 마을의 풍경을 사랑하던 마법사는 아주 많았어요.
하지만, 시간은 흘러가는 법이죠. 이 마을도, 시류에 몸을 맡겨 굉장한 속도로 변해왔습니다.
그것을 한탄하고 마을을 떠난 자들이 있으면, 머무르면서 변해가는 마을을 즐기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현자
샤일록은...?
그의 머리카락을 바람이 친근하게 어루만지고 간다.
샤일록
일전에 독특한 손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린 적이 있었죠.
바다가 보이는 이 마을 풍경의 일부가 되고싶다면서 연모하던 그는, 둘 다 해당되기도 했고, 또 어느 쪽을 선택하지도 못했습니다.
저도, 똑같네요.
그렇게 말하며, 샤일록은 살짝 웃었다.
샤일록
그 분... 튜발은 바에 얼굴을 비출 때마다, 이 마을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경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열정적으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때때로 생각하곤 해요. 갓 태어난 아이같은 눈을 하던 그가 지금의 이 마을을 본다면, 대체 어떤 말을 할까 하고.
완전히 변해버리고 말았다며 깊이 슬퍼할까요. 아니면 아름답다고 말하면서 여전히 그 사랑을 불태워갈까요.
지금 샤일록의 마음은 미소 짓는 모습과 똑같은 것인지, 분노를 품고있던 때처럼 다른 감정을 품고있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루틸
앗, 여러분!
미틸
현자 님!
목소리가 난 방향을 보니, 남쪽의 마법사들이 맞은편에서 날아온다.
피가로
마침 잘 됐어. 탐문이 끝나서 돌아가는 도중이었거든.
현자
여러분 고생하셨어요. 뭔가 수확은 있었나요?
레녹스
네. 마을에 있던 마법사들에게서 신경쓰이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많은 마법사들이 마을을 서성거리는, 수상한 인물을 몇 번인가 목격했다고 합니다.
클로에
수상한 인물...?
루틸
여기에 사는 마법사들은 대체로 아는 사이인데, 그 사람에 대해서는 누구도 본 적이 없다는 듯했어요.
숨듯이 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거나 살금살금거리는 거동이 수상했다면서, 목격한 분들이 말씀하셨어요.
무르
흐응. 어두운 장소를 좋아하는 걸까?
피가로
혹시 마을에 남아있는 인간일지도 모르겠네. 쫓겨나기 싫어서 마법사 행세를 했다던가.
클로에
있을법해...
마을 내에서 큰 소동이 있기도 했고, 한 명쯤 인간이 남아있어도 아마 눈치 못 챘을거야.
미틸
마법사 분들이 말하기에, 해안가 근처에서 자주 보인다는 듯해요.
현자
해안가 근처...
(설마 샤일록이 칵테일을 흘려보냈던 근처는 아니겠지...)
샤일록 쪽을 보자,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샤일록
...가볼까요, 현자 님.
샤일록의 안내로 증언의 장소라 추정되는 해안가 근처에 도착했다.
시각은 벌써 해질녘. 눈앞의 경치에 무심코 감탄이 튀어나온다.
클로에・미틸
와아...!
루틸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일까...
피가로
이거 훌륭하네.
지기 시작하는 태양이 수면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샤일록
.......
마법사들이 감탄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샤일록은 가만히 바다를 바라본다.
풍경을 그리워한다기 보다, 수상한 듯한 시선이었다.
샤일록
...바닷속에 잠들어 있었을 터인 튜발의 돌은 결국 없어지고 말았군요.
현자
네...?
샤일록
그 돌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현자
그런... 어째서?
샤일록
해변의 개척을 진행하던 인간들이 발견하고 차례로 버린 거겠죠.
그래도 좀 전까지는 간신히 남아있었을텐데, 지금은 그 마저도...
천천히 기다란 속눈썹이 덮인다.
샤일록
경치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그 사람의 소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그 누구도 저 돌에 손대지 않았는데...
한숨과도 같이 새어나온 그 목소리에는 여러 색이 섞여있었다.
슬픔, 분함, 안타까움, 분노.
어떤 말이든 해당되는 것 같기도, 어떤 말로도 부족했다.
레녹스
다들, 잠시 이걸 봐줘.
무언가를 발견한 듯이 레녹스가 손짓한다. 가보니 모래사장에 새로운 발자국 같은 것이 있었다.
라스티카
방금까지 누군가가 이곳에 있었던 것 같군요.
피가로
꽤나 어지러운 발자국이네. 당황해서 도망쳤다는 느낌이려나.
클로에
어째서 도망친걸까. 우리들이 와서?
무르
이상하네! 이 마을에는 마법사밖에 없으니까 마법사들끼리 만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해.
미틸
확실히... 마법사라면 도망칠 필요는 없죠.
샤일록
마법사라면, 말이죠.
말하면서 샤일록은 시선을 떨어뜨렸다. 매우 당황한 것 같았던 발자국은 모래사장에 구멍을 내고 이어져있다.
레녹스
...쫓아가보자.